15년 후의 깨달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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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엘렌공주 댓글 0건 조회 1,237회 작성일 09-08-12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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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 후의 깨달음
우연히 집 앞에서 병 뚜껑으로 따먹기놀이를 하는 아이들을 보았습니다. 갑자기 저는 아차 하는 생각이 들면서 15년 전 한 아이에 대한 어렴풋한 기억을 떠올렸습니다. "그때 내가 오해를 했었구나!" 그 아이의 뜻을 이제서야 깨닫게 된 것입니다.
15년 전 제가 7살 때의 일입니다. 어느 날 제 또래의 남자아이가 엉엉 울면서 우리집 담 너머 골목길을 걸어가고 있었습니다. 하도 엉엉 울며 걸어 가길래 저는 무슨 일인가 싶어, "야! 야!" 하고 그 아이를 불러 세웠습니다.
그 아이는 무슨 일인가 싶어 걸음을 멈추고, 눈물을 훔치면서 저를 멀뚱멀뚱 쳐다보았습니다. 그때 그 아이의 행색은 말이 아니었습니다. 하루종일 어디를 방황하다 온 것같이 옷은 먼지투성이였고, 얼굴은 눈물 때문에 구정물로 얼룩져 있었습니다. 안쓰러운 마음에 그 아이를 집안으로 데리고 들어갔습니다. "야! 너 우선 씻어야겠어! 좀 씻구 와." 그리고 나서 제 옷을 주었습니다.
잠시 후 부모님께서 집에 돌아오셨습니다. 엄마는 처음 보는 아이가 제 옷까지 입고 있으니까 의아해하시며 무슨 일인지 물어보셨습니다. 그 아이는 자기 집으로 돌아가는 길을 잃어버렸다고 했습니다. 그 아이의 집에서 여기까지는 무척 먼 거리였습니다. 길을 잃고 하염없이 걷다가 지쳐서 저희 동네까지 왔으니, 겁을 먹고 엉엉 울 만도 했습니다.
저는 그 아이가 너무 불쌍해 보여서 아빠에게 떼를 썼습니다. "아빠! 우리 쟤 집까지 바래다주자!" 결국 아빠는 저와 그 아이를 차에 태우고 그 아이의 집으로 향했습니다. 그동안 그 아이는 아무 말도 없이 바지 주머니를 뒤적거리며 계속 부스럭거리기만 했습니다.
이래저래 집을 찾아서 그 아이를 집 앞에 바래다주었습니다. 그런데 집에 와서 보니 그 아이가 자기 바지 양쪽 주머니에 들어 있던 병뚜껑들을 뒷좌석에 잔뜩 버리고 내린 것이 아니겠어요? 그때 나는 화가 많이 났습니다. '그렇게 잘해주었는데, 어떻게 우리 차에 쓰레기를 버리고 내릴 수가 있어?'
그뒤 지금까지도 그때 그 아이가 병뚜껑 쓰레기를 잔뜩 버리고 내렸던 일이 종종 떠올랐습니다. 그런데 15년 전 그때 그 아이가 병뚜껑을 우리 차에 놔두고 내렸던 이유를 이제서야 깨닫게 된 것입니다.
집 앞에서 병뚜껑 따먹기놀이에 여념이 없는 아이들을 지켜보았습니다. 그때 그 아이도 저렇게 친구들과 내기를 해서 병뚜껑을 잔뜩 땄을 것입니다. 아마도 그 7살의 남자아이는 그렇게 애써서 딴 자기만의 보물을 저에게 선물로 주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그때 그 아이의 뜻을 오늘에서야 깨닫고 저는 갑자기 가슴 한 구석이 찡해오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속으로 되뇌었습니다. '그때 네 선물, 너한테는 보물이었을텐데… 그런 줄도 모르고 오해해서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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