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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의 가장 친밀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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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엘렌공주 댓글 0건 조회 3,173회 작성일 10-10-19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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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드리 헵번과 로버트 월더스

가까운 이의 딸애가 9·11 테러 때에는 나무에다 총을 쏘아 대는 그림을 그렸다고 들었는데, 이라크 전쟁이 일어난 뒤에는 빽빽한 나무들 위로 뭔가 반짝이는 것들이 떨어지는 그림을 그렸답니다. 제 친구가 “반짝이는 게 뭐니?” 하고 물었더니 새침한 얼굴로 “뭐긴 뭐야. 미사일이지”라고 대답했다는군요. 이래저래 참 흉흉한 세상을 살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요즘에는 좋은 것, 아름다운 것, 희망을 줄 수 있는 것들에 관해 말하고 싶고 또 그런 꿈을 꾸고 싶습니다. 무턱대고 집을 벗어나 만개한 꽃들도 보고, 소식은 없으나 한때 서로의 한 시절을 좋아 지냈던 친구도 생각하고…. 음, 또 기왕이면 해피엔드로 끝나는 영화를 보고 싶은 요즘입니다. 신문도 뉴스도 보기 싫고 일도 하기 싫군요.

혹시 그저 생각만 해도, 떠올리기만 해도 기분 좋아지는 사람이 있습니까? 무슨 일 때문에 음반을 뒤적거리다가 문득 그 옛날, 기타를 치면서 오드리 헵번이 허스키한 음색으로 불렀던 <문 리버>를 다시 듣게 되었습니다. 그 음악을 들으면서 오드리 헵번의 아름다운 모습과 <티파니에서 아침을>이나 <로마의 휴일> 같은 영화 속 장면들을 떠올리는 동안 시대의 고통과 개인적인 아픔을 잠시 잊을 수 있었습니다.

미국의 유명한 여배우 캐서린 헵번이 이런 말을 했습니다. “못생긴 여자가 예쁜 여자보다 남자에 대해 더 많은 걸 안다.” 그 말을 바꿔 생각하면, 육체파 여배우의 시대에 깡마르고 요정 같은 외모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오드리 헵번은 남자에 관해 그리 많은 것을 알지 못했던 모양입니다. 하긴 '남자'에 관해 많은 걸 안다고 말할 수 있는 여성이 세상에 얼마나 될까요.

헵번이 첫번째 결혼을 한 건 나이가 아주 많고 여러 차례 이혼 경험이 있던 멜 화라라는 사람과였습니다. '하느님의 선물'이라고 불렀던 아들을 얻었지만 결국 멜 화라의 여성 편력 때문에 파경을 맞게 되었습니다.

이혼한 해 헵번은 <길 위의 두 사람>이라는 영화에 출연해 호평을 받았는데, 그때 헵번이 맡았던 배역은 순탄치 못한 결혼 생활 때문에 괴로워하는 삼십 대 여성이었다는군요.

그 뒤 몇 번의 애정관계와 한 차례의 이혼을 더 경험한 헵번은 기분 전환 삼아 떠난 여행에서 정신과 의사인 안드레아 도티를 만납니다. 한편에서는 그게 우연한 만남이 아니라 헵번이 이혼했다는 소식을 듣고는 안드레아 도티가 부랴부랴 달려가 우연을 가장해서 이루어진 만남이라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아무튼 헵번의 열렬한 팬이었던 안드레아 도티는 마침내 그녀와 결혼합니다. 그러나 안드레아 도티는 꿈에 그리던 할리우드의 미인은 온데간데없고 집 안에만 틀어박혀 아이 키우는 데만 관심을 쏟는 평범한 여인이 된 헵번에게 곧 싫증을 느끼고 맙니다. 결국 그들은 이혼하게 되고 또다시 사랑 때문에 커다란 상처를 입은 오드리 헵번은 그 뒤 남은 생을 독신으로 살았습니다.

하지만 결혼은 안 했으나 그녀가 죽을 때까지 곁에서 정신적 동반자가 되어 준 로버트 월더스라는 남자가 있습니다. 로버트는 헵번이 살아 있을 때보다 헵번이 죽었을 때 세간에 더 알려진 사람입니다. 헵번과 그는 처음에는 친구로 만났습니다. 그러다가 마침내 하루에도 몇 차례씩 통화를 하는 사이로, 보다 은밀한 관계로 발전했고 그는 헵번이 이혼을 위해 재판을 하는 동안 누구보다 그녀를 따뜻하게 위로해 주었지요.

은막을 떠난 헵번은 유니세프(유엔아동기금) 특별대사로서 기아에 굶주리는 세계 오지 아이들을 위해 일하며 조용하고 평온한 삶을 살았습니다. 그 곁에는 항상 로버트가 있었지요. 헵번이 남은 생을 굶주린 아이들을 위해 열심히 일하고 평화를 외친 건 바로 그녀 자신이 2차세계대전 때 나치 하에서 겪었던 끔찍한 유년 시절의 경험 때문이라고 합니다.

헵번이 암으로 죽고 나자 로버트 월더스는 유명한 조각가 존 케네디에게 부탁하여 뉴욕에 있는 유니세프 건물 옆에 헵번의 모습을 작은 동상으로 만들어 세웠습니다. 아름다운 여배우와 노년을 함께했던 로버트는 다음과 같은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오드리 헵번은 유엔아동기금의 정신을 구현했다. 우리는 이 동상을 감상하는 사람들이 어린이를 위해 노력했던 그녀의 고귀한 모습에 고무되기를 바란다.”

죽기 직전에, 헵번은 로버트 월더스의 손을 꼭 잡은 채 이렇게 말했답니다.

“당신은 내가 만난 남자들 중에서 가장 친밀한 사람이었어요.”

자신이 가장 사랑했던 반려자를 잃어버린 월더스는 그 뒤 어떤 삶을 살았을까요?

오드리 헵번이 출연한 영화 <로마의 휴일>이나 <사브리나>, <티파니에서 아침을>을 볼 때마다 궁금했던 건데, 그녀의 몸무게는 딱 50킬로그램이었다는군요. 키는 170센티미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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