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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행선 부부 충돌처방


 

소설 속에서 발견한 사랑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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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yale 댓글 0건 조회 979회 작성일 11-05-12 2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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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존재하고 그들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사랑하며 살아간다. 소설은 우리 인생의 축소판. 그 속에서 우리는 다양한 형태의 연애 방식을 엿볼 수 있다. 가슴 아픈 사랑에 눈물 흘리기도 하고, 고약스러운 남자에게 인생을 볼모 잡혀 살아가는 여자의 삶에 분노하기도 하며, 아름다운 사랑을 나누는 주인공처럼 되기를 꿈꾸기도 한다. 혹, 다른 사람들의 사랑 방식은 냉철하게 판단하면서 나의 사랑에 한해서는 어리석음을 범하고 있지 않은가?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말과 행동을 통해 참된 사랑법이 무엇인지 생각해보자. 

평범한 커플 이자벨 미니에르
주인공 벤자멩은 평범한 가장이다. 아니, 그는 약사라는 안정된 직업이 있고 동화작가인 아내 베아트리스의 작품도 반응이 좋아 경제적으로도 여유롭다. 게다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딸까지 두었으니 평범하다고 할 수 없을 만큼 많은 것을 누리는 운 좋은 남자다. 그런데 그는 행복하지 않다. 오히려 자신이 텅 비어버렸다고 느낀다. 모두가 입을 모아 칭송하는 아내가 실상은 권력과 사랑을 혼동하는 폭군이기 때문이다. 그녀는 남편의 행동 하나하나를 통제하고, 가구와 음식, 심지어 부부간의 잠자리까지 모든 것을 자신의 취향대로만 따를 것을 요구한다. 견디다 못한 벤자멩이 몇 마디 툴툴대기라도 할라 치면 자신의 뜻을 관철하기 위해 눈물, 고함, 협박을 쏟아내 순식간에 옹졸하고 못난 남자로 만들어버리기 일쑤다.
매 맞는 남편보다 낫다고? 천만의 말씀이다. 가정 내에서 은밀하고 끈질기게 자행되는 정신적 폭력은 육체적 폭력 못지않게 상대방에게 상처와 아픔을 남기게 된다. 누군가 베아트리스를 비난한다면 그녀도 할 말은 있을 것이다. 벤자멩이 너무 유순해 직업적으로 야심을 보이지 않고(약사지만 자기 약국을 개업할 생각은 하지 않는다), 남의 부탁은 뭐든지 들어주며, 물에 술 탄 듯 술에 물 탄 듯한 성격이라 자신이 하나에서 열까지 돌봐줘야 한다고 말이다. 그래서 그녀는 잔소리는 기본이요, 때로는 윽박지르고, 가끔은 눈물 공세로, 심지어는 딸의 양육권으로 협박까지 하는 등 온갖 무기를 동원해 그를 통제하려 든다. 대부분의 부부가 크든 작든 서로를 구속하며 아옹다옹 살아가지만 비단 부부만이 아니라 남녀 관계를 통틀어 사랑이란 어느 한쪽이 상대방을 소유하거나 지배하는 사이가 되면 필연적으로 삐걱댈 수밖에 없다. 부부 중 한 사람이 항상 판단하고 결정을 내리기만 하고 다른 한 사람은 거기에 수긍하고 복종하는 관계, 다시 말해 한 사람이 항상 위에 군림하고 나머지 한 사람은 아래에 놓일 경우 표면상으로는 평화로워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양쪽 모두에게 견디기 힘든 관계로 변한다. ‘아래’에 있는 사람은 억압받고 멸시당하는 느낌으로 괴롭고, ‘위’에서 힘 있는 사람으로 사는 쪽도 그리 즐겁지만은 않은 것. 우리는 지극히 사적인 관계에서도 매일, 아니 매 시간 권력을 사용한다. 권력 게임이 원활히 돌아가는 부부 관계는 시소와 닮았다. 시소는 양쪽 끝에 두 사람이 올라타고 한 번은 이쪽이, 다음에는 저쪽이 올라갔다 내려갔다 끊임없이 움직여야 타는 재미가 있다. 잠깐씩 위냐 아래냐 혹은 빠르냐 무거우냐 경쟁한다고 해서 해가 되기는커녕 재미만 더해진다. 시소가 한쪽으로 기운 채 가만히 서 있다고 생각해보라. 무슨 재미가 있겠나!

장미 비파 레몬 에쿠니 가오리
꽃집 주인, 잡지 편집자, 주부, 모델, 학생, 회사원 등 9명 여성의 아슬아슬한 사랑 이야기가 교차되어 다양한 연애 방식을 엿볼 수 있다. 각자의 일상에서 주어진 역할을 수행하며 평범하고 행복해 보이는 삶을 살지만, 그들은 아무리 애써도 채워지지 않는 무언가 때문에 쓸쓸해하고 한숨짓고 절망한다.
이 가운데 주부 도우코의 삶을 잠깐 살펴보자. 무슨 기념일이나 부부 싸움을 하고 난 후면 미즈누마는 반드시 도우코에게 꽃을 선물한다. 그가 꽃에 전혀 관심이 없다는 것은 가게에 올 때마다 어색해하는 그의 태도로 이미 알고 있다. 아내에게 꽃을 보내는 것은 그저 절차에 지나지 않는다. 물론 꽃집 주인 에미코는 미즈누마가 원하는 대로 꽃다발을 만들었다. 가을이면 억새와 벨로페로네를 섞고 봄이면 딸기꽃을 섞어, 도우코가 깜짝 놀라며 남편의 센스와 마음 씀씀이에 감동할 만한 꽃다발을. 미즈누마는 확실한 일관성을 갖고 있다. 의식주를 비롯한 모든 것에 일정한 취향과 규칙이 있다. 그 점은 도우코가 입는 옷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실제로 지난 몇 년 동안 도우코의 옷장은 완전히 톤이 바뀌었다. 결혼한 지 4년, 그녀가 그전에 입었던 옷은 거의 남아 있지 않다. 시빌라나 미우 미우의 여성스러운 옷은 비호받을 권리를 느끼게 해준다. 결혼 전, 도우코는 동물 미용사로 페트숍에서 일했다. 동물을 좋아하는 그녀는 그 일에 만족했고, 성품이 온화한 애인도 있었다. 자신의 일을 하면서 사는 도우코의 생활은 동생 소우코의 이상이었고 모델이었다.
그런데 지난 4년 사이에 도우코는 정말 시시한 여자가 되고 말았다. 낮에 하고 있던 잔주름 잡힌 파랗고 긴 앞치마. 자신의 언니가 그런 것을 두르고 읽을 수도 없는 서양 잡지 - 영어가 제일 못하는 과목이었다는 것을 소우코는 알고 있다 -를 멍하게 바라보면서 남편이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우울했다.
짐작할 수 있겠지만 도우코는 사랑이 아닌 조건을 택해 결혼했다. 정체성은 온데간데없고 현재 그녀의 모습은 알맹이 없는 (조작된) 껍데기에 불과하다. 이처럼 사랑이 아닌 다른 이유로 안주하려 드는 것은 위험하다. 나이는 자꾸 들어가는데 미혼이고, 누군가를 과연 만날 수 있을 것인지 자신감이 없어지면서, 미래에 대한 막연한 공포감에 사로잡히는 처지에 놓인다면 누구나 견디기 힘들 것이다. 그렇지만 자신의 처치를 객관화해 바라보고 냉철한 결단을 내릴 수 있어야 한다. 예컨대 36세의 발레리나 출신 여성의 현재 상황은 이러하다. 평생 전문 발레리나로 살아왔지만, 2류 발레단에서 군무를 추는 것 이상의 성공은 거두지 못했다. 특별히 화려하고 성공적인 경력은 아니었고 월급도 적었지만 무용은 언제나 그녀의 인생이었다. 무용수의 생명력은 그리 길지 않은 편인데 여러 번에 걸친 부상 때문에 발레를 계속할 수 없었고 결국 서른두 살에 발레계에서 은퇴했다. 비서 일을 시작했지만 역시나 봉급이 적어 예전과 똑같이 미래는 보장될 수 없었다. 결혼을 할 수 있을 것인지로 불안해하기도 했지만, 노후를 대비한 저축을 할 수 없다는 사실에 더욱 두려워졌다. 이런 그녀에게는 몇 년째 자기를 좋아해주는 남자가 있었다. 그를 이성으로 느낀 적이 한 번도 없었지만 그는 사랑한다고 고백하며 그녀가 의향만 있다면 언제라도 청혼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했다. 그는 수입이 좋은 치과 의사였고 편안한 생활과 보살핌을 제공할 만큼 든든하고 안정된 상대였다. 이 두 사람의 결혼을 찬성하는가 혹은 반대하는가? 누군가 말했듯, 돈을 노리고 한 결혼은 평생 동안 매일매일 그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사실을 되새겨보기를!

사랑을 막을 수는 없다 클레르 카스티용
옹색하고 비루한 마음의 소유자들도 사랑을 한다. 메마르고 인정머리 없는 마음, 질투하는 마음, 뒤틀린 마음, 불행한 마음… 그런 마음을 지닌 존재들도 사랑을 한다. 사랑은 상냥하고 다정한 사람들만의 것이 아니다. 프랑스 작가 클레르 카스티용의 <사랑을 막을 수는 없다>의 책장을 덮고 나면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남자와 여자, 부부 관계에서 나타나는 사랑의 모든 부작용과 마주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23편의 단편 중 ‘나는 남자를 질리게 한다’는 현대 여성들이 연애를 하면서 자칫 범하기 쉬운 모습을 보여준다. 아는 사람 하나 없는 생일 파티에 나는 무척 망설이다 마지못해 왔다. 계속 독신으로 지내고 싶지는 않아서. 나는 남자에게 쉽게 빠지는 타입이지만, 실속은 전혀 없다. 여기서 그다지 관심이 가지 않는 한 남자를 만났다. 아무튼 그와의 만남을 이어가고 싶다. 그런데 그는 나를 보지 않고 앞만 쳐다본다. 일행을 찾는 모양이다. 내가 손을 잡자 그는 은근슬쩍 손을 뺀다. 수줍음을 타는 모양이다. 나는 접시에 쿠키를 담아 그에게 가져다준다. 그때 그의 피부가 지저분하다는 걸 알아차린다. 게다가 손톱을 물어뜯는다. “손가락 끝이 왜 그렇게 빨개요? 당신도 알고 있어요? 손톱을 물어뜯는 거예요?” “네에, 뭐, 약간.” “약간? 정말 흉측해! 그 나이에 아직도 그런 짓을 하다니 정말 이상한 사람이네. 어렸을 때 엄마 젖 못 먹고 자랐어요? 대답하지 않는군요, 말하기 곤란해요? 어렸을 때 누가 당신 인형을 뺏어갔나요? 그런 얘긴 하고 싶지 않아요? 내가 약을 줄게요. 그걸 바르고 하룻밤만 지나고 나면 말끔하게 나을 거예요. 자! 우리 춤춰요, 싫어요?” “조금 있다가요.” “좋아요, 기다리죠.”
마침내 그는 “난 오토바이를 타고 왔어요. 그리고 여분의 헬멧은 없어요”라는 말을 남긴 채 이렇게 ‘들이대던’ 주인공 나를 남겨두고 가버리는 것으로 이야기는 끝을 맺는다. 요즘은 순종적인 여성보다는 적극적인 여성이 될 것을 권하는 사회다. 그러나 이를 사랑에 적용하면 실패할 확률이 높아진다. 여자가 먼저 적극적인 태도를 보여 잘되는 경우는 드물다. 이는 남성우월주의나 남녀차별적인 발언이 아니라 여성과 남성의 섹슈얼리티가 작용하는 방법이 엄연히 다르다는 사실과 관련된 통계다. 남자는 여성과 달리 성 기능에 대한 불안감이나 한 남자로서 여자를 만족시킬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염려를 품고 살아간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당신에게 먼저 다가가 사귀어볼 용기를 내지 못하는 남자라면 아마도 꾸준한 만남을 지속할 책임감도, 잠자리에서 당신을 만족시킬 자신도 없는 남자일 것이다.
요컨대 조바심을 버려야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예를 들어 아주 매력적이고 상처받기 쉬워 보이는 타입의 여성이 있다 치자. 처음에 남자들은 바로 그런 모습에 끌린다. 하지만 그녀의 로맨스는 늘 불발로 끝이 난다. 한 남자는 몹시 무례했고 그녀를 함부로 대했다. 한 남자는 언제나 자기 아파트에서 데이트하기를 원하며 단 한 번도 그녀를 집에 데려다주지 않았다. 또 한 남자는 헤어진 여자친구와 너무 친해서 종종 그녀와 예전 여자친구를 모두 불러 셋이 어울리자고 말할 정도였다. 그러나 헤어지자고 말하는 쪽은 언제나 남자였고, 그녀는 늘 버림받는 쪽이었다. 문제는 그녀가 자기를 절제하는 능력이 전무하다는 것. 자기가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 여자로서 당연히 존중받아야 한다는 사실을 연애 공식에 포함시키지 못했기 때문이다.

마음의 파수꾼 프랑수아즈 사강
질투는 사랑을 좀 더 건강하게 만들어주지만 집착은 그 반대의 결과를 야기한다.
“난 당신만을 사랑할 뿐이에요. 다른 사람들에겐 전혀 관심 없어요.” 20대 청년 루이스는 순수한 선의로 자신을 대한 사람은 도로시밖에 없었다는 이유로 어린아이 같은 순수한 마음으로, 맹목적으로 그녀를 사랑한다. 그가 온 마음을 빼앗긴 도로시는 왕년에 꽤나 인기 있는 여배우였고 지금은 시나리오 작가로 일하는 마흔다섯 살의 여성이다. 어느 날, 그녀는 여배우와 눈이 맞아 자신을 버리고 떠난 두 번째 남편 프랭크에 대해 루이스에게 이야기하게 된다. 그로부터 얼마 뒤 프랭크의 사망 소식이 전해진다. 루이스는 모험 영화의 조연으로 영화를 찍게 되는데, 할리우드의 악명 높은 권력자이며 도로시와도 원한 관계가 있는 제리 볼튼이 루이스를 빼오려고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하며 그를 꼬인다. 도로시는 제리 볼튼이 어떤 사람인지 이야기하며 루이스에게 화를 내고, 다음 날 제리 볼튼이 살해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이탈리아에서 영화를 찍다 잠시 귀국한 루엘라 슈림프 역시 자동차 사고로 세상을 떠난다. 이 모두를 죽인 것이 바로 루이스라는 것을 알아챈 그녀는 루이스에게 그것을 확인한다. 그는 순순히 시인하면서 과거에 그녀를 괴롭혔거나 현재 그녀를 괴롭히는 사람들만 죽일 뿐이라고 말한다.
“물론 때때로 나는 루이스가 사람을 죽이는 것을 막느라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하지만 조금 감시를 하고 운만 따라준다면… 잘될 것이다. 나는 콧노래를 부르며 욕실로 향했다”라는 문장으로 이야기는 끝을 맺는다. 사랑이 극단으로 치달아 살인 사건으로까지 이어지는 내용은 현실에서 좀처럼 일어날 수 없는 상황이긴 하다. 그러나 남녀 관계에서 질투는 빼놓을 수 없는 요소. 상대가 내게 무척 소중해서 나와 깊은 관계이기를 바라지만 그 깊은 친밀성을 나 아닌 제삼자에게 허락할 때 질투를 느끼게 된다. 이는 나와 연인 사이의 사랑이 방해받을 위협을 느낄 때 생겨나는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어찌 보면 사랑을 더욱 건강하게 만들어주는 요소지만 지나치면 무서운 파괴력을 발휘하기도 한다. 셰익스피어의 희곡에서도 오셀로는 치명적인 환상을 스스로 지어내고 그것에 얽매이고 만다. 아무것도 아닌 몇 가지 사실을 가지고 아내가 간악한 부정을 저지른다고 착각하고 그것을 죽음으로써 ‘벌해야 한다’고 믿는다. 질투심이 폭력에 손을 뻗거나 어쩔 도리 없는 환상을 만들어내기 시작하면, 질투는 더는 사랑의 표시가 아니며 치료가 필요한 질병이 되고 마는 것이다. 때로 질투를 유발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균형감을 잘못 조절해서 집착이 되면 두 사람 관계를 힘들게 하는 원인이 된다.

그 남자네 집 박완서
나이를 먹은 주인공이 후배의 집 구경을 갔다가 50년 전 첫사랑인 그 남자가 살았던 기와집이 아직까지 남아 있다는 것을 발견하면서 소설의 이야기는 시작된다. ‘현보’라 불리는 ‘그 남자’는 소설 속의 ‘나’가 6·25전쟁 후 어려운 가족의 생계를 꾸리기 위해 서울대를 중퇴하고 미군부대에 일하러 다니던 시절 우연히 만나 사랑의 감정을 느낀 먼 친척이다. 군복이 잘 어울리고, 정지용과 한하운의 시를 유창하게 외우며, 유머가 흐르는 축구선수였다. 그러나 막내다운 투정이 남아 있고 전쟁 때 당한 부상으로 선수로서 더 이상 활약할 수 없게 된 쓸쓸함이 묻어나던 남자였다. 그날 이후 그와 나는 텅 빈 도시 서울의 마지막 남녀가 된다. 종로 거리는 완전히 파괴됐고 주택가는 썰렁했지만 그런 가운데서도 비현실적으로 은성殷盛하던 명동 바닥을 헤집고 돌아다니며 마치 내일은 없는 것처럼 밀회를 즐긴 것이다. 1950년대 폐허의 서울 거리를 누비며 구슬처럼 빛나는 겨울을 보내지만 여러가지 현실에 부딪히게 되고, 결국 주인공은 은행원인 민호와의 결혼을 결심하며 그 남자에게 이별을 선언하는데….
사랑하는 사람을 다시 만나기 위해 오랜 시간 기다리며 아직도 그가 자유로운 몸으로 자신을 낭만적인 시선으로 봐줄 수 있기를 고대하라고 말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요즘 여성들은 여기저기 돌아다니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것에도 가족의 허락이 필요한 의존적이고 제한된 환경에서 억압을 느끼며 살 필요가 없다. 하지만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빅토리아 시대 여성들은 꿈도 꾸지 못했던 자유가 주어졌다고 해서 닥치는 대로 데이트 기회를 잡아도 괜찮다는 의미는 아니다. 파티나 바, 인터넷 모임, 싱글을 위한 각종 이벤트 등 현대 여성은 남자를 만날 수 있는 방법이 훨씬 더 다양해졌다. 그렇지만 우리는 우선 심호흡을 하고 속도를 조절해 당장 괜찮은 남자와 평생 괜찮을 남자 친구를 구분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그리고 정말로 좋아할 수 있을 것 같은 남자를 만나면 진짜 속도 조절은 그때부터 시작된다.
애인과 헤어지고 난 후 외로움에 허우적거릴 때 만난 한 남자. 지난번 남자 친구와 달리 그는 언제나 약속한 대로 전화를 걸었고, 튕기는 듯한 인상을 심어주어 불안하게 만드는 연애 게임도 하지 않았기에 좋았다. 그와 함께 있으면 열정보다는 편안함이 느껴졌지만 그녀는 장기적인 관계에 필요한 것은 바로 그런 편안함이라고 생각했다. 과연 그럴까? 미덥지 못한 남자와의 힘겨운 연애 끝에 너무 착한 남자를 만났기 때문에, 그동안 가망 없는 연애의 짜릿함에 물들어 편안함에 너무 빠져버린 것은 아닐는지. 잊히지 않는 추억 속의 남자가 최고의 상대라는 것이 아니라 그와 헤어진 좌절감으로 서둘러 결혼을 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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