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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 대화 속에 숨겨진 뇌화학반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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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레몬밤 댓글 0건 조회 825회 작성일 11-08-04 2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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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이런 한심하고 멍청한 남자와 도저히 살 수가 없어요! 보기만 해도 짜증이 난다니까요”
“시끄러워! 말 끊지 말고 내 말 좀 들어봐! 이 사람은 스스로 근심 걱정을 만들면서 내가 하는 일마다 사사건건 간섭이에요” “난 저 엉터리 같은 사람을 도저히 용서할 수 없어요!”
“우리 부부는 이제 어차피 다 끝났습니다!”
위의 대화는 부부 상담을 받으러 상담실을 찾은 남편과 아내가 첫 시간에 하는 대화 내용이다. 이들의 대화 속에는 강렬한 부정적인 감정이 진하게 베여 있고, 삿대질 코웃음 냉소 섞인 표정과 같은 비언어적 표현들이 어지럽게 난무한다. 차분하게 듣고 있던 치료자의 마음속도 사실은 조금씩 착잡해진다. “이 두 사람도 전에는 사랑한다고 믿고 결혼을 하였을 텐데, 무엇이 이 두 사람의 관계를 이렇게 변하게 한 것일까?”  
그 다음 시간, 상담자는 일단 아내와 남편을 개별적으로 만나 ‘두 사람이 다 우울증을 갖고 있고 있어 감정이 매우 불안정하고 예민한 것 같다’고 나온 설문조사 결과를 이야기 해주고, 우선은 먼저 이를 안정시키기 위해 약물치료가 필요함을 설득하였다. “저 사람이 문제인데 왜 내가 약을 먹어야 하냐?”하며 강력하게 약물치료를 거부하던 두 사람은 자신들이 늘 아이들에게 너무 심하게 신경질을 내는 것이 문제라는 것을 인정하며 일단 한번 약물을 복용해보기로 하였다. 상담자는 우선 약물치료를 시행하여 감정이 안정적이 된 뒤에 다시 부부상담을 시작하자고 권하였다. 3주간 항우울제를 복용하고 나타난 두 사람은 어떻게 되었을까?
“이 사람이 맘에 안 드는 것은 여전하지만 그래도 원만한 자극에는 짜증이 안 나네요.”
“어쩜 그렇게 이핼 못해주나 하는 답답함이 그래도 좀 덜 해졌어요. 오랜만에 아이들과 웃으며 즐겁게 지낼 수 있었지요” 
아직 두 사람 사이에 긍정적인 감정이 충분히 생겨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부정적인 감정과 충동성이 많이 수그러든 것을 알 수 있었다. 부정적인 감정을 지나치게 유발하는 뇌안의 화학반응을 먼저 안정화시켰기 때문이다
인간관계에서 일어나는 모든 감정과 행동에 뇌의 생화학반응이 전적으로 관여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여기서 강조하기 위해 위의 사례를 이야기하려는 것은 아니다. 당연히 남녀관계, 혹은 부부관계는 심리적 요인, 사회적 요인을 바탕으로 생각해봐야 한다. 하지만 이 두 가지 요인만으로 전부 설명이 되지 않는 남녀관계의 영역도 많다는 것이다. 특히 부부관계에서 이해할 수 없을 만큼, 반복적으로 심하게 부정적인 감정이 일어날 때에는 뇌의 불안정한 생화학적 반응이 관여되어 있는 경우를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우울, 불안과 같은 부정적인 감정과 연관이 많은 뇌 영역을 한번 예를 들어 보자. 먼저 변연계(Limbic system)는 우리 뇌의 중앙에 자리 잡고 있는데 친밀한 유대관계와 감정을 조절하는 곳이다. 이곳이 적절하게 기능을 하게 되면, 사람들은 마음이 밝아지고 더욱 긍정적으로 세상을 인식하게 되며 타인과 관계를 잘 맺을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이곳이 과도하게 활동을 하게 되면, 사람들은 우울해지고 부정적으로 세상을 인식하며, 다른 사람들과 거리를 두려 하는 성향을 보인다. 성적인 관심도 많이 줄어들어 성관계를 회피하게 된다. 
변연계가 안정적일 때에 하는 말
   “우리에게는 좋은 기억이 많아”“우리 오늘은 재미있게 놀자”
   “당신과 함께라면 무엇이든 의미가 있을 거야” “당신 참 오늘따라 유난히 매력적인데” 
   “친구들을 집에 초대하자”
변연계가 과도하게 활동할 때에 하는 말
   “우리에게 안 좋은 기억이 너무 많아”“난 아무 것도 하고 싶은 것이 없어”
   “난 별로 섹스에 관심이 없어”“당신은 내게 상처를 주려고 일부러 그런 거야”
   “지금은 누구도 만나고 싶지 않아”
뇌 속 깊은 곳에 자리 잡고 있는 기저핵(Basal ganglia)은 신체를 안정시키는 속도를 통제하는 부분이다. 또한 이곳에서는 신체에 부담을 주지 않을 정도의 긴장감과 불안감의 수준을 설정하고, 동기와 쾌감을 조절한다. 이곳이 적절하게 기능을 하게 되면 사람들은 평온해지고 이완이 되는 경향이 있다. 또한 긍정적으로 미래를 보고, 좋은 결과를 예측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이곳이 과도하게 활동을 하게 되면 사람들은 강한 불안, 공포, 긴장감을 느끼게 되고, 미래에 대해 부정적이 되어 최악의 상황을 두려워하게 된다. 또한 신체적으로 긴장이 되기 때문에 성적인 관심도 낮아진다.
기저핵이 안정적일 때에 하는 말
   “모든 일이 다 잘 풀릴 것 같아” “참 마음이 평온하다” 
   “온 몸이 다 이완된 기분이야” “신체적으로 특별히 아픈 데는 없어”
    “당신과 어려운 상황에 빠지게 되도 난 침착함을 잃지 않아”
기저핵이 과도하게 활동할 때 하는 말
   “보나마나 일이 엉망이 될 거야”“왜 이유 없이 불안하지? 초조하지? 짜증이 나지?”
   “문제를 직면하고 싶지 않아 너무 두려워”“몸이 아파서 섹스를 별로 하고 싶지 않아”   
   “다른 사람에게 신경이 너무 많이 쓰여”
이런 이야기가 어쩜 당신에게는 황당한 이야기로 들릴 수도 있다. 남녀의 복잡 미묘한 감정의 소용돌이에 대해 어떻게 단순한 생화학적 반응이라는 비인간적인 해석을 붙이려 하는가? 하는 노여움과 가소로움을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당신이 찬성을 하건 반대를 하건 상관없이, 현대의 뇌과학은 우리의 감정과 행동의 비밀을 생화학적으로 규명하려는 노력을 진행하고 있다. 마음의 문을 열고 이것을 참고 할 것이냐 아니냐는 당신의 몫이다.
변연계와 기저핵을 안정시키는 행동처방
■두 사람이 함께 시간을 보낸다. 두 사람이 함께 하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그리고 그 시간이 즐거울수록 변연계의 활동이 안정화된다.
■파트너가 좋아하는 냄새를 지녀라. 변연계는 후각에 예민하다. 파트너가 좋아하는 향수를 사용하라. 좋은 냄새는 좋은 관계를 유발해낸다.
■긍정적인 기억을 늘려라. 변연계는 중요한 정서적인 기억들을 저장하는 곳이다. 그러므로 연애초기의 좋았던 기억을 더듬으면 그것과 연관된 좋은 감정이 되살아난다. 관계의 긍정적인 면에 초점을 맞추면 두 사람의 관계에 친밀감이 다시 살아날 수 있다.
■자주 신체적으로 접촉하라. 어루만지고 쓰다듬고 하는 것을 별 것 아닌 것으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 성적인 접촉은 물론이고 비성적인 접촉도 친밀감을 유발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 신체적 접촉은 변연계를 진정시킴으로서 기분을 안정시킨다.
■자동적으로 일어나는 부정적인 사고를 차단하라. 자신도 모르게 자동적으로 일어나는 부정적인 생각은 변연계를 불안정하게 만들어 결국 관계를 부정적으로 만든다. 의식적으로라도 긍정적인 생각을 많이 하여 변연계를 안정시켜야한다
■미래의 결과를 미리 나쁘게 예언하는 습관을 버려라. 자꾸 관계를 비관적으로 보기 시작하면 관계는 정말로 냉각되기 쉽다. 당신은 불안 때문에 일어나는 부정적인 생각을 전부 믿어서는 안 된다. 이런 최악의 미래를 생각하는 습관과 싸워야 한다. 그리고 가급적으로 현재의 관계를 있는 그대로 보려 해야 한다.
■최상의 결과를 예측하라. 긍정적인 점에 초점을 맞추어 두 사람의 미래를 그려보아야 한다. 
■심호흡을 하고 명상을 하라. 불안하고 긴장된 상태에서는 상대방에게 부드럽게 이야기하기가 쉽지 않다. 좀 더 자신을 이완시키고 난 뒤에 이야기하는 것이 갈등을 원만하게 풀어갈 수 있게 해준다. 
P.S ; 오랜 기간 유지되는 남녀의 사랑이 생화학반응에 영향을 더 받나? 아니면 심리적인 영향을 더 많이 받나? 하는 질문에 대한 내 추측은 51대 49이다. 물론 내 아내는 반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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