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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근담 검소함이 지나치면 인색해지고 겸양이 지나치면 비굴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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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파슬리 댓글 0건 조회 1,925회 작성일 11-11-08 2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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儉 美德也 過則爲?吝 爲鄙嗇
검 미덕야 과즉위간인 위비색
反傷雅道 讓 懿行也
반상아도 양 의행야
過則爲足恭) 爲曲謹 多出機心
과즉위족공 위곡근 다출기심
 
검소함은 아름다운 미덕이지만, 지나치면 인색해지고 비루해져서 도리어 고아한 길을 훼손한다. 겸양은 아름다운 행실이지만, 지나치면 굽실거리고 비굴해져서 마음이 자연스럽지 못하고 의도적이 된다.

지나치게 인위적인 기교를 부리면 타고난 자연의 품성을 해치고, 그렇게 되면 도와는 점점 더 멀어진다, 장자는 「천지편」에서 한 노인의 말을 빌어 이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자공(子貢)이 남쪽의 초나라로 유람을 갔다가 진나라로 돌아오는 길에 한수(漢水) 북쪽을 지나다가 한 노인이 한창 밭을 갈고 있는 광경을 보았다. 그 노인은 도랑을 판 후에 우물에서 물을 길어다 채소밭에 주고 있었다. 숨을 헐떡거리면서 매우 힘들어했지만 일은 별로 진척되지 않았다. 자공이 노인에게 말했다.
“만일 기계가 있다면 하루에 백 이랑이라도 물을 댈 수 있고, 별로 힘을 들이지 않고서도 일이 빨리 진척될 것입니다. 노인장께선 그렇게 하고 싶지 않습니까?”
채소밭에 물을 주던 노인이 고개를 쳐들면서 자공에게 물었다.
“그건 어떻게 만드는 것인가?”
자공이 대답했다.
“그건 나무를 파서 만드는 기계로, 뒷부분은 무겁고 앞부분은 가볍게 함으로써 물을 끌어올려 내보냅니다. 물이 넘칠 듯이 빠르게 흘러가는 그 기계를 용두레라고 합니다”
물을 주던 노인은 일순 화난 표정을 짓다가 이내 웃으면서 말했다.
“나는 스승님에게 이렇게 들었소. 기계란 것을 쓰면 반드시 기교를 필요로 하는 일이 있게 되고, 기교를 필요로 하는 일이 있게 되면 반드시 기교를 쓰는 마음이 있게 되며, 기교를 쓰는 마음이 가슴속에 있게 되면 마음이 순결하지 못하게 되고, 마음이 순결하지 못하면 정신의 활동이 안정되지 못하며, 정신의 활동이 안정되지 못하면 도를 담을 수 없다고 말이오. 나는 그 기계를 모르는 것이 아니라 부끄러워서 쓰지 않는 것이오”
자공은 부끄러움으로 얼굴이 붉어졌으며 고개를 숙인 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물을 주던 노인이 그에게 다시 물었다.
“그대는 어떤 사람인가?”
“저는 공구(孔丘, 공자)의 제자입니다”
“그대가 버로 많이 배웠다고 성인 흉내를 내고, 허황된 말로 대중을 혼란스럽게 하며, 홀로 거문고를 타고 애달픈 노래나 부르면서 천하에 명성을 팔려고 하는 자로구먼. 그대가 자신의 신기(神氣, 정신의 기운)를 잊고 육체마저 떨쳐버린다면 아마 도에 가까워질 것이네. 그러나 그대는 지금 자신조차 다스리지 못하면서 어찌 천하를 다스릴 겨를이 있단 말인가? 그만 물러가게나”
자공의 참담한 마음은 30리를 간 뒤에야 비로소 진정되었다.
자공의 제자들이 그에게 물었다.
“아까 그분은 어떤 사람입니까? 어째서 그분을 뵌 뒤로 안색이 창백해진 채 하루 종일 어쩔 줄을 모르시는 것입니까?”
자공이 대답했다.
“나는 천하에 스승은 오직 우리 스승님(즉 공자) 한 분밖에 없다고 여겨서, 저런 분이 있다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나는 스승님에게서 ‘일은 올바른 것을 찾고 공(功)은 성취하길 구해서, 힘을 덜 들이고도 공적이 많은 것이 성인의 도’라고 배웠다. 그런데 지금 저분은 그렇지 않구나. 도를 지닌 사람은 덕이 온전하고, 덕이 온전한 사람은 형체가 온전하며, 형체가 온전한 사람은 정신이 온전하니, 정신이 온전한 것이 성인의 도다. 성인은 사람을 자연에 의탁하고 있어 백성들과 함께 살아가면서도 어디로 가는지 알지 못하며, 그저 무심히 순박한 삶을 영위하고 있다. 그래서 공리적이거나 기교적인 마음 따위는 완전히 잊고 있으니, 그런 분은 뜻이 내키지 않으면 어디도 가지 않고 마음에 맞지 않으면 어떤 일도 하지 않는다. 비록 온 세상 사람들이 다 그를 칭찬하면서 그의 말을 따른다 해도 초연히 돌아보지 않으며, 비록 세상 사람들이 그를 비난하면서 그의 말을 어기더라도 구애받지 않고 태연하다. 온 천하가 비난을 하건 칭송을 하건 어떤 이익도 손해도 없으니, 이런 사람을 덕이 온전한 사람이라고 부른다. 그에 비하면 나는 바람에 출렁이는 물결 같은 존재에 불과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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