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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금 내 나이가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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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뽕킴 댓글 0건 조회 1,631회 작성일 10-08-17 2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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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의 거장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지칠줄 모르는 집념의 소유자다. 연기경력만도 반세기를 훌쩍 넘긴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60년대에는 ‘황야의 무법자(1964)’등 마카로니 웨스턴 영화의 상징으로, 70년대에는 ‘더티해리’시리즈로 과묵하지만 강한 남성의 아이콘이 된 배우다. 54년간 배우로 활동하면서 최근 37년 동안은 감독을 겸했다. 그의 걸작 ‘용서받지 못한 자(1992년)’는 아카데미 9개 부문 후보에 올랐고 4개 부문(작품상 감독상 남우조연상 편집상)을 수상한 바 있다.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80세의 나이에 직접 감독과 주연, 제작까지 맡아 2008년말 내놓은 ‘그랜 토리노’는 할리우드식 화려한 영상을 기대한 관객이라면 관람 도중 잠이 들 정도로 ‘따분한’ 영화다. 영화는 6.25 전쟁 참전 경험이 있는 고집불통 노인이 옆집에 사는 몽족(태국과 미얀마 일부지역에 사는 소수민족) 출신 소년을 곤경에서 구하면서 점차 마음을 열고 변해가는 모습을 그린 작품으로 할리우드 주류에선 한참 벗어났다. 이 영화는 한국에서 히트친 ‘워낭소리’와 놀랍도록 닮았다. 저예산 영화로 만들었으나 작품성이 뛰어나고, 유행을 따르지 않는 감독의 뚝심이 있었다. 영화 속에서 주인공과 교감하는 매개체가 ‘워낭소리’에서 소였다면, ‘그랜 토리노’에서는 72년형 포드 자동차다. 우연의 일치이지만 ‘워낭소리’에 나오는 할아버지와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동갑내기다.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아마 ‘은퇴’란 단어를 모르는 듯하다. 죽는 날까지 ‘오늘’을 위해 열심히 살 뿐이라는 게 그의 신념이다. 그는 인생에서나 영화에서나 3가지 원칙이 있다고 말한다. 바로 ‘머물러 있지 않고, 고정된 원칙을 파괴하며, 유행을 따르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무리 삶이 어려워도 자신의 운명은 개척할 수 있다.’ ‘멈추지 않는다면 계속 새로운 길을 배울 수 있다.’는 신조대로 그는 인생을 살아왔고, 영화를 만들어왔다. 그에게 나이는 아무런 벽이 아니다. 그는 “어머니께서 삶을 더 이상 즐길 수 없을 때가 삶을 마감할 때라는 말씀을 해주셨다”며 “후회도 하지 않는다. 영화나 인생이나 뒤를 돌아보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고 말했다.


 사람은 누구나 늙는다. 늙는다는 데서 자유로운 사람은 어디에도 없다. 하지만 젊음에 대한 욕망이 과도해지면서 ‘노화’는 우리가 기를 쓰고 타도해야 하는 대상이 됐다. 여기저기서 안티에이징(Anti-aging)과 다운에이징(Down-aging)을 외치며 노화에서 벗어나려고 안간힘이다. 하지만 어떻게 하면 슬기롭게 노년의 생활을 엮어 갈 것인가에 대한 진지한 성찰은 찾아보기 어렵다.


 노인 인구가 530만 명을 넘어선 고령화 시대에 무조건적인 ‘노화거부’는 더 이상 대안이 될 수 없다. 어떻게 하면 잘 늙을 수 있을지, 어떻게 하면 후반인생을 멋지게 살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우리사회에서는 ‘잘 산다는 것(웰빙 Well-being)’이나 ‘잘 죽는다는 것(웰다잉 Well-dying)’에 대해서는 자주 얘기하면서도, 정작 그 중간 과정은 ‘안티에이징’으로 채워버리는 경향이 있다. 이제 ‘웰에이징(Well-aging)’, 즉 ‘참늙기’를 생각해야 한다.


 한국인은 유독 노화를 죄스럽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100세 노인들에게 ‘앞으로 얼마나 더 살고 싶으세요?’라고 물어보면 나오는 답이 다 비슷하다. ‘당장이라도 죽고 싶다. 하느님이 데려가면 좋겠는데, 안 데려가시네.’ 이런 식이다. 하지만 외국의 장수노인들은 그렇지 않다. 본인의 나이를 자랑스럽게 여기고 이를 공개적으로 내세운다.


 나이가 들면 자식들에게, 그리고 젊은 사람들에게 신세를 진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나이가 든다는 걸 남에게 폐를 끼치는 일이라고 스스로를 비하한다. 젊지 않으면 사람 구실 못하는 걸로 인식한다.


 ‘동안(童顔)열풍’도 한국처럼 유별난 나라가 없다. ‘바보상자’인 TV에서는 나이보다 어리게 보이는 출연자의 실제 나이를 알아맞히라는 프로그램이 인기리에 방영된다. 나이에 비해 가장 젊어 보이는 출연자는 우쭐대며 비결을 자랑스레 늘어놓는다. 주름살을 제거하는 성형수술이나 보톡스 주사가 한국처럼 성행하는 나라가 없다. 노후의 삶에 대한 진지한 고민보다는 늙지 않으려고 발버둥치는 꼴이다.


 노화는 자연스런 생명현상의 하나다. 생명과학에서 생명은 ‘외부 자극에 대한 생체의 반응’으로 본다. 이 반응은 크게 대사반응(먹고 움직이는 것)과 스트레스 반응(외부 스트레스에 대한 변화), 증식반응 등으로 나뉘는데, 노화도 결국 같은 맥락이다. 시간이 흐르고 외부환경에 더 오래 노출되면서 우리 신체가 주름살과 흰 머리 같은 노화현상으로 반응하는 것이다. 노화는 결국 ‘환경에 대한 적응’, ‘자극에 대한 반응’으로 볼 수 있다. 노화를 부끄러워할 일이 아니다. 자극에 대한 자연스러운 반응을 거부하면 신체의 역반응만 일어날 뿐이다. 더 많이 움직이면서 삶을 적극적으로 즐겨야 한다.


 한국인의 기대수명이 80세를 넘어섰다. 국가 경제력도 선진국 반열에 진입했고 저출산 열풍으로 자녀 양육 부담도 작아졌으니 이제는 길어진 수명을 즐길 만하다. 그러나 한국인의 삶은 여전히 고단하다. 대부분 무엇엔가 쫓기는 삶을 살고 있다. 20대에 제 갈 길을 찾지 못하면 큰 일이라도 날 것처럼, 30대에 제 궤도를 달리지 못하면 인생 낙오자로 여기는 경향이 있다. 40대, 50대에는 “내 나이에 뭘!” 이런 식이다. 앞만 보고 달리는 ‘경주마 인생’이다. 고정관념에 빠져 나이의 노예로 살아가는 것 같다.


 1940년 생으로 70대인 황안나 할머니는 청바지가 잘 어울리는 인기 블로그 운영자다. 쉰 살에 운전면허를 따겠다고 했을 때에도, 50 중반에 컴퓨터를 배우겠다고 했을 때에도, 60이 넘어 암벽등반을 하고 국토종단을 했을 때에도 주변에선 다들 “그 나이에 왠...” “좀 더 젊었어도” 이런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안나 할머니는 ‘지금이 가장 적기’라고 대답한다. “지금이 아니면, 오늘이 아니면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언제 할 수 있단 말이냐”고 되묻는다.

 40년 가까운 교직 생활을 하느라, 그리고 빚더미 아래 허덕이느라 자유롭지 못했던 젊은 시절을 보냈다. 그녀는 말한다. “나를 얽매게 하는 게 없고, 거칠 게 없는 나이, 어딜 가서 혼자 머물러도 좋은 나이, 아무 옷이나 편하게 걸쳐도 좋은 나이, 아무도 경계하지 않는 나이, 그래서 더 없이 편한 나이...내 나이가 나를 얼마나 자유롭고 행복하게 하는지! 나는 지금 내 나이가 참 좋다”고 말한다.


 멋진 노후를 위해서는 3가지가 건강해야 한다. 첫째는 육체 건강관리다. 『Younger Next Year』라는 책에서 헨리박사는 생물학적으론 나이가 들면 성장이나 퇴화는 있을지 몰라도 은퇴나 노화란 없다고 단언했다. 그는 젊게 살려면 일주일에 4일 정도를 땀이 나도록 운동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운동을 하면, 땀과 함께 수백 개의 화학신호가 몸 구석구석에 보내지면서, 고장난 곳을 스스로 찾아내어 치료하고, 퇴화를 가로 막아 성장을 촉진한다는 것이다. 한국인이 만약 평균수명까지 생존한다면 암에 걸릴 확률은 26% 정도라고 한다. 운동은 암 뿐만 아니라 모든 질병을 막아주는 파수꾼을 세우는 것과 같다.


 둘째는 정신 건강관리다. 노후생활을 준비할 때 재정이나 건강은 나름대로 계획을 세우지만 정신건강은 뒷전으로 밀려나기 쉽다. 하지만 건강하고 의미 있는 인생을 위해선 정신건강을 우선해야 한다. 한국인의 사망원인 중 4위는 어이없게도 자살이다. 장수와 건강한 삶의 최대복병인 치매로 고통을 겪는 노인들도 갈수록 늘고 있다. 정신건강이란 한마디로 적극적인 삶의 자세를 계속 늦추지 않는 것이다. 즐겁게 사는데도 준비가 필요하고, 노력이 요구된다.

 세 번째는 이웃과의 관계 건강이다. 신은 인간의 행복을 혼자서는 누릴 수 없도록 만들었다. 행복은 이웃이 있는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다. 노인들 중엔 독불장군처럼 사는 사람이 많다. 사람은 나이가 들수록 주위사람들을 칭찬해주고, 이웃으로부터 꼭 필요한 사람으로 살아야만 노년이 아름답다.


 나이가 들면 모든 것을 초월한 것 같아도 가슴 속 한가운데 외로움이 커지기 마련이다. 단명한 사람과 장수하는 사람의 가장 큰 차이는 ‘친구의 수’라고 한다. 친구가 적을수록 쉽게 병에 걸리고 일찍 죽는 경향이 있다. 반면 인생의 희노애락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친구가 많고, 그 친구들과 보내는 시간이 많을수록 더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다.

 김무곤 동국대 교수는 지금은 ‘우(友)테크’의 시대라고 말한다. 재테크에 쏟는 시간과 노력의 몇 분의 일만이라도 투자해 세상 끝까지 함께 할 친구들을 만들고, 확장하고, 엮고, 관리하는 일에 정성을 쏟으라는 얘기다. ‘우테크’는 단순히 친구 몇 명을 더 만드는 것이 아니라 행복의 공동체를 만드는 기술이다. 김 교수는 우연히 마주친 친구와 ‘언제 한 번 만나자’는 말로 돌아설 것이 아니라 그 자리에서 점심 약속을 잡거나 다음날 먼저 연락하라고 조언한다. 모임에서는 기꺼이 총무를 맡아 궂은일을 기꺼이 하고, 남녀노소를 가리지 말고 적극적으로 친구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한다. 자신만의 매력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물론 ‘우테크’의 1순위 대상은 배우자다. 가장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는 집안에 원수가 산다면 그건 가정이 아니라 지옥이다. 부부가 함께 할 수 있는 공동의 관심사나 취미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어떤 이는 행복한 노후의 3대 조건으로 건강과 돈 그리고 봉사를 꼽았다. 봉사하는 삶이란 나이 티 내지 않고 다른 사람을 섬기는 자세를 말한다. 봉사의 최대 수혜자는 이웃이 아니라 바로 자신이다. 섬김을 통해 이웃의 아픔을 함께 나누므로 그들과 하나 됨을 느끼며 자신을 되돌아볼 여유를 갖기 때문이다.


 돈 만으로는 인생이 행복할 수 없다는 것을 하루라도 빨리 깨달아야 노년의 삶이 풍요로워 진다. 건강과 함께 무언가 몰입할 수 있는 일거리와 이웃이 있어야만, 목표가 생기고 하루하루가 새로워지는 법이다. 그 목표란 다른 것이 아니다. 이웃에게 베풀고, 이웃과 더불어 따뜻한 정을 나누며 사는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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