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의 문턱을 넘어서고 나면 세월은 속절없이 흐른다. 흐르는 강물과 같은 세월은 이것저것 다 할 수 없으며, 자신에게 남겨진 시간이 유한함을 분명히 가르쳐준다. 그래서 나에게 버킷리스트는 꼭 하고 싶은 일로 채워지기도 하지만 동시에 하지 말아야 할 일들도 포함한다.첫째, 우선은 미혹(迷惑)함에 흔들리거나 덧없는 것들에 시간을 낭비하지 않기를 소망한다. 사람은 살아가면서 자신을 점점 더 깊이 알아가지만 그동안의 도전과 경험을 통해서 대략적으로 내가 어떤 사람인지,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을 잘하는지, 그리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 등을 …
작성자PALM
작성일 12-07-24 2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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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버킷리스트를 ‘죽을 때까지’ 해야 할 것들이라고 정의하고 싶다. ‘죽기 전에’는 구체적인 계획과, 현재의 나의 삶과의 연속성이 결여된 뉘앙스를 풍기기 때문이다. 그렇게 원한다면 ‘죽기 전’까지 기다리지 말고 현재의 나의 삶에 적극적으로 편입시켜야 하고, 그렇게 하기 위한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계획과 실천이 필요하다. 또한 내가 왜 무엇을 그렇게 간절히 원하는지에 대한 이해도 필요하다. 그 이유가 이해되고 해결되면 그 무엇은 별로 필요하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나의 능력과 현실을 확장시켜야 하지…
작성자PALM
작성일 12-07-24 2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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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작년 가을부터 500원짜리 동전을 모으고 있다. 1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의 돼지저금통에는 동전이 제법 그득하다. 그 동전에 새겨진 학을 내년 12월까지 1000마리를 목표로 사냥하고 있는 것이다. 밤마다 내 돼지저금통 속에는 희망찬 학의 하얀 날갯짓이 가득 찬다.내가 하던 사업이 10여 년 전부터 곤두박질치더니 급기야 모든 것을 잃고 더군다나 혹 같은 부채를 떠안고 내 삶의 터전을 떠나야만 했었다. 결국 가족을 떠나 이곳저곳 기웃대다 건설 현장의 노무자로 몇 년을 견뎠다. 그러다가 작년 초에 면책 판결을 받고 여름부터 경기도의…
작성자PALM
작성일 12-07-24 2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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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간 먼 나라에 다녀왔더니 그동안 여독이 많이 쌓여서인가 계속 잠이 쏟아진다. ‘잠자는 이들과 죽은 이들이 어쩌면 그렇게 서로 같은지! 죽음은 그 날짜가 알려지지 않았도다!’ 길가메시 서사시의 한 구절도 떠올리면서, 영영 깨어나지 못하고 긴 잠을 자는 것이 곧 죽음임을 생각한다.그래서 매일 잠에서 깨어나는 순간마다 죽지 않고 살아있음을 새롭게 경탄하곤 한다. ‘내가 사랑하는 한 사람의 죽음을/아직 다 슬퍼하기도 전에/또 한 사람의 죽음이 슬픔 위에 포개져/나는 할 말을 잃네/나는 이제 울 수도 없네/갈수록 쌓여가는 슬픔을/어쩌지 …
작성자PALM
작성일 12-07-24 2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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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1975년부터 10년 가까이 독일에 머물렀다. 지금은 달라져서 등록금을 받는 주(州)도 있지만 그때만 해도 극히 일부를 제외한 모든 학교는 국립이어서 등록금을 한 푼도 내지 않고 9년 넘게 고등교육을 독일에서 공짜로 받았다. 학비가 무료인 이유는 교육만큼은 돈을 받고 시켜서는 안 된다는 유럽인들의 사고 때문이다. 모든 교육비용은 국비로 충당되는데 대학생 한 명당 매년 수백만 원의 독일 국민이 낸 세금이 투입된다.또 독일 유학 시절 종교기관에서 주는 장학금도 받았는데 학비가 없는 만큼 독일의 장학금이란 당연히 ‘생활비’였다. 그…
작성자PALM
작성일 12-07-24 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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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은 느긋하지 않으나 여생이란 느긋해야 할 터. 나는 아직껏 느긋할 줄 모른다. 처서(處暑) 뒤이므로 아침저녁 옷깃 언저리가 서늘하다. 한낮의 빨래들도 따가운 햇살을 받아 아이들처럼 좋아라 하며 건들바람 한 자락에도 앞장서서 펄럭인다. 올여름은 폭우의 여름이었다. 이런 폭우의 연속에는 꾀꼬리는커녕 뻐꾸기와 매미의 집요한 울음소리도 거의 꼼짝달싹 못하고 입을 다물었다. 인명도 축나고 축대도 무너지고 농사도 거덜 났다. 막일꾼들도 일할 곳이 없어 굶주렸다. 나의 서재에서도 쌓아둔 책들이 습기에 부풀어 몇 차례 허물어졌다. ‘세계 도처에…
작성자PALM
작성일 12-07-24 2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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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킷리스트’를 작성하는 것은 블랙 유머의 성격을 강하게 띠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반 고흐가 죽기 얼마 전에 비극적인 무드로 그린 ‘밀밭 위의 까마귀’에서와 같이 만년에 생의 목표를 재점검한다는 뜻에서 의미 있는 일이다. 이 유명한 화폭에는 가을이 되어 생명체가 서서히 불타버리는 풍경을 암시하는 노란 밀밭이 죽음의 세계를 상징하는 검푸른 하늘과 대조를 이루며 맞닿아 있고, 거칠고 단순한 붓놀림은 삶과 죽음이 치열하게 대결하고 있음을 나타내고 있다. 또 시간의 지속성을 밝혔던 베르그송이 지적한 것처럼 과거는 없는 것이 아니라 현재 가…
작성자PALM
작성일 12-07-24 2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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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 보니 난 꿈을 꾼 적이 없다. 부끄러운 일이지만 어렸을 때도 그랬다. 충청도 산골 소년이던 나는 어른들이 “순응이는 커서 뭐가 되고 싶은 겨?”라고 물으면 “몰러유”라고 대답했다. 들로 산으로 쏘다니는 것이 좋았지, 앞으로 뭐가 될 것인가에는 관심이 없었다. 중고교를 다닐 때도 꿈이 없었다. 대통령이나 대장, 의사, 판사는 내 꿈이 아니었다. 고3 때도 공부를 하는 척만 했다. 음악에 미쳐 음악회를 찾아다니고, 음악 감상실에서 살고, 성악을 배우러 다녔다. 어찌어찌 해서 은행원이 되고 나서도 내 꿈은 은행장이 아니었다. 돌이…
작성자PALM
작성일 12-07-24 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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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여름이 되면 나는 집을 떠나 강원도에서 글을 쓰며 지낸다. 집필 공간은 일정하지 않아서 사찰일 때도 있고 원주 토지문화관일 때도 있다. 올해는 모 대학 기숙사에서 생활하며 도서관에서 작업을 하고 있다. 서울 집에는 주말에 들렀다가 일요일 오후에 다시 강원도로 돌아온다. 이런 패턴의 여름나기를 10년 이상 지속해 오고 있다.나는 성격이 단순해서 무언가를 결정할 때는 신중한 편이지만 결정한 이후에는 단호한 척 뒤를 돌아보지 않는다. 이런 단순함을 나는 스스로 대견스럽게 생각하며 살아왔다. 한 곳만을 응시하는 자의 모습을 사람들에…
작성자PALM
작성일 12-07-24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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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비명이란 묘비에 새긴 명문(銘文)이나 시문(詩文)을 말한다. 생전에 고인이 추구했던 인생철학을 묘비에 새겨 추모하는 글이다. 비유하자면 묘비명은 산 자들이 죽은 자에게 주는 인생성적표다. 아름다운 삶을 살다 간 사람들은 높은 점수를 받게 되는 반면 소중한 삶을 낭비하고 간 사람들은 공개하기조차 부끄러운 점수를 받게 된다. 조선시대 시인 백호 임제는 상위권 점수를 받은 인생 모범생 중의 한 사람이다. 그의 묘비명에는 ‘맑은 이름이 세상을 술렁이게 할 만하다”라는 글귀가 새겨져 있다. 임제는 조선 최고의 글쟁이, 애국자였으며 기생 황…
작성자PALM
작성일 12-07-24 2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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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생활 시시콜콜 개입해 파경… 시어머니도 위자료 줘라
해외 선교활동을 하다 친해진 회계법인 직원 A 씨(30)와 교사 B 씨(31·여)는 지난해 4월 결혼했다. 신혼살림은 시누이와 함께 살던 남편 집에 차렸다. 혼인 신고는 하지 않았다.
신혼의 단꿈…
작성자세이지
작성일 11-08-11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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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을 누가 가장 학대할까.
노인을 가장 학대하는 가해자는 아니러니하게도 아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충북북부노인보호전문기관이 올들어 지난 8월까지 접수된 45건의 노인학대 사례 건수를 조사한 결과 이같이 밝혀졌다.
조사결과 노인학대행위자(중복조사)로 아들이 24명으로 가장 많았고,&nb…
작성자세이지
작성일 11-08-11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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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일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몇살로 돌아가고 싶은가? 20대? 10대? 한 성당에서 신부님이 미사에 오신 70~80대 할머니 성도들에게 물었다고 한다. 몇살로 돌아가고 싶냐고. 언뜻 생각하면 꽃다운 10대나 20대로 돌아가고 싶다는 대답이 가장 많을 것 같지만 실제 결과는 완전히 달랐다.
많은 성도들이 50대를 꼽더란다. 10~20대는 공부하느라 너무 힘들고 30~40대는 자녀 기르느라 너무 힘들었지만 50대야 말로 황금기였다는 것이다. 아이들도 다 길러서 시간적 여유가 있는 데다 그동안 세상풍파를 다 겪었기 때문에 무서울 것도…
작성자뽕킴
작성일 11-04-30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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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숙의 최근작 <엄마를 부탁해>에 흥미로운 모티브가 나온다. 어머니 아버지가 함께 외출했다가 아버지가 먼저 전철에 오르고, 그 사이 전철 문이 닫히는 바람에 뒤에 남겨진 어머니를 잃어버린다는 설정이 그것이다.
오래전의 삽화가 떠오른다.
살아생전 나들이할 때, 아버지는 보통 다듬질이 잘된 바지저고리와 두루마기를 떨쳐입고 중절모까지 쓴 채 단장을 턱턱 소리 나게 짚으면서 앞장서 걷는다. 그에 비해 남편의 외출복을 손질하느라 잠을 설친 어머니는 치마를 깡똥하게 올려 묶고 보퉁이까지 이고서 종종걸음으로 아버지를 뒤쫓는다…
작성자뽕킴
작성일 11-04-28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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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은 60초, 하루는 24시간. 언제나 누구에게나 시간은 똑같이 주어진다. 시계와 달력으로 시간을 재단하고 관리하지만 때로 시간은 순식간에 날아가 버리기도 하고, 때론 영원할 것처럼 늘어진다. 가장 정확하고 객관적일 것 같은 시간은 사실 추상적이고 주관적이다. 인위적이기도 하다. 물리학 법칙을 벗어난 시간의 신비로움은 나이를 먹으면서 새로운 법칙을 추가한다. 사람들이 나이가 들수록 시간이 빨리 흐른다고 느끼는 것이다. 왜 나이가 들수록 시간은 빨리 흐르는 걸까. 10대엔 시속 10㎞, 20대엔 시속 20㎞로 흘렀던 시간이 50대에…
작성자뽕킴
작성일 11-04-28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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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인생 풍경’을 그리는 박정희 할머니(85세)는 예순의 나이에 수채화가로 화단에 데뷔해 인천 화평동에 ‘평안 수채화의 집’을 운영하면서 그림을 가르쳤다. 30년 넘게 운영한 화실에는 붕어빵 만드는 아주머니, 공장 노동자, 평범한 주부, 학생 등 적잖은 사람들이 거쳐 갔다. 지위 고하, 재산 유무에 상관없이 화실에서는 모두 평등한 동호인이었다. “죽음이 얼마나 준엄한 순간인데, 그런 순간에 간호사 부르고 의사 부르고 해야 하는가.” 날이 갈수록 사그라져가는 자신의 육체에 대한 안타까움도 그의 마음에 자리하지는 않는 듯했다. …
작성자harvard
작성일 11-03-19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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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의 마지막 성공은 좋은 죽음이다
“어쩌면 죽음이라는 건, 뜨거운 태양을 너무 오래 바라보다가 마침내 서늘하고 어두운 방 안에 들어섰을 때 느끼는 안도감 같은 것이 아닐까요?” 자신의 죽음을 미리 준비하고 담담하게 받아들인 암 환자의 글이다. 스스로의 죽음을 생각해 본 적 없다 해도 사랑하는 이의 죽음 앞에서 어깨울음을 한 적 있는 사람은 이 글 앞에서 쉽게 고개를 주억거리지 못할 것이다. 죽음은 사랑하는 것을 한마디 동의 없이 앗아 가는, 세상에서 가장 악랄한 도적이며, 세상과 맺은 관계를 강제로 끊어버리는 …
작성자harvard
작성일 11-03-19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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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사람을 어떻게 떠나보낼까
“아들을 잃자 따라 죽고 싶었다. 아파트에 사니까 베란다에서 뛰어내리기만 해도 실패 없이 죽을 수가 있다. 그러나 무서워서 못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생명에 대한 애착이 손톱만큼도 없는 게 확실하건만 스스로 목숨을 끊는 방법 중 무섭지 않은 건 하나도 없었으니, 죽는 게 무섭다는 것하고 생명에 대한 애착하고는 어떻게 다른지 아직도 잘 모르겠다. 스스로 목숨을 끊을 만큼 모질지 못하다는 걸 깨달은 다음에 내가 절실하게 바란 건 슬픔을 참지 못해 서서히 저절로 죽어가는 거였다. (중략) 아…
작성자harvard
작성일 11-03-19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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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 힘들지, 나도 아파 아프다. 사랑하는 사람이 고통스러워하기에, 남편은 아프다. 경제적 어려움, 출산과 양육, 질병, 아이들의 말썽 등으로도 아내가 괴롭기는 하겠지만, 시어머니로 인한 고통에 비할 바가 아니라는 것을 안다. 남편도 마찬가지이다. 아내의 고통에 반응하는 남편의 감정은 다른 어떤 경우보다 그 상처가 깊다. 시어머니와의 갈등에서 발생한 고통은 남편에 대한 반감으로 표시된다. 분노가 폭발한다. 분노는 사람을 병들게 한다. 당사자뿐만 아니고 사랑하는 사람들을 병들게 한다. 남편과 자식에게 해결 안 될 분노를 퍼붓는다. 분…
작성자harvard
작성일 11-03-19 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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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오래 지속되는 관계, 모녀 친구들이나 선후배가 모여 아이 공부 이야기, 건강 이야기, 가족 이야기를 하다 보면 꼭 등장하는 주제가 있다. 바로 나를 낳아 길러주신 엄마, 친정어머니와 의사소통이 어렵다는 하소연이다. “우리 엄마는 젊어서 그렇게 총기가 있으셨는데, 요샌 영 못 알아들으셔. 처음엔 쉽게 말하려고 노력도 했는데, 이제는 포기 상태야. 딱하면서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 “왜 나하고 엄마는 만나기만 하면 싸울까? 머릿속으로 생각하면 우리 엄마 참 좋은 분이거든. 그런데 만나서 몇 마디 하다 보면 꼭 기분 상해서 …
작성자harvard
작성일 11-03-19 1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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