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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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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장미 댓글 0건 조회 665회 작성일 15-06-08 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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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처럼 생활 주변 이야기를 소재로 책을 많이 쓰는 국민도 없는 것 같다. 일상 생활 속에서 겪은 작은 경험을 토대로 다양한 분야의 책을 써낸다. 서점에 가보면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꼼꼼히 기록해 남기려는 그들의 열정이 느껴진다. 독서강국 일본의 저력은 수많은 저서로부터 출발하는지 모른다.

 『배우고 익히면 즐겁지 아니한가-57세 사토씨의 공부 편력기』를 읽으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이 57세면 대략 사회에서 은퇴하는 시기와 맞물린다. 그런데도 주인공 사토씨는 다시 대학에 들어가 경제학 학사와 MBA를 취득한다. 이어 60대에는 의학 이학 농학 등 세 분야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고, 사진학과에 입학해 사진에 관한 기술도 본격적으로 공부하기 시작했다. 그의 인생이 활짝 피어나기 시작한 시점은 70대에 들어서다. 수많은 책을 냈고, 강연을 하기 위해 전국을 누비며 바야흐로 인생의 황금기를 구가한다. 바다가 보이는 곳에 집을 짓고, 도쿄 집과 홋카이도 별장을 오가며 인생을 즐기는 그는 80세가 되면 영국 런던으로 유학을 떠날 계획을 짜고 있다.


 주인공이 이처럼 노후에 새롭게 공부를 시작한 명분도 설득력이 있다. 우선 인간의 수명이 연장되면서 인생의 정점이 50대가 아니라 70대로 높아졌다는 해석이다. 따라서 70대 전성기를 위해 생애의 무기를 새롭게 다듬을 필요가 있다. 다음으로 나이가 들면 두뇌활동이 저하된다는 기존의 의학상식이 허구라는, 몸의 노화와 달리 뇌는 사용하면 사용할수록 버전업된다는 연구결과가 속속 나오고 있음을 소개하기도 한다.


 나이가 들면 뇌세포가 감소함에도 불구하고, 왜 다시 공부를 시작한 사람은 언제까지나 젊고 생생한 뇌를 유지할 수 있는 걸까? 사토씨는 뇌세포가 네트워크를 만들 때 생성되는 결합조직인 ‘시냅스’는 사고활동을 할 때마다 새롭게 쑥쑥 자라나는 특징이 있다고 설명한다. 그 수는 뇌세포 한 개당 하루에 평균 3만 개에 달한다. 머리를 쓰면 쓸수록 그 수는 늘어나게 되며, 하루에 최고 10만 개의 시냅스가 발생할 수 있다고 한다. 뇌세포가 130억 개라는 것을 감안하면, 시냅스 수는 가히 천문학적이다. 사토씨는 50대 때 자신의 뇌와 75세인 집필 시점의 뇌를 비교해보면 50cc 오토바이와 고급 자동차인 페라리 정도의 차이가 날 것이라고 말한다.


 50대는 인간 두뇌의 갈림길이다. 50대에 ‘다시 공부해보자’라고 결의한 사람은 끊임없이 새로운 지식을 흡수하면서 미래의 황금기를 향해 진화하는 뇌를 만들어 간다. 반대로 ‘이제 와서 새로운 지식 따위가 무슨 필요가 있나?’라며 진화에 대한 욕구를 포기해버리면 ‘노화’의 스위치가 켜진다. 바로 그 순간부터 뇌세포는 감소하고, 해마도 거의 활약하지 않게 된다. 그렇게 되면 뇌는 정말이지 벽장 깊숙한 곳에 곤히 잠들어 있는 낡은 가전제품과도 같은 존재가 된다. 50대의 공부가 중요한 이유는 그야말로 인간의 뇌가 갈림길에 서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인간의 노화는 ‘나는 이제 나이를 먹을 만큼 먹었어’라든지 ‘이제 젊지 않아’라는 생각을 품는 순간부터 시작된다. 노화는 일종의 심리적 질병이다. 해가 지날수록 나이를 먹어가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노화’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 증거로 어떤 야생동물에게도 이 노화라는 현상이 나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들 수 있다. 인간이 늙는 것은 ‘나도 이제 늙었네’라는 믿음에서 발생하는 ‘심리적 병’에 다름 아니다.


 2050년에는 한국이 세계에서 가장 늙은 나라가 된다는 우울한 소식이다. 정신의학자 이시형 박사는 다가오는 고령화 충격을 이기는 유일한 방법은 ‘에이징 파워(Aging Power)를 살리는 것이라고 역설한다.


 통상적 정년인 55세부터 아직 건강하게 일할 수 있는 75세까지의 고령자가 ‘YO(Young Old)세대 즉, ‘新중년’이다. 이들은 충분히 젊고 건강하며 젊은이 못지않은 능력과 의욕을 갖고 있다. 세상을 보는 안목이 있고, 경제력도 갖추고 있다. 한국의 55~75세 인구는 줄잡아 620만명, 전체 인구의 14%나 된다.


 평생 현역시대다. 스포츠와 마찬가지로 진정한 승부는 인생 후반에 판가름 난다. 나이가 많다고 섣불리 포기하거나 낙담할 일이 아니다. 앤 모로 린드버그는 『바다의 선물』이라는 책에서 50회 생일날 바닷가에 앉아 인생을 사색하며 이렇게 읊조린다. “오늘부터 내 인생의 오후가 시작된다.”


 노화는 선택이다. 스스로 노력하기 나름이라는 뜻이다. 의학사전에는 ‘노인병’이라는 병명이 없다. 치매를 걱정하지만 75세까지 치매 발병률은 3.1%에 불과하다. 노력하면 노화증상의 70%를 생의 마지막 단계까지 예방할 수 있다. 또한 병이나 허약체질, 소위 노인병으로 일상생활을 영위할 수 없는 사람은 75세 이상 고령자 중 5% 미만이다. 따라서 95% 이상의 75세 고령자를 허약한 노인으로 취급해서는 안 된다. 의학적으로 보더라도 85세는 되어야 진짜 노인이라 할 수 있다.


 평균 수명 100세 시대에 나이로 인한 차별은 가당치 않다. 미국사회에는 정년제가 아예 없다. 미국에서는 나이에 대한 어떤 차별도 인정하지 않는다. 다만 딱 한 가지, 능력의 차별만 허용된다. 이것이 미국사회에 활력이 넘치게 하는 요인이다.


 “후배를 위해 용퇴한다”는 말은 경쟁사회에서 도태된 자의 푸념에 다름 아니다. 차라리 능력이 부족해 떠밀려 그만둔다고 말하는 것이 솔직한 표현이다. ‘젊은 피’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은 신중년층의 지혜다. 대공황이 발생했을 때 젊은 노동자들에게 일자리를 주기 위해 고령자의 일을 빼앗는 수단으로 고안된 것이 ‘정년퇴직’이라는 개념이다. 당시의 평균 수명은 60세 안팎이었다. 평균수명이 80세가 넘는 21세기에는 정년에 대한 생각이 바뀌어야 한다.


 예일대학교 베카 레비 박사팀은 놀라운 보고서를 발표했다. 고령자가 사회에서 부정적인 취급을 받거나 혹은 스스로 그렇게 생각한다면, 그것만으로도 건강을 해치고 끝내는 비극적인 결과를 초래한다는 것이다. 20년간 긴 추적조사 결과 “나이가 듦에 따라 당신은 사회에 쓸모가 있다고 생각하느냐?”라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한 사람이 “아니다”라고 답한 사람 보다 무려 7년 반이나 더 오래 살았다는 결과가 나왔다. 연구팀은 나이가 드는 것에 대한 스스로의 가치판단은 혈압 콜레스테롤 음주 담배 운동 등 그 어느 것 보다 수명에 더 강력한 영향을 끼친다고 결론짓고 있다. 자기 인생이 가치없는 공허한 것으로 생각된다면 정말 그런 결말이 온다는 것이다.


 70대의 나이에도 왕성한 활동을 벌이고 있는 이시형 박사는 “나 스스로 이렇게 오랫동안 건강하게 창의적으로 일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그랬다면 더욱 충실하게 준비했을 것이다”라고 말한다.


 고령화 사회는 오히려 축복이다. ‘에이징 파워’란 나이가 들수록 더욱 강해지는 능력, 깊어지는 원숙미가 충만한 한층 역동적인 개념이다. 다가오는 고령화 충격을 이기기 위해서는 나이 듦의 희망을 부활시켜야 한다. 해가 지면 달과 별이 밤하늘을 장식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발랄한’ 노인이 한국의 희망이다.


 늙어간다는 우울한 기분에 갇혀있지 말고 햇빛 속으로 걸어 나오라. 찬란한 인생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 목말랐던 공부와 하고 싶었던 일을 하고 모아둔 돈으로 여유를 즐기며, 그야말로 인생의 황금기를 누려야 한다.


 『100세 건강』을 쓴 존 로빈스는 오랫동안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이런 일들을 권한다.


 “논밭을 뒹굴어라, 빗속을 달려라. 달밤에 춤을 추고, 맨발로 잔디를 밟고, 스케이트와 댄스를 배워라. 친구와 함께 별을 보라. 낙조를, 그리고 해 뜨는 장엄한 아침을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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