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명문 노스웨스턴大 로스쿨이 정원 줄인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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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장미 댓글 0건 조회 1,146회 작성일 15-06-05 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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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자 감소·취업난 속 알찬 교육·명성 유지 위해
등록금 최저 인상ㆍ장학금 확대로 우수 학생도 확보
법과전문대학원(로스쿨) 졸업생은 쏟아지고 취업은 잘 안 되고….
우수한 학생에 질(質) 높은 교육으로 취직은 '떼어 놓은 당상'인 줄 알았는데 되레 학교 명예까지 까먹을 판이 됐다면 대학은 뭘 해야 할까?
미국변호사협회(ABA)는 로스쿨 졸업생이 졸업 9개월 안에 변호사로 취업에 성공할 확률을 55%로 잡고 있다.
졸업생 수는 지난 2006년 4만 2천673명에서 작년 4만 4천495명으로 4.1%(1천822명) 늘었다. 경제난 속에서도 변호사 수요보다 공급이 많으니 일자리가 부족한 것은 당연하다.
한국 로스쿨도 취직률이 50%(올해 1월 46.8%, 작년 40.9%)가 안 된다.
미국의 명문 노스웨스턴대학 로스쿨이 그 해답을 내놓았다.
"스스로 입학 정원을 줄이고 잠재력이 뛰어난 학생을 유치해 급여가 높은 곳에 취직시키자."
그래야 학교 명성도 유지되는 선순환이 계속될 수 있다는 것이다.
월스트리트 저널(WSJ)과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노스웨스턴대 로스쿨(NL)은 11일(현지 시각) 지원자 감소와 경기 침체로 인한 법률시장 구조조정(shakeout)에 대처하려고 올 가을 학기부터 입학 정원을 10%(20∼25명) 줄인다고 발표했다.
올해 신학기가 시작되는 오는 9월 로스쿨 입학 지원자 수는 지난 1월 현재 3만 명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20%, 2010년 동기 대비 38% 급감했다.
미국 로스쿨 입학위원회(LSAC)는 앞으로 추가 지원을 고려해도 최종 입학생 수는 3만 8천 명으로 1977년 이후 30년 만에 가장 낮을 것으로 전망했다.
지원자 감소는 로스쿨 학비가 연간 평균 4만여 달러(약 3천400만원, NL은 4만7천여 달러)로 너무 비싸 입학하자마자 큰 빚을 지게 되지만 졸업 후 고액 연봉의 직장에 취직할 가능성은 작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정원 축소는 미국에서 새로운 이야기가 아니다.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래 계속된 불황으로 조지워싱턴대 등 수십 개 로스쿨이 정원을 줄였다.
미국 최대 교육기관 카플란은 작년 여름 현재 전체 로스쿨 200개 가운데 51%가 신입생을 감원한 것으로 파악했다.
그러나 일리노이주(州) 시카고의 노스웨스턴대 로스쿨까지 정원 감축에 나섰다는 것은 최근 몇 년간 젊은 변호사에 대한 수요가 얼마나 떨어졌는지를 잘 보여준다.
또 변호사 직업이 다시는 경기 후퇴 이전의 호시절로 돌아가지 못하는 등 로스쿨 전망 역시 어둡다는 것을 시사한다.
미국 시사주간지 '유에스 뉴스 앤드 월드 리포트'의 2012년 로스쿨 평가에 따르면 1859년 설립된 NL은 12위로, 이른바 로스쿨 최상위를 뜻하는 'Top 14' 안에 드는 명문 중의 명문이다.
가수 이소은(30·여) 씨가 지난해 5월 NL을 졸업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로스쿨 순위는 1위 예일대를 이어 스탠퍼드대, 하버드대, 컬럼비아대, 시카고대 순이다.
그간 이들 상위 로스쿨은 졸업생 대부분을 보수가 높은 법무법인(로펌)에 취직하는 데 전혀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대니얼 로드리게스 NL 대학원장은 "로스쿨 지원자가 감소하고 법률시장의 고용이 나빠지면 적절한 학생 규모를 자세히 살피는 게 우리 책무"라고 말했다.
로드리게스 원장은 "우리 로스쿨도 자질이 떨어지는 학생을 받으면 정원까지 줄일 필요는 없지만 매우 높은 입학 수준을 유지하고 졸업생을 더 보수가 높은 직장에 보내려면 감원할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정원 축소가 평가 순위 하락을 막기 위한 방편이라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NL의 사례는 154년 전통과 위상에 걸맞은 우수 학생 자원을 확보하고 열심히 가르쳐 더 좋은 직장을 갖도록 하려는 고육책으로 풀이됐다.
NL은 이런 차원에서 등록금도 작년과 똑같은 3%만 올렸다. 3%는 40년 만의 최소 인상률이다.
반면 저소득층과 우수 학생에 대한 재정 지원은 늘릴 방침이다.
로드리게스 원장은 등록금 소폭 인상과 정원 감소 때문에 장학금 등 재정 재원을 확보하는 게 급선무라며 기존 예산 절감, 모금 운동 강화, 특별 수강생 모집 등 수입 증대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NL 외의 다른 최상위 로스쿨도 기존의 입학ㆍ취업과 관련된 기록(명성)을 지키고자 정원 축소에 동참할 것으로 예상했다.
NYT는 미국 로스쿨이 졸업생 취업률을 높이려고 학내에 `예비 로펌'을 만들어 학생에게는 실제 로펌 취업이나 개인변호사 사무실 개설에 필요한 편의를 주고, 학교 인근 주민에겐 저렴한 법률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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