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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역할 구분… 엄마 대신하려 하면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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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장미 댓글 0건 조회 1,075회 작성일 15-06-02 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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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쪽부터)정지연씨와 손자 민지원(5)·지호(7)군. /백이현 객원기자

손주 키우는 조부모 많아지는데…

실양육자는 부모, 양육 기준 상의 후 결정을

아이 잘 노는 게 중요… 옛 방식 고집 말아야

구청·학교서 열리는 교육 프로그램 도움

"친정어머니께 늘 죄송해요. 맘 같아선 좀 더 잘해드리고 싶은데 쉽지 않네요. 며칠 전에도 아이 들려주라고 영어 테이프를 사드렸는데 한 번도 틀어주시지 않아 싫은 소릴 했거든요. 어머닌 '세 살배기에게 웬 영어냐' 하시고 전 '지금 시작해도 이르지 않다' 하고…. 사소한 일로 자주 부딪히곤 해요."(김지영·34·서울 노원구)

요즘 미취학 자녀 둔 가정마다 '할머니'에 대한 의존이 커지는 추세다. 지난달 9일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12 보육 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만 2세 이하 자녀를 둔 맞벌이 가정의 절반은 조부모에게 자녀 양육을 맡기고 있다. 외벌이 가정의 경우도 네 집 중 한 집꼴로 조부모 도움을 받는 걸로 나타났다. 엄마 못지않은 정성과 열정으로 손자녀를 키우지만 종종 갈등도 빚어진다. 역할 구분을 어떻게 하는 게 바람직할까.

◇교육 프로그램 즐겨 보고 율동·노래 연습도

7·5세 외손자를 돌보는 정지연(61·경기 남양주)씨는 손자들이 다니는 유치원에서 이미 '유명 인사'다. 여느 엄마 못지않은 열정으로 손자들을 가르치는 덕분이다. 첫째 손자의 경우 세 살 때까지 육아일기도 썼다. 정씨의 교육은 무조건 '체험' 중심이다. "제일 중요한 건 손자들이 잘 노는 거예요. 어떤 날은 낙엽 더미에서 뒹굴게 하고 또 어떤 날은 집 근처 개천에서 물고기를 잡죠. '자연만큼 좋은 학습 도구는 없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정씨의 교육 방식은 종종 중학교 교사인 딸 김민정(35)씨를 놀라게 할 정도로 '고수'다. 김씨는 "하루는 퇴근하고 집에 오니 어머니와 두 아이가 콩과 쌀이 잔뜩 흩뿌려진 거실 바닥을 헤집으며 놀고 있더라"고 귀띔했다. 실제로 정씨는 평소 '손주 교육용 공부'를 게을리하지 않는다. "EBS '60분 부모' 같은 프로그램을 즐겨 봅니다. 유아용 영어 비디오를 보며 노래·율동 등을 연습해뒀다가 손자들이 유치원에서 돌아오면 활용하기도 하고요."

정씨는 두 손자를 돌보며 몇 가지 '원칙'을 정했다. 그중 으뜸은 '할머니' 역할과 '엄마' 역할을 분명히 구분한 것이다. 이에 따라 그는 딸 김씨가 퇴근하는 오후 6시 무렵엔 예외 없이 자신의 집으로 돌아간다. "퇴근 시간을 지키지 못할 땐 어머니께 미리 양해를 구합니다. 처음엔 제 사정을 헤아려주지 않는 어머니가 서운했어요. 하지만 이젠 어머니가 왜 그렇게까지 엄격하게 행동하시는지 알겠어요. 저녁 시간만이라도 제가 아이들을 돌봐야 애착 관계 형성에 도움 된다는 걸 알려 주신 거죠."(김민정)

◇충분한 협의 거쳐 '공통 양육 기준' 정해야

흔히 '조부모 손에 자란 아이는 버릇 없다'고들 한다. 조부모 특유의 '오냐오냐하는 교육'이 지닌 문제를 지적한 표현이다. 이때 중요한 건 (조)부모의 일관된 양육 태도다. 송지희 두드림가족상담센터장은 "손자녀 양육을 맡은 조부모는 반드시 (주된 양육자인) 자녀와의 상의를 거쳐 양육 기준을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요즘은 교육 소신이 분명한 조부모가 많아 딸(며느리)와 갈등을 빚곤 합니다. 손자녀 양육법을 두고 일종의 '기(氣) 싸움'을 벌이는 거죠. 하지만 이는 조부모 자신은 물론, 자녀·손자녀 모두에게 상처를 주는 행동이므로 주의해야 합니다."

손자녀 돌보는 조부모가 늘면서 최근 이들을 겨냥한 강좌도 속속 선보이고 있다. 오는 12일(수) '좋은 조부모 되기' 강좌를 여는 서울 강서구청이 대표적 예. 이에 앞서 지난달 29일(수) 인천 경원초등학교에선 '조부모 대상 공개수업'이 열리기도 했다. 6세 손녀를 키우는 김경화(62·서울 송파구)씨도 손녀가 어린이집에 가 있는 동안 남편과 각종 교육 강좌를 찾아 듣는다. "딸의 임신 사실을 안 후부터 좋다는 육아서를 섭렵했어요. 요즘도 신문에서 좋은 자녀교육 강좌 정보를 발견하면 꼭 참석합니다. 시대가 달라졌으니 무조건 옛 방식을 고집하는 건 옳지 않죠."부모에게 아이 맡긴 자녀 세대가 유의할 점

▷‘주된 양육자는 어디까지나 나 자신’이란 생각을 잊지 않는다.

▷영·유아기에 형성한 애착 관계는 사춘기까지 영향을 미치는 만큼 자녀와의 소통을 게을리해선 안 된다.

▷부모의 교육 방식을 ‘구닥다리’라고 무시하지 말고 연륜을 존중한다. 하고 싶은 얘기가 있을 땐 ‘전문가 ○○○씨 말로는…’ 등과 같이 돌려 말한다.

▷아이와 얼굴 맞대는 시간을 ‘학습’으로 허비하는 건 어리석다. ‘엄마랑 뭐하면서 놀까?’와 같이 아이 의견을 존중하며 시간을 함께 보내는 게 최선이다.

 
조선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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