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부터 재우고 교육을 말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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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장미 댓글 0건 조회 1,104회 작성일 15-06-02 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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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잠 못 자는 아이들이 늘고 있다. 나는 아이들 잠 안 재우는 부모와는 되도록 말을 섞지 않는다. 아이가 잠을 푹 자지 못하는 것 같은데, 그 아이의 부모가 교육에 관해 이야기하려 하면 나는 아이 잠이나 재우고 교육 이야기에 나서라고 한다. 아이들이 밤 11시, 12시가 되도록 눈을 말똥말똥 뜨고 있는데 그 무슨 교육 이야기인가. 아이 잠 하나 재우지 못하는 부모의 교육에 관한 진단과 걱정과 전망은 그래서 무망하다. 아이들이 낮에 마음껏 움직이고 밤에 푹 잘 수 있는 리듬을 열 살 앞 시기에 가꿔주지 못한 채 하는 교육 담론은 흔한 댓글일 뿐이다.
아이가 하루를 잘 보냈는지 그렇지 않은지 보는 척도로 삼아야 할 것이 아이의 잠이다. 하루를 마음껏 뛰놀며 보낸 아이들은 밤이 되면 다디단 잠을 선물받는다. 거꾸로 학교를 마치고 학교 문 앞에서부터 노란 차에 실려 여기저기 학습에 학습을 일삼는 곳을 돌고 집으로 돌아온 아이들은 잠이 다 깨 또렷한 각성 상태에 놓인다. 몸은 피곤한데 잠이 쉽게 오지 않는다. 잠이 와도 깊은 잠에 들지 못하고 선잠을 잔다. 이렇게 어설픈 잠을 자고 난 아이들을 아침에 깨우기란 쉽지 않다. 아이가 이렇듯 스스로 잠들기 어렵고 스스로 잠에서 깨기도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는데, 부모가 교육 타령을 할 때 나는 말한다. 먼저 아이들 잠이나 좀 재우라고 말이다.
열 살 안쪽의 아이를 돌보는 부모는 무얼 하는 사람일까. 아이가 하루에 10시간 정도 푹 잘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사람이다. 머릿속에 학습으로 얼룩진 잡동사니를 잔뜩 넣어주는 시기가 아니란 말이다. 이 시기는 아이들이 평생 쓸 몸을 가꿔주는 시기이고 부모는 이것을 도와야 한다. 만약 이 시기에 아이들이 하루에 10시간씩 푹 못 잤다면 어떻게 될까. 아이들은 약골이 된다. 잠 못 자면 아이나 어른이나 무너진다. 아이들이 이런저런 질병으로부터 이겨내는 것들이 언제 만들어지는지 잠시만 생각해보라. 최근에 알려진 뇌과학 소식에 따르더라도 아이들이 잠을 못 자면 낮에 공부한 것이 다 헛일이 된다. 왜냐하면, 밤에 뇌가 낮만큼 많이 활동하기 때문이다. 낮에 보고 듣고 느낀 것을 제자리에 꽂는 일을 자면서 한다.
요즘 젊은 엄마 아빠를 만나보면 아이들 키에 관해 거의 강박감을 가진 것 같다. 그래서 물었다. 아이들이 언제 크고 어떻게 하면 크냐고 말이다. 돌아오는 대답이 비타민을 A부터 끝까지 챙겨 먹여야 하고 5대 영양소 또한 빼놓지 말아야 한다고 한단다. 아이들이 언제 크는지 모르고 하는 소리라 서글프다. 예외는 있지만, 대부분의 한국 아이들은 지금 너무 많이 먹어서 문제이고 먹는 것이 모자라 키가 크지 못하는 지점을 지난 지 여러 해다. 이렇게 이야기한다. "아이들은 두 가지 경우에 자랍니다. 첫 번째는 놀 때이고 두 번째는 잘 때입니다." 아이들 키에만 관심이 있지 도무지 언제 아이들이 크는지 눈과 귀를 막고 산다. 딴소리 말고 당신이 부모라면 아이들 잠부터 푹 재울 일이다.
문제는 아이가 자야 재울 것이 아닌가 말이다. 우리 집은 손님이 오거나 하는 남다른 날을 빼고는 저녁 8시 반에 잠자리에 들어 그림책 한두 권 읽고 9시 정도면 엄마 아빠도 자고 아이도 잔다. 이런 상식을 이야기하면 놀라는 세상임을 나도 알고 있다. 엄마 아빠는 안 자면서 아이에게 자라는 것은 교육이 아니다. 그렇다면 어떤 아이가 잘까. 반나절을 마음껏 뛰논 아이가 잔다. 아이들을 놀도록 좀 놔두고 어른인 우리도 아이들 덕에 좀 더 자자. 아이들은 놀아야 잔다. 자야 큰다. 당신 또한 자야 산다.
편해문 (어린이놀이운동가. <아이들은 놀이가 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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