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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모르는 아빠표 방목 육아의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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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장미 댓글 0건 조회 962회 작성일 15-06-02 2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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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자 후배가 결혼 직전 동료들에게 축하 카드를 받았는데 이렇게 쓰여 있었단다. '축하합니다. 화가 나서 버리고 싶어도 아들 키우는 마음으로 극복하세요!' 이 얘기를 듣고 빵 터지긴 했지만, 한편으로는 남편을 바라보는 아내의 시각을 적나라하게 표현한 것 같아 씁쓸하기도 했다. 주위를 둘러보면 실제로 남편을 첫째 아들로 여기는 아내들이 꽤 많다. 그렇게라도 생각해야 남편이 철없는 행동을 해도 마음이 편하기 때문일 터(차마, 우리 집도 전혀 아니라고는 말 못하겠다). 아빠 육아가 대세라지만 남편을 바라보는 아내들의 마음이 이런데 과연 엄마들이 자기의 '진짜 아들'을 남편에게 제대로 맡길 수나 있을까? 아빠가 육아를 하면 아이를 쿨하게(?) 방치할 것 같다는 엄마들의 편견도 그런 면에서 어느 정도는 이해된다.



은재를 키우며 일상의 모습을 찍은 사진들을 SNS에 올리면 가끔 아이를 너무 방치하는 것 아니냐는 댓글이 달리곤 한다. 하지만 나는 방치가 아닌 방목을 하고 있다고 자신한다. 방치와 방목의 가장 큰 차이점은, 방치는 울타리가 없고 방목은 울타리가 있다는 점이다. 대관령에서 소떼를 방목하는 것을 상상해보면 쉽게 이해가 된다. 대관령의 소들은 초원에서 자유롭게 다니며 풀을 뜯는 것처럼 보이지만 커다란 울타리라는 제한선이 있다. 만약 소떼를 울타리 없이 방치한다면 차도로까지 나와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을 것이다. 아빠표 육아도 엄마 입장에서는 언뜻 방치 같아 보이겠지만 엄밀히 따지면 방목이 맞는 표현이다. 아이에게 자유를 주면서도 위험으로부터 보호해주는 안전망이 있는 것인데, 엄마가 만든 안전망보다 다소 넓은 것뿐이다.

나는 은재를 먹이는 일도 자유를 주면서 '방목'하고 있다. 아이가 음식을 먹는다는 것은 단순한 영양 섭취 이상의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은재는 내가 떠주는 음식을 얌전히 다 받아먹기도 하고 숟가락을 내동댕이치기도 한다. 욱하는 마음이 들 때도 있지만 손으로 이유식을 만지고 주무르고 싶거나 옷에 바르고 싶어 하는 은재의 마음을 헤아려 아이 하고 싶은 대로 내버려두는 편이다. 빵이나 과일을 줄 때도 마찬가지인데 그러면 은재는 그날의 기분에 따라 빵을 통째로 입에 넣으려고 애쓰기도 하고, 쌓아둔 분노를 풀듯이 마구 찢기도 하며, 때로는 바닥에 던져버리고 좋아하기도 한다. 종종 이렇게 은재가 음식을 자유롭게 먹는 모습과 음식물의 잔재(?)들을 블로그에 포스팅하기도 하는데 그 사진을 보는 것만으로도 스트레스를 팍팍 받는다는 엄마들의 댓글이 달리곤 한다.

처음부터 아이가 올바른 식습관을 들이도록 교육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아이가 만 3세가 될 때까지는 훈육이 별 효과가 없다. 아이의 뇌가 아직은 훈육을 이해하고 받아들일 만큼, 그리고 욕구를 절제할 만큼 발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니 올바른 식습관 교육은 만 3세 이후에 해도 결코 늦지 않다.

오히려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할 거야'라는 아이의 탐험 욕구를 충족시켜주면, 흘리는 음식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자존감이 발달하게 된다. 하고 싶은 일을 마음대로 하고 스스로 무언가를 해내고 나면 아이는 성취감과 만족감을 느끼게 되는데, 이 느낌을 충분히 갖게 해주는 것이 자존감 발달의 지름길인 것이다.

'아이 중심 방목 식사'의 장점은 이것뿐만이 아니다. 밥풀을 한 알 한 알 만지고, 빵을 찢고, 오렌지를 코에 묻히며 냄새를 맡고, 끈적끈적한 바나나를 주무르는 과정을 통해 아이는 무궁무진한 음식의 세계를 경험하게 된다. 이것이야말로 오감과 소근육 발달의 과정인 거다.

꼭 돈과 시간을 투자해서 아이와 함께 문화센터에 등록하고 인위적일 수밖에 없는 오감 발달 수업을 듣지 않더라도 집 안에서 자연스럽게 경험시켜줄 수 있는 것이다.

단, 뒤처리를 감당할 마인드 컨트롤과 부지런함이 필요하지만 말이다.

정우열 씨는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이자 음악을 사랑하는 작곡가다. 딸 은재(17개월)를 키우며 느낀 소소한 에피소드를 '육아(빠)의 정신있는 블59(blog.naver.com/musicee2), 육아에 도움되는 글들을 페이스북(www.facebook.com/sixfather)'에 담아내고 있다.


베스트베이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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