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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에는 로텐부르크에 가고 싶다_이제는 지방자치단체도 계절마케팅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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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harvard 댓글 0건 조회 1,641회 작성일 10-10-10 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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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 계절 오감으로 느끼는 차이를 발견하자

‘계절마케팅’이 뭐지? 마케팅용어사전에도 이 용어를 찾아보면 없다. 가끔 신문기사에서 계절마케팅이라는 말을 쓰기는 하지만 결코 학술적인 용어가 아니란 말이다. 그렇다면 계절마케팅이란 무엇일까?
첫 번째 정의로 먼저 특정 계절에만 팔리는 제품에 대하여 중점적으로 이를 고객들에게 선보이는 마케팅을 계절마케팅이라 말할지도 모른다. 여름에는 에어컨·아이스크림·빙수·해변용 슬리퍼가, 겨울 상품으로는 모피코트·난로·장갑·스키용품이 중점적으로 팔린다. 백화점은 이들 상품을 기획하고 계절에 맞추어 세일 등 판매촉진을 실시하는 것이 그 예이다.
첫 번째 정의가 인간생활에 필요한 계절상품을 대상으로 하는 수동적인 계절마케팅이라면, 특정 계절에 적합한 제품/서비스/문화를 일부러 적극적으로, 능동적으로 개발하여 고객들에게 중점적으로 판매하는 것을 계절마케팅이라 할 수 있다. 이런 관행적인 문화는 마케터들이 계절마케팅을 위해 일부러 개발한 것이다.
방송 드라마에서 슬픈 멜로나 비극은 겨울날에 더 깊이감 있 게 시청자들에게 어필하고, 여름에는 유쾌한 색채가 더 짙은 멜로가 더 강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겨울연가>의 슬픈 멜로는 겨울에 반영되고, <파리의 연인>의 발랄함은 여름에 고객들에게 전달된다.
가을엔 왠지 편지를 써야 할 것 같다. 시인 고은 님의 <가을편지>
라는 시에서 ‘가을엔 편지를 하겠어요’라는 시구에 한국 사람들은 학습되어 있기 때문이다. 또한 가을에는 왠지 독서를 해야 할 것 같은 느낌을 한국인을 갖고 있다. 이것은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라는 오래된 캠페인의 결과이다.
늦은 가을 11월 언젠가의 목요일에는 프랑스 와인 ‘보졸레 누보’를 마셔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독일 로텐부르크(Rothenburg)의 시청 앞에 있는 ‘Kathe Wohlfarht’라는 가게는 1년 내내 크리스마스 용품만을 파는 매장으로 유명하다. 이 가게는 크리스마스라는 계절에 필요한 상품을 1년 내내 개발하여 판매함으로써 겨울이라는 계절성을 없앴다.
아니다! 무엇인가가 부족하다. 계절마케팅의 세 번째 정의로써 ‘상품을 정해 놓고, 이 상품을 계절에 따라 각기 다른 마케팅 전술을 전개하여 마케팅하는 것’을 계절마케팅이라 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제품 홍보를 위해 2004년 봄에는 딜러들을 대상으로 밀라노에서 패션쇼와 더불어 제품전시회를 열었다. 여름에는 이탈리아 해안도시 리미니에서 이탈리아 전국 중·고등학생 농구 토너먼트인 ‘베스킷 볼 3’를 후원했다. 가을에는 ‘밀라노 종합전자 전시회’에 참석하고, 그 해 겨울에는 스키장 6곳에 삼성전자 홍보관을 설치했다.
의류업체들은 봄여름(S/S) 또는 가을/겨울(F/W) 계절에 맞추어 상표별로 제품 콘셉트를 기획하고, 이에 맞추어 제품 개발 및 생산·판매계획을 세운다. 따라서 고객들은 각 상표별 매장별로 일정한 콘셉트의 제품을 사시사철 접하지만, 매 계절 오감에서 느끼는 색상 및 형태의 차이를 발견하게 된다.


로텐부르크 시청 앞 크리스마스트리 보러 몰려온다


이를 종합하면, 계절 마케팅은 상품이나 서비스를 계절에 적합하도록 각기 다른 마케팅 전술 및 프로그램으로 사전 기획하여 전개하는 것을 말한다. 이렇게 계절별로 각기 다른 모습으로 제품이나 서비스를 변화하여 보여주기 위해 기업의 마케터들은 많은 준비를 하게 된다. 계절과 제품 적합도(season-product fit)를 높이기 위한 이벤트, 디스플레이, 홍보 전술 등의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전술을 기획하게 된다. 그 간단한 예로 매장 디스플레이를 생각해 보자. 먼저 <표 1>은 기업에서 일하는 마케터들이 고객들에게 좋은 계절감을 제공하기 위해 공유하는 ‘계절감 정리표’ 사례이다. <그림 1>은 그 계절 느낌을 제품 판매로 연계시키기 위해 기업의 마케터가 준비하는 디스플레이 소품을 보여주고 있다.
<표 1>만 보아도 계절에 따른 사회행사, 이미지 개발을 위한 색상·동물·식물·무생물·보석이 나열되어 있고, 그것의 의미, 절기의 명시, 사용 가능한 이벤트가 나열되어 있다. 사전에 이런 ‘계절감 정리표’를 만듦으로써 기업에서 계절마케팅을 구사하려는 구성원들 간의 인식을 공유하게 되고, 계절마케팅 실행 상의 일관성을 유지하게 하는 지침이 되기도 한다. 이렇게 기업들은 고객들에게 자신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호소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기업만이 이런 계절마케팅을 사용하라는 법은 없으니, 지방자치단체가 계절 마케팅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를 살펴보자.
12월이 되면 겨울 파리를 느끼게 하기 위해서 파리 샹젤리제 거리는 점등식을 열고, 주변 건물과 가로수를 예쁜 전구로 장식한다. 반면에 진주 진양교의 야간 점등은 1년 내내 변화하지 않는다. 남해 창선-삼천포 대교의 야간조명, 서울 한강 일부 다리들의 야간조명은 1년 내내 변화하지 않는다.
독일 바이에른 주는 겨울마케팅으로 큰 크리스마스트리를 이용한다. 가령, 로텐부르크 시청 앞에는 매해 겨울 큰 크리스마스트리가 서고, 이 크리스마스트리를 보기 위해 관광객이 몰려온다. 이 관광객들은 정종처럼 데운 와인을 마시면서 추운 독일을 즐기는 관행을 갖고 있다. 그래서 겨울에 로텐부르크에서는 크리스마스트리를 보며 따뜻한 와인을 마신다.
하얼빈의 얼음축제나 삿포로의 눈축제는 축제이지만 겨울이라는 자산을 이용한다.
우리는 계절적 자산을 충분히 활용하고 있는가
이렇게 지방자치단체가 자신의 지역만이 갖고 있는 계절적 요소를 이용하여 훌륭하게 자신의 지역에 사람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계절마케팅을 하고 있다. 이 글의 목적은 바로 지역별로 계절마케팅을 한 번 해 보자는 것이다. 우리 지방자치단체가 과연 계절적 자산을 충분히 활용하고 있는지 되돌아보고자 한다. 이를 위해 아래는 글쓴이가 경상남도 하동에 대해 구상한 가상적인 계절마케팅 사례를 보여주고 있다. 2월에서 10월까지 월별로 계절의 흐름에 따라 하동을 색칠하면 다음과 같다.
2월 하동은 하얀색과 빨간색이 처음 나타나는 곳이다. 하동은 방송국에서 제일 먼저 봄이 왔음을 알리기 위해 매화를 보여주는 hunting 대상지이다. 이 때가 되면 하동읍내 주변에 매화가 도도하게 피어 향기가 진동한다. 이렇게 하동군은 매화마케팅을 할 기회를 갖고 있다.
3월 하동은 노랗다. 하동을 점묘법의 노란색 산수유가 점점이 흩어진다. 산수유마케팅으로는 무엇을 하면 될까?
4월 하동은 그야말로 하얗다. 유홍준 님이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이라 부른 섬진강 강 따라 하동읍내에서 쌍계사에 이르는 길은 하얀 터널이다. 특히 달이 뜬 밤에 바람이라도 불면 하얀 눈꽃이 날린다. 배나무 과수원의 이화도 잊지 말라. 드라이브마케팅은 어떨까? 저녁에는 이병주문학회를 가도 좋다.
5월 하동은 연두색이다. 박경리 님의 소설 <토지>의 최참판댁에서 악양들판을 보면 온통 연두색 논이 섬진강에 휘돌아 있다. 이 때 우전차를 마셔야 한다. 지리산 하동 녹차마케팅. 반면에 산청은 황차(누런차)를 생산한다. 지리산 남쪽은 녹색, 동쪽은 황록색.
6월 하동은 물소리 투성이 맑은 색이다. 녹음이 우거지면 물도 많아진다. 쌍계사로 오르면 이름 그대로 계곡 따라 물소리에 귀맛이 좋아진다. 지리산 자연소리만을 들려주는 CD를 판매하는 자연소리마케팅은 어떨까? 이미 우리나라 자연의 소리만을 채록하여 CD로 만들어 놓은 것도 있다. ㈜디지털코리아루트라는 회사는 전국의 병아리소리, 봄바람소리, 개구리소리, 물소리, 모내기소리 등을 채록해서 CD로 담아 왔다. 참, 지리산 입장권 대신에 이 CD를 주면 어떨까? 국립공원 입장료는 너무 비싸다. 그런데, 거기에 1000원을 더해서 CD로 입장권을 주면 고객들의 거부감도 적어질 것이다. 좋은 아이디어이다.
7~8월 하동은 지리산 가는 등산객이 색동이다. 지리산 종주 마케팅이 가능하다. 지리산 노고단에서 천왕봉을 완주하는 것을 증명해주는 뺏지를 주면 안되나. 뉴욕 메트로폴리탄미술관에서는 입장했다는 표시로 뺏지를 주는데…….
9~10월 하동은 주황색이다. 덕천강 쪽으로 가면 남명 조식 선생의 덕천사원이 있고, 사원 안은 모두 단풍이고, 사원 밖 동네는 온통 감을 말리는 덕장으로 가득하다. 동네가 온통 주황색이다. 감마케팅. 특히, 요즘 감으로 와인을 만들었다. 노르망디의 칼바도스처럼 포도가 없어 사과로 칼바도스를 만들었듯이, 감으로 와인을 만들었다. 이제 <개선문>의 첫 장면처럼 남자주인공이 여자주인공과 파리의 한 골목에서 만난 첫 날에 칼바도스를 마셨듯이, 멋있는 드라마에서 감 와인을 먹어주면 된다. 9~10월에.
참, 이런 면에서 전북 익산의 왕궁리는 고추잠자리마케팅을 할 수 있다. 시인 신동엽의 <금강>이라는 시에는 왕궁리 탑의 탑날개에 고추잠자리가 내려 앉아 있는 것을 님과 손깍지 끼고 바라보고 있는 하늬가 있다고 했다. 가을 익산은 고추잠자리를 기다리는 왕궁리탑이 있다.
이제 하동으로 다시 돌아온 겨울, 지리산, 하얀색. 무엇을 마케팅하랴. 온통 겨울 하얀색이니.
이렇게 하동은 봄부터 가을에 계절마케팅 할 것이 무진장 많다. 그런데, 하동은 이런 계절마케팅을 잘 하고 있는가? 내 눈에는 섬진강 재첩과 벚꽃으로 유명한 봄마케팅만이 있을 뿐이다. 계절마케팅이라는 생각 없이 남들이 다 하는 봄날 하동의 축제에 가면 다른 지역처럼 연예인이 와서 노래 부르고, 사람 많고, 벚꽃보다 사람을 보다 온다.
우리 지방자치단체는 계절을 놓치고 있다. 남해도 그렇고, 해남도 그렇고, 서천도 그렇고…….
자연주의 철학자로 유명한 헨리 데이빗 소로우(Thoreau)는 150여년 전, 1853년 8월 23일에 그의 일기장에 이렇게 썼다.

“계절이 지나가는 대로 각 계절 속에 살아라. 계절의 공기를 호흡하고, 계절의 음료를 마시며, 계절의 과일을 맛보아라. 각 계절의 영향력에 너 자신을 맡겨라. 계절들로 하여금 너의 유일한 식품, 음료, 약초가 되게 하라.”

기업이나 지방자치단체는 소로우가 150여년 전에 느꼈던 ‘계절의 영향력’을 이제는 멋지게 실천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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