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름신 부르는 ‘마케팅의 비밀’ - 누가 내 지갑을 조종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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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칵테일 댓글 0건 조회 2,083회 작성일 12-01-13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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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미국을 덮쳐 최악의 재해가 일어났다. 미국 정부는 허리케인 상륙 다음날까지도 아무 대책을 내놓지 못했다. 하지만 유통재벌 월마트는 미리 매장에 생수와 플래시, 캔, 수프 등 생필품과 구호용품을 잔뜩 준비해놓고 있었다. 어떻게 이게 가능했을까?
월마트는 미국 정부보다도 더 큰 세계 최대의 데이터뱅크를 운영한다. 그래서 이전 허리케인 재해 때 이재민들이 어떤 물건을 많이 샀는지 알고 있었다. 재해가 일어나면 사람들이 손전등보다 맥주를 가장 많이 산다는 것 같은. 그래서 지진이나 태풍의 조짐이 있으면 재해 예상지역 매장에 미리 많이 팔릴 물건을 전진 배치해 큰 이익을 낸다.
기업들은 자체 자료 말고도 많은 자료를 사들인다. 각종 소비자 정보를 모아 가공하는 ‘데이터 마이닝’ 업체들이 그들의 파트너다. 데이터마이닝 업체들은 인터넷 이용약관 속에 잘 안 보이게 숨겨놓은 정보제공 동의를 바탕으로 기업들이 긁어모으는 소비자 정보들, 그리고 각종 직불카드를 이용할 때 파악되는 소비자 개개인의 구매 정보와 트렌드를 엮어 기업들에게 판다. 소비자 정보 수집은 ‘소비자 이해’란 말로 포장된다. 기업들은 이런 정보 덕분에 특정 소비자들이 다음에 무엇을 살 것인지 예측하고, 그 소비자에게 맞춤형 쇼핑정보를 제안해 매출을 늘린다. 매장에서 트는 음악만을 전문적으로 서비스하는 업체들도 성업중이다. 대형 할인매장에서는 쇼핑을 유도하도록 치밀하게 고른 음악을 원래 속도보다 느리게 들려준다. 고객들을 무의식적으로 한가하게 만들어, 좀더 오래 매장에 머물게 해 하나라도 더 사게 만들기 위해서다. 반대로 패스트푸드 매장에선 음악을 원래보다 더 빠르게 튼다. 마음이 급해져 빨리 먹고 빨리 나가게 해 더 많은 손님을 받아야 하니까.
<누가 내 지갑을 조종하는가>는 이처럼 순진한 소비자들의 상상을 초월하는 기업들의 ‘꼼수’ 마케팅 전략을 적나라하게 까발리는 책이다. 점점 마케팅이 치열해지면서 더욱 간교해지는 기업들의 온갖 마케팅 전략을 거침없이 폭로한다. 중요한 것은 폭로자가 누구냐는 것. 비비디오(BBDO) 같은 세계적 마케팅 광고 업체의 중역과 브리티시텔레콤의 업무최고책임자(CCO)를 지낸 브랜드 전문가 마틴 린드스트롬이다. 마케팅 전문가로 좀더 많은 물건을 팔아먹는 방법을 직접 개발해온 전문가다. 뇌를 스캔하는 첨단 기법으로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들의 심리 문제를 들여다본 <쇼핑학>을 썼던 마틴 린드스트롬은 이번 책에선 본격적으로 기업들이 소비자들을 노예로 만들기 위해 어떻게 갖은 수단을 동원하는지, 다시 말해 소비자는 어떻게 기업들에 속아 넘어가는지 샅샅이 일러바친다.
지은이가 고발하는 온갖 첨단 마케팅 기법들에 들어 있는 기업들의 노림수를 듣다 보면 독자들은 소비자로서 자신이 얼마나 순진한지 깨닫게 된다.
하지만 동시에 우리가 늘 가는 대형마트와 백화점의 물건 배치와 광고방식이 왜 그랬던 것인지, 제품 광고 속에 들어가는 카피들은 어떤 노림수의 소산인지 비로소 알게 되기 때문에, 그리고 우리들의 심리를 좀더 깊게 이해할 수 있어 웬만한 심리학책이나 과학책보다 훨씬 재미가 있다. 중간중간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지은이가 직접 시도한 다양한 실험들은 방송의 리얼리티 프로그램 못잖게 흥미롭다.
필리핀 커피업체 코피코는 소아과 분만실에 있는 임산부들에게 무료로 캔디를 나눠줬다. 코피코는 이후 시차를 두고 캔디맛 커피를 출시했는데 선보이자마자 히트를 치며 단숨에 필리핀 3위 커피업체가 된다. 아이들은 일반적으로 커피에 관심이 없는데 무료 간식을 얻어먹은 산모들의 아이들은 엄마가 먹었던 캔디의 맛을 무의식적으로 기억했기에 코피코 커피를 좋아했던 것이다. 루이 뷔통은 일본에서만 매장을 가장 ‘프랑스적’으로 꾸민다. 프랑스에 대한 일본 사람들의 ‘로망’을 자극하면서 일본인 특유의 동질의식으로 다른 사람들이 사는 고급 제품을 따라 사게 만든다. 애플은 노트북에 엠피3 아이팟을 무료로 끼워 판 적이 있다. 부모들이 노트북을 사면 아이팟은 아이들 차지가 될 것이고, 애플에 익숙해진 아이들은 더 비싼 애플 제품을 사달라고 조르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번쩍거리는 포장지로 만든 일반 과자들과 달리 더 비싼 구운 스낵 포장지들은 무광 포장이 대부분이다. 번들거리는 포장이 무의식적으로 기름진 피부를 연상시키는 점을 이용해 여성 소비자들의 비만 공포를 활용하는 포장술이다. 통조림 뚜껑을 열 때 나는 ‘뻥’ 소리는? 신선한 제품으로 착각하게 만드는 마케팅 기법일 뿐이다.
페이스북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들이 어떻게 가입자들의 속성을 분류해 광고 매출을 올리며, 일상에서 가장 중요한 동반자인 휴대폰이 기업들에 우리 정보를 몰래 전해주는 스파이임을 알게 되면 배신감과 자기의 어리석음을 확인하게 되는 당혹감에 치를 떨게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최고의 마케팅 전문가인 지은이도 자기 역시 매번 이런 마케팅에 속아 넘어가고 만다고 실토한다.
그렇다면 인간은 심리 속성상 결국 브랜드 마케팅에 현혹될 수밖에 없는 존재일까. 지은이는 소비자들을 더욱 정교하게 옭아매는 마케팅 수단이 된 인터넷이 거꾸로 소비자들의 무기가 될 수 있다고 희망의 여지를 남겨놓는다. 모든 것이 검색되고 연결되는 인터넷 시대, 소비자들은 그 어느 때보다 강한 권력을 차지할 수도 있고, 그렇게 되면 기업들은 더욱 투명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월마트는 미국 정부보다도 더 큰 세계 최대의 데이터뱅크를 운영한다. 그래서 이전 허리케인 재해 때 이재민들이 어떤 물건을 많이 샀는지 알고 있었다. 재해가 일어나면 사람들이 손전등보다 맥주를 가장 많이 산다는 것 같은. 그래서 지진이나 태풍의 조짐이 있으면 재해 예상지역 매장에 미리 많이 팔릴 물건을 전진 배치해 큰 이익을 낸다.
기업들은 자체 자료 말고도 많은 자료를 사들인다. 각종 소비자 정보를 모아 가공하는 ‘데이터 마이닝’ 업체들이 그들의 파트너다. 데이터마이닝 업체들은 인터넷 이용약관 속에 잘 안 보이게 숨겨놓은 정보제공 동의를 바탕으로 기업들이 긁어모으는 소비자 정보들, 그리고 각종 직불카드를 이용할 때 파악되는 소비자 개개인의 구매 정보와 트렌드를 엮어 기업들에게 판다. 소비자 정보 수집은 ‘소비자 이해’란 말로 포장된다. 기업들은 이런 정보 덕분에 특정 소비자들이 다음에 무엇을 살 것인지 예측하고, 그 소비자에게 맞춤형 쇼핑정보를 제안해 매출을 늘린다. 매장에서 트는 음악만을 전문적으로 서비스하는 업체들도 성업중이다. 대형 할인매장에서는 쇼핑을 유도하도록 치밀하게 고른 음악을 원래 속도보다 느리게 들려준다. 고객들을 무의식적으로 한가하게 만들어, 좀더 오래 매장에 머물게 해 하나라도 더 사게 만들기 위해서다. 반대로 패스트푸드 매장에선 음악을 원래보다 더 빠르게 튼다. 마음이 급해져 빨리 먹고 빨리 나가게 해 더 많은 손님을 받아야 하니까.
<누가 내 지갑을 조종하는가>는 이처럼 순진한 소비자들의 상상을 초월하는 기업들의 ‘꼼수’ 마케팅 전략을 적나라하게 까발리는 책이다. 점점 마케팅이 치열해지면서 더욱 간교해지는 기업들의 온갖 마케팅 전략을 거침없이 폭로한다. 중요한 것은 폭로자가 누구냐는 것. 비비디오(BBDO) 같은 세계적 마케팅 광고 업체의 중역과 브리티시텔레콤의 업무최고책임자(CCO)를 지낸 브랜드 전문가 마틴 린드스트롬이다. 마케팅 전문가로 좀더 많은 물건을 팔아먹는 방법을 직접 개발해온 전문가다. 뇌를 스캔하는 첨단 기법으로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들의 심리 문제를 들여다본 <쇼핑학>을 썼던 마틴 린드스트롬은 이번 책에선 본격적으로 기업들이 소비자들을 노예로 만들기 위해 어떻게 갖은 수단을 동원하는지, 다시 말해 소비자는 어떻게 기업들에 속아 넘어가는지 샅샅이 일러바친다.
지은이가 고발하는 온갖 첨단 마케팅 기법들에 들어 있는 기업들의 노림수를 듣다 보면 독자들은 소비자로서 자신이 얼마나 순진한지 깨닫게 된다.
하지만 동시에 우리가 늘 가는 대형마트와 백화점의 물건 배치와 광고방식이 왜 그랬던 것인지, 제품 광고 속에 들어가는 카피들은 어떤 노림수의 소산인지 비로소 알게 되기 때문에, 그리고 우리들의 심리를 좀더 깊게 이해할 수 있어 웬만한 심리학책이나 과학책보다 훨씬 재미가 있다. 중간중간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지은이가 직접 시도한 다양한 실험들은 방송의 리얼리티 프로그램 못잖게 흥미롭다.
필리핀 커피업체 코피코는 소아과 분만실에 있는 임산부들에게 무료로 캔디를 나눠줬다. 코피코는 이후 시차를 두고 캔디맛 커피를 출시했는데 선보이자마자 히트를 치며 단숨에 필리핀 3위 커피업체가 된다. 아이들은 일반적으로 커피에 관심이 없는데 무료 간식을 얻어먹은 산모들의 아이들은 엄마가 먹었던 캔디의 맛을 무의식적으로 기억했기에 코피코 커피를 좋아했던 것이다. 루이 뷔통은 일본에서만 매장을 가장 ‘프랑스적’으로 꾸민다. 프랑스에 대한 일본 사람들의 ‘로망’을 자극하면서 일본인 특유의 동질의식으로 다른 사람들이 사는 고급 제품을 따라 사게 만든다. 애플은 노트북에 엠피3 아이팟을 무료로 끼워 판 적이 있다. 부모들이 노트북을 사면 아이팟은 아이들 차지가 될 것이고, 애플에 익숙해진 아이들은 더 비싼 애플 제품을 사달라고 조르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번쩍거리는 포장지로 만든 일반 과자들과 달리 더 비싼 구운 스낵 포장지들은 무광 포장이 대부분이다. 번들거리는 포장이 무의식적으로 기름진 피부를 연상시키는 점을 이용해 여성 소비자들의 비만 공포를 활용하는 포장술이다. 통조림 뚜껑을 열 때 나는 ‘뻥’ 소리는? 신선한 제품으로 착각하게 만드는 마케팅 기법일 뿐이다.
페이스북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들이 어떻게 가입자들의 속성을 분류해 광고 매출을 올리며, 일상에서 가장 중요한 동반자인 휴대폰이 기업들에 우리 정보를 몰래 전해주는 스파이임을 알게 되면 배신감과 자기의 어리석음을 확인하게 되는 당혹감에 치를 떨게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최고의 마케팅 전문가인 지은이도 자기 역시 매번 이런 마케팅에 속아 넘어가고 만다고 실토한다.
그렇다면 인간은 심리 속성상 결국 브랜드 마케팅에 현혹될 수밖에 없는 존재일까. 지은이는 소비자들을 더욱 정교하게 옭아매는 마케팅 수단이 된 인터넷이 거꾸로 소비자들의 무기가 될 수 있다고 희망의 여지를 남겨놓는다. 모든 것이 검색되고 연결되는 인터넷 시대, 소비자들은 그 어느 때보다 강한 권력을 차지할 수도 있고, 그렇게 되면 기업들은 더욱 투명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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