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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불안이 돈에 절대 권력을 부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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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장미 댓글 0건 조회 853회 작성일 15-06-07 0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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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 소비가 곧 나의 재력을 드러내는 ‘권력’이라는 이번 연구 조사 결과는 언뜻 평범해 보인다. 돈과 명품을 좋아 하지 않는 사람이 전 세계에 얼마나 될까? <럭셔리 피버Luxury Fever>의 저자 로버트 프랭크는 책을 저술하며 미국인을 상대로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결정적 요소가 뭔가?”라고 물었는데 대다수가 “돈”이라고 답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은 곧 밥이고, 기회이고, 행복인 것이다. 그런데 돈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고 숭배하는 배금 주의拜金主義가 한국에서 유독 강하다고 많은 심리학자와 사회학자가 지적한다. 왜일까?
“돈 자체에 대한 관심이라기보다 ‘어떻게 하면 잘살 수 있을까?’, ‘잘사는 것이란 무얼까?’ 라는 질문에 유일한 정 답처럼 돈을 생각하는 것이 특수한 측면이다. 물론 미국이나 유럽 사람들도 어떻게 하면 더 잘살겠느냐는 질문에 돈이 많았으면 좋겠다고 대답한다. 하지만 어느 정도 여유가 생기면 돈에 그렇게 매달리지 않는다. 가족과 시간을 더 보내고 싶다고 말하는 사람도 많다.
하지만 한국 사람들은 돈이 있는 사람이나 없는 사람이나 모두가 돈이 많으면 더 행복하고 더 잘살게 될 거라고 믿는다. 그것이 가장 큰 차이점이다.” 연희동 연구실에서 만난 황상민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한국인의 욕망을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됐다”고 말했다. 인터뷰의 목적은 그 욕망의 뿌리를 찾는 데 있었다.
돈을 추앙하는 한국인의 심리는 다른 나라 사람들의 그것과 어떻게 다른가? 한국에서 잘산다는 것은 내가 원하는 것을 하거나 스스로 만족도 높은 삶을 사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 나를 번듯한 사람이라고 인정해주는 삶을 의미할 때가 많다. 요즘 사람들이 체면을 중시하는 유교적 전통을 따르지 않는다고는 하나 여전히 남들에게 번듯하고 멋있게 보여야 한다는 심리가 작동하는 것이다. ‘어떻게 하면 나를 매력적으로 보여줄 수 있을까?’라고 물으면 서양 사람은 개성을 보여주려 노력한다. ‘나는 상당히 유머러스한 사람이거든…’, ‘나는 심각해 보이지만 그건 생각이 많아서야”라는 식으로 자신의 캐릭터를 충분히 드러낸다.
반면 한국 사람들은 다르다. 자기가 어떤 사람인지 잘 모르는 사람도 많다. “너는 어떤 사람이니?”라고 하면 “저는 ○○대학 다니는데요”, “○○회사에 다니는데요”라고 말한다. 내용보다 ‘라벨’이 중요한 거다. 번듯하고 멋있게 보이는것이 굉장히 중요한 사회에 살다보니 보이는 지위나 역할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다. 명품 소비 역시 그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명품은 나를 근사하고, 잘사는 것처럼 보이도록 하는 것이다.
한 사회학자는 한국인이 이처럼 ‘보이는 것’에 매달리는 이유를 급속한 경제 개발과 아파트 문화에서 찾는다. 부자가 갑자기 많아지고, 아파트에 사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옆집 여자와 남자가 어떤 차를 타는지, 어떤 옷을 입는지, 보석은 뭘 걸쳤는지 자연스럽게 알게 되었고 그에 따라 비교 문화가 자리를 잡았다는 분석이다. 남과 비교를 하는 것은 인간의 보편적 특징으로 한국 사람에게만 있는 성향은 아니다. 모든 포유 동물에게는 비교 욕구가 있다. 재미있는 것은 자존감이 강하고 자신의 삶에 자부심이 강하면 남들이 먹고, 입고, 차는 것에 관심이 덜 간다는 것이다. 한국인의 경우 뚜렷한 개성과 취향, 자존감이 약하거나 모호한 사람이 많은데 이런 사람은 자신의 내면보다 다른 사람들이 뭘 하는가를 더 따지게 된다.
자신 안에서 뿌듯함과 만족감을 찾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과 비교하면서 우위를 확인하고, 더 잘난 사람이 있으면 동등하게 인정을 받고 싶어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유행이 급속하게 확산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어떤 사람이 모피 코트를 입으면 나도 사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드는 거다. 이런 행동의 기저에는 다른 사람에게 번듯하고, 멋있고, 세련돼 보이고 싶은 심리가 있다.
결국 자존감이 문제인데, 한국인의 자존감이 유독 약한 이유는 뭘까? 우리나라 아이들은 태어나 자라면서 끊임없이 ‘남과 같을 것’을 강요받는다. “너 그렇게 하면 안 된다”, “다른 사람들 하는 걸 봐라”, “제발 옆집 애를 좀 봐”라고 강조한다. 많은 학부모가 자녀를 개성적이고 창의적인 인재로 키우고 싶다고 말하면서도 사회 공통의 틀이나 기준에 부합하는 삶이 안전하다고 생각한다. 이런 심리의 밑바닥에는 살아남기 위해서는 ‘대세’와 ‘정답’을 따라야 한다는 경험이 녹아 있다. 식민 통치와 전쟁을 겪고, 오랫동안 사회적, 정치적, 경제적으로 불안한 시대를 살면서 불안이라는 숙주가 자리를 잡은 것이다. “너 그렇게 살면 안 돼. 엄마 아빠가 얘기하는 대로 해. 그게 네가 더 안정되고 잘사는 길이야”, “네가 그러는 건 아직 세상을 몰라서 그래”라고 얘기하는 것 역시 마음속 깊이 자리한 불안 때문이다.
불안을 느끼는 정도는 개개인이 다르며, 자연스럽게 저마다 불안을 해소 하는 방법을 찾게 되는데 모든 사람에게 거의 동일하고 막강한 가치를 지닌 것이 바로 돈이다. 그리고 그 돈의 유무를 가장 확실하게 보여주는 것이 명품이다. 이번 조사를 보면 명품은 곧 돈이라고 생각하는 심리가 강하게 나타나는데 거기에는 이런 배경이 있다.
하지만 요즘 젊은 친구들은 정치・사회적으로 혼돈의 시대를 살지도 않았고, 경제적으로도 풍족하게 산 경우가 많다. 이들의 경우에는 돈에 대한 집착 심리가 없을 것 같은데, 어떤가. 놀랍게도 그런 세대일수록 물질에 가치를 두는 심리가 기성세대보다 더 강하게 나타난다. 기성세대만 해도 사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이 뭐냐고 물으면 인간적 도리, 행복한 가정 등을 생각하다가 “그래도 돈이지”라고 말하지만 요즘 세대는 “당연히 돈 아니야?” 하고 대답한다. 어렵지 않게 살았기 때문에 누리며 사는 삶에 대한 집착이 더 크다.
역사상 가장 풍족했던 1960년대에 나고 자란 미국인의 성향은 두 가지로 갈린다. 물질적 성공을 지향하는 여피Yuppie(Young Urban Professionals의 약어) 혹은 물질적 실리에 보헤미안적 풍요까지 중요시하는 보보스Bobos! 이 두 가지 모습은 비슷한 퍼센트로 존재한다. 하지만 풍족한 시대를 보낸 우리나라 젊은이의 경우 대부분이 여피적 성향을 보인다. 돈에 절대 가치를 부여할 뿐 보보스족처럼 진보적이고 아방가르드한 문화나 멋과 낭만에 대한 동경은 없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한국에서 돈과 불안에 휘둘리지 않고 편안하게 사는 방법은? 비교 문화를 역으로 이용하면 된다. 내가 보기에는 참 ‘찌질’한데 막걸리에 빈대떡을 먹으면서도 왠지 우아한 기품이 느껴지는 사람, 빈티지와 품종, 아로마를 운운하지 않고도 와인을 마시며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 가진 것이 많지 않아도 만족하며 사는 사람과 자신을 비교하고, 그 사람들의 삶을 인정하면 불안을 덜 느끼게 된다. 사람마다 사는 방식이 다양하다는 것을 인정하게 되면 지금 내가 가진 것을 잃어버리면 어떡하나, 지금의 내 삶이 어느 날 달라지면 어떡하지 하는 불안에서 어느 정도 벗어날 수 있는 거다.
학교 교육 역시 돈이 절대적 가치를 지닌 것처럼 부추긴다고 지적하는 사람이 많다. 지금의 교육 시스템 아래서는 자신만의 장점을 펼쳐 보이고, 졸업 후 돈을 많이 버는 것 외에는 다른 삶을 꿈꿀 여지가 많지 않다는 것이다. 우리 교육은 국・영・수 중심의 시험을 위한 공부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시험이라는 것도 지식 습득의 과정이라기보다 등수를 알려주기 위한, 즉 타인으로부터 인정과 구분을 위한 절차인 경우가 많다. 하위권 학생의 경우 “너 앞으로 어떻게 살려고 그러니”, “다른 얘들을 좀 봐라”하는 꼬리표가 붙는다. 좋은 대학에 들어가면 인생이 달라진다고 말하는데 그 말에는 돈을 많이 벌 수 있다는 속뜻이 담겨 있다. 판・검사가 되고 좋은 자리를 차지하는것의 궁극적 목표가 돈이 되는 것이다.
어느 정도 부자가 되면 단순히 재력을 과시하고, 명품을 소비하는 삶보다 예술과 문화를 중시하는, 격조 높은 삶을 추구할 것 같다. 많은 사람들이 격조 넘치는 부자를 추구할 거라 생각하는데 실은 그렇지 않다. 그 수준까지는 쉽게 도달할 수 없음을 알기 때문이다. 연・고대까지는 도전해볼 만한데 서울대는 무리라고 생각하는 것과 비슷한 심리다. 사람들이 원하는 건 언제든지 명품을 구입할 수 있는 ‘생활형 부자’이지 사람들에게 존경을 받고 취향을 인정받는 격조형 부자는 아니다. 그야말로 최고의 삶은 특별한 소수의 것이라고 깨끗이 인정을 하는 거다.
명품 브랜드가 한국 시장에 들어온 지 25년이 넘는다. 한 해 국내 매출이 9500억 원에 이르는 브랜드도 생겼다. 그럼에도 소비 문화가 제대로 자리 잡지 못하고 있다. 제대로 된 안목과 취향을 지닌 ‘진짜 부자’가 많지 않은 것도 이유가 될 수 있을까? 명품을 소비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음에도 명품 고유의 개성이나 예술성, 가치를 충분히 이해하고 존중하는 문화가 자리 잡지 못한 이유는 부자라는 사람들부터 자신의 삶에 대해 확실한 좌표나 정체성을 세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부자와 그렇지 않은 사람을 구분하는 절대적 잣대는 돈이다. 정신적으로 고양된 삶을 사는가, 취향이 확실한가, 똑똑한 사람인가는 중요하지 않다.
<프리티 우먼>이란 영화를 보면 남자 주인공(리처드 기어)이 자신은 어릴 때부터 리무진을 타고, 이런저런 다양한 비즈니스를 했다는 얘기를 하는 장면이 있다. 우리 문화 같으면 ‘돈이 많네’라고 생각할텐데, 그 말을 듣던 여자 주인공(줄리아 로버츠)은 “당신은 참 똑똑하군요You are so smart”라고 말한다. 부자라고 하면 근면하고 똑똑한 사람이라고 인정을 해주는 거다. 그 사람이 스마트한 것을 알기 때문에 그 사람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배우려고 한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서는 부자를 부러워할지언정 그들의 지혜를 배우려고 하진 않는다. ‘나도 물려받은 재산이 많았거나, 나쁜짓을 했으면 저렇게 부자가 될 수 있는데’ 하는 심리가 작동하는 거다. 심리학자로서 다양한 연구 활동과 리서치를 통해 부나 명품, 돈과 관련한 사람들의 마음의 지도를 분석하고 그리는 이유는 어떤 변화가 일어나기를 기대하기 때문이다. 한국인의 심리 코드 분석과 변화가 무슨 상관이냐고 할 수 있는데, 우리 마음을 정확히 파악하면 명품 소비 문화도 달라질 것이다. 내가 어떤 목적으로 명품을 소비하는지를 정확히 알면 이전보다 다양한 관점에서 명품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내가 어떤 부자인지, 내가 지향하는 부자는 어떤 모습인지를 아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중요하다. 이런 인식과 성찰이 수반되지 않으면 앞으로 명품 소비가 더 늘어난다고 해도 명품은 돈의 상징으로, 부자는 그저 돈이 많은 사람으로만 인식될 것이다.
명품을 ‘돈’과 동일시하는 특징 외에, 이번 조사에서 또 흥미롭다고 느낀 부분이 있다면 무엇인가? 내가 번 돈으로 나에게 선물을 주듯이 명품을 소비하는 ‘자급자족형’이 많다는 사실에 조금 놀랐다. 예전과는 사뭇 다른 결과로, 명품 소비를 통해 만족감을 얻고 자기에게 보상을 해주는 패턴이 뚜렷했다. 이런 면을 보면 우리나라의 명품 시장이 실제 경제 규모보다 더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한다. 소비에 자신감이 강한 ‘생활형’이 많다는 것도 인상적이었다. 외국의 경우 다른 사람의 소비에는 별 관심이 없는데 우리나라 사람은 다른 사람이 어떤 브랜드의 어떤 명품을 샀다고 하면 “이그, 뭘 안다고…” 하며 폄하하거나, 좋은 아이템을 추천하면 ‘나도 그 정도는 알거든’ 하고 생각하는 심리가 있었다. 이를 통해 비교 우위를 느끼는 한국인의 심리를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과시를 위한 것이든, 남의 인정을 바란 것이든 명품을 구매할 능력이 충분하고, 자기 스스로 만족감이 크다면 문제가 될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다만, ‘현명한 소비’는 있을 텐데, 심리학자 입장에서 어떤 것이 똑똑한 소비라고 보는가? 개성과 취향을 정확하게 표현하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명품이 자신을 압도해 정작 자신은 보이지 않게 만든다면 이는 바보 같은 짓이다. 돋보이고 싶어 돈과 에너지를 썼는데 자신은 빠지고 물건만 부각되는 꼴이기 때문이다. 만약 내가 옷을 지나치게 화려하게 입고, 얼굴도 너무 번지르르하다면 내 이야기에 관심을 갖는 사람도 많지 않을 거다. 내게 중요한 것은 옷이나 얼굴이 아니라 사람들로 하여금 내 이야기에 관심을 갖도록 하는 것이다. 자신의 존재 이유에 충실한 소비가 현명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소비 행동을 연구하는 기관이나 단체는 물론 개인들까지도 심리학적 분석과 통찰을 필요로 하는 세상이다. 지금 대한민국에서 심리학이 각광받는 이유는 뭘까? 이번 조사에서도 드러난 처럼 사람들이 살아가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돈’이다. ‘뭐니 뭐니 해도 머니Money가 최고’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런데 삶이 풍족해지면서 혼돈이 오기 시작한다. 경제적으로 빈곤할 때보다 마음이 더 공허하고 허탈한 것이다.
그래도 모두가 못살 때는 인간관계에서 스트레스를 덜 받았다. ‘그래, 나만 힘들겠냐. 쟤도 힘들겠지~’ 하고 이해하는 경우가 많았다.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이제 좀 살 만해져 나도 좀 존중받고 잘난 체하고 싶은데 상대방도 ‘너만 잘났냐, 나도 잘났다’ 하고 나오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사람들은 돈이 삶의 모든 것을 해결해주는 ‘정답’이 아님을 알게 된다. 산다는 건 결국 인간에 대한 문제, 마음에 대한 문제임을 자각하는 것이다. 이제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야 행복할까, 어떻게 사는 것이 좋을까 고민한다. 이런 때 심리학은 위안과 공감을 준다.
도움이 되는 부분이 많겠지만 심리와 심리학을 안다고 해서 이전과는 다른 삶을 살게 되는 것은 아닐 거다. 심리학의 한계와 효용은 뭘까? 중요한 질문이다. 사람들은 경제학 책을 읽으면 잘살게 될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심리학도 마찬가지다. ‘다른 사람도 나와 같은 고민을 하는구나. 그래, 나한테 필요한건 칭찬과 배려구나’ 하면서 공감을 하고 위안을 얻지만 삶의 복잡다단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그렇다면 심리학은 과연 어떤 도움을 줄까?
가장 중요한 것은 심리학이 자신을 알도록 도와준다는 것이다. 도무지 오리무중이었던 일, 이런 일이 왜 내게 일어날까 고민했던 문제들이 나를 실마리로 서서히 풀리면서 ‘나’라는 사람이 어떤 심리, 어떤 속성의 사람인지를 알게 된다. 정체성이 명확해지면 타인지향적이 아닌, 자기 주도적인 삶을 살게 된다.
한국과 미국 양쪽에서 심리학을 공부했다. 심리학에 대한 양국의 접근 방식이나 공부법에는 어떤 차이가 있는가? 우리나라는 말 그대로 시험을 위한 공부를 한다. 미국 책을 가져와서 그 내용을 해독하는 수준이다. ‘한국에서 왜 이런 일이 일어날까, 이 문제를 심리학적으로 어떻게 풀 수 있을까?’ 하는 데까지는 나가지 못한다. 미국으로 유학을 갔는데 교수와 학생들이 빙 둘러앉아 사회적 현안을 심리학적으로 분석하는 토론을 하고 있더라. 그 모습을 보고 쇼크를 받았다. 사회적 현상이나 트렌드를 명쾌하게 설명하는 개념을 만들기도 하고, 특정 이슈가 계층에 따라 어떻게 달리 받아들여지느냐를 심층적으로 연구하기도 했다.
미국은 심리학을 경영학이나 경제학만큼 중요하게 인식한다. 다민족 국가이기 때문에 우리나라처럼 ‘내 마음이 네 마음 아니냐’, ‘좋은 게 좋은 거지’ 하고 정책과 법안을 만들면 엄청난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다. 개개인의 심리는 다를 수밖에 없고, 때문에 다양한 접근과 분석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황상민 교수가 생각하는 명품과 진정 럭셔리한 인생이란 어떤 것일지 들려달라. ‘남들은 가질 수 없는데 나는 가질 수 있는 것’ 혹은 ‘남들이 가지고 있더라도 내가 가장 제대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이 명품이다. 사실 나는 소극적 명품 소비자다. 명품에 그다지 관심이 없다. 무리하면 명품을 구매할 수도 있지만 그렇게까지 하면서 명품을 사고 싶지는 않다. 누가 명품을 준다고 하면 물론 좋아한다. 그런데 그것을 잘 들고 다닐지는 모르겠다. 누구나 애착이 강한 품목이 있는데 내 경우엔 가방이 그렇다. 투미TUMI를 좋아하는데 그 가방만 들면 마음이 편하다. 그렇게 느끼면 명품 아닌가?(웃음) 럭셔리한 인생이란 꿈이 현실이 되는 순간이 많은 삶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꿈꾸는 순간은 눈 내리는 겨울, 일본 료칸에서 노천탕에 몸을 담근 채 사케를 마시고, 좋아하는 사람과 맛있는 것을 먹으며 밤새도록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다. 이런 순간이 많은 삶이라면 진정 럭셔리하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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