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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꾸로 꽂아도 사는 버드나무를 닮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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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뽕킴 댓글 0건 조회 1,492회 작성일 11-04-30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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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즈(AIDS)가 기업을 망친다.”

삼성경제연구소가 지난해 기업 활동의 실패 이유에 대해 4가지 관점에서 발표한 내용입니다. 첫째는 과욕(Avarice), 둘째는 타성(Inertia), 셋째는 착각(Delusion), 넷째는 자아도취(Self-absorption)입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에이즈(후천성면역결핍증, Acquired Immune Deficiency Syndrome)는 아니지만, 어이없는 말은 아닌 것 같습니다.
 
‘어이’는 ‘어처구니’와 같은 말로 ‘없다’와 함께 쓰이지요. '어처구니'의 뜻은 ‘맷돌의 손잡이’라는 설이 있습니다. 손잡이가 있다면 맷돌을 돌리는 데 전혀 문제가 없습니다. 손잡이는 기업 활동에 비유하자면 경영자(CEO)와 리더십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과욕(Avarice), 타성(Inertia), 착각(Delusion), 자아도취(Self-absorption)의 머릿글자 에이즈는 마치 손잡이 없는 맷돌이 쓸모가 없는 것처럼, 기업 활동이 쓸모 없어지는 지경을 맞는 이유가 되니 삼성경제연구소의 지적은 예리하고 설득력이 있습니다.


창업도 다르지 않습니다. 가게 경영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지금 내가 과욕을 부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현실에 안주하는 타성에 젖어 있는 것은 아닌지, 오만과 편견으로 착각에 빠져 있는 것은 아닌지, 자뻑으로 자아도취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스스로 살필 필요가 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어느 날 갑자기 ‘어처구니’가 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번 한자는 버드나무를 뜻하는 ‘柳’, 이번 주제는 소자본 창업자의 마인드를 다루는 ‘창업자가 사랑한 나무’입니다.
 
우리 선조들은 어려서 기초한문교재로 <천자문>, <사자소학>, <추구>를 익혔다고 합니다. <추구(推句)>는 오언(五言)으로 된 대구(對句)들을 뽑아 만든 것으로 주로 사고력 발달에 많은 도움이 되는 좋은 시구(詩句)들로 그 내용이 채워져 있습니다. 다음은 그중 하나입니다.
 
유막앵위객, 화방접작랑 (柳幕鶯爲客, 花房蝶作郞)
 
'버드나무 주막에는 꾀꼬리가 손님이 되고, 꽃집에는 나비가 신랑이 된다'는 뜻입니다. 봄이 오는 소식을 가장 먼저 알려주는 나무가 ‘버들’입니다. ‘버들’은 버드나무를 줄여서 하는 말입니다. 진달래나 개나리가 피기도 전에 버드나무 가지에는 연둣빛의 물이 오릅니다. 옛 사람의 그림에는 종종 버드나무와 꾀꼬리가 나타납니다. 단원 김홍도의 ‘마상청앵도(馬上聽鶯圖)’라는 그림도 그렇습니다. 이 그림은 ‘50대의 변화상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작품’이라고 하네요.
 
동자를 대동하고 말을 타고 여행을 즐기는 단원의 자화상을 보세요. 그런데 말을 타고 가는 나그네가 대각선으로 급하게 내리닫는 언덕 위에 멈춰 서 있지요. 그리고 ‘언덕 한 귀퉁이에 있는 버드나무 위에서 두 마리의 꾀꼬리가 우는 소리를 듣는 모습이 묘사되어 있다’고 한국 회화사 전공인 경주대 정병모 교수는 설명한 바 있습니다.(100쪽, <한국의 풍속화>, 정병모 지음, 한길아트 펴냄)
 
역사학자이자 나무와 관련된 책을 꾸준히 펴낸 바 있는 강판권 계명대 교수는 ‘버드나무는 강인한 생명력을 자랑하는 나무’(<나무열전>)라며 ‘거꾸로 꽂아도 산다’고 합니다. 어떻게든 장사를 해서 식구를 먹여 살리고자 불철주야 노력하는, 대한민국의 소자본 창업자와 버드나무가 무척 닮지 않습니까?
 
제가 아는 사장님 중에 별명이 ‘버들 형’으로 통하는 분이 계십니다. 주식회사 행진 프랜차이즈의 ‘문준용’ 대표가 바로 그렇습니다. <낭만포차 버들골 이야기>(글로세움)의 저자이기도 합니다. 이 책은 이태원 후미진 골목 7평 가게에서 포장마차를 처음 시작한 이야기, 좌절과 성공을 담아내고 있습니다.
 
‘버들골’이 가게 이름입니다. 문 대표는 1999년 6월 13일, 이 날을 죽어도 평생 잊을 수 없다고 말합니다. 가게를 계약한 날이기 때문입니다. 다시 태어난 날로 기억돼서 그럴 겁니다. 그런데 왜 가게 이름이 ‘버들골’이 되었을까요? 책은 이렇게 적고 있습니다.
 
가게 앞에 서 있는 버드나무도 보기 좋았다. 우뚝 서 있는 버드나무가 꼭 묵묵히 집안을 지키는 가장의 모습 그대로였다. 깊게 뿌리 내리고 흔들림 없이 오랜 세월을 그 자리를 지켰을 버드나무. 가장으로 집안에 버드나무가 되고 싶었다. 버드나무 같이 집안의 그늘을, 지붕을 만들고 싶었다. 그 아래서 가족과 함께 쉬고, 즐겁게 이야기 나누고, 같이 밥 먹을 수 있도록….(27쪽, <낭만포차 버들골 이야기>, 문준용 지음, 글로세움 펴냄)
 
문 대표는 “장사는 요령이 아니고 정성!”이라고 말합니다. 손님들이 남기고 간 안주을 다시 으며 문제를 살피면서 정신이 번쩍 들었다고 하지요. 그리고 주인 입장에서 불평하고 손님 탓을 했던 것에 대해 깊이 반성을 하지요.
 
문 대표는 입버릇처럼 툭하면 “밀리면 끝장이다!”라고 말합니다. 왜일까요? 소자본 창업자가 더 이상 물러설 자리는 대한민국에는 없기 때문이지요. 취업할 수 없으니까, 창업을 하는 것이지요. 돈이 부족하니까 몸으로 때우는 장사라도 하고자 가장이 선택하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은 가장으로 살기가 너무 힘든 게 사실입니다. 특히 40대의 가장은 더욱더 심각합니다. 갈 곳도 없고, 모아둔 돈도 적기 때문입니다.
 
버드나무는 바람이 불면 휘어질 줄 알지요. 언제나 그 자리에서 묵묵히 과욕을 부릴 줄 모릅니다. 그뿐인가요. 강판권 교수는 말하길, 버드나무의 학명이 ‘살릭스(salix)’라고 하네요. 스웨덴의 식물학자 안데르손이 붙인 학명인데 살릭스는 ‘가깝다’는 뜻의 ‘살(sal)’과 물을 뜻하는 ‘리스(lis)’의 합성어라고 밝힙니다. ‘이는 이 나무가 물가에서 잘 자람을 알려준다’고 강조했는데, 저는 다르게 ‘이 나무가 물가에서 잘 자람은 타성이 아니고 오성이 뛰어나서다’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즉 어디가 설(立) 자리인지를 잘 아는 것이죠.
 
이따금 꾀꼬리가 와서 놀더라도 뒤에 있고, 앞에는 나서지 않습니다. 이준익 감독의 영화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에서 황처사(황정민)가 말한 명언처럼. “칼잽이는 칼 앞에 나서면 안 되고 뒤에 있어야 한다”는 이유와 비슷합니다.
 
버드나무 ‘유(柳)’ 자에는 사악한 기운을 제거하는 벽사력이 있다고 합니다. 복숭아 나무가 나쁜 기운을 물리치는 것처럼 말입니다. 그러니 앞에서 말한, 에이즈 문제될 게 없습니다.
 
‘유(柳)’의 상징적 코드는 '머무르다'는 뜻을 지닌 ‘유(留)’자로도 읽습니다. 그리고 영어로 ‘You’와 발음이 비슷하지요. 따라서 창업자(我)가 숨어 있기에, 고객(You)은 드러나기 마련이고 편안하니까 ‘유(柳)’의 덕목을 지닌 장소에 머무르고자(留) 하는 것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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