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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에 ‘스토리’를 담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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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angelica 댓글 0건 조회 1,042회 작성일 14-02-02 0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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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리우드 영화가 세계 최고의 영화로 인기를 얻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일류배우들의 캐스팅, 화려한 그래픽, 조직적인 배급망 그리고 어마어마한 자금 등 어쩌면 히트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조건들을 다 갖추고서 세계를 공략한다. 그것뿐만이 아니다. 무엇보다 영화를 재미있게 만드는 것은 스토리다. 꼼꼼한 짜임새와 씨줄과 날줄로 엮어진 줄거리의 진행을 보노라면 감탄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수백만 명을 넘긴 한국영화를 보더라도 화면의 화려함보다는 영화 속의 스토리가 실제적인 경쟁력임을 알 수 있다. ‘친구’, ‘실미도’, ‘괴물’, ‘타짜’ 등 영화를 생각해 보라.
 
그랬다. 스토리가 필요했다. 우리의 DNA는 이야기를 필요로 한다. 어릴 적 할머니 품에 안겨 옛날 얘기를 들으며 잠이 들던 우리가 아니었던가. 식당비즈니스에서도 이런 스토리가 필요로 한다. 개업하고 나서 6개월가량 지났을 무렵 이런 스토리에 대한 고민이 들기 시작했다. 당장은 음식으로 손님에게 어필한다고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했다. 그렇다고 일부러 만들어 낼 수도 없고 우리 식당이 가진 그대로를 가지고 우리 힘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 꺼리를 찾아내야 한다고 생각하였다.
 
마실은 시내권이지만 걸어서 올 수 있을 만큼 도시 중심지에 위치하지 못했다. 하루 종일 유동인구가 스무명 정도에 불과할 정도로 산 밑 외진 곳이다. 대신 우리 식당은 독특한 인테리어를 갖추고 있다. 유럽풍의 목조인테리어가 식당이라기보다는 카페를 연상케 한다. 실제로 목재도 핀란드산이 대부분일 정도로 신경을 많이 쓴 건물이다.
 
제일 먼저 변화를 준 것이 독특한 인테리어와 잘 어울리는 외관을 꾸미는 것이었다. 입구 테라스 쪽에서 바라보니 새로운 이야기꺼리를 만들어 낼만한 공간들이 눈에 뛰었다. 전체적으로 어두워 보이는 조명을 밝게 바꾸었다. 그리고 입구를 둘러싸고 있는 백일홍 네 그루에다 은하수 조명을 달았다. 바닥 테라스와 출입문에도 조명등을 작업하고 겨울에는 트리와 네온사인을 추가했다. 비용이 조금 들기는 했어도 효과에 비하면 아주 적은 투자에 불과했다.
 
상추와 치커리가 함께 크는 가게
 
다음에 선택한 것은 꽃이었다. 식당 건물 전체가 목조건물로 보여 나무와 가장 잘 어울리는 꽃이야말로 손님들을 끌어들일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먼저 꽃을 심기 위해서는 연못을 만드는 것이 좋겠다는 지인들의 조언을 받아들여 한 평 반 남짓한 잔디밭을 연못과 화단으로 개조하였다. 연못에는 물배추를 키우고 화단에는 계절별로 생화를 심었다. 펜지, 꽃잔디, 보리 등도 심었다.
 
올 해는 상추와 치커리, 케일 등 특수야채들을 심었더니 오고가는 손님들이 신기한 듯이 쳐다보곤 한다. 건물 벽을 따라서는 사피니아를 배치했다. 사피니아는 4월부터 꽃을 피기 시작해 겨울이 오는 11월까지 계속 피고 지기를 반복하는 일년생 꽃이다. 햇볕을 따라 길게 늘어지는 습성이 있어 마실과는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었다. 사진촬영하러 오는 이들이 꽤 있을 정도다.
 
조명과 꽃과 연못으로 바깥을 치장한 다음은 내부 차례였다. 사실 내부는 별다른 작업을 할 수 있을만큼 여유가 있지 못하다. 일단 있는 공간 자체를 이야기꺼리로 만들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나는 세 가지를 골라 소문을 내기 시작했다.
 
몇 년 전 강원도 고성에 산불이 난 적이 있었는데 그 때 불에 탄 소나무로 만든 테이블, 어릴 적 아버지와 나는 겨울이 되면 나락을 추수하고 난 볏짚으로 가마니를 짜곤 했다. 이 가마니 짜는 기다란 틀을 인사동에서 구해 내부 벽을 띠처럼 붙여 장식효과를 만들어 나이 지긋한 분들의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
 
그리고 출입구 벽을 따라 걸어 놓은 근대조선시대의 사진액자들, 곰방대와 구식전화기, 왠지 모를 고풍이 있는 농과 자기들을 군데 군데 어우러지게 만들었더니 옛날 회상을 하는 손님분도 있었고 아이들한테 설명해주는 부모님들도 많았다. 작은 부분이지만 역사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역할을 한 것이다.
 
인공조미료, 안녕~
 
이렇게 겉모습을 치장한 다음 차별화의 핵심은 음식이었다. 아무리 겉모습이 화려해도 정작 그 업의 중심고리에서 입소문을 내지 못한다면 그 효과는 얼마가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글로는 이렇게 쉽게 정리하지만 실제로 차별화된 과정으로 이어지기까진 2년 가까운 시간이 소요되었다.
 
음식으로 손님들의 입맛과 눈과 귀에 관심을 끌게 하는 방법은 MSG를 쓰지 말 것, 오늘 요리는 오늘 만들 것, 매 달 요리를 바꿔 제공하는 것이었다. 미원이나 다시다로 대표되는 인공조미료는 이미 오래전에 우리의 입맛을 바꿔놔 버렸기 때문에 쉽게 없어지지 않았다. 거의 모든 요리나 양념을 만들 때에도 빠짐없이 들어간다.
 
 
교육을 해도 쉽게 없어지지 않았지만 눈에 뛸 때마다 가져다 버렸다. 지금은 된장찌개를 끓일 때 다시다만 조금 넣는다. 아무리 다른 방법을 강구 해봐도 찌개의 끝맛에 남아 도는 쓴맛을 없앨 수가 없어 아주 조금만 넣어 끓인다. 조만간 이마저도 대체할 생각이다.
 
가정집에서 가장 만들기 어려운 음식중의 하나가 나물이다. 먹기는 쉽지만 생각보다 손이 많이 간다. 그래서 나물을 잘하는 식당을 가보면 하나같이 장사가 잘된다. 그런데 식당에서는 나물을 한꺼번에 만들어 놓고 남으면 다음 날 또 손님상에 내놓는 것을 보게 되는데 특히나 상하기라도 하면 무척 기분이 언짢아지는 경험이 있을 것이다.
 
나 역시 그런 것이 싫어서 오늘 먹는 나물은 꼭 오늘 무치거나 데치라고 한다. 그리고 남으면 미련 없이 버리라고 지시한다. 당장에야 아깝지만 고객들이 더 잘 알기 때문에 이미지는 훨씬 좋다. 다른 요리들도 마찬가지다. 김치를 제외하고 모든 요리는 주문 후 조리되기 시작한다. 당연히 신선도와 맛이 다른 곳과 비교해 차이가 많이 나고 고객의 선택은 불을 보듯 뻔하다.
 
또 하나, 퓨전한정식을 주 아이템으로 하기 때문에 매 달 두 세 개 정도의 요리는 교체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일년 내내 똑 같은 음식만 나오는 것이 아니라 월별로, 계절별로 요리를 교체한다.
 
스토리는 이야기 상자만 가지고 있다고 해서 알라딘의 요정처럼 금방 만들어지지는 않는다. 아이디어는 누구나 생각할 수 있지만 그것이 직접 만들어져 손님들의 입과 눈과 귀를 통해 회자되기까지는 부단한 실험과 실천력이 필요하다. 광고를 많이 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식당의 내, 외부 조건을 고객들이 공감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변화를 시도해야 하는 것이다. 잘 되는 식당의 이면에는 이야기꺼리를 끊임없이 만들어가는 이들이 있음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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