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Y, 소비자 패러다임 변화 이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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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angelica 댓글 0건 조회 1,128회 작성일 14-01-27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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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재주 씨(가명)는 봄맞이 단장에 한창이다. 요즘 유행하는 페인트를 구해 직접 벽에 칠한다. 아이 방에 놓을 책장은 근처 공방에서 나만의 디자인으로 만들었다. 햇살 잘 드는 베란다에는 텃밭을 만들어 채소를 키우려 한다.
귀차니즘에 빠져 있는 한국인에게 변화의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필요한 물건을 만들거나 고치기 위해 직접 팔을 걷어붙이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는 것. 일명 DIY(Do-It- Yourself)족이다.
DIY는 좁게는 집수리, 정원 관리 등 생활공간을 스스로 수리하거나 만드는 활동을 의미하고, 넓게는 의류, 유아용품, 자동차 튜닝 등 전문가에 의존하던 영역을 전문가의 도움 없이 스스로 처리한다는 의미로 쓰인다.
니치마켓에 불과했던 DIY가 최근 부상하고 있는 건 나만의(Only for Me) 맞춤ㆍ개성 추구, 가격과 품질을 모두 갖춘 칩 시크(Cheap Chic) 지향 경향이 DIY시장의 저변을 넓혀 주고 있고, 인터넷과 SNS의 발달이 DIY에 대한 접근을 보다 쉽게 해 주는 인프라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LG경제연구원 최경운 연구원의 최근 보고서 ‘DIY, 니치마켓 딱지 떼고 있다’를 통해 한국 사회에서 DIY가 부상하고 있는 원인과 대응방안에 대해 심층 분석해 본다.
‘Made by Me’ 신뢰와 보람 추구
DIY의 경우, 자신이 직접 만들기 때문에 제품을 믿고 사용할 수 있다. 우리는 불신이 만연한 사회에 살고 있다. 저급 MDF로 만든 가구가 가족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고, 성분과 제조 과정이 의심스러운 식품들이 우리의 식탁을 위협하고 있다. 정보의 풍요 속에서도 제조사와 소비자 간의 정보 비대칭을 해소할 수 없기 때문에 불신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채소를 직접 길러 먹는 도시 농부들이 많아지는 데에는 기성 제품에 대한 불신이 자리 잡고 있다. 본인이 재료나 부품, 만드는 과정 모두를 통제하는 DIY의 경우 정보 비대칭이 상당 부분 사라지기 때문에 소비자가 제품을 신뢰할 수 있게 된다.
DIY로 만드는 이유는 믿을 수 있다는 것 때문만은 아니다. 자신이 뭔가를 만들어냈다는 보람 또한 DIY의 빼놓을 수 없는 결과물 중 하나이다. 현대인들이 보람을 느낄 기회는 많지 않다. 보람을 느끼기 위해서는 자신의 노력이 들어가야 하고, 노력의 결과물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현대인의 파편화된 업무 특성 상 자신의 노력을 통해 무슨 변화를 만들어냈는지 확인하기 어려워 보람을 느끼기 힘들다. 하지만 DIY의 경우 몇 시간 땀 흘리면, 작지만 눈에 보이는 세계를 만들었다는 뿌듯함을 맛볼 수 있다.
‘Only for Me’ 맞춤화와 개성 추구
DIY의 매력은 나를 위한, 나에 맞춘 제품이라는 점이다. 광고는 ‘당신을 위한 워킹화’ 라고 유혹하지만, 그 워킹화는 가상의 ‘타겟 고객’을 위한 신발이다. 우리는 수많은 신발의 타겟 고객 중 자신과 가장 비슷한 경우를 찾아 나선다.
나의 니즈를 제품에 끼워 맞춰, 주인공은 내가 아닌 제품이 된다. 내 발 사이즈는 220mm인데 어쩔 수 없이 230mm 신발에 맞춰야 하고, 와인색을 좋아하는데 핑크색에 만족해야 한다. DIY는 기성 완제품의 이러한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 내가 주인공이 되어, 나에게 맞는 제품을 만들 수 있다. 한국인의 소득 수준이 올라갈수록 맞춤화와 개성을 추구하고자 하는 니즈는 더욱 강해질 것이다.
가격과 품질 모두 갖춘 칩 시크 지향
DIY는 실용성과 심미성을 겸비한 제품을 저렴하게 얻고자 하는 칩 시크(Cheap-Chic)의 솔루션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불황으로 주머니가 가벼워져도 소비자의 눈높이는 쉽게 내려가지 않는다. 기존의 눈높이에서 비용을 낮출 수 있는 솔루션을 찾게 되는데, 대안 중 하나가 DIY이다.
이름 있는 가구 브랜드에서 괜찮은 책상 하나 사려면 50만원은 족히 줘야 한다. MDF 소재로 원가는 비싸지 않은데 인건비, 유통비, 브랜드 가치 등이 더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DIY로 책상을 만들게 되면 원목(Chic)으로 만들어도 반 이하 가격(Cheap)으로 해결할 수 있다. 팍팍한 주머니 사정에도 눈높이에 맞는 소비를 가능케 하는 좋은 솔루션이 된다.
DIY 인프라 형성으로 비금전적 비용 감소
DIY에는 돈 뿐만 아니라 시간, 공간, 그리고 정보 탐색 등 비금전적 비용이 들어간다. 인프라 형성으로 추가 비용이 줄어든 것이 어떻게 보면 DIY 트렌드가 확산된 가장 중요한 이유일 것이다.
한국인에게 시간적 여유가 늘어났다. OECD 통계에 의하면 2010년 한국 풀타임 근로자의 주당 근무 시간은 49시간으로 2000년 대비 4시간 줄었다. 여전히 OECD 국가 중 터키 다음으로 노동 시간이 길지만, 단축 속도 역시 두 번째로 빠르다.
DIY 속 니즈를 알면 새로운 사업기회 보여
이러한 DIY 트렌드는 기업에게 의미있는 시사점을 던진다.
첫째, 소비자들이 소비 생활에서 제품이나 서비스의 성능, 효용뿐만 아니라 맞춤화, 보람 등 ‘나만의’ 의미(Meaning)를 찾는 트렌드는 소비자와 브랜드 간의 관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다. 자신의 손으로 직접 만든 물건은 다른 기성 브랜드가 제공해 줄 수 없는 의미를 간직하고 있기에 쉽게 외면할 수 없다. 소비자들에게 다른 브랜드가 줄 수 없는 의미와 경험을 줄 수 있다면 소비자에게는 단 하나밖에 없는 브랜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DIY 트렌드 속에 담긴 칩 시크 니즈를 만족시킬 수 있는 방안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최근 반값 열풍은 고객들의 칩 시크에 대한 니즈를 잘 보여주고 있다. 불황이 장기화되고 고객의 주머니가 가벼워지면 칩 시크에 대한 니즈는 커질 것이다. 브랜드 관점에서는 무엇을 더 넣을까 보다 무엇을 더 뺄까 라는 고민이 더 필요한 시점일 수 있다. 기본 기능이 담긴 제품을 저렴하게 제공하되, 부가 기능에 대한 옵션 선택이나 배송ㆍ설치와 같은 서비스 등을 고객에게 위임하는 등의 전략을 고려해 볼 만하다.
셋째, DIY가 의미 있는 시장을 형성하게 될수록 기존 B2B 기업이 B2C 시장에 바로 진출할 수 있는 여지가 늘어나게 된다는 점이다. DIY에 필요한 재료나 부품을 직접 소비자와 거래하게 되기 때문이다.
성공적인 시장 확장을 위해서는 B2C 고객의 특성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B2B 기업이 QCD(Quality, Cost, Delivery)를 중심으로 구매 의사결정을 하는 데 반해, B2C 고객의 경우 패키지, 점포 등의 감성적인 부분에도 크게 영향을 받는다. 특히 DIY족은 제품을 구매하는 과정을 놀이처럼 즐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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