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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정에 금가고, 눈 멀고, 회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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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방아풀 댓글 0건 조회 1,955회 작성일 12-05-09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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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창의 법창일화
 
도둑이 도리어 매를 든다는 것을  “적반하장(賊反荷杖)”이라고 하지요.  지금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남의 돈을 횡령하고도 먼저 고소를 한 한 파렴치한 사람의 적반하장의 이야기입니다.
한 재미교포가 있었습니다. 가진 것도 없었고, 선하지도 않았고, 신용은 영 불량인 사람이었습니다. 부도 수표를 너무 많이 써서 은행에 계좌를 열 수가 없을 정도였습니다. 먹고 사는 것은 브라질과의 작은 무역으로 입에 풀칠하는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이 사람이 우연한 기회에 한국의 중견 기업체의 부사장과 알게 되었고, 이 부사장은  친구인 그 회사 사장에게 이 사람을 그 회사의 로스 엔젤레스 지사장으로 천거를 하게 됩니다. 당시 잘 나가던 그 회사는 미국 진출을 기획하고 있었고, 로스엔젤레스에 지사를 설립할 계획으로 있었으며 그때 마침 이 사람을 부사장이 알게 된 것입니다. 이 사람은 단번에 기회임을 알아 챘고 갖은 충성 서약과  감언이설로 부사장과 사장의 마음에 들게 하여 지사장 자리를 꿰어 찼습니다. 미국 물정에 어두웠던 사장과 부사장은 지사 설립 자금 및 운영 자금으로 60만 달러를 송금했습니다.
그런데 눈물어린 충성 서약과는  달리 이 사람은 자신의 본색을 드러 내기 시작했습니다.  우선 매일 매일 올리던 보고서가 점점 뜸해지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한달에 한번도 보고를 않습니다. 부사장이 질책하자 자신은 지사의 경영인이지 매일 보고서나 쓰는 하급 직원이 아니라며 반발합니다. 그런데 그 지사는 혼자 운영하는 체제였고 다른 직원이라고는 한 명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자신은 경영인이라는 것입니다.
사태가 심상치 않음을 알게 된 부사장이 몇 달 후 한국에서 날아 왔습니다. 그런데 와서 보니까 한심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간의 영업 활동이란 거의 전무하다시피 했고, 60만 달러는 6개월 만에 다 소진이 되어 지사의 은행 계좌에는 잔고가 없었습니다. 회사 수표는 회사 직원도 아니며 아무 관계도 없는 그 사람의 처에게 시도 때도 없이 $1,000, $2,000 씩 지급이 되었고, 또한 같은 금액으로 현금 인출이 된 수표가 부지기수였습니다. 본인의 경비는 브라질 출장비와 유흥업소와 식당에서 쓰여진 것으로 집중되어 있었습니다. 지사와 브라질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었고, 본사에는 브라질 출장이라고는 보고된 적이 없었습니다.
 
부사장과의 첫날 면담이 있고 나서 그는 사라졌습니다. 지사 소유로 되어 있고 업무용으로 사용하라고 내어 준 링컨 컨티넨탈과 함께. 지사 사무실의 모든 서류는 사라졌는데 쓰레기 통에서 브라질의 어떤 회사에서 팩스로 온 서류가 한 장 발견되었습니다. 나중에 밝혀진 일이지만, 이 사람은 지사 사무실을 이용하여 자신의 브라질 무역 사업을 하고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분노한 부사장은 경찰서로 갔습니다. 회사 자금 횡령에, 회사 자동차 절도로 고발을 했습니다. 그러나 기대를 안고 찾아간 경찰은 하품을 억지로 참으며, 회사 자금 횡령은 사업에 관한 것이므로 자신들이 형사 사건으로 수사하기는 어렵고, 들고 간 자동차에 대해서는, 그것을  반환하라는 내용의 편지를 등기 우편으로 보내고, 2주를 기다린 다음, 그래도 대꾸가 없으면  다시 오라는 것이었습니다.
부사장은 편지를 보내고, 2주를 기다리는 동안, 지사장을 파면시키고, 지사의 은행과 접촉하여 지사장이 발행한 수표 내역을 알아 내었고, 지사장의 행방을 수소문하였습니다. 2주 후 경찰을 찾아 갔더니 변호사를 고용하여 민사로 해결하라는 통보를 받았습니다. 어쩔 수 없이 지인의 추천을 받아 제 사무실 문을 두드렸습니다.
이제는 당연히 소송 밖에는 없었고 저는 소송장을 쓰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런데 소송장을 쓰고 있던 중, 브라질으로부터 30만 달러가 지사 계좌에 입금이 되었습니다. 아마 이 사람에게는 그동안 해 온 브라질과의 무역 거래 중 가장 큰 것이었을 것입니다. 물론 본사에서 송금해 준 60만 달러를 이용해서 한 거래였을 것입니다. 본사에서는 날아간 60만 달러 가운데서 반은 건질 수 있게 되었다 싶어 희색이 돌았고 전 지사장의 변호사를 통한 30만 달러의 인계 요구에 대해 당연히 거절했습니다. 그리고 제가 작성한 소송장은 이제 완성이 되어 그 다음 날이면  법원에 접수가 되는데 바로 정확히 하루 전  전 지사장의 고소장을 받게 됩니다. 본사의 고소장은 하루 아침에 맞고소장으로 바꾸어 져야 했으며, 피고에는 어처구니 없게도 제 이름도 들어 있었습니다. 본사의 사장과 부사장, 그리고 지사와 거래한 은행도 피고로 걸었습니다. 소송 이유는 여러가지였지만, 기본적인 내용은, 피고 모두가 공모하여 자신의 돈 30만 달러를 부당하게 취득하려 한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하여  지리한 소송이 시작되게 됩니다. 
 
전 지사장은 은행이 동결시킨 30만 달러의 즉시 인출을 법원에 신청하였습니다. 판사는 거부하였습니다. “만약 내가 이 돈을 전 지사장에게 인출하라고 하면 이 소송은 이걸로 끝이다. 나는 여기서 이 소송을 끝내고 싶지 않다.” 그런데, 최소한 본안 재판이 끝날때 까지는 동결될 것 같았던 30만 달러가 갑자기 전 지사장에게 돌아 가게 되는 일이 발생합니다. 전 지사장 측이 다른 판사에게 지사의 주인이 누구인가를 밝혀 달라는 내용의 별도의 소송을 제기한 것입니다. 이러한 소송은 특별 소송으로 1개월 안에 재판을 하게 되어 있었습니다. 이 재판에서 도저히 납득이 안 가는 이상한 내용의 판결이 나오게 됩니다. 전 지사장은 단 돈 $1,000을 지사에 입금시켰을 뿐이지만, 주식 증명서가 전 지사장 개인의 이름으로 되어 있었고, 본사가 가진 주식 증명서가 없다는 것만으로 지사의 주인은 전 지사장이라는, 지극히 단순한 형식 논리로 전 지사장의 손을 들어 주는 판결이 나옵니다. 전 지사장이 자신의 의무를 게을리 하여 본사에게 주식 증명서를 발급하였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하지 않았는데도, 본사는 60만 달러를 투자하고 본인은 60만 달러의 600분의 1만 투자하였는데도, 그리고 그 돈을 다 횡령하였는데도 판사는 철저히 이러한 사실들을 무시하였습니다. 동료 판사의 이러한 판결이 나오니, 고개를 갸우뚱하면서도, 담당 주심 판사는 30만 달러를 풀어 주라고 할 수 밖에는 없었습니다. 
본사는 지사 소유권에 대한 판결에 불복하여 항소를 제기한 가운데, 본 안 소송은 계속되었고,  다른 관계인들까지 추가가 되어 소송은 더욱 커졌습니다. 그런 가운데 본사의 사업은 기울기 시작하였습니다. 사장은 지리한 소송에 지쳐 가고 있었고, 급기야 사장과 부사장은 대판 싸움 끝에 부사장이 사직하고, 두 친구의 우정에는 치유될 수 없는 금이 가고 말았습니다.
끝이 안 보일 것 같은 소송은 결국에는 합의로 끝났는데, 합의 내용은 비밀로 부치기로 하였으므로, 비록 각색은 하였으나, 여기에서 밝힐 수는 없습니다. 제가 어떻게 되었는지 궁금하십니까? 저는 합의 이전에, 제가 신청한 약식판결로 재판없이 승소가 확실시되자 전 지사장이 스스로 취하하는 형식으로   소송에서 빠졌습니다. 저는 피고이면서 동시에 다른 피고인들의 변호사가 되는 참 이상한 경우였었지요.
몇년 후 부사장과 제가 다시 만났는데, 사장은 이 소송으로 인하여 미국이 싫어졌을 뿐만 아니라, 비행기를 탈 때도, 미국 상공 근처에 오는 것도 싫다고 하였답니다. 그리고, 이 소송 때문은 아니었지만, 본사는 망하고, 사장은 거의 실명까지 한 상태에서, 폐인이 되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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