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앞에서 이전투구 결국 공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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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방아풀 댓글 0건 조회 1,851회 작성일 12-05-09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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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다루는 사건을 가지고 정의니 불의이니 하는 경우는 아주 드뭅니다. 보통 다루는 사건들이 상법 사건들이라 대부분 무미건조하고, 경제적 이익이 분쟁의 원인이니, 누가 옳고 그르다는 잣대의 적용 자체가 무의미한 경우가 많습니다.
한 예로, 계약 위반을 해서 손해 배상을 해 주고도 더 큰 경제적 이익을 얻을 수 있다면 계약 위반을 마다 할 필요가 없죠. 계약 위반을 당한 측에서 손해가 없고 계약 위반을 한 측에서는 더 큰 이익이 있으니까요. 그러니 도덕적 잣대로 나무랄 일이 아니지요. 그러나 지금 얘기하고자 하는 이 사건 하나만큼은 선과 악, 정의 대 불의의 대결로 규정짓고 싶습니다.
일찍 남편과 사별을 하고 오래 독신으로 지내다가 미국으로 건너 온 할머니가 있었습니다. 심성이 너무나 곱고 경우가 발라서 남에게 폐 끼치는 일은 손톱만큼도 못하는 그런 할머니였습니다. 그런데, 나이는 이미 65세를 넘었고, 영어 한마디 못하고 배운 것도 없으니 (초등학교 졸), 할 수 있는 일이 어린애 봐 주는 일이었습니다.
이렇게 어린애를 봐 주다가 그 집 사람의 소개로 어떤 할아버지를 만났고 재혼을 합니다 (할아버지도 재혼). 그런데 이 할아버지는 깨끗한 사람이 못 되었습니다. 신체와 정신 모두 멀쩡한데도 정신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하여 정부로부터 보조금을 수령하고 있었는데, 재산을 소유하게 되면 그러한 혜택을 받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전처 소생의 딸의 이름으로 식료품점을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딸이 자신의 이름으로는 이 가게를 소유하지 못하게 되었으니, 이 딸은 이미 또 다른 식료품 가게를 가지고 있었고 2개 가게를 계속 소유하게 되면 “세금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할머니 명의로 가게 이전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할머니는 이 가게에서 아침 7시부터 저녁 7시까지 하루 종일, 쉴 틈없이, 청소, 상품 정리, 할아버지 밥 해 먹이기, 할아버지따라 물건 사오기 등의 일만 죽도록 하고 있었습니다. 따로 급여는 물론 없었고, 고작 월 $300 현금 생활비가 할머니에게 주어지는 돈 전부였습니다.
이렇게 지내는 할머니에게 할아버지와 딸은 영문으로 된 서류를 디밀면서 명의 이전 서류인데 그냥 서명하라고, 할머니는 책임 질 일도 없고, 아무것도 바뀌는 것도 없고 그저 명의만 할머니 앞으로 옮겨 진다고 하였습니다. 그러나 실제 이 서류는 할머니가 $40,000을 주고 딸로부터 가게를 매입하는 가게 매매 계약서였습니다. 어쨌거나 이렇게 해서 서류상 주인을 바꿨는데 물론 이전과 이후 바뀐 것은 없었습니다. 여전히 할머니는 매일 같은 일을 했고, 모든 가게 운영은 할아버지가 했으며 모든 이익은 해 왔던것 처럼 할아버지나 딸이 다 챙겼지요. 가게 은행 구좌는 가게 주소로 되어 있어 딸이나 할아버지만 다 챙기는 바람에 할머니는 구좌 소유주임에도 불구하고 은행 statement 한 장 못 받아 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할아버지는 이 가게에서 밀수 담배를 팔고 있었고, WIC 라고 가난한 아이딸린 홀어머니 가장(家長)들에게 제공하는 food stamp program이 있었는데 이를 또 위반하고 있었습니다. 어느날 수사관들이 들이 닥쳤고, 주인인 할머니는 형사 법정에 서게 됩니다. 할머니는 형사 법정에서 사실을 다 얘기하였지만, 판사와 검사의 동정에도 불구, 실정법상 주인인 관계로 집행 유예, 보호 관찰, 그리고 큰 액수는 아니지만 벌금을 무는 유죄를 언도받게 됩니다.
이리하여 할머니는 시민권 취득에 빨간 불이 켜지게 되고 전과자라는 오명을 쓰게 됩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딸과 할아버지는 비행기 값 대어 줄테니 한국으로 도망가라고 윽박질렀습니다. 할머니는 분노해서 거절했습니다. 인생이 망가지게 생겼는데 생활비나 위로금 한 푼 없이 도망자가 되라고? 변호사 선임해 주고 형사 법정에 자발적으로 나가서 진실을 얘기해서 자기가 저지른 죄의 값을 자기가 받아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입니다.
그러나 양심과 정의가 없는 딸과 할아버지 이 두 사람은 할머니의 망가진 인생에는 관심없고 자신들의 가게에만 관심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할머니에게 다시 가게 명의 이전을 요구했습니다. 할머니는 당연히 거절했습니다. 이제는 빈 손으로 내쫓기까지 하냐고. 그랬더니 이 할아버지 전화기를 할머니에게 집어 던지고, 할머니가 쓰던 전화를 끊어 버렸으며, 멕시칸 살인 청부 업자를 사서 죽여 버린다는 협박을 했습니다. 그래도 말을 안 들으니 마침내 할머니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였고, 마침 이 할머니의 친척분이 제가 이전에 소개드렸던 한 사건의 의뢰인이라 이 분 추천으로 제 사무실을 찾았습니다.
소송의 이유는 간단했습니다. 가게 매매 계약에 의하여 가게를 넘겨주었으나 구매자인 할머니가 매입 대금을 지불하지 않고 가게 소유권만 행사하고 있으니 매매대금을 지불해 주도록 하고 가게 주인은 딸이라는 것으로 판결해 주십시오 하는 내용이었습니다.
저는 딸과 할아버지를 상대로 맞고소를 했습니다. 여러 가지 이유로 맞고소를 했지만 기본적인 2가지는 임금 미지불과 금전적 노인 학대(financial elder abuse)였습니다. 어차피 속아서 서명한 계약이니 계약서는 무효이고 그렇다면 할머니는 주인아닌 근로자일 수 밖에는 없다, 그러면 한 푼도 임금이라고는 지불 받은 적이 없으니 임금을 지불 받아야 한다. 그리고 만에 하나, 그 계약이 유효하다면 할머니가 정식 가게 주인이니 매입 대금을 지불하겠다 하지만 가게 주인에게서 이익금을 착복했으니 이는 횡령일뿐만 아니라 65세가 넘은 노인을 금전적으로 학대한 행위에 해당한다. 그에 대한 손해 배상을 하라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런데 수입도 없는 할머니가 어떻게 착수금과 그간 들어 간 변호사 비를 일부이긴 하지만 제게 주는지 궁금했습니다. 물어 보았더니 다 꾸어 왔다는 것이었습니다. 너무 마음이 아파서 변호사 비는 나중에 계산하고 끝날때까지 변호사 비 청구는 않겠다고 했습니다. 할머니는 저하고 면담이 있을때마다 $100씩 가져다 주었는데 할머니에게는 너무 큰 돈임을 뻔히 알기에 거절을 해도 그냥 던져 놓고 갔습니다.
재판이 다가 왔습니다. 그 사이 딸은 일 안 하는 자신의 변호사를 바꾸었는데 개악(改惡)이었습니다. 전혀 재판 경험이 없는 젊은 중동계 변호사였는데 이 친구 한 일이라고는 무려 다섯번이나 긴급으로 판사에게 가서 재판 연기를 신청하는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재판 연기 이유는, 이 할아버지가 그 사이에 불법 체류로 이민국에 체포가 되어 재판에 나올 수가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몇십년간 잘 있다가 왜 갑자기 체포가 되었을까요?
딸이 고발을 하였기 때문이었습니다. 딸과 이 할아버지 그 사이에 또 술집을 인수하여 같이 운영하고 있었는데, 소유권을 둘러 싸고 딸과 분쟁이 일어 난 것입니다. 딸은 아버지를 상대로 술집 접근 금지 명령을 받아 내었고 분노한 딸의 아버지는 할머니에게 접근, 이 소송에서 유리한 증언을 해 줄테니 이기면 배상금을 자기와 나눠 갖고 다음으로 내가 자신의 변호사가 되어 딸을 상대로 술집을 자기에게 되찾게 해 달라는 제의를 할머니에게 했습니다. 가히 적과의 동침이지요. 말도 안되는 소리라 당연히 거부했습니다.
어쨌든, 상대 변호사는 재판 연기 신청을 그런 이유로 하였는데 당연 퇴자 맞을 것으로 예상한 저는 아예 반대하러 법정에 나가지도 않았습니다. 제 예상대로 5번에 걸친 신청에도 불구하고 판사는 매번 거부, 재판은 예정대로 시작이 되었습니다. 상대방 변호사는 딸이 가끔 일을 시켰던 거리의 에이즈 환자를 하나 데려다가 할머니가 가게 수입을 다 챙겨갔다는 거짓 증언을 하게 했습니다.
제 반대 심문때 “당신은 가게 몇번 들렀을 뿐이고, 딸과 친한 사이이고, 변변한 직업도 없지? 돈만 주면 뭐든 다 하지?” 라는 도발적인 질문을 일부러 던졌는데 물론 자기를 어떻게 보냐고 반발하더군요. 하지만 짜고 하는 증언임을 간파한 판사는 대답이 뭔지 알면서도 상대 변호사의 반발을 무시하고 답변하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딸은 아버지에게 가게를 주고 싶었는데 정부 보조 때문에 할 수 없이 할머니 명의로 했다고 태연하게 증언했습니다. 이 증언 후 판사는 잠시 증언을 중단시킨 다음, 상대방 변호사에게 묵비권이 무었인지 아냐고 물었습니다. 그리고 나서 딸과 묵비권에 대해 상의하라고 복도로 내 보냈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딸과 아버지의 그러한 행위는 연방 정부를 상대로 한 사기, 한 마디로 범죄였고 딸은 그러한 범죄 행위를 스스럼없이 법정에서 자백하고 있었기 때문이었지요.
어쨌든 재판은 끝이 났는데, 판사는 딸이 제기한 고소장에 대해서는 피고 (할머니)승소, 원고 (딸) 패소, 할머니가 딸과 할아버지를 상대로 한 맞고소 장에 대해서는 반소 원고 (할머니) 승소, 반소 피고 (딸과 할아버지) 패소 판결을 내렸습니다. 그리고 손해 배상액은 제가 청구한 액수 약 $70,000에 $50,000 을 더한 $120,000을 최종 손해 배상액으로 확정했습니다.
그런데 $120,000은 제 예상을 훨씬 뛰어 넘는 큰 액수라 즐거운 놀람이었습니다. 저는 아주 보수적으로 시간당 최소 임금으로 의문의 여지가 없는 시간들에 대해서만 임금을 계산하였고, 노인 학대에 대해서도 그렇게 많은 액수를 생각하고 있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판사는 그렇게 많은 금액을 손해 배상액으로 계산한 것이었습니다. 다분히 징벌적인 요소가 강한 손해 배상금액이었죠. 그러면서 판사는 마지막으로, 자신은 연방 검찰에게 딸과 할아버지의 범죄 사실을 통지할 것이며, 오늘 재판 속기록도 연방 검찰에게 넘기겠다고 했습니다. 돈 앞에선 딸도, 아버지도 없는 인면수심의 인간 군상들. 아버지를 고발하고, 딸을 박살내고, 아내를 속이고 범죄자로 만드는, 인륜도, 정의도, 인정도 없는 악의 무리에 대한 통렬한 정의가 행하여지는 순간이었습니다.
[끝내면서 마지막으로 드리는 영악한 변호사 농담 하나. ]
어느 어둡고 추운 겨울 밤 자동차 사고가 났다. 사고 운전자들 중 한 사람은 의사였고 한 사람은 변호사였다. 누가 사고의 원인을 제공했는지 몰라 두 사람은 경찰을 불러 놓고 기다리고 있었다. 추위에 떨고 있는데 변호사가 의사에게 말했다. 자기 차 트렁크에 위스키가 한 병 있는데 한잔씩 마시면서 추위를 좀 녹히자고. 좋은 생각이어서 의사는 취기가 올라 올 때까지 몇잔을 받아 마셨다. 그런데 변호사를 보니 막상 변호사는 안 마시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의사가 말했다. “당신도 좀 드시지 그러세요?”
변호사가 씩 웃으며 하는 말: “저는 경찰이 온 다음에 마시겠습니다.”
어느 어둡고 추운 겨울 밤 자동차 사고가 났다. 사고 운전자들 중 한 사람은 의사였고 한 사람은 변호사였다. 누가 사고의 원인을 제공했는지 몰라 두 사람은 경찰을 불러 놓고 기다리고 있었다. 추위에 떨고 있는데 변호사가 의사에게 말했다. 자기 차 트렁크에 위스키가 한 병 있는데 한잔씩 마시면서 추위를 좀 녹히자고. 좋은 생각이어서 의사는 취기가 올라 올 때까지 몇잔을 받아 마셨다. 그런데 변호사를 보니 막상 변호사는 안 마시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의사가 말했다. “당신도 좀 드시지 그러세요?”
변호사가 씩 웃으며 하는 말: “저는 경찰이 온 다음에 마시겠습니다.”
박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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