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 밀입국에 무너지는 美 국경.. 멕시코 통해 年 9만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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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장미 댓글 0건 조회 1,151회 작성일 15-06-01 0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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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창 속에 어린이들이 빼곡히 들어차 있다. 좁은 방에도 수십명이 발 디딜 틈 없이 모여 있다. 온두라스, 과테말라, 엘살바도르 같은 중미(中美)권 국가에서 부모나 보호자 없이 '나 홀로' 멕시코를 통해 밀입국한 18세 미만 아이들이다. 하루에만 400명이 넘는 '나 홀로 밀입국 미성년자'들이 몰려들면서 미국 측은 텍사스주 샌안토니오의 랙랜드 공군기지, 캘리포니아주 벤추라 카운티의 해군기지, 오클라호마의 실 요새 등 군사시설까지 총동원해 이들을 임시 수용하고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20억달러(약 2조원)를 들여 이들을 위한 임시 주택 등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중미권 국가 출신 불법 이민자, 특히 어린이들의 미국 단독 밀입국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이 때문에 미국 국경이 사실상 어린이들에게 무너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멕시코 출신들은 곧바로 국경 밖으로 추방되지만, 중미권은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대우받는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불법 월경(越境)이 폭발적으로 늘고 있기 때문이다. 2009년 3000명 정도이던 미성년 밀입국자는 2011년 2배로 늘어났고, 2013년 10월과 올 5월 사이 4만7017명이 붙잡혔다. 텍사스주 그레그 애봇 법무장관은 "국경수비대 보고에 따르면 중미 출신 미성년자 불법 입국이 올 한 해 9만명까지 늘어날 수도 있다"고 언론 인터뷰에서 말했다. 5년 만에 30배가 늘어난 셈이다. 국경수비대는 지난달 국가안전보장회의에 "2015년이면 '나 홀로 밀입국 미성년자' 숫자가 14만명을 넘을 수도 있다"고 보고했다.
중미권 미성년자들의 불법 입국 러시엔 이유가 있다. 내부의 불안한 정세와 가난 때문이다. 치안이 불안하면서 갱단이 판을 치고 있는데, 이들에게 아이들은 좋은 사냥감이다. 갱단이 학교에까지 총을 들고 들어가 '모집 설명회'를 해도 학교 측은 아무런 대응도 못 한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여자아이는 납치 대상이 된다. 이 때문에 부모들은 위험을 무릅쓰고라도 아이들에게 휴대전화와 미국 내 친척 전화번호를 건네주면서 주로 텍사스의 리오그란데 계곡 루트를 통해 미국행을 시도하고 있다.
미국 내에선 미성년 밀입국자들을 범죄자로 보고 추방해야 할지, 인도적 관점에서 수용해야 할지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특히 오바마 대통령이 미성년 밀입국을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봐야 한다며 추방에 부정적 입장을 취하고 있다. 중미권에서는 미국이 아이와 여성을 추방하지 않는다는 믿음이 퍼져 있다. 조 바이든 부통령은 16일 중미권 국가를 순방하면서 "아이와 여성이 추방되지 않는다는 것은 그릇된 믿음"이라며 위험한 밀입국 자제를 호소했지만 별 효과가 없다. 미국은 수용시설이 부족해지면서 불법 밀입국 청소년이 미국 내 연고자만 있으면 곧바로 인도하고 있다.
공화당 측은 "오바마 대통령이 불법 입국자들을 '사면'하고 있다. 지금은 위기 상황"이라고 규정했다. 캔디스 밀러 연방 하원의원은 "군대를 동원해서라도 불법 이민자와의 전쟁을 시작해야 한다"고 나섰다. 그는 오바마 대통령에게 편지를 보내 "미국은 베이비시터가 아니다. 절차를 거쳐 추방해야 한다"고 말했다.
부작용도 속출하고 있다. 미성년자를 가장한 갱단의 유입이 시작되고 있다. 국경수비대의 한 관계자는 "갱단 문신을 한 미성년자들도 상당수가 보이는데, 이들도 나이가 어리면 추방 대신 연고자에게 인계되는 경우가 많다"고 워싱턴포스트 등 언론 인터뷰에서 밝혔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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