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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ex 엔젤


 

백마가 기다리던 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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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Angel 댓글 0건 조회 70회 작성일 26-06-27 0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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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길림성 장춘에서 걸려온 한 통의 전화는 

한 사람의 생명을 살려 달라는 절박한 외침이었다.

맨해튼의 차가운 거리에서 쓰러진 젊은 중국 청년.
낯선 땅 미국에서 그는 급성 뇌막염으로 생사의 갈림길에 서 있었다.
가족도, 친척도, 친구도 없는 외로운 병실.
유리벽 너머에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는 청년이 누워 있었고,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장춘에서는 부모가 매일 눈물로 밤을 지새우고 있었다.

나는 특별한 사람이 아니었다.
그저 하루하루 병원을 찾아가 그의 숨결을 지켜보는 이름 없는 이웃이었다.

간호사는 매일 찾아오는 나를 이상하게 여겼다.

"환자와 어떤 관계입니까?"

나는 미소만 지으며 대답했다.

"그냥 지나가는 천사일 뿐입니다."

사실은 이름을 밝힐 수 없었다.
혹시라도 병원비 문제로 내가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이 생길까 두려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람의 생명 앞에서 계산은 의미가 없었다.

열흘 뒤, 장춘에서 아버지가 미국에 도착했다.

유리병실 속 아들을 바라보던 순간, 그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눈물을 흘렸다.
세상 어느 언어보다도 부모의 눈물이 더 깊은 말이라는 것을 그날 처음 알았다.

나는 병원 근처 모텔을 마련해 드리고,
전기곤로와 냄비, 프라이팬, 쌀과 통조림까지 준비해 드렸다.

"병원비는 걱정하지 마십시오.
아드님이 살아서 돌아가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나는 그분이 누구인지 전혀 알지 못했다.

며칠 후 내민 명함 한 장.

'허화흥(许华兴)
길림성 출판문화국 국장'

그제야 알았다.
미국 모텔방에서 작은 전기곤로 하나로 아들을 위해 밥을 짓던 그 초췌한 아버지가,
길림성을 대표하는 고위 행정관이었다는 사실을.

하지만 그 순간에도 내 눈에는 그저 아들을 살리고 싶은 평범한 아버지일 뿐이었다.

다행히 청년은 기적처럼 의식을 되찾았다.

한 달이 넘는 치료 끝에 퇴원했고,
미국 사회복지제도의 도움으로 병원비 문제도 해결할 수 있었다.

아버지와 아들은 무사히 장춘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세월은 흘렀다.

몇 번이고 초청을 받았지만 사양하던 나는 결국 장춘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공항에는 뉴욕에서 통역을 맡았던 그 사람이 기다리고 있었다.

입국심사도 없이 귀빈 출구를 지나 검은 승용차를 타고 장춘 시내를 달렸다.

도착한 곳은 길림성 출판문화국.

30층 집무실에서 허 국장은 두 팔을 벌려 나를 끌어안았다.

말은 서로 통하지 않았지만,
오랜 친구가 다시 만난 것처럼 두 사람의 마음은 이미 하나의 언어로 이어져 있었다.

그는 나를 남호빈관으로 안내했다.

그곳은 중국의 최고 지도자들이 머물던 영빈관이었다.

울창한 소나무 숲,
24시간 경비가 서는 조용한 길,
새벽이면 새소리만 들리는 넓은 호수….

나는 이른 아침 혼자 영빈관을 뛰어다니며 채소밭과 닭장을 구경했다.

식탁에 오르는 음식 대부분이 그곳에서 길러진 것들이었다.

고사리나물,
건두부무침,
따뜻한 죽 한 그릇….

그 소박한 음식 속에는 귀한 손님을 맞는 진심이 담겨 있었다.

허 국장은 나에게 부탁했다.

"우리 간부들에게 미국에서 사업하는 이야기를 들려주십시오."

개혁개방이 막 시작되던 시절이었다.

나는 자유시장경제에서 사람을 믿고, 

고객을 얻고, 경쟁 속에서 가치를 만드는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들은 모두 진지하게 들었다.

아직은 낯선 세상이었지만,
누군가는 새로운 길을 먼저 걸어야 했기 때문이다.

출판문화국 산하의 거대한 인쇄공장도 둘러보았다.

수천 명의 직원,
독일 최신식 인쇄기.

그러나 나는 말했다.

"기계보다 더 중요한 것은 고객입니다.
좋은 책도, 좋은 기술도 사람을 만나야 가치가 생깁니다."

그들은 조용히 메모했다.

그날의 작은 대화가 훗날 어떤 씨앗이 되었는지는 나도 모른다.

그러나 사람과 사람 사이에 심어진 선의는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만은 믿는다.

뉴욕으로 돌아오는 날.

허 국장이 내 손을 꼭 잡으며 《논어》의 한 구절을 읊었다.

"有朋自远方来,不亦乐乎."

"벗이 먼 곳에서 찾아오니 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

나는 그의 손을 더욱 힘껏 잡으며 미소 지었다.

"손을 잡으면 마음까지 이어집니다."

국경은 사람을 나눌 수 있어도,
은혜는 국경을 모른다.

언어는 달라도 진심은 통하고,
문화는 달라도 감사는 이어진다.

어느 날 뉴욕 거리에서 쓰러졌던 한 청년의 생명은
한 가족을 살렸고,
한 사람과 한 사람을 친구로 만들었으며,
두 나라의 마음을 이어 주는 다리가 되었다.

광활한 만주 벌판 어디선가
백마 한 필이 묵묵히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도,
어쩌면 바로 이런 인연을 위해서였는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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