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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인생의 때밀이: 동네 목욕탕에서 만난 영화배우 장동휘 박노식 허장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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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몰라요 댓글 0건 조회 1,186회 작성일 09-07-14 0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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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집이고 가세가 급작스레 기울어지면 가족 모두다 정신이 번쩍나는 이런 집안이 어찌 나의집 뿐만이겠는가. 남에게 좋은일만 하셨던  아버지의 사업이 일시에 무너져 큰살림을 줄이고 줄여 청계천 3가 네거리 이층집에서  중구 저동 작은집으로 대식구가 이사를 갔다. 영락교회부근 쌍용빌딩 앞 이층집이다. 아래층은 고기간 약국 구멍가게 바느질집 연탄가게가 있다. 우선 많은 식솔들이 굶지않고 춥지않게 땔감장사 먹는장사를 해서 생활의 안정을 꾀하자는 목적과 매일 명동성당 새벽미사에 기도하러 가시는데 가깝다는 이유로 이집을 선택했다.

할머니 두분을 포함한 많은 식구가 먹고 살아야 하기에 식구모두  삶의 현장으로 투입 되어야 했다. 내가 일해야할 곳은 구멍가게와 연탄가게였다. 이당시 나는 보성중학을 다녔는데 농구선수로 백넘버 22번 유니폼을 입고 장충체육관에서 경기를 할정도로 운동에 소질이 있었고 체력적으로도 강건했다. 중학생 체력으로 연탄 배달원을 한것이다. 연탄트럭 1대 2000장을 던지고 받고 하차하는 작업은 주로 밤 늦게 이루어졌다. 어머니의 경기여고 동창생이 당시 삼표연탄회사 사장 사모님었기에 동창생 빽으로 연탄 대리점을 땃다는 고마운 얘기를 들었다.

삼표연탄 저동대리점 연탄 배달원이 된것이다. 한편 옆에있는 구멍가게에서도 일을 해야했다. 가게물건은 을지로 5가 도매시장에서 물건을 주로 구입했다. 지게꾼들의 신세를 지지않고 통조림 깡통, 쏘주, 생필품등 많은양을 내스스로 등짐을 지고 구멍가게로 운반했다. 새로운 물건을 채워도 구멍가게 선반에는 빈구멍이 많이 보이니 나로선 어찌할 도리가 없는 힘든 운영상의 문제가  보였다. 참으로 이순간 들이 평생 나에겐 고마울 따름이다. 왜냐하면 미국사업을 하면서 발생하는 모든 일들을 어린시절 경험을 할수 있었으니 이또한 부모님의 은혜가 아니겠는가 생각해본다.   

집에서 한두블럭 떨어진곳에 한국의 헐리우드, 영화의 메카 충무로거리가 있다. 그곳은 스타다방이 있어 모든 한국 영화인들의 사랑방 역할을 했다.  스타다방역시 삼표연탄을 쓰는 단골이었다. 연탄 배달을 가면 아는 영화인 몇분중 아버님과 절친한 국민학교 동창생, 원로영화배우 김동원님도 나를 반갑게 대해준것이 생각난다. 이분의 아들이 가수 김세환임을 나중에 알았다. 장동휘 박노식 황해 독고성 김승호 허장강 최무룡 등 이름있는 배우들도 배달을 가면 마주쳤다. 당시 청춘스타 신성일의 빨강 스포츠카  무스탕이 우리 동네에 파킹을 자주했기에  영화배우는 모두 화려한 생활을 하는줄 알았다. 하지만 이류 삼류배우 엑스트라들은 다방한구석에서 엽차만 마시며 하루종일 다방서 캐스팅되기를 기다리던 시절이다.

이른 새벽에는 마른내길 백병원 담장으로 사람들이 긴 줄을서서 추위에 발을 동동구른다. 영화씬이 없는 엑스트라들은 매일 병원에다 피를 팔고 그돈으로 끼니를 때우곤 했다. 영화에서는 화려하게 보이는 무명배우들이지만 삶의 무게가 휘청거릴정도로 생활이 궁핍하면 몸의 일부라도 팔아서라도 살아가야하는 어두운 그림자를 어린나이에 뚜렸이 목격했다.  

충무로 영화사 단골이 많이생겨 연탄배달을 열심히 했다. 사무실에는 주로 싸이즈가 큰 중탄 대탄으로 난방을 했다. 문제는 영화사들은 수금이 잘 않된다는 것이었다. 영화사에 나오는 사람들은 대부분 남대문 케네디 양키시장서 구호물자 옷으로 모양을 주로 낸다. 모두다 외모가 번드르하다. 백구두에 빨강양말도 눈에 띈다.

영화사 사장들은 주머니에는 땡전한푼 없다며 매일 연탄값 결제를 미룬다. 추운날에는 모두다 외상연탄을 구걸한다. 제작한 영화가 대박나기를 기대하는 모양이다. 나는 영화사 사장들에게 극장표로 때울생각은 아예 생각지도 말라고 쐬기를 박아도 보았다. 그때 영화사 사무실들은 모두 싸늘했다. 그러하기에 돈은 나중에 받더라도 더욱 더 연탄배달을 많이 했다. 가끔 극장을 가노라면 주연 조연 엑스트라 모두 낮익은 얼굴들이 보인다. 동네 목욕탕에서도 안면있는 장동휘, 박노식, 허장강, 등 남자배우들이 무더기로 들어온다. 온탕으로 들어가  가깝게  배우들  얼굴을 마주 할때면 등 때를 밀어주겠다고 연탄천사에게 영화사 잘 봐달라고 빽을쓴다. 목욕탕서 일류배우가 때밀이하는 영화한편을 찍는 기분이 들곤했다. 냉탕 온탕을 몇번 반복하다 보면 영화 한편이 금세 끝이난다.

청계국민학교 친구들도 아역배우들이 꽤있었다. 공부시간에 그들의 부모가 영화촬영이 있다고 수업중 그들을 데리고 나가곤 했다. 일찍 학교를 빠저나가는 아역배우친구들이 부러웠다. 저하늘에도 슬픔이라는 영화에 나오는 애들같았다. 안ㅇㅅ, 박ㅈ ㅎ, 전ㅇㅅ... 이름기억이 가물가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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