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힐 선택요령 > 패션

수년 전 시작 된 ‘하이힐’ 열풍이 좀체 식을 줄 모르고 있다. 최근의 하이힐 유행은 그 기세가 아주 도도한데다, 하이힐 굽의 높이가 해도 너무 한다 할 정도로 높은 게 특징이라면 특징이다. 하이힐의 인기몰이는 주기를 탄다는 점에서 유행의 산물인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하이힐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보면 꼭 유행만이라고는 할 수 없다. 고대 이집트의 유물 가운데 여성을 묘사한 조각이나 그림을 보면, 오늘날의 하이힐에 해당하는 신발들이 눈에 띈다. 이집트 외에 고대 메소포타미아나 그리스 등에서도 하이힐은 귀족층을 중심으로 해 적잖은 사랑을 받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오늘날 하이힐의 조상 격인 하이힐들은 유럽의 중세 시절에 본격적으로 등장하기 시작했다. 이 때는 여성뿐만 아니라 남성에게도 하이힐 착용이 권위의 상징으로 통했다. 대체로 신분에 비례해 굽의 높이가 높아지는 경향을 보였기 때문이다. 오늘날 차가 계층의 상징이듯, 당시에는 신발도 일정 부분 이런 역할을 했다고 생각하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이는 인간의 본성 속에 하이힐에 대한 욕구가 자리하고 있다는 뜻이다. 중세에 하이힐이 널리 보급된 데는 물론 사회신분적 배경 말고도, 오물 천지에 비가 오면 질퍽대는 흙 길이 많은 것도 이유로 꼽힌다. 하이힐을 신으면 인분이나 가축 분뇨 등 오물을 피해가기 좋았던 것이다.

오늘날과 같은 현대적 개념의 하이힐이 선을 보인 것은 대략 20세기 초반이다. 사실 고대나 중세에도 그랬겠지만 현대 하이힐은 특히 ‘섹시’ 어필을 빼놓고 얘기할 수 없다. 극단적인 예이기는 하지만, 엉덩이가 드러날 정도의 매우 짧은 치마에 높은 굽의 하이힐이 이른바 직업 여성의 상징으로 통하는 것은 이런 배경에서이다. 여성들의 다리는 동서고금을 가리지 않고, 관음증의 대상이 됐을 정도로 성적으로 어필하는 신체 기관이다. 하이힐은 여기에 강한 액센트를 찍어주는 역할을 한다고 봐도 무방하다. 이런 면에서 보면 하이힐과 여성의 관계는 단순한 유행을 넘어 어느 정도는 숙명적이라고도 할 수 있다.

요즘 특히 인기를 모으는 하이힐은 이른바 킬힐(Kill Heel)이다. 사람 잡을 정도로, 그러니까 굽의 높이가 무려 10인치 안팎에 이르는 하이힐이 킬힐이다. ‘킬빌’이라는 영화 이름에서 패러디 한 것으로 알려진 킬힐은 업계에서는 ‘스틸레토(Stiletto)'라는 이름으로 흔히 통한다. 킬힐 혹은 스틸레토는 최근 들어 플랫폼 하이힐의 형태로 나오는 게 많다. 뒷굽을 더 높일 요량으로 신발 앞 바닥을 제법 높이가 높은 통 굽으로 디자인한 것이 바로 플랫폼 하이힐이다.

건강, 특히 발목의 안전을 생각한다면 하이힐 굽의 높이는 까치발을 한 채로 몸을 반듯이 세우고 직립해 있을 때 최대한 올릴 수 있는 뒤꿈치의 높이보다 높은 것이어서는 곤란하다. 힐의 높이가 까치발로 섰을 때 뒤꿈치보다 더 높다면 걸을 때 중심잡기가 극단적으로 어려워진다. 또 지극히 당연한 얘기지만, 지면과 접하는 하이힐의 굽은 넓을수록 안정감이 있다. 걷기도 물론 편하다. 굽의 넓이는 옷과 매치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날씬한 몸매를 강조하는 옷이라면 하이힐의 굽도 미끈해야 어울린다. 반대로 풍성한 드레스라면 굽 역시 좀 두툼한 것이 더 잘 매치가 된다. 안정감을 강조하는 정장 계통이라면, 2~3인치 정도의 굽 높이가 적당하다.

신발은 색상이나 스타일도 중요하지만, 착용감이 무엇보다 우선이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로컬 스토어에서 신어보고 구입하는 게 무난하지만, 최근에는 가격 경쟁력과 신속배달을 앞세운 신발 판매 인터넷 사이트도 잇달아 등장해 관심을 끌고 있다. 게 중에는 오후에 주문하면 이튿날 배달을 해줄 정도로 빠르게 대응하는 인터넷 가게도 있으니, 이런 곳에서 신발 구입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