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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7억짜리 그림, 네 번이나 도난당한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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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istory 댓글 0건 조회 1,819회 작성일 14-03-03 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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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의 '덜위치 미술관'은 영국 최초의 공공미술관으로서보다는, 렘브란트의 '야코프 데 헤인 3세의 초상'을 소장한 곳으로 유명하다. 더 정확히는, 이 그림을 4번이나 도난당한 미술관으로 전 세계에 유명세를 탔다. 세 번째 도난이 발생한 1981년, 런던과 암스테르담 경찰이 총동원돼 범인과 악덕 브로커를 체포하는 과정은 첩보 스릴러 그 자체다. 유독 이 작품이 표적이 된 이유는 세로 29.9㎝, 가로 24.9㎝의 작은 그림인 데다 액자가 달랑 고리 2개에 걸려 있었기 때문이다. 예상가가 무려 857억원인데도 불구하고!

마약상처럼 국제조직화되어가는 미술품 도둑들과 중개상, 이들을 쫓는 경찰들의 치열한 숨바꼭질이 눈앞에서 보듯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드라마틱한 글쓰기에 탐정 기질까지 갖춘 37세의 이 젊은 기자 덕분이다. 20대부터 잡지사 말단직원으로 갤러리 절도사건을 조사하던 넬먼은 제 발로 자기를 찾아온 미술품 도둑을 인터뷰하게 되면서 거미줄처럼 얽히고설킨 미술품 도난 세계를 파고들기 시작한다.

미술품 전문 수사관, 변호사, 미술관장, 전직 도둑 등 미술품 범죄와 관련된 인물들을 일일이 만나 인터뷰하면서 그가 내린 첫 번째 결론이 재미있다. 미술품 도둑은 영화 '허드슨 호크'의 브루스 윌리스나 '토마스 크라운 어페어'의 피어스 브로스넌 등 할리우드가 그려내는 멋진 도둑들과는 전혀 다르다는 사실이다. 대부분은 밑바닥 인생이다. 미술품에 대한 안목이라곤 없이, 팔아서 돈 되는 것이면 뭐든지 훔친다. 문제는 도둑이 아니라 이들을 고용하는 범죄집단, 아트 딜러들과 옥션하우스는 물론 컬렉터들까지 연루된 더 큰 배후다. 세계적으로 이름난 주요 경매회사들이 중소 미술품 경매소들, 중개상들과 함께 도난 미술품을 세탁하는 과정에 핵심 역할을 담당한다는 사실은 놀랍다. 도난 미술품들이 버젓이 경매장에 나와 최고가를 경신하며 거래되니 미술품 암시장은 더욱 커지고 치밀해진다. 일부 컬렉터의 병적인 수집 행위는 이런 불법 행태를 더욱 부추긴다. 인터폴과 유네스코는 미술품 암시장을 마약, 돈세탁, 무기 거래에 이어 넷째로 큰 암시장으로 지정했다.

감쪽같이 사라진 명화들은 어디로 갔을까?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클로드 모네의 ‘베퇴유 부근 양귀비’, 렘브란트 판 레인의 ‘야코프 데 헤인 3세의 초상’, 에드가르 드가의 ‘레픽 백작과 그의 딸들’ 사진
감쪽같이 사라진 명화들은 어디로 갔을까?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클로드 모네의 ‘베퇴유 부근 양귀비’, 렘브란트 판 레인의 ‘야코프 데 헤인 3세의 초상’, 에드가르 드가의 ‘레픽 백작과 그의 딸들’. /시공아트 제공
또 하나 흥미로운 사실은, 미술품 암시장의 진짜 주인공은 누구나 다 아는 세계적인 명화가 아니라는 점이다. 동네 좀도둑에서 도난 미술품 브로커로 변신한 폴은 "유명 작품을 훔치는 도둑들은 대개 멍청이예요. 레이더망에 걸리지 않는 작품을 다뤄야죠. 그것이 이 세계의 황금률이에요"라고 전한다. 실제로 도난당한 피카소 작품이 하나라면 좀 덜 알려진 작품들은 수백 점이 사라진다고 했다. 뉴욕이 세계 미술의 중심지가 아니라 '도난당한 미술품들의 메카이자 창고'라는 저자의 지적은 의미심장하다.

그런데도 미술품 도난을 조사하도록 훈련받은 경찰은 없다. 전문 변호사도 없다. 그림의 출처를 묻지 않는 것은 물론, 현금에 악수 한 번으로 끝나는 무기명 거래가 관행이다 보니 범죄 추적의 단서가 될 어떤 기록도 없다. 그야말로 무법지대. 세계에서 가장 방대한 양의 도난 미술품 리스트를 갖고 있다는 런던의 '아트 로스 레지스터'에는 수백 점의 피카소 작품을 포함해 10만 점이 넘게 등록돼 있다. 폴은 비웃는다. "경찰은 도둑보다 열 발자국 느리고, 언론은 실제로 벌어지는 사건 중 십분의 일도 다루지 못하고 있지요."

'아름다움'에 대한 인간의 열망이 일궈온 미술 세계가 거짓과 사기, 부정과 탐욕을 상징하는 비즈니스로 변질해 가는 세태를 폭로한 책. '달콤하게 부정직한' 이 세계의 본질은 인간의 본질과 맞닿아 있다. 도둑 폴이 정곡을 찌른다. "인간은 정말 이기적이고 탐욕스러워요. 차를 한 대 가지고 있는데도 두 대, 석 대를 원하는 것이 사람이지요. 대체 왜 롤스로이스가 열다섯 대나 필요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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