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미술, 투자할만 한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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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harvard 댓글 0건 조회 2,655회 작성일 11-05-16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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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1월 30일, 홍콩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크리스티의 아시아 현대 미술 경매 이브닝 세일에 한*중*일 3국 외에 인도 작가의 작품이 출품돼 눈길을 끌었다. 이날 경매 결과 낙찰가 기준 상위 10위권에 든 한국 작품은 전무했다. 중국 출신이 여덟 명으로 여전히 압도적 우위를 차지했고, 나머지 두 작가는 일본 작가 이시다 데쓰야와 인도 작가 수보드 굽타였다. 2007년 5월 런던에서 열린 소더비 경매에서 인도 현대미술 낙찰 총액은 57억 원이었다. 그리고 1년 후 같은 경매에서 인도 현대미술 작품은 85억 원어치나 팔렸다. 인도 미술의 부상은 이처럼 수치로도 증명된다.
인도 미술의 성장세는 중국 미술의 팽창과도 궤를 같이한다. 오랫동안 사회주의의 굳건한 장막에 갇혀 있던 중국 현대미술은 개방과 세계화의 물결을 타고 세계 미술의 중심으로 확고하게 자리 잡았다. 한국뿐 아니라 뉴욕을 비롯한 세계 유명 갤러리와 미술관에서 중국 작가의 작품을 소개하는 전시가 앞다퉈 열렸고, 각종 아트페어와 옥션에서는 그들의 작품이 높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그런데 이런 중국 현대미술의 불패 신화에 서서히 불안한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다. 블랙홀 같았던 중국 본토의 막강한 구매력이 베이징 올림픽을 분수령으로 진정되었고, 거품 현상을 우려할 정도로 확대*재생산됐던 중국 현대미술은 어느새 신선함을 잃었다. 설상가상으로 최근 몰아닥친 전 세계적 금융 위기로 인해 중국 미술은 당분간 냉각기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이런 추세에 비추어볼 때 인도 현대미술이 대안으로 주목받을 가능성은 크다. 우선 인도의 문화적 환경과 특수성 면에서 그렇다. 영국을 중심으로 서구 문화와 친밀한 커넥션은 인도 미술의 가장 큰 자산이다. 뉴욕과 더불어 세계에서 가장 많은 미술품이 거래되는 영국에서만 보더라도 인도 미술은 생경하고 낯선 것이 아닌 친근하되 비밀스러운 그 어떤 것으로 인식된다. 통치의 ‘인연’ 때문이다. 인도 특유의 ‘오리엔탈리즘’ 역시 매력적이다. 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갠지스 강, 전설보다 오래된 도시 바라나시, 아름다운 사랑의 무덤 타지마할 등 인도를 동경하는 아이콘은 밤하늘에 별만큼이나 다양하다. 지구상 어느 나라도 인도만큼 극과 극의 문화가 공존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 또한 인도는 서양인들에게 전통과 현대, 동양과 서양, 정신과 물질, 과거와 미래가 한 공간에서 꿈틀대는 용광로 같은 나라, 달리 말하면 오리엔탈리즘의 전형으로 비친다. 따라서 뭔가 새롭고 이국적인 그림을 찾는 서양 컬렉터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이는 중국 미술이 한때 전 세계 컬렉터의 구미를 자극했던 것과 비슷한 이치로, 세계 미술 시장의 흐름을 좌지우지하는 ‘큰손’들에게 인도 미술은 새로운 ‘먹잇감’ 으로 충분히 매력적이다.
수보드 굽타와 지티시 칼랏을 주목하라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국내에서도 인도미술을 소개하는 전시가 올 한 해 심심찮게 열렸다. 가장 체계적이고 본격적으로 인도 현대 미술의 추세를 보여준 전시로 〈헝그리 갓Hungry God〉전을 꼽을 수 있다. 현재 국제 무대에서 가장 주목받는 인도 작가 12명이 참여한 이 전시는 베이징 아라리오 갤러리에서 먼저 열렸고, 이어서 2008년 1월 부산시립미술관으로 자리를 옮겨 국내에 소개된 바 있다. 이 전시에서 가장 큰 관심을 받은 이는 수보드 굽타Subodh Gupta(1964~)다. 앞서 언급한 지난 홍콩 크리스티 아시아 경매에서도 주목받았던 그는 2008년 9월 뉴욕 크리스티에서 열린 남아시아 근*현대 미술품 경매에서도 유화 작품을 약 13억 원에, 조각 작품을 약 11억 원에 판매해 당시 낙찰된 84점 중 가장 비싸게 팔린 작가로 기록되었다. 각종 언론 기사를 통해서 ‘인도의 데미안 허스트’, ‘21세기의 뒤샹’이라고 불리는 그는 낮은 사회적 신분을 극복하고 세계적 스타가 된 인물이다. 인도의 ‘근원’에 대해 고민하는 수보드 굽타가 반복적으로 사용하는 소재는 힌두교에서 숭배 대상으로 삼는 소牛와 그 배설물, 그리고 주방 용품 같은 것들이다.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그의 트레이드마크는 반짝반짝 윤기가 나는 스테인리스 재질의 식기다. 〈헝그리 갓〉 전에서도 굽타는 온갖 종류의 스테인리스 그릇을 10m가 넘게 쌓아올린 작품 ‘탐욕의 신에게 바치는 5제물’을 출품해 관객의 이목을 끌었다. 굽타는 이런 테마를 통해 인도의 계급사회, 그리고 현대 물질문명에 대한 비판 의식을 드러낸다.
1974년생인 지티시 칼랏Jitish Kallat도 수보드 굽타 못지않게 전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는 유망주다. 그는 뭄바이, 뉴델리, 싱가포르, 뉴욕, 시드니, 베이징 그리고 최근 취리히에서 연 개인전뿐 아니라 독일 미디어 전문 미술관 제트케이엠ZKM의 〈Thermocline of Art〉(2007), 시카고 컬처 센터의 〈New Narratives : Contemporary Art From India〉(2007), 광주비엔날레(2006) 등의 굵직굵직한 국제전에 참여했다. 지티시 칼랏 역시 회화와 설치, 조각 등 다양한 형식의 작품을 선보이는데, 그중에서도 조각 시리즈가 유명하다. 예컨대 <에루다Eruda>라는 제목의 조각은 두 손 가득 책을 안고 있는 소년의 모습인데, 생계를 위해 길거리에서 책을 파는 아이를 모티프로 삼은 작품이다. 이 아이가 파는 책은 영어로 쓰인 베스트셀러고, 신발 대신에 집을 신고 있다. 집도 없이 떠돌며 사는 아이가 딛고 선 땅이 바로 집이라는 것을 암시하는 것이다. 지티시 칼랏은 이런 식의 아이러니한 상황을 통해 인도의 현실을 상징적으로 말한다.
인도에서 흔치 않은 여성 작가인 나리나 마라니Nalini Malani는 1964년 파키스탄 카라치에서 태어나 인도에서 미술교육을 받고 줄곧 인도를 기점으로 활동하는 작가로, 1990년대 초 비디오 아트를 인도 현대미술에 도입한 선구적 인물이다. 가장 주목받는 그녀의 영상 작업 ‘머더 인디아Mother India’는 5채널 비디오 인스톨레이션으로 영국에서 독립한 인도의 정치적 혼란을 이야기한다. 여성의 신체를 통해 모국애를 상징적으로 드러낸 이 작품은 과거와 현재, 다큐멘터리와 픽션을 병치해 지난 60년의 역사를 통찰한다. 인도 작가로서는 드물게 비구상 평면 회화에 집중하는 산토시 모레Santhosh More(1969~)는 크리스티 같은 메이저 경매에 출품될 정도로 거래가 많은 작가로 알려져 있다. 작품 가격은 200만~300만 원부터 1500만 원대에 이르기까지 폭넓게 형성되어 있다.
사실 인도 현대미술은 아직 성장 중이다. 미술과 관련한 인프라가 적잖이 부족하며 국제적으로 활동하는 작가의 수도 20명 안팎에 불과하다.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말하는 수보드 굽타의 진술은 아직은 미완인 인도 미술의 현실을 드러내는 솔직한 자기 고백이 아닐 수 없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인도 미술은 무한한 발전 가능성이 있지만 반대로 투자로만 접근할 경우 손실 가능성 역시 적지 않다. 막무가내식의 투자가 아니라 앞서 말한 인도 미술의 특징과 주요 작가들의 이름을 챙기고, 더불어 인도 미술의 미래를 유심히 지켜보는 것을 게을리 하지 않을 때 인도 미술은 감상과 투자의 대상 모두에서 진정한 ‘선물’이 될 수 있음을 말하고 싶다.
인도 미술의 성장세는 중국 미술의 팽창과도 궤를 같이한다. 오랫동안 사회주의의 굳건한 장막에 갇혀 있던 중국 현대미술은 개방과 세계화의 물결을 타고 세계 미술의 중심으로 확고하게 자리 잡았다. 한국뿐 아니라 뉴욕을 비롯한 세계 유명 갤러리와 미술관에서 중국 작가의 작품을 소개하는 전시가 앞다퉈 열렸고, 각종 아트페어와 옥션에서는 그들의 작품이 높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그런데 이런 중국 현대미술의 불패 신화에 서서히 불안한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다. 블랙홀 같았던 중국 본토의 막강한 구매력이 베이징 올림픽을 분수령으로 진정되었고, 거품 현상을 우려할 정도로 확대*재생산됐던 중국 현대미술은 어느새 신선함을 잃었다. 설상가상으로 최근 몰아닥친 전 세계적 금융 위기로 인해 중국 미술은 당분간 냉각기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이런 추세에 비추어볼 때 인도 현대미술이 대안으로 주목받을 가능성은 크다. 우선 인도의 문화적 환경과 특수성 면에서 그렇다. 영국을 중심으로 서구 문화와 친밀한 커넥션은 인도 미술의 가장 큰 자산이다. 뉴욕과 더불어 세계에서 가장 많은 미술품이 거래되는 영국에서만 보더라도 인도 미술은 생경하고 낯선 것이 아닌 친근하되 비밀스러운 그 어떤 것으로 인식된다. 통치의 ‘인연’ 때문이다. 인도 특유의 ‘오리엔탈리즘’ 역시 매력적이다. 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갠지스 강, 전설보다 오래된 도시 바라나시, 아름다운 사랑의 무덤 타지마할 등 인도를 동경하는 아이콘은 밤하늘에 별만큼이나 다양하다. 지구상 어느 나라도 인도만큼 극과 극의 문화가 공존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 또한 인도는 서양인들에게 전통과 현대, 동양과 서양, 정신과 물질, 과거와 미래가 한 공간에서 꿈틀대는 용광로 같은 나라, 달리 말하면 오리엔탈리즘의 전형으로 비친다. 따라서 뭔가 새롭고 이국적인 그림을 찾는 서양 컬렉터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이는 중국 미술이 한때 전 세계 컬렉터의 구미를 자극했던 것과 비슷한 이치로, 세계 미술 시장의 흐름을 좌지우지하는 ‘큰손’들에게 인도 미술은 새로운 ‘먹잇감’ 으로 충분히 매력적이다.
수보드 굽타와 지티시 칼랏을 주목하라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국내에서도 인도미술을 소개하는 전시가 올 한 해 심심찮게 열렸다. 가장 체계적이고 본격적으로 인도 현대 미술의 추세를 보여준 전시로 〈헝그리 갓Hungry God〉전을 꼽을 수 있다. 현재 국제 무대에서 가장 주목받는 인도 작가 12명이 참여한 이 전시는 베이징 아라리오 갤러리에서 먼저 열렸고, 이어서 2008년 1월 부산시립미술관으로 자리를 옮겨 국내에 소개된 바 있다. 이 전시에서 가장 큰 관심을 받은 이는 수보드 굽타Subodh Gupta(1964~)다. 앞서 언급한 지난 홍콩 크리스티 아시아 경매에서도 주목받았던 그는 2008년 9월 뉴욕 크리스티에서 열린 남아시아 근*현대 미술품 경매에서도 유화 작품을 약 13억 원에, 조각 작품을 약 11억 원에 판매해 당시 낙찰된 84점 중 가장 비싸게 팔린 작가로 기록되었다. 각종 언론 기사를 통해서 ‘인도의 데미안 허스트’, ‘21세기의 뒤샹’이라고 불리는 그는 낮은 사회적 신분을 극복하고 세계적 스타가 된 인물이다. 인도의 ‘근원’에 대해 고민하는 수보드 굽타가 반복적으로 사용하는 소재는 힌두교에서 숭배 대상으로 삼는 소牛와 그 배설물, 그리고 주방 용품 같은 것들이다.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그의 트레이드마크는 반짝반짝 윤기가 나는 스테인리스 재질의 식기다. 〈헝그리 갓〉 전에서도 굽타는 온갖 종류의 스테인리스 그릇을 10m가 넘게 쌓아올린 작품 ‘탐욕의 신에게 바치는 5제물’을 출품해 관객의 이목을 끌었다. 굽타는 이런 테마를 통해 인도의 계급사회, 그리고 현대 물질문명에 대한 비판 의식을 드러낸다.
1974년생인 지티시 칼랏Jitish Kallat도 수보드 굽타 못지않게 전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는 유망주다. 그는 뭄바이, 뉴델리, 싱가포르, 뉴욕, 시드니, 베이징 그리고 최근 취리히에서 연 개인전뿐 아니라 독일 미디어 전문 미술관 제트케이엠ZKM의 〈Thermocline of Art〉(2007), 시카고 컬처 센터의 〈New Narratives : Contemporary Art From India〉(2007), 광주비엔날레(2006) 등의 굵직굵직한 국제전에 참여했다. 지티시 칼랏 역시 회화와 설치, 조각 등 다양한 형식의 작품을 선보이는데, 그중에서도 조각 시리즈가 유명하다. 예컨대 <에루다Eruda>라는 제목의 조각은 두 손 가득 책을 안고 있는 소년의 모습인데, 생계를 위해 길거리에서 책을 파는 아이를 모티프로 삼은 작품이다. 이 아이가 파는 책은 영어로 쓰인 베스트셀러고, 신발 대신에 집을 신고 있다. 집도 없이 떠돌며 사는 아이가 딛고 선 땅이 바로 집이라는 것을 암시하는 것이다. 지티시 칼랏은 이런 식의 아이러니한 상황을 통해 인도의 현실을 상징적으로 말한다.
인도에서 흔치 않은 여성 작가인 나리나 마라니Nalini Malani는 1964년 파키스탄 카라치에서 태어나 인도에서 미술교육을 받고 줄곧 인도를 기점으로 활동하는 작가로, 1990년대 초 비디오 아트를 인도 현대미술에 도입한 선구적 인물이다. 가장 주목받는 그녀의 영상 작업 ‘머더 인디아Mother India’는 5채널 비디오 인스톨레이션으로 영국에서 독립한 인도의 정치적 혼란을 이야기한다. 여성의 신체를 통해 모국애를 상징적으로 드러낸 이 작품은 과거와 현재, 다큐멘터리와 픽션을 병치해 지난 60년의 역사를 통찰한다. 인도 작가로서는 드물게 비구상 평면 회화에 집중하는 산토시 모레Santhosh More(1969~)는 크리스티 같은 메이저 경매에 출품될 정도로 거래가 많은 작가로 알려져 있다. 작품 가격은 200만~300만 원부터 1500만 원대에 이르기까지 폭넓게 형성되어 있다.
사실 인도 현대미술은 아직 성장 중이다. 미술과 관련한 인프라가 적잖이 부족하며 국제적으로 활동하는 작가의 수도 20명 안팎에 불과하다.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말하는 수보드 굽타의 진술은 아직은 미완인 인도 미술의 현실을 드러내는 솔직한 자기 고백이 아닐 수 없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인도 미술은 무한한 발전 가능성이 있지만 반대로 투자로만 접근할 경우 손실 가능성 역시 적지 않다. 막무가내식의 투자가 아니라 앞서 말한 인도 미술의 특징과 주요 작가들의 이름을 챙기고, 더불어 인도 미술의 미래를 유심히 지켜보는 것을 게을리 하지 않을 때 인도 미술은 감상과 투자의 대상 모두에서 진정한 ‘선물’이 될 수 있음을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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