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셔리 마케팅 전문가 장 노엘 카페레 교수 - 럭셔리 브랜드는 도대체 어떤 마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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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harvard 댓글 0건 조회 3,128회 작성일 11-05-16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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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의 한국 방문은 오는 8월 신사동에 오픈하는 서울 럭셔리 비즈니스 스쿨Seoul Luxury Business Institute(이하 SLBI)의 초청으로 이루어졌다. 유럽 최고의 비즈니스 스쿨 중 한 곳인 HEC 파리의 마케팅학과 교수인 그는 SLBI의 ‘럭셔리 이그제큐티브 매니지먼트 프로그램Luxury Executive Management Program’ 강의를 위해 앞으로 매달 서울을 찾는다. 6월 25일에는 30분가량의 프레젠테이션도 했다. 한・불 상공회의소 회원이 대상인 강연회였지만 언론사, 명품 업계 간부, 경영학과 교수 등 약 100여 명의 인사가 참석했다. 그들에게 ‘럭셔리’는 현안이자 미래인 듯했다.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처음으로 주장한 이와 함께한 인터뷰는 가짜 럭셔리가 득세하는 시대, 럭셔리의 순수 혈통을 분석하는 시간 같았다.
많은 이가 럭셔리를 꿈꾸고, 소비하고, 이야기한다. 진정한 명품 혹은 럭셔리란 대체 무엇인가? 소유하고, 소비함으로써 극도의 헤도니즘Hedonism(쾌락주의)을 느끼게 해주는 아이템 혹은 라이프스타일! 헤도니즘은 기쁨과는 구별된다. 좋은 아트와 디자인을 보면서 단순히 기분 좋은 감정을 느끼는 것은 럭셔리의 요체인 헤도니즘이 아니다.
럭셔리 브랜드의 경우에는 어떤가? 많은 브랜드가 명가임을 강조하니 어느 것이 진짜인지 모호하다. 럭셔리 전략을 사용하는 곳만이 진정한 럭셔리 하우스다. 롤렉스, 까르띠에, 루이 비통 등의 구조를 분석하면 놀랍도록 촘촘하게 짜여 있음을 알게 된다. 소비자에게 쾌감을 줄 수 있도록 모든 기술과 콘텐츠, 디테일이 메뉴얼화・전술화되어 있다. 수십 년, 수백 년간의 노하우이기 때문에 신생 기업이 결코 따라 할 수 없다. 많은 기업들이 반짝이는 디자인과 컬러를 앞세워 자신들의 아이템을 명품인 양 광고하는데 럭셔리는 절대 블링블링한 ‘골드’가 아니다. 그 안에 역사와 철학이 담겨 있지 않으면 절대 명품, 명가가 될 수 없다.
최근 <럭셔리 전략The Luxury Strategy>란 책도 냈다. ‘럭셔리 전략’이란 무엇인가? 계속해서 최고의 아이템을 선보이는 전략을 말한다. 럭셔리가 대중화된 요즘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명품을 소비한다. 하지만 여기에 만족해서는 최상류층 고객을 잃고 만다. 이들이 원하는 것은 아무나 가질 수 없는, 즉 배타적이고 독점적인 그 무엇인데 브랜드에서 대중적 아이템만을 선보일 경우 언제라도 더 아름다운 것을 찾아 떠난다. 최상류층에게 더 이상 ‘꿈’을 선사하지 못할 때 브랜드는 자멸하는 것이다. 하여, LVMH 모엣 헤네시, PPR, 리슈몽 등 세계 최강의 럭셔리 그룹은 끝없이 초고가의 아이템을 꾸준히 선보인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아이템을 출시해 손익분기점을 넘기는 데 활용하는 대신 VVIP의 욕망을 만족시키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것이다. 때문에 럭셔리 브랜드 아이템의 평균 가격은 매년 상승할 수밖에 없고, 그래야만 럭셔리 브랜드로서 아이덴티티를 유지할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밸런스다. 당장의 이익에 천착해 대중적 아이템만 양산하다가는 VVIP를 잃고, VVIP를 위해 초고가의 아이템에만 집중할 경우 재무 건전성에 타격을 받는다. VVIP의 수는 상대적으로 적고 급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많은 럭셔리 그룹이 사업 확장을 통해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브랜드부터 초고가 브랜드까지 다양하게 라인업을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일반 고객과 VVIP 고객에게 각기 다른 ‘제안’을 함으로써 단기적 성과는 물론 미래 투자까지 병행하는 것이다. 스와치 그룹을 봐라. 최고가인 브레게와 오메가는 물론 론진 같은 고가의 브랜드,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티쏘와 스와치를 함께 갖고 있지 않은가.
단순히 라인업이 다양하다고 해서 밸런스를 맞추는 일이 쉬울 것 같지는 않다. 어떤가? 물론이다. 당장의 수익과 미래의 수익 사이에 있는 ‘추’는 시대적 상황 등에 따라 끊임없이 움직이기 때문이다. 자칫 잘못하다가는 균형을 잃기 십상이다. 최근 럭셔리 브랜드 A사가 아이웨어를 출시했는데 그간 너무 독점적이고 배타적인 이미지가 강했던 탓에 좀 더 많은 고객을 끌어안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밸런스 유지는 무척 어려운 일이다. 너무 멀리 가도, 너무 가까이 있어서도 안 된다.
한국의 명품 시장은 정말이지 빠르게 팽창하고 있다. 특히 명품 백에 대한 소비자의 애착이 뜨겁다. 3초마다 한 번씩 보인다고 해서 ‘3초 백’이라 불리는 가방도 있다. 들어본 적 있는가? 하하, 처음 듣는다. 최하 500~600달러일 텐데 그렇게 비싼 백이 3초마다 한 번씩 보인다니 어떤 브랜드인지 몰라도 그 탁월한 판매 전술에 경의를 표한다.
8월이면 서울에 럭셔리 인스티튜션도 오픈하는데 어떤 의미일까? 서울에 럭셔리 비즈니스 스쿨이 오픈한다는 사실에 놀라는 사람이 많다. 이는 럭셔리 브랜드가 한국을 주목할 만큼 시장도 컸고, 소비자의 수준도 높아졌음을 의미한다. 한국 최초의 럭셔리 비즈니스 인스티튜션에서는 어떻게 럭셔리 비즈니스 계획을 세우고 추진할지, 그 과정에서 해야 하는 것과 하지 말아야 하는 것은 무엇인지, 아이덴티티 확립과 더불어 병행해야 할 것은 무엇인지 등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방법론을 교육한다.
21세기는 ‘럭셔리의 시대’라 할 만하다. 모두가 럭셔리한 삶을 열망하며, 명품 하나쯤 갖고 있지 않은 이가 드물다. 인터넷 쇼핑몰에서 클릭 한 번으로 손쉽게 명품을 구입할 수 있게 된 세태도 ‘넘치는 럭셔리’에 일조한 것 같다. 인터넷 쇼핑몰을 통한 명품 구입의 증가는 전 세계의 공통적 이야기다. 하지만 소비자가 반드시 알아야 할 것은 인터넷 쇼핑몰을 통해 구입하는 명품은 진정한 명품이 아니라는 거다. 기다림의 즐거움이 럭셔리의 정수다. 기다림이 욕망에 가미되었을 때 소유의 기쁨이 극대화되는 것인데 클릭 한 번으로 모든 과정이 끝난다니 안 될 말이다. 명품에는 특유의 신비로움이 있는데 그러한 느낌도 클릭의 순간 날아가고 만다. 주문부터 배송까지 전 과정에 휴먼 릴레이션십Human Relationship이 녹아 있어야 진정한 명품이다. 자판기처럼 기계가 갖다 줘도 안 되고, 택배 기사가 대신해도 안 된다. 거기에는 받는 이를 향한 예우가 없다. 온라인 판매는 단기간의 판매 신장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독약이나 마찬가지다. 품격은 한 번 손상되면 두 번 다시 회복하기 어렵다.
글로벌 경제 위기라지만 럭셔리 산업만큼은 그 피해가 상대적으로 적다. 수십 년간 럭셔리 산업이 폭발적인 성장을 계속하는 이유는 뭘까? 일상적으로 럭셔리를 즐기는 특별한 부자Ordinary of extraordinary people에 더해 가끔이라도 럭셔리한 인생을 살고자 하는 보통 사람들The extraordinary of ordinary people이 점점 더 많아지기 때문이다. 소수의 부유층은 아침에 눈을 떠 잠자리에 들 때까지 최고의 아이템, 문화, 라이프스타일을 소비한다. 슬리퍼, 시계, 찻잔, 와인, 자동차, 문구 등 모든 것이 최고인 것이다. 이들이 럭셔리 브랜드의 오래된 고객이다. 하지만 럭셔리의 대중화와 더불어 백 하나, 시계 하나만이라도 그들처럼 소비하고자 하는 이들이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펜디와 구찌 백을 메고, 벤틀리를 타는 것으로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된 것 같은 짜릿함을 느끼는 거다. 마치 창문 너머로만 힐끗힐끗 봤던 부유층의 삶에 직접 들어간 듯한 기분을 즐긴다. 예전에는 소수의 귀족층만이 명품을 소비하고 향유할 수 있었지만 이제 명품의 90% 이상이 돈만 있으면 누구라도 접근 가능한accessible 아이템이 된 것이다. 이러한 신규 세력의 꾸준한 유입이 럭셔리 시장의 폭발적 성장을 견인한다.
명품을 입고, 쓰고, 드는 것을 ‘럭셔리한 스타일’과 동일하게 생각하는 것도 원인인 것 같다. TV, 잡지 등을 통해 스타일은 이 시대 최고의 트렌드로 소비되지 않는가. 맞는 말이다. “네가 입고 있는 것이 바로 너 자신이다You are what you wear”란 말이 있을 정도로 패션 혹은 스타일이 한 사람의 ‘신분’을 드러내는 키워드가 되었다. 여성은 점점 더 늦게 결혼하며 신흥 부자는 계속해서 생겨난다. 재력이 생기고, 부자가 되면서 이들이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생활의 부분 부분을 럭셔리하게 바꾸는 것이다. 프라다 백, 에르메스 스카프가 새삼 중요한 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대중의 속성과 트렌드를 가장 잘 활용하는 브랜드는 무엇인가? 루이 비통이다. 50년 전 누구도 루이 비통이 이만큼 성장하리라 예상하지 못했다. 지난 15년간 많은 이들이 “이제 루이 비통은 끝이다”라고 말했다. 루이 비통 특유의 클래식한 이미지 때문이다. 하지만 루이 비통은 보기 좋게 성공했다. 가장 큰 요인은 베르나르 아르노 회장에게 있다. 그는 럭셔리 브랜드가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을 정확하게 안다. 요즘 그가 가장 강조하는 것은 예술과의 컬래버레이션으로 아트와 크리에이티브를 경영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아트 컬레버레이션이 나왔으니 말인데 모든 럭셔리 브랜드가 아트에 프러포즈하는 이유가 뭔가? 럭셔리 브랜드의 모든 임원들은 아트, 그중에서도 현대미술을 사랑한다. ‘오래된old’ 아이템을 현재 가장 ‘핫’한 상품으로 보이도록 하는데 현대미술만 한 것이 없기 때문이다. 샤넬의 No. 5 향수를 보자. 1924년에 개발한 이 향수는 지금껏 엄청난 판매율을 자랑한다. 톱 모델을 기용한 지속적인 홍보 등으로 여자라면 꼭 사야 할 것 같은, 지금 가장 핫한 것 같은 이미지를 주는 덕분이다. 아트는 이 세상에 단 하나라는 싱글 피스single piece의 느낌이 강하다. 아트 컬래버레이션으로 탄생한 백을 들면 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창작물을 소유한 듯한 자부심이 들지 않는가.
하지만 모든 브랜드의 아트 컬래버레이션이 우아한 것은 아니다. 아트의 가치를 가장 잘 이해하는 브랜드를 꼽는다면? 까르띠에와 에르메스다. 두 브랜드는 아트가 최고의 문화이고 취향이며 영감임을 안다. 컬렉션에만 집중하지 않고 별도의 재단을 만들어 젊은 아티스트의 작업을 독려하는 것이 그 증거다. 최고급 아이템과 마찬가지로 예술 역시 배타성을 지닌다. 심미안과 취향이 전제되지 이않으면 온전히 지닐 수 없는 것이다. 두 브랜드는 예술을 후원함으로써 예술이 갖는 고귀함과 배타성의 후광 효과를 얻는다. 모든 아이템에 미적 가치가 반영된 듯한 느낌을 갖는 거다. 이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다. 모든 이가 그들의 아이템을 열망하는데 그 이면에는 브랜드를 최고급 실크처럼 감싸는 예술적 오라가 있다.
카운슬링을 위해 수많은 나라와 기업을 방문하는 것으로 아는데 럭셔리에 관한 개념과 기준이 각 나라마다 다르지 않던가? 그렇다. 인도에서는 도요타자동차가 럭셔리 브랜드로 통한다. 벤틀리, 마세라티 등의 럭셔리 브랜드의 인지도가 아직까지는 낮기 때문이다. 같은 이유로 중국에서는 패션 브랜드 ‘망고’를 럭셔리하다고 말한다. 럭셔리가 일상에 깊이 침투하면서 많은 이들이 럭셔리를 자의적으로 해석한다. 각자 자신의 럭셔리를 좇을 뿐 상대방의 럭셔리를 크게 신경 쓰지 않기 때문이다. 럭셔리 아이템을 만들지 않는 ‘애플’을 럭셔리 브랜드로 인식하는 이가 많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최근 외국 최상류층에게 가장 인기를 끄는 럭셔리 아이템은 무엇인가? 역시 요트다. 요트는 이 세상 모든 부자의 로망이지 않는가. 요트 정도가 되어야 백, 구두, 슈트 등과는 비교할 수 없는 극도의 쾌락을 느낄 수 있다. 최근 가장 ‘핫’한 아이템으로 뜨는 요트 브랜드는 왈리Wally와 리바Riva다. (왈리는 영화 <아일랜드>에 등장해 화제를 모은 요트로 스텔스기를 연상시키는 메탈 보디, 날카롭고 공격적인 디자인이 특징이다. 5600마력의 엔진 3대와 추진기로 움직이는데 가격은 약 2500만 달러(약 250억)다. 리바는 167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이탈리아 럭셔리 요트 브랜드로 돌고래처럼 매끈한 디자인이 특징이다. 최근 일본에도 지사를 냈다.)
서양에 비해 명품 브랜드의 유통 역사가 짧은 한국에서도 세계적 명품이 탄생할 수 있을까? 럭셔리 브랜드에서 역사가 중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절대적 조건은 아니다. 구찌가 대표적이다. 샤넬이나 디올 같은 오트 쿠튀르는 없지만 구찌는 명품으로 인정받는다. 역사만큼 탁월한 품질과 이야기를 창조하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치밀한 인큐베이터 과정을 거치면 얼마든지 세계인이 열광하는 명품을 만들 수 있다. 예술가의 역할이 중요한데, 한국에는 재능이 훌륭한 아티스트가 많으므로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 중요한 것은 자본력이 탄탄한 대기업의 지원과 후원이다. 명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돈도, 시간도, 장인도, 이야기도 필요한데 한 개인이 이 모든 것을 감당할 수는 없다. 대기업에는 역량 있는 개인이나 발전 가능성이 높은 상품을 ‘명품’으로 만드는 ‘양육의 기술’이 있는데, 이는 명품의 탄생에 필수적이다. 명품은 역사 없이 탄생할 순 있어도 장기적 비전과 투자, 치밀한 전략 없이는 탄생할 수 없다. 단, 명품을 만들 때는 반드시 이 두 가지를 명심해야 한다. 첫째, 특별한 소수를 위해 만들 것. 둘째, 세계적으로 팔릴 수 있는 것을 만들 것.
<럭셔리>도 궁금하다. 럭셔리 산업은 앞으로도 꾸준히 성장할까? 물론이다. 욕망은 끝이 없고, 신흥 부자는 계속해서 출현하기 때문이다. 럭셔리 산업의 전략에 ‘최고 도시의 최고 위치에 매장을 연다’는 것이 있다. 파리의 샹젤리제, 홍콩의 침사추이, 서울의 청담동을 생각하면 된다. 재미있는 것은 승부수를 띄울 만한 도시가 계속해서 생겨난다는 거다. 중국이 대표적이다. 베이징, 상하이 같은 ‘A’급 도시는 차치하고 수많은 ‘B’급 도시가 끝없이 부상한다. 대도시가 아니라 해도 인구 1000만 명이 넘으니 수요가 많다. 몇몇 브랜드는 몽골의 울란바토르에 숍 오픈을 준비하고 있다. 또 하나의 새로운 시장이 생긴 것이다. 장담하건대 제2, 제3의 울란바토르는 앞으로도 계속해서 출현할 것이다.
장 노엘 카페레 교수는 <럭셔리 브랜드 매니지먼트>의 저자인 미셸 슈발리에Michel Chevalier와 함께 럭셔리 비즈니스 업계의 최고 권위자로 꼽힌다. 프랑스 HEC 파리에서 MBA를 수료했고 시카고 노스웨스턴 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전략적 브랜드 경영>, <브랜드 재발명> 등 10여 권의 저서가 있다. 장 노엘 카페레 교수가 강사로 서는 SLBI에서는 럭셔리 산업과 관련한 다양하고 전문적인 지식을 전수한다. 어떤 제품과 서비스에 더 강하게 반응하는지, 현재 럭셔리 산업의 위기와 기회는 무엇인지, 한국식 명품을 탄생시키기 위해서는 어떤 전략을 써야 하는지…. 유럽 최고의 비즈니스 스쿨 중 하나인 HEC 파리에서 고안한 프로그램을 커리큘럼으로 브랜드 구축 및 관리, 럭셔리 마케팅, 리테일링 전략과 머천다이징 관리, 럭셔리 제품의 국제적 전략 및 전술 등을 교육한다.
많은 이가 럭셔리를 꿈꾸고, 소비하고, 이야기한다. 진정한 명품 혹은 럭셔리란 대체 무엇인가? 소유하고, 소비함으로써 극도의 헤도니즘Hedonism(쾌락주의)을 느끼게 해주는 아이템 혹은 라이프스타일! 헤도니즘은 기쁨과는 구별된다. 좋은 아트와 디자인을 보면서 단순히 기분 좋은 감정을 느끼는 것은 럭셔리의 요체인 헤도니즘이 아니다.
럭셔리 브랜드의 경우에는 어떤가? 많은 브랜드가 명가임을 강조하니 어느 것이 진짜인지 모호하다. 럭셔리 전략을 사용하는 곳만이 진정한 럭셔리 하우스다. 롤렉스, 까르띠에, 루이 비통 등의 구조를 분석하면 놀랍도록 촘촘하게 짜여 있음을 알게 된다. 소비자에게 쾌감을 줄 수 있도록 모든 기술과 콘텐츠, 디테일이 메뉴얼화・전술화되어 있다. 수십 년, 수백 년간의 노하우이기 때문에 신생 기업이 결코 따라 할 수 없다. 많은 기업들이 반짝이는 디자인과 컬러를 앞세워 자신들의 아이템을 명품인 양 광고하는데 럭셔리는 절대 블링블링한 ‘골드’가 아니다. 그 안에 역사와 철학이 담겨 있지 않으면 절대 명품, 명가가 될 수 없다.
최근 <럭셔리 전략The Luxury Strategy>란 책도 냈다. ‘럭셔리 전략’이란 무엇인가? 계속해서 최고의 아이템을 선보이는 전략을 말한다. 럭셔리가 대중화된 요즘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명품을 소비한다. 하지만 여기에 만족해서는 최상류층 고객을 잃고 만다. 이들이 원하는 것은 아무나 가질 수 없는, 즉 배타적이고 독점적인 그 무엇인데 브랜드에서 대중적 아이템만을 선보일 경우 언제라도 더 아름다운 것을 찾아 떠난다. 최상류층에게 더 이상 ‘꿈’을 선사하지 못할 때 브랜드는 자멸하는 것이다. 하여, LVMH 모엣 헤네시, PPR, 리슈몽 등 세계 최강의 럭셔리 그룹은 끝없이 초고가의 아이템을 꾸준히 선보인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아이템을 출시해 손익분기점을 넘기는 데 활용하는 대신 VVIP의 욕망을 만족시키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것이다. 때문에 럭셔리 브랜드 아이템의 평균 가격은 매년 상승할 수밖에 없고, 그래야만 럭셔리 브랜드로서 아이덴티티를 유지할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밸런스다. 당장의 이익에 천착해 대중적 아이템만 양산하다가는 VVIP를 잃고, VVIP를 위해 초고가의 아이템에만 집중할 경우 재무 건전성에 타격을 받는다. VVIP의 수는 상대적으로 적고 급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많은 럭셔리 그룹이 사업 확장을 통해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브랜드부터 초고가 브랜드까지 다양하게 라인업을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일반 고객과 VVIP 고객에게 각기 다른 ‘제안’을 함으로써 단기적 성과는 물론 미래 투자까지 병행하는 것이다. 스와치 그룹을 봐라. 최고가인 브레게와 오메가는 물론 론진 같은 고가의 브랜드,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티쏘와 스와치를 함께 갖고 있지 않은가.
단순히 라인업이 다양하다고 해서 밸런스를 맞추는 일이 쉬울 것 같지는 않다. 어떤가? 물론이다. 당장의 수익과 미래의 수익 사이에 있는 ‘추’는 시대적 상황 등에 따라 끊임없이 움직이기 때문이다. 자칫 잘못하다가는 균형을 잃기 십상이다. 최근 럭셔리 브랜드 A사가 아이웨어를 출시했는데 그간 너무 독점적이고 배타적인 이미지가 강했던 탓에 좀 더 많은 고객을 끌어안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밸런스 유지는 무척 어려운 일이다. 너무 멀리 가도, 너무 가까이 있어서도 안 된다.
한국의 명품 시장은 정말이지 빠르게 팽창하고 있다. 특히 명품 백에 대한 소비자의 애착이 뜨겁다. 3초마다 한 번씩 보인다고 해서 ‘3초 백’이라 불리는 가방도 있다. 들어본 적 있는가? 하하, 처음 듣는다. 최하 500~600달러일 텐데 그렇게 비싼 백이 3초마다 한 번씩 보인다니 어떤 브랜드인지 몰라도 그 탁월한 판매 전술에 경의를 표한다.
8월이면 서울에 럭셔리 인스티튜션도 오픈하는데 어떤 의미일까? 서울에 럭셔리 비즈니스 스쿨이 오픈한다는 사실에 놀라는 사람이 많다. 이는 럭셔리 브랜드가 한국을 주목할 만큼 시장도 컸고, 소비자의 수준도 높아졌음을 의미한다. 한국 최초의 럭셔리 비즈니스 인스티튜션에서는 어떻게 럭셔리 비즈니스 계획을 세우고 추진할지, 그 과정에서 해야 하는 것과 하지 말아야 하는 것은 무엇인지, 아이덴티티 확립과 더불어 병행해야 할 것은 무엇인지 등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방법론을 교육한다.
21세기는 ‘럭셔리의 시대’라 할 만하다. 모두가 럭셔리한 삶을 열망하며, 명품 하나쯤 갖고 있지 않은 이가 드물다. 인터넷 쇼핑몰에서 클릭 한 번으로 손쉽게 명품을 구입할 수 있게 된 세태도 ‘넘치는 럭셔리’에 일조한 것 같다. 인터넷 쇼핑몰을 통한 명품 구입의 증가는 전 세계의 공통적 이야기다. 하지만 소비자가 반드시 알아야 할 것은 인터넷 쇼핑몰을 통해 구입하는 명품은 진정한 명품이 아니라는 거다. 기다림의 즐거움이 럭셔리의 정수다. 기다림이 욕망에 가미되었을 때 소유의 기쁨이 극대화되는 것인데 클릭 한 번으로 모든 과정이 끝난다니 안 될 말이다. 명품에는 특유의 신비로움이 있는데 그러한 느낌도 클릭의 순간 날아가고 만다. 주문부터 배송까지 전 과정에 휴먼 릴레이션십Human Relationship이 녹아 있어야 진정한 명품이다. 자판기처럼 기계가 갖다 줘도 안 되고, 택배 기사가 대신해도 안 된다. 거기에는 받는 이를 향한 예우가 없다. 온라인 판매는 단기간의 판매 신장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독약이나 마찬가지다. 품격은 한 번 손상되면 두 번 다시 회복하기 어렵다.
글로벌 경제 위기라지만 럭셔리 산업만큼은 그 피해가 상대적으로 적다. 수십 년간 럭셔리 산업이 폭발적인 성장을 계속하는 이유는 뭘까? 일상적으로 럭셔리를 즐기는 특별한 부자Ordinary of extraordinary people에 더해 가끔이라도 럭셔리한 인생을 살고자 하는 보통 사람들The extraordinary of ordinary people이 점점 더 많아지기 때문이다. 소수의 부유층은 아침에 눈을 떠 잠자리에 들 때까지 최고의 아이템, 문화, 라이프스타일을 소비한다. 슬리퍼, 시계, 찻잔, 와인, 자동차, 문구 등 모든 것이 최고인 것이다. 이들이 럭셔리 브랜드의 오래된 고객이다. 하지만 럭셔리의 대중화와 더불어 백 하나, 시계 하나만이라도 그들처럼 소비하고자 하는 이들이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펜디와 구찌 백을 메고, 벤틀리를 타는 것으로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된 것 같은 짜릿함을 느끼는 거다. 마치 창문 너머로만 힐끗힐끗 봤던 부유층의 삶에 직접 들어간 듯한 기분을 즐긴다. 예전에는 소수의 귀족층만이 명품을 소비하고 향유할 수 있었지만 이제 명품의 90% 이상이 돈만 있으면 누구라도 접근 가능한accessible 아이템이 된 것이다. 이러한 신규 세력의 꾸준한 유입이 럭셔리 시장의 폭발적 성장을 견인한다.
명품을 입고, 쓰고, 드는 것을 ‘럭셔리한 스타일’과 동일하게 생각하는 것도 원인인 것 같다. TV, 잡지 등을 통해 스타일은 이 시대 최고의 트렌드로 소비되지 않는가. 맞는 말이다. “네가 입고 있는 것이 바로 너 자신이다You are what you wear”란 말이 있을 정도로 패션 혹은 스타일이 한 사람의 ‘신분’을 드러내는 키워드가 되었다. 여성은 점점 더 늦게 결혼하며 신흥 부자는 계속해서 생겨난다. 재력이 생기고, 부자가 되면서 이들이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생활의 부분 부분을 럭셔리하게 바꾸는 것이다. 프라다 백, 에르메스 스카프가 새삼 중요한 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대중의 속성과 트렌드를 가장 잘 활용하는 브랜드는 무엇인가? 루이 비통이다. 50년 전 누구도 루이 비통이 이만큼 성장하리라 예상하지 못했다. 지난 15년간 많은 이들이 “이제 루이 비통은 끝이다”라고 말했다. 루이 비통 특유의 클래식한 이미지 때문이다. 하지만 루이 비통은 보기 좋게 성공했다. 가장 큰 요인은 베르나르 아르노 회장에게 있다. 그는 럭셔리 브랜드가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을 정확하게 안다. 요즘 그가 가장 강조하는 것은 예술과의 컬래버레이션으로 아트와 크리에이티브를 경영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아트 컬레버레이션이 나왔으니 말인데 모든 럭셔리 브랜드가 아트에 프러포즈하는 이유가 뭔가? 럭셔리 브랜드의 모든 임원들은 아트, 그중에서도 현대미술을 사랑한다. ‘오래된old’ 아이템을 현재 가장 ‘핫’한 상품으로 보이도록 하는데 현대미술만 한 것이 없기 때문이다. 샤넬의 No. 5 향수를 보자. 1924년에 개발한 이 향수는 지금껏 엄청난 판매율을 자랑한다. 톱 모델을 기용한 지속적인 홍보 등으로 여자라면 꼭 사야 할 것 같은, 지금 가장 핫한 것 같은 이미지를 주는 덕분이다. 아트는 이 세상에 단 하나라는 싱글 피스single piece의 느낌이 강하다. 아트 컬래버레이션으로 탄생한 백을 들면 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창작물을 소유한 듯한 자부심이 들지 않는가.
하지만 모든 브랜드의 아트 컬래버레이션이 우아한 것은 아니다. 아트의 가치를 가장 잘 이해하는 브랜드를 꼽는다면? 까르띠에와 에르메스다. 두 브랜드는 아트가 최고의 문화이고 취향이며 영감임을 안다. 컬렉션에만 집중하지 않고 별도의 재단을 만들어 젊은 아티스트의 작업을 독려하는 것이 그 증거다. 최고급 아이템과 마찬가지로 예술 역시 배타성을 지닌다. 심미안과 취향이 전제되지 이않으면 온전히 지닐 수 없는 것이다. 두 브랜드는 예술을 후원함으로써 예술이 갖는 고귀함과 배타성의 후광 효과를 얻는다. 모든 아이템에 미적 가치가 반영된 듯한 느낌을 갖는 거다. 이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다. 모든 이가 그들의 아이템을 열망하는데 그 이면에는 브랜드를 최고급 실크처럼 감싸는 예술적 오라가 있다.
카운슬링을 위해 수많은 나라와 기업을 방문하는 것으로 아는데 럭셔리에 관한 개념과 기준이 각 나라마다 다르지 않던가? 그렇다. 인도에서는 도요타자동차가 럭셔리 브랜드로 통한다. 벤틀리, 마세라티 등의 럭셔리 브랜드의 인지도가 아직까지는 낮기 때문이다. 같은 이유로 중국에서는 패션 브랜드 ‘망고’를 럭셔리하다고 말한다. 럭셔리가 일상에 깊이 침투하면서 많은 이들이 럭셔리를 자의적으로 해석한다. 각자 자신의 럭셔리를 좇을 뿐 상대방의 럭셔리를 크게 신경 쓰지 않기 때문이다. 럭셔리 아이템을 만들지 않는 ‘애플’을 럭셔리 브랜드로 인식하는 이가 많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최근 외국 최상류층에게 가장 인기를 끄는 럭셔리 아이템은 무엇인가? 역시 요트다. 요트는 이 세상 모든 부자의 로망이지 않는가. 요트 정도가 되어야 백, 구두, 슈트 등과는 비교할 수 없는 극도의 쾌락을 느낄 수 있다. 최근 가장 ‘핫’한 아이템으로 뜨는 요트 브랜드는 왈리Wally와 리바Riva다. (왈리는 영화 <아일랜드>에 등장해 화제를 모은 요트로 스텔스기를 연상시키는 메탈 보디, 날카롭고 공격적인 디자인이 특징이다. 5600마력의 엔진 3대와 추진기로 움직이는데 가격은 약 2500만 달러(약 250억)다. 리바는 167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이탈리아 럭셔리 요트 브랜드로 돌고래처럼 매끈한 디자인이 특징이다. 최근 일본에도 지사를 냈다.)
서양에 비해 명품 브랜드의 유통 역사가 짧은 한국에서도 세계적 명품이 탄생할 수 있을까? 럭셔리 브랜드에서 역사가 중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절대적 조건은 아니다. 구찌가 대표적이다. 샤넬이나 디올 같은 오트 쿠튀르는 없지만 구찌는 명품으로 인정받는다. 역사만큼 탁월한 품질과 이야기를 창조하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치밀한 인큐베이터 과정을 거치면 얼마든지 세계인이 열광하는 명품을 만들 수 있다. 예술가의 역할이 중요한데, 한국에는 재능이 훌륭한 아티스트가 많으므로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 중요한 것은 자본력이 탄탄한 대기업의 지원과 후원이다. 명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돈도, 시간도, 장인도, 이야기도 필요한데 한 개인이 이 모든 것을 감당할 수는 없다. 대기업에는 역량 있는 개인이나 발전 가능성이 높은 상품을 ‘명품’으로 만드는 ‘양육의 기술’이 있는데, 이는 명품의 탄생에 필수적이다. 명품은 역사 없이 탄생할 순 있어도 장기적 비전과 투자, 치밀한 전략 없이는 탄생할 수 없다. 단, 명품을 만들 때는 반드시 이 두 가지를 명심해야 한다. 첫째, 특별한 소수를 위해 만들 것. 둘째, 세계적으로 팔릴 수 있는 것을 만들 것.
<럭셔리>도 궁금하다. 럭셔리 산업은 앞으로도 꾸준히 성장할까? 물론이다. 욕망은 끝이 없고, 신흥 부자는 계속해서 출현하기 때문이다. 럭셔리 산업의 전략에 ‘최고 도시의 최고 위치에 매장을 연다’는 것이 있다. 파리의 샹젤리제, 홍콩의 침사추이, 서울의 청담동을 생각하면 된다. 재미있는 것은 승부수를 띄울 만한 도시가 계속해서 생겨난다는 거다. 중국이 대표적이다. 베이징, 상하이 같은 ‘A’급 도시는 차치하고 수많은 ‘B’급 도시가 끝없이 부상한다. 대도시가 아니라 해도 인구 1000만 명이 넘으니 수요가 많다. 몇몇 브랜드는 몽골의 울란바토르에 숍 오픈을 준비하고 있다. 또 하나의 새로운 시장이 생긴 것이다. 장담하건대 제2, 제3의 울란바토르는 앞으로도 계속해서 출현할 것이다.
장 노엘 카페레 교수는 <럭셔리 브랜드 매니지먼트>의 저자인 미셸 슈발리에Michel Chevalier와 함께 럭셔리 비즈니스 업계의 최고 권위자로 꼽힌다. 프랑스 HEC 파리에서 MBA를 수료했고 시카고 노스웨스턴 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전략적 브랜드 경영>, <브랜드 재발명> 등 10여 권의 저서가 있다. 장 노엘 카페레 교수가 강사로 서는 SLBI에서는 럭셔리 산업과 관련한 다양하고 전문적인 지식을 전수한다. 어떤 제품과 서비스에 더 강하게 반응하는지, 현재 럭셔리 산업의 위기와 기회는 무엇인지, 한국식 명품을 탄생시키기 위해서는 어떤 전략을 써야 하는지…. 유럽 최고의 비즈니스 스쿨 중 하나인 HEC 파리에서 고안한 프로그램을 커리큘럼으로 브랜드 구축 및 관리, 럭셔리 마케팅, 리테일링 전략과 머천다이징 관리, 럭셔리 제품의 국제적 전략 및 전술 등을 교육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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