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인, 날 좀 깨워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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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harvard 댓글 0건 조회 2,225회 작성일 11-05-20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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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편의점, 약국, 하다못해 껌 판매대에 이르기까지 언제 어디서나 쉽게 구하고 섭취할 수 있는 현대인의 ‘공식 지정 약물’ 카페인. 그리고 아침부터 저녁까지 진한 커피를 들이켜지 않으면 정신을 차릴 수 없는 카페인 의존증 환자 한 명이 여기에 있다. ‘건강한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꼭 카페인에게 이별을 선고해야만 하나? ‘건강한 카페인 섭취의 기술’ 같은 것은 진정 없을까?
나는 커피콩의 노예다. 필자의 집에서 사용하던 커피메이커는 한 번에 10인분의 커피를 만들 수 있었다. 처음 이 기계를 구입했던 1990년대 중반, 나는 매일 아침 마시는 커피의 양을 2~3잔으로 제한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그 양은 3잔에서 4잔, 5잔, 6잔으로 점점 늘어갔다. 나의 두뇌 가동 시스템을 고집쟁이 노새 떼에 비유한다면, 카페인은 그 노새들을 재촉하는 채찍이었던 셈이다. 문제는 아침에 다량의 커피를 마신 후에도 카페인 섭취가 계속된다는 점이다. 일단 점심시간이 되면 340ml짜리 캔 콜라를 한두 개 정도 가볍게 마신다. 하지만 퇴근 시간이 가까워오는 오후 5시 무렵이면 인지력 향상이 아닌 체력 보강을 위해 다시 카페인을 다량 복용할 준비가 돼 있다. 나의 경우 수준급 실력을 지닌 아마추어 수영선수로 매일 저녁마다 수영 연습을 하고 있는데, 수영장으로 가는 도중 습관적으로 편의점에 들르곤 한다. 그리곤 연습 때 더 많은 힘을 내기 위해 680ml 카푸치노를 사서 급하게 들이마신다. 이렇듯 카페인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약물’이지만, 나의 몸이 카페인에 내성이 생긴 탓에 안타깝게도 이제는 더 이상 확실한 효과를 느낄 수 없게 되어버렸다. 그것이 바로 카페인을 끊기로 맘먹은 결정적인 이유다. 나는 중요한 수영 시합을 앞두고 우승 확률에 대해 상당 기간 고민했다. 매우 심각하게 고민한 끝에, 미국 코네티컷 대학교 인간능력연구소 교수이자 카페인의 운동능력 향상 효과에 대해 오랜 연구를 진행해온 로렌스 암스트롱 박사의 조언을 구하기로 했다. 암스트롱 교수는 “카페인에 내성이 생겼다면, 그 내성이 사라질 때까지 카페인을 끊었다가 수영 시합 직전에 다시 카페인을 섭취하십시오. 그러면 훨씬 큰 효과를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 |
커피콩 껍질로 인류 역사상 최초의 카페인 함유 음료를 만들어 낸 사람들은 수피(Sufi, 회교의 신비주의 종파)파의 제사장들이다. 그들은 이 음료를 밤새 지속되는 종교의식을 위한 ‘연료’로 사용했다. 그리고 이 광란의 의식을 목격한 유럽인들은, 그 의식에 참석한 자들을 ‘미친 듯이 빙빙 도는 수도승들’이라 불렀다. 불과 20년 전까지만 해도, 과학자들은 카페인이 두뇌를 자극시키는 활동에만 관여한다고 믿었다. 그러나 1982년에 획기적인 사실이 발견되었다. 카페인의 분자 구조가 인간을 포함한 많은 동물에서 발견되는 신경전달물질 억제 성분, 즉 아데노신과 매우 유사하다는 것이었다. 캐나다 국방부의 의뢰로 카페인 관련 연구를 진행해온 디펜스 R&D 캐나다 연구소의 과학자 톰 맥렐런 박사는 “동물 연구를 통해 아데노신이 최면 또는 수면 유발 물질이 될 수 있음을 발견했다”고 밝히며 “사람들에게 수면이 필요할 경우, 아데노신 수치가 높아지면서 뇌가 활동을 멈추도록 자극을 준다”고 설명한다. 깨어 있는 시간이 길수록 뇌 속에 더 많은 아데노신이 축적된다. 이렇게 증가하는 아데노신은 특정 아데노신 수용체와 결합해 신경계 활동을 저하시키고 무력감을 유발한다. 충분한 휴식은 인체 내에서 아데노신을 제거하고 피곤에서 완전히 회복된 몸으로 다음날을 맞게 해준다. 그러나 휴식 대신 아데노신을 제거해주는 방법이 있다. 사람을 졸리게 만들기 전에 아데노신을 억제하는 것이다. 카페인은 아데노신이 수용체에 도착하기 전에 수용체를 둘러싼다. 마치 열쇠구멍에 이쑤시개를 박아 열쇠가 들어가지 못하게 하는 것과 같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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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의 새로운 사실은, 아침에 마시는 커피의 효과가 미미하다는 것이다. 미 공군성에서 카페인 섭취가 업무 능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임상 실험을 주관한 제임스 와이어트 박사는 “적은 양의 카페인을 장기간에 걸쳐 점진적으로 늘려나갈 때 가장 큰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설명하며, “유감스럽지만 대다수 사람들의 카페인 복용 방법은 잘못되었다”고 덧붙인다. 졸음을 유발하는 아데노신 수치는 우리가 잠에서 막 깼을 때, 즉 대부분의 사람들이 커피를 만드는 그 시간에 가장 낮다. 아데노신이 축적되기 시작할 무렵이면 아침에 마신 카페인의 효과는 이미 약해지기 시작한다. 와이어트 박사는 카페인 의존도가 높은 사람들을 향해, 아데노신 수치가 다시 증가하는 점심시간 후까지 기다리라고 조언한다. 그 후 ‘1시간당 4분의 1잔’ 정도로 소량의 카페인을 정기적으로 복용함으로써 더 확실하고 지속적인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그리고 밤에 충분한 수면을 취하려면 카페인을 너무 많이 섭취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적어도 취침 4시간 전부터 카페인을 피하는 것이 좋다. 즉, 복용 방법만 올바르다면 카페인 섭취는 별 문제될 게 없다는 뜻이다. 와이어트 박사는 “모든 사람들이 매일 밤 평균 8.3~8.4시간의 숙면을 취할 수 있다면, 카페인은 애초부터 필요도 없었을 것”이라고 한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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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수영 시합에서 사용할 비장의 무기가 드디어 배달됐다. 졸트 카페인 에너지 껌 12통! 지금부터 정확히 30분 뒤, 나는 펜실베이니아 주립 수영경기장의 자유형 450m 경기 출발대에 오를 것이다. 경기 준비를 위해 마침내 카페인 금지령을 철회하고 껌 한 조각을 입에 넣는다. 시합 5분 전, 두번째 껌을 씹으며 총 커피 1잔분의 카페인을 체내에 축적한다. 효과는 가히 환상적이다. 놀라운 활력과 지구력으로 출발대에서 뛰어내려 수영장을 가로지른다. 결국 27초의 기록으로 조 1위를 차지했다. 와우! 나의 전 생애를 통틀어 두번째로 빠른 기록이다. 우연일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다음 이틀간 이어진 경기마다 ‘카페인 껌 2조각 복용 의식’을 되풀이했다. 그 결과는? 만세! 배영 100m, 자유형 50m, 100m, 200m 경기에서 모두 우승을 차지했다. 물론 이 같은 성공이 쉽게 얻어진 것은 아니다. 경기를 치른 이틀간 거의 밤잠을 이룰 수 없었고, 경기 후에는 지독한 감기를 앓았다. 하지만 카페인이 이 모든 사태의 직접적인 원인은 아니라고 확신한다. 그보다는 힘들어 보이지 않으려고 쏟았던 노력과 불면이 면역 시스템을 손상시킨 게 아닐까? 어쨌든 이 모든 경험을 통해 나는 그간 ‘뜨거운 갈색 음료’ 정도로만 여겼던 커피에 대해 새로운 이해와 존경심을 갖게 되었다. 이제부터는 커피와 카페인 껌을 평균치 이하로 복용하고, 진정 ‘초강력 슈퍼 파워’가 필요한 때를 위해 아껴둘 생각이다. 네가 있어줘서 고마워, 카페인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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