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와 핑계 > 골프

'골프란 100개의 핑계로 성립된 게임'이라고 한다. 만일 골프에서 핑계를 빼면 분명 녹슨 클럽과 잡초, 무성한 페어웨이만 남는다고 한다.

대개의 골퍼들은 볼을 치는 것보다 핑계를 대는 데 더 급급하다. 롱 아이언을 제대로 못 치는 골퍼는 많지만 핑계를 대지 않는 골퍼는 이 세상에 하나도 존재하지 않을 정도라고 하니 결국 핑계 없는 골프는 존재할 수 없는 듯하다.

핑계는 사전(事前)과 사후(事後) 두 가지가 있다. 아침 일찍 누구보다도 먼저 핑계를 댄다.

핑계는 먼저 댄 사람의 승리이다. "어제밤 늦도록 술을 마셨다. 3시간 밖에 못 잤다. 아이들은 열나고 집사람은 배앓이를 하며 온통 집안이 어수선했다. 아침도 먹지 않고 그냥 나왔으니 오늘 골프가 잘될 턱이 없지." 그의 말에는 5개의 핑계가 들어 있다.

다른 한 쪽의 핑계도 만만치 않다. "오늘 골프할 컨디션이 못돼. 잠을 잘 못 자서 목이 아프고 팔이 쑤시고 허리도 아프단 말이야. 거기에다 몇 달 동안 클럽을 통 잡지 못했어. 그러니 스코어가 날 턱이 있나." 여기에도 4개의 핑계가 들어 있다.

이와 비슷한 핑계를 대려고 마음먹었던 나머지 두 사람은 먼저 두 사람이 써먹었으니 할 말을 잃고 만다. 멋진 핑계를 생각해 내는 것이 골프의 즐거움의 하나라는 역설도 있다.

골프 핑계의 가장 대표적 세 가지는 (1)나쁜 몸 컨디션 (2)새 클럽이 아직 손에 익지 않았다는 것 (3)골프 플레이 횟수 부족의 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