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텝포드 와이프(The Stepford Wives) > 톡톡 영화만담

인생에서 행복이란 무엇일까? 아마도 이에 대한 물음만큼 미련한 짓이 없을 게다. 어떤 이는 남들보다 우월적인 지위를 갖기 위한 성취욕이라고 말할 것이다. 또 어떤 이는 황홀한 주택과 예쁜 마누라, 능력 있는 남편을 거느리고 왕자, 공주처럼 사는 것이라고도 할 것이다. ‘스텝포드 와이프’ 는 우리의 이런 세속적인 물음에 “그래 네가 원하는 데로 사니까 행복하니?” 라고 되질문한다.

성공한 방송사 CEO 조안나(니콜 키드먼). 만들어내는 프로마다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하면 승승장구한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가 기획한 프로에 출연했다가 아내와 헤어진 한 남자가 총을 쏘며 미친 듯이 날뛴다. 이 일로 인해 조안나는 방송사에서 해고된다. 남편 월터(메튜 브로데릭)는 아내를 위해 사표를 내고 새 출발하기로 한다. 그들이 찾아간 곳은 아름다운 전원도시 ‘스텝포도’. 마을은 흡사 동화책의 그림 속에서 뛰쳐나온 듯 아름답고, 주민들도 친절하다.
그런데 이 마을 이상하다. 여자들은 한결같이 바바인형처럼 복고풍의 원피스(대부분 명품인 바나나 리퍼블릭)를 입고 있다. 여승무원처럼 윗니가 보일 정도의 환한 미소로 남편에게 대하며 복종적이다. 유일하게 ‘다른 종족’ 괴팍한 이는 베스트셀러 작가인 바비(베트 미들러)뿐. 바비와 조안나는 여성들의 일체된 행동에 의심을 가지지만, 점차 그들에게 동화된다. 옷도 그들과 같이 입고, 가사 일에 누구보다도 적극적이 된다.

어느 날 자신을 둘러싼 주위 모든 것들이 거짓이라면? 남편을 비롯한 주위 사람들이 모두 가면을 쓰고 있다면? 아마 그것만큼 불행하고 어두운 나락도 없을 게다. 인위적이고 가식적인 생활이 얼마나 시련을 주는 지, 공포로 다가오는 지 우린 모른다. 영화의 배경이 되는 ‘스텝포드’ 는 유채색의 형형색깔의 물감으로 도배한 듯 황홀하기만 하다. 각종 호화 저택과 아름다운 여성들. 아무도 일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는데 그들은 매우 부자다. 여자들이 클레어 운동에 열심일 시간에 남자들은 금녀의 클럽에서 자신들만의 비밀, 카르텔을 형성하다.

스텝포드는 엄청난 비밀을 숨기고 있는 전제주의, 광신도 집단이다. 사고의 다양성보다는 획일성이 지배한다. 남성은 마초를 강요받고 여성은 지나칠 정도로 온화하다. 모두가 섹시한 클론처럼 보인다. 아이라 레빈의 원작 소설이 1972년에 출판되었을 때, 페미니즘은 신선하고 충격적이었다. 그리고 그의 전제는 그들이 듣고, 결코 불평하지 않았던 것을 했던 길들이고 섹시한 아내에 대한 남자의 욕망을 풍자로 공격했다. 이번에 새로 나온 영화는 스릴러보단 코미디라는 장르로 변주돼 외형은 훨씬 가볍지만, 오히려 더 오버하면서 풍자한다. 그러면서도 무섭고 끔찍한 숨겨진 의혹은 그대로다. 가장 가까운 사람이 자신을 가장 잘 이해해 줄 것이란 믿음에 대한 공포, 어쩌면 그게 허성인지도 모른다는. 그건 어떤 공포의 원형질과 비교해도 가장 많이 일그러졌다.

영화는 엔딩 타이틀까지 포함해서 93분이다. 놀랄 만큼 짧다(1975년 필름은 115분이었다). 비밀은 상당히 일찍 명백하게 밝혀진다. 한 여성이 무도회에서 이상한 행동을 하고 월터가 단지 아파서 생긴 일이라고 하지만 조안나는 불꽃을 내고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마이크가 나타나 목을 확 꺾으면서 치료한다. 이 장면에서 우린 여성들이 로봇일지도 모른다는 걸 짐작한다. 그리고 그건 영화가 시작하고 나서 30분도 채 되지 않는 짧은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