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테이트모던의 탱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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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istory 댓글 0건 조회 2,155회 작성일 14-03-01 0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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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은이(런던 트리니티 라반 댄스 리서치 석사과정)
매년 약 5백만 명 이상의 관람객이 방문하는 현대미술관 테이트모던(Tate Modern). 테이트모던은 세계적인 미술가들의 전시들을 기획하며 올해도 어김없이 수많은 관람객들의 발길을 이끌고 있다. 영국을 대표하는 현대미술가 데미언 허스트(Damien Hirst)의 주요 작품들을 선보이는 여름 특별기획전은 주말 오후면 표가 매진될 정도로 성황을 이루고 있으며, 일본의 전위적인 작가 야요이 쿠사마(Yayoi Kusama)의 현란한 작품들도 관람객들의 눈을 즐겁게 한다. 그러나 테이트모던은 현재의 명성과 인기에 만족하지 않는다. 더 많은 프로그램을 기획하기 위해 미술관 확장 공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더불어 현대미술관의 영역과 기능까지도 확장을 모색하고 있다.

| 테이트모던의 확장
테이트모던은 폐기된 발전소를 미술관으로 개조한 경우로, 2000년 개관 당시 미술관의 소장품과 기획전 말고도 옛 건물을 재활용했다는 이유만으로 세계적인 이슈가 됐다. 전세계 도시 개발자들과 미술인들이 벤치마킹 대상으로 손꼽았으며, 여전히 옛 건물의 보존과 재활용이라는 측면에서 훌륭한 사례로 제시되고 있다. 사실 이는 영국에서 상당히 보편적인 정서로, 테이트모던 이외에도 역사적인 건물을 보존하고 새롭게 활용하고 있는 예들은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테이트모던이 조명 받은 이유는 템즈 강을 경계로 세인트폴 대성당을 마주하고 있다는 주요 입지 조건, 큰 규모, 그리고 건물의 활용도에 있을 것이다.
총 7층 건물에서 다섯 개의 층을 전시 공간으로 할애하고 있는 테이트모던은 2, 4층 전시실에 기획전을, 3, 5층에 상설전을 운영하고 있다. 이 외의 시설로 레스토랑, 카페, 바, 세 개의 숍 등을 운영한다. 무엇보다 테이트모던이 내세우는 특별한 공간이 있다면 지층에 위치한 터빈 홀(Turbine Hall)일 것이다. 5층 높이의 거대한 텅 빈 공간인 터빈 홀은 테이트모던에서 가장 매력적인 공간으로 꼽을 수 있다. 예전에 발전기가 위치해 있던 이곳은 현재는 내부와 외부를 연결하는 통로이자 만남의 장소이고 설치미술, 퍼포먼스, 무용, 영화 상영 등 다양한 이벤트가 펼쳐지며 끊임없이 변신하는 공간이다. 정기적인 프로그램으로 매년 유니레버(Unilever) 사가 작가들을 후원해 실험적인 작품을 발표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터빈 홀에서 벌어지는 많은 이벤트 중에서도 단연 관심을 사로잡는 게 있으니 바로 퍼포먼스나 무용 프로그램이다. 작년 여름 마이클 클락 컴퍼니(Michael Clark Company), 조명 연출을 담당한 찰스 아틀라스(Charles Atlas), 일반인 워크숍을 통해 선발된 50인의 아마추어 무용수들의 협연은 터빈 홀의 진가를 발휘한 대표적인 예다. 단순한 동작으로 이루어진 안무였지만 한밤 중에 군무가 뿜어내는 위력은 터빈 홀에서 뿜어내던 전력만큼이나 대단했다. 테이트모던은 미술인들뿐 아니라 타 영역 예술가들에게 공간을 제공하고, 이들과 적극적으로 협업함으로써 현대미술의 맥을 잇고 미술관의 영역과 기능의 확장을 끊임없이 탐색한다.
| 기름 탱크의 재발견
올 여름 7월 이러한 탐색의 열기는 새로운 공간에서 계속될 예정이다. 현재 테이트모던 건물의 남쪽으로 새로운 미술관 건물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인데, 역시 현 미술관의 모체인 30년 동안 방치됐던 발전소 건물의 일부를 재개발하는 프로젝트다. 총 11층으로 설계된 신축 건물은 현재 미술관보다 두 배 정도 큰 규모로, 설계는 테이트모던을 디자인한 헤르조그 앤 드 뫼론(Herzog & de Meuron)이 담당했으며, 2016년에 완공된다.

새로운 건물의 활용과 향후 진행될 전시들이 벌써부터 기대되지만, 특별히 기획된 공간인 기름 탱크들은 신축 건물의 숨은 보석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하에 위치한 총 세 개의 기름 탱크는 30미터 너비에 7미터 높이로 상상만으로도 상당한 규모다. 올림픽 기간에 맞춰 1차로 개방될 두 개의 기름 탱크는 기존 미술관의 터빈 홀을 뒤이어 오로지 퍼포먼스, 무용, 설치작품, 영화 상영, 토론, 교육 등의 목적으로만 사용될 예정이다. 테이트모던 관장인 니콜라스 세로타(Nicholas Serota)는 탱크 개관 공식 발표에서 “이 기름 탱크들은 전세계 미술관 최초로 공연, 설치, 퍼포먼스를 위한 상설갤러리로 활용될 것이다.”라고 포부를 밝힌 것처럼 올 여름 특별하게 꾸며질 새로운 공간을 기대해볼 수 있다.
탱크에서는 올림픽이 시작되기 10일 전인 7월 18일부터 10월 28일까지 15주간 특별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남쪽과 동쪽 탱크에서 각각 퍼포먼스가 진행되는데, 유럽, 아시아, 미국 등 전세계에서 활동하는 40명의 신진 작가들이 초대됐다. 특히 소더비(Sotheby) 사의 후원으로 기획된 동쪽 탱크 퍼포먼스에서 한국 작가 김성환의 이름이 눈에 띈다. 이번 프로그램에서 주요 작가로 주목 받고 있는 김성환은 퍼포머, 미디어 아티스트, 작곡가, 내레이터, 시인, 감독 등 다양한 역할을 소화하며 한국, 암스테르담, 뉴욕의 변화상을 엮은 독특한 미디어 퍼포먼스를 선보인다. 또 남쪽 탱크에서는 예술사에서 퍼포먼스와 영화의 관계를 집중적으로 조명하는 토론, 워크숍, 관객 참여 프로그램이 기획됐다. 한국 작가 양해규가 ‘드레스 비히클’(Dress Vehicles)이라는 제목의 이동식 설치 신작으로 관람객들의 퍼포먼스를 유도한다.

| 미술의 오늘
올 여름 탱크에서 진행될 프로그램이 특별한 이유는 30년간 지하에 파묻혀 있던 기름 탱크를 재활용한다는 측면이 아니라 사실 테이트모던이 현대미술의 흐름을 한 공간에서 조명하고 다양한 영역의 예술가들, 관람객들과 소통하려는 데 있다. 테이트모던 탱크의 진가는 전세계 젊은 작가들의 움직임을 통해 이들이 미술과 퍼포먼스, 그리고 영화와 미디어를 어떻게 접목하고 있는지 주목함으로써 미술의 현재를 진단하고, 이들이 향후 꾸준히 실험할 수 있는 장을 제공함으로써 미래의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다. 더 나아가 미술, 퍼포먼스, 미디어의 관계에 대한 역사를 고찰하는 것은 묻혀 있었던 기름 탱크의 깊이만큼이나 뿌리 깊은 미술사의 유적을 발굴하려는 움직임으로 보인다.
1960년대 미술, 무용, 미디어, 사운드, 퍼포먼스 등 다양한 영역을 넘나들며 미술사에 큰 발자취를 남긴 한국의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 미국의 전설이 된 무용수 머스 커닝햄(Merce Cunningham), 전위 예술가로 수많은 예술가들에게 영향을 미친 작곡가 존 케이지(John Cage)의 정신이 되살아나 올 여름 테이트모던의 기름 탱크들은 30년 만에 다시 뜨겁게 달아오를 것이다

| 테이트모던의 확장
테이트모던은 폐기된 발전소를 미술관으로 개조한 경우로, 2000년 개관 당시 미술관의 소장품과 기획전 말고도 옛 건물을 재활용했다는 이유만으로 세계적인 이슈가 됐다. 전세계 도시 개발자들과 미술인들이 벤치마킹 대상으로 손꼽았으며, 여전히 옛 건물의 보존과 재활용이라는 측면에서 훌륭한 사례로 제시되고 있다. 사실 이는 영국에서 상당히 보편적인 정서로, 테이트모던 이외에도 역사적인 건물을 보존하고 새롭게 활용하고 있는 예들은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테이트모던이 조명 받은 이유는 템즈 강을 경계로 세인트폴 대성당을 마주하고 있다는 주요 입지 조건, 큰 규모, 그리고 건물의 활용도에 있을 것이다.
총 7층 건물에서 다섯 개의 층을 전시 공간으로 할애하고 있는 테이트모던은 2, 4층 전시실에 기획전을, 3, 5층에 상설전을 운영하고 있다. 이 외의 시설로 레스토랑, 카페, 바, 세 개의 숍 등을 운영한다. 무엇보다 테이트모던이 내세우는 특별한 공간이 있다면 지층에 위치한 터빈 홀(Turbine Hall)일 것이다. 5층 높이의 거대한 텅 빈 공간인 터빈 홀은 테이트모던에서 가장 매력적인 공간으로 꼽을 수 있다. 예전에 발전기가 위치해 있던 이곳은 현재는 내부와 외부를 연결하는 통로이자 만남의 장소이고 설치미술, 퍼포먼스, 무용, 영화 상영 등 다양한 이벤트가 펼쳐지며 끊임없이 변신하는 공간이다. 정기적인 프로그램으로 매년 유니레버(Unilever) 사가 작가들을 후원해 실험적인 작품을 발표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터빈 홀에서 벌어지는 많은 이벤트 중에서도 단연 관심을 사로잡는 게 있으니 바로 퍼포먼스나 무용 프로그램이다. 작년 여름 마이클 클락 컴퍼니(Michael Clark Company), 조명 연출을 담당한 찰스 아틀라스(Charles Atlas), 일반인 워크숍을 통해 선발된 50인의 아마추어 무용수들의 협연은 터빈 홀의 진가를 발휘한 대표적인 예다. 단순한 동작으로 이루어진 안무였지만 한밤 중에 군무가 뿜어내는 위력은 터빈 홀에서 뿜어내던 전력만큼이나 대단했다. 테이트모던은 미술인들뿐 아니라 타 영역 예술가들에게 공간을 제공하고, 이들과 적극적으로 협업함으로써 현대미술의 맥을 잇고 미술관의 영역과 기능의 확장을 끊임없이 탐색한다.
| 기름 탱크의 재발견
올 여름 7월 이러한 탐색의 열기는 새로운 공간에서 계속될 예정이다. 현재 테이트모던 건물의 남쪽으로 새로운 미술관 건물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인데, 역시 현 미술관의 모체인 30년 동안 방치됐던 발전소 건물의 일부를 재개발하는 프로젝트다. 총 11층으로 설계된 신축 건물은 현재 미술관보다 두 배 정도 큰 규모로, 설계는 테이트모던을 디자인한 헤르조그 앤 드 뫼론(Herzog & de Meuron)이 담당했으며, 2016년에 완공된다.

새로운 건물의 활용과 향후 진행될 전시들이 벌써부터 기대되지만, 특별히 기획된 공간인 기름 탱크들은 신축 건물의 숨은 보석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하에 위치한 총 세 개의 기름 탱크는 30미터 너비에 7미터 높이로 상상만으로도 상당한 규모다. 올림픽 기간에 맞춰 1차로 개방될 두 개의 기름 탱크는 기존 미술관의 터빈 홀을 뒤이어 오로지 퍼포먼스, 무용, 설치작품, 영화 상영, 토론, 교육 등의 목적으로만 사용될 예정이다. 테이트모던 관장인 니콜라스 세로타(Nicholas Serota)는 탱크 개관 공식 발표에서 “이 기름 탱크들은 전세계 미술관 최초로 공연, 설치, 퍼포먼스를 위한 상설갤러리로 활용될 것이다.”라고 포부를 밝힌 것처럼 올 여름 특별하게 꾸며질 새로운 공간을 기대해볼 수 있다.
탱크에서는 올림픽이 시작되기 10일 전인 7월 18일부터 10월 28일까지 15주간 특별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남쪽과 동쪽 탱크에서 각각 퍼포먼스가 진행되는데, 유럽, 아시아, 미국 등 전세계에서 활동하는 40명의 신진 작가들이 초대됐다. 특히 소더비(Sotheby) 사의 후원으로 기획된 동쪽 탱크 퍼포먼스에서 한국 작가 김성환의 이름이 눈에 띈다. 이번 프로그램에서 주요 작가로 주목 받고 있는 김성환은 퍼포머, 미디어 아티스트, 작곡가, 내레이터, 시인, 감독 등 다양한 역할을 소화하며 한국, 암스테르담, 뉴욕의 변화상을 엮은 독특한 미디어 퍼포먼스를 선보인다. 또 남쪽 탱크에서는 예술사에서 퍼포먼스와 영화의 관계를 집중적으로 조명하는 토론, 워크숍, 관객 참여 프로그램이 기획됐다. 한국 작가 양해규가 ‘드레스 비히클’(Dress Vehicles)이라는 제목의 이동식 설치 신작으로 관람객들의 퍼포먼스를 유도한다.

| 미술의 오늘
올 여름 탱크에서 진행될 프로그램이 특별한 이유는 30년간 지하에 파묻혀 있던 기름 탱크를 재활용한다는 측면이 아니라 사실 테이트모던이 현대미술의 흐름을 한 공간에서 조명하고 다양한 영역의 예술가들, 관람객들과 소통하려는 데 있다. 테이트모던 탱크의 진가는 전세계 젊은 작가들의 움직임을 통해 이들이 미술과 퍼포먼스, 그리고 영화와 미디어를 어떻게 접목하고 있는지 주목함으로써 미술의 현재를 진단하고, 이들이 향후 꾸준히 실험할 수 있는 장을 제공함으로써 미래의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다. 더 나아가 미술, 퍼포먼스, 미디어의 관계에 대한 역사를 고찰하는 것은 묻혀 있었던 기름 탱크의 깊이만큼이나 뿌리 깊은 미술사의 유적을 발굴하려는 움직임으로 보인다.
1960년대 미술, 무용, 미디어, 사운드, 퍼포먼스 등 다양한 영역을 넘나들며 미술사에 큰 발자취를 남긴 한국의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 미국의 전설이 된 무용수 머스 커닝햄(Merce Cunningham), 전위 예술가로 수많은 예술가들에게 영향을 미친 작곡가 존 케이지(John Cage)의 정신이 되살아나 올 여름 테이트모던의 기름 탱크들은 30년 만에 다시 뜨겁게 달아오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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