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살 플레이엘과 시테 드 라 뮈지크의 심장, 엠마누엘 옹드레(Emmanuel Hondr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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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angelica 댓글 0건 조회 2,083회 작성일 14-02-15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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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김동준(음악평론가, 피아니스트, 오케스트라 지휘자)
현재 시테 드 라 뮈지크 바로 옆은 공사가 한창이다. 2014년 개관을 앞두고 있는 필하모니아 공사 때문이다. 필하모니아는 2천 4백 석의 오케스트라 전용 연주회장으로, 필하모니아 내부에만 오케스트라가 들어갈 수 있는 5개의 연습실이 있기 때문에, 오케스트라 연주회 기획이 매우 유연해질 수 있게 된다. 2014년에 필하모니아가 문을 열게 되면, 파리 음악계의 심장은 살 플레이엘과 샹젤리제 극장에서 필하모니아로 이동하게 될 것이라는 추측은 어렵지 않다. 현재 살 플레이엘과 시테 드 라 뮈지크의 시즌 프로그램을 기획하며 실질적인 심장부 역할을 하는 엠마누엘 옹드레를 시테 드 라 뮈지크에서 만났다.Q. 당신은 어떠한 과정을 거쳐 살 플레이엘과 시테 드 라 뮈지크의 프로그램 기획자가 되었나?
- 나는 플루트를 공부했고, 음악원에서 플루트를 가르치면서, 오케스트라와 실내악을 연주하는 음악가였다. 그런데 음악학 박사논문이 나의 운명을 바꾸었다. 논문의 주제는 19세기 음악교육의 탈중심화였는데, 1820년대와 40년대 사이의 파리음악원과 프랑스의 4개 지역음악원의 교육방식을 비교했다. 나는 당시 음악가로서 음악교육의 역사를 이해하고 싶었다. 박사논문 덕분에 나는 시테 드 라 뮈지크에서 일할 수 있게 되었다. 시테 드 라 뮈지크 내 미술관의 운영에도 관여했고, 시테 드 라 뮈지크의 연중 프로그램 기획은 물론이고, 연주회와 청중을 연결하는 방식도 함께 연구했다. 그러나 이 모든 일들을 하면서 항상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은 음악이 우리에게 의미하는 것이다. 과연 음악은 우리에게, 우리의 시대에, 그리고 각 개인에게 어떤 의미를 지니는가, 또한 음악은 역사적으로 어떤 의미로 변모되어 가는가 하는 질문들은 나에게는 모두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것이다. 시테 드 라 뮈지크는 정말로 음악을 진지하게 듣는 호기심 가득한 청중들을 지니고 있는 행운을 갖고 있다. 만일 이러한 수준 높은 청중들이 없다면 우리는 이러한 모든 기획을 할 수 없다. 시테 드 라 뮈지크는 중세에서 현대음악까지, 그리고 재즈와 대중음악 모두를 포함하는 기획을 하는데, 중요한 것은 그들 가운데 내용이 좋은 음악들을 선별하고, 그 음악들을 하나의 의미로 묶는 것이다. 또한 중요한 것은 이런 기획을 할 때에 단순히 음악을 잘 아는 사람들만을 대상으로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서 일주일 단위로 진행되는 페스티벌을 기획할 때에 프랑스의 대표적인 작곡가 앙리 뒤티유를 주제로 한다면, 앙리 뒤티유를 아는 사람들은 페스티벌에 올 것이다. 그러나 뒤티유를 모르는 사람들도 오게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회적인 맥락을 포함하는 주제들이 필요하게 된다. 매년 시테 드 라 뮈지크는 하나의 큰 주제를 정하는데, 예를 들어 2011/12 시즌은 ‘유토피아’였고, 2012/13 시즌은 ‘몸과 영혼’이다. 이러한 큰 주제들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생각하고 질문하는, 그러니까 단지 음악에만 머무르지 않는 주제들이다.

Q. 당신은 언제부터 시네 드 라 뮈지크와 살 플레이엘의 프로그램 기획 총책임자로 일하게 되었는가?
살 플레이엘이 리노베이션 공사를 끝마친 직후인, 2004년부터이다. 시테 드 라 뮈지크와 살 플레이엘은 서로를 보완한다. 시테 드 라 뮈지크에서는 참여하는 연주자들이 각 페스티벌이나 기획 연주회의 주제들에 동감하고, 참여하기를 기대한다. 그렇기 때문에 시테 드 라 뮈지크의 각 연주회는 독창적인 프로그램으로 거의 창작에 가까운 연주회들이 이루어지게 된다. 살 플레이엘은 세계적인 오케스트라와 연주자들을 중심으로 프로그램을 기획한다. 시테 드 라 뮈지크과는 달리 살 플레이엘에서는 연주자들 자체가 가장 중요하며, 그들이 제안하는 프로젝트나 프로그램들이 잘 이루어지도록 노력한다. 또한 세계적인 오케스트라와 연주자들의 순회연주를 소화하는 일도 살 플레이엘의 역할이다. 예를 들어 마우리치오 폴리니의 퍼스펙티브 프로젝트나, 발레리 게르기예프가 지휘하는 시마노프스키 프로젝트들이 그러한 경우이다. 2014년에 개관하는 필하모니아는 오케스트라 중심의 프로그램을 할 것이다. 필하모니아 내부에는 오케스트라들이 연습할 수 있는 연습실이 충분히 마련될 것이며, 이는 오케스트라 연주회 기획에 유연성을 줄 것이다. 필하모니아는 세계적인 오케스트라뿐만 아니라, 수준 높은 아마추어 오케스트라들의 연주회도 기획할 예정이다.

Q. 당신의 프로그램 기획의 세부적인 이야기를 듣고 싶다. 오늘날 시즌 프로그램은 빠르면 3~4년 전에 이미 정해진다고 알고 있다.
우선 그것은 맞으면서도, 맞지 않는 이야기이다. 세계적인 오케스트라들의 순회 연주회들은 3~4년 전에 기획되는 것이 맞다. 오케스트라의 순회연주를 가능하게 하려면 스폰서를 비롯한 많은 조건들이 수반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오케스트라 연주회 다음으로는 실내악과 독주회의 기획인데, 이들 연주회들은 2년이나 1년 반 정도 전에 기획된다. 그리고 6개월 전에 최종적으로 기획되는 연주회들도 있다. 예를 들어 재즈 공연이나 샹송, 혹은 성악 공연들이 그러하고, 어떤 연주자들은 자신들이 연주할 프로그램을 수년 전에 미리 정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고, 어느 정도 자유를 누리고 싶어한다. 우리들은 이들 연주자들의 선택도 존중한다. 대개는 1월 말 경에 그 다음 시즌의 모든 기획이 프로그램 책자로 만들어지며, 모든 것들이 결정되는 시기라고 말할 수 있다.
Q. 프로그램 기획 시에 규모가 큰 매니지먼트와의 갈등 같은 것은 없는지 궁금하다.
우리들은 서로 협력관계이기 때문에 갈등을 겪는 일은 거의 없다. 갈등은 매니지먼트들 사이에서 존재할 수 있다. 이는 시장의 법칙 때문이기도 하다. 갈등이 있다면 매니지먼트보다는 규모가 큰 음반사와 간혹 갈등이 있다. 음반 출시 시기에 음반과 연주자들을 홍보하려고 압력을 넣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들은 연주자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려고 애쓴다. 예를 들어 하나의 협주곡을 가지고 몇 달씩이나 순회연주회를 기꺼이 할 수 있는 연주자가 있는 반면에, 이를 매우 힘겨워하는 연주자도 있다. 이는 연주자의 삶의 양식이고 선택의 문제이다. 어떤 시기에 한 연주자는 거의 하루 간격으로 각 도시를 돌며 연주회를 할 수도 있지만, 어떤 시기에는 숨을 돌릴 수 있는 자그마한 페스티벌에서 친구들을 만나 실내악을 연주하면서, 재충전을 할 수도 있다. 연주자들이 예술적인 욕구를 잃지 않고 활동하도록 배려하는 것도 모두 매니지먼트의 몫이기도 하다. 살 플레이엘의 입장에서는 연주자들과 특별한 관계를 유지하려고 애쓴다. 이는 쉽지는 않지만, 매우 중요하다. 음악이라는 것은 결국 누군가 다른 사람을 위해서 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연주자들은 자신들의 연주회의 의미를 알고 싶어하고, 확인하고 싶어한다. 나는 연주회장에서 연주자들이 연습하는 것을 지켜보고, 그들의 음반을 듣고, 그들에 관해서 읽고, 그들을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연주회를 기획하는 일은 항상 크고 작은 감동이 함께 한다. 그리고 연주회가 끝난 뒤에 같이 저녁식사를 하면서 우리는 진정으로 함께 꿈을 꾸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꿈을 실현하기 위해서 같이 노력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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