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dOCUMENTA (13) & Dogmenta(도쿠멘타와 도그멘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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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angelica 댓글 0건 조회 2,229회 작성일 14-02-15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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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Jung Me(독일 거주 큐레이터)
1992년, 9회 도쿠멘타 총감독인 얀 훗(Jan Hoet)이 전시 콘셉트 질문을 받았을 때 “I have no concept” 라고 언급한 적이 있다. 20년 후인 2012년 13회 예술 총감독 캐롤린 크리스토프-바카르기에프(Carolyn Christov-Bakargiev) 또한, “I have no concept” 라고 많은 인터뷰에서 거듭 강조했다. 일부 참가자가 홈페이지를 통해 알려지긴 했지만, 전체 명단은 기자회견 전까지 비밀에 붙여 있어 이래저래 궁금증이 증폭되었다. 이 때문인지 기자회견 후 비가 추적추적 내림에도 불구하고 등록된 전문인과 기자들은 메인 전시장인 프리데리치아눔을 비롯하여 시내 곳곳에 널려진 베뉴로 몰려들었다.
독일 중서부 헤센주에 있는 카셀은 제2차 세계대전 중에 완전히 파괴된 후 문화, 정치, 사회적으로 이렇다 할 특징이 없는 도시로 전락됐다. 이러한 점을 잘 알고 있던 크리스토프-바카르기에프는 행사를 준비하는 과정에 카셀시 곳곳을 방문하였으며 어느 도쿠멘타보다도 행사와 도시를 연결하고자 했다고 한다. 주 전시장인 프리데리치아눔, 오랑제리, 칼자우에 공원, 도쿠멘타홀, 중앙역 외에 백화점, 벙커, 호텔 연회장, 정신병원 또는 빈 사무실 등 도시 곳곳에 작품을 설치했다. 콘셉트가 없다는 것과는 달리 13회 도쿠멘타는 ‘붕괴와 재건’이라는 주제를 제시하고 ‘정치, 환경, 페미니즘, 고고학’ 등의 개념을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다. 또한, 고전적 감상 방법 외에 개와 동행해야만 작품을 접할 수 있는 등 독특한 관람 방법도 소개했다.
허브 정원, 사과나무, 개를 위한 보디페인팅, 나비 정원 등 자연을 주제로 한 작품이 많아서인지 도쿠멘타에 친환경멘타(Ökomenta)라던가 Documenta의 ‘C’를 변형한 도그멘타(Dogmenta)라는 별명이 붙여지기도 했다. 크리스토프-바카르기에프는 개념으로 무장된 전시 이해보다 인간의 모든 감각기관을 통해 작품을 접하기 바란다고 했다. 이 같은 취지 아래 순수예술작가뿐만 아니라 철학자, 생물학자, 인문학자, 큐레이터 등 총 297명이 초청됐다.
| 이종(Heterogeneity)의 집중지역 프리데리치아눔(Fridericianum)
생물학과 개신교 신학을 전공한 크리스티나 부흐(Kristina Buch)의 <나비 프로젝트>는 오프닝 전부터 총감독의 인터뷰 때문에 관심을 끌었던 설치작업이다. 프리데리치아눔 밖 광장 앞에 나비들이 살 수 있도록 수십 종의 식물이 자라는 공간을 마련했다. 간담회 후 부흐는 나비들을 열심히 풀어 주고 있었다. 프리데리치아눔 안 1층은 볼 수 있는 작업 대신 라이언 갠더(Ryan Gander)의 바람과 사운드가 관람객을 맞는다. 일단 숨 쉬고, 사고하며 시작하자는 것일까. 이 묘한 바람을 지나면 1966년에 작고한 코르비니안 아이그너(Korbinian Aigner)의 사과 드로잉으로 가득 찬 커다란 방에 들어서게 된다. ‘사과 사제’로 알려진 아이그너는 나치 정권을 공격하고 저항한 죄로 강제수용소에 수감되었다. 수용 기간 중 오늘날 코르비니안 사과로 알려진 KZ1~KZ4(KZ은Konzentrationslager 강제수용소의 약자) 품종을 개발했다. 수용 기간 중 그는 연구목적으로 사과를 그렸다고 한다. 죽음과 탄압의 공간에서 나온 드로잉과 전시장 근처에서 판매되는 코르비니안 생사과 주스는 묘한 데자뷰가 아닐 수 없다. 지난 가을 크리스토프-바카르기에프는 작가 지미 더햄(Jimmy Durham)과 함께 품종 KZ3 사과나무를 심기도 하였다.

| 친환경멘타와 치유의 칼자우에 공원(Karlsaue Park)
바로크 양식의 오랑제리 궁전에서 나오면 잘 정리된 칼자우에 공원이 펼쳐지는데 크고 작은 언덕들이 공원 중앙에 자리하고 있다. 언덕 같은 작품은 중국출신 송동의 <Do nothing garden>이며 그 위에 아이들이 뛰어노는 모습이 보이기도 했다. 자못 평화스러워 보이는 이 언덕 아래는 쓰레기와 유기 폐기물이 숨겨졌으며 그 위에 잔디를 비롯한 식물들이 자라고 있다. 송동의 언덕 좌우 정면으로 다른 작품들로 통하는 길들이 나오는데 자전거로 돌아보는 관람객들이 꽤 보였다. 공원에는 설치작업과 더불어 24여 개의 나무오두막 같은 조형물이 드문드문 설치되어 있다. 정치적인 색채가 강하고, 작품인 줄 모르고 지나칠 수도 있으며, 주위환경과 구분이 잘 안 되는 등 다양한 콘셉트의 작품이 많은데, 피에르 위그(Pierre Huyghe)의 분홍색 앞다리를 가진 하얀 그레이하운드와 입장을 하여야 하는 작품과 조각에 벌통이 달린 머리는 매스컴의 많은 주목을 받기도 했다.

| 문화 중앙역(Hauptbahnhof)
도쿠멘타 단골작가 윌리엄 켄트리지(William Kentridge)의 <The Refusal of Time> 외에 양혜규의 블라인드 작업 <진입: 탈-과거시제의 공학적 안무>를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 북쪽 화물역사에서 감상할 수 있다. 블라인드들이 서로 다른 각도와 높이로 설치되어 있으며 케이블의 설치 위치도 범상하지 않다. 표현하기 어려운 블라인드의 움직임 소리, 역사 천장을 통해 들어 오는 빛, 열림과 닫음 등이 어우러져 묘한 퍼포먼스가 펼쳐졌다.

| 파고드는 도쿠멘타홀(documenta-Halle)
문경원, 전준호의 공동 설치작은 크게 영상작 <El fin del mundo>와 설치작 <Voice of Metanoia> 그리고 <News from Nowhere>라는 단행본 세 부분으로 나뉜다. 두 작가가 공동으로 집필, 감독을 한 <El fin del mundo>는 재앙 이후 두 생존자의 대화와 질문을 담고 있다. 한국 의상디자이너 정구호, 네덜란드 건축 그룹 MVRDV, 일본 디자인 엔지니어링 그룹 타크람(TAKRAM) 등 타 분야의 전문가와 협업했는데 타크람의 카즈 요네다(Kaz Yoneda)는 설치된 수분 공급 인공기와 배경에 대하여 설명을 자세히 해 주기도 하였다.
토마스 바이을레(Thomas Bayrle)의 <포르셰 911, 묵주 2011(Porsche 911, Rosenkranz 2011)>는 높이 8미터, 폭 13미터의 수많은 작은 비행기의 흑백 이미지와 재구성되고 조립된 자동차엔진들로 구성되어 있다. 모토 구찌, 포르셰 등 여러 종류의 엔진을 자르고 재조립하여 마치 기계의 종교적인 부활장처럼 보였다.

날리니 말라니(Nalini Malani)의 <The dance was very frenetic, lively, rattling, clanging, rolling, contorted and lasted for a long time>이라는 미디어 설치작업은 제목에서도 짐작할 수 있듯이 그림자, 조명, 색상, 배너, 실린더, 회전 등 많은 요소로 이루어져 있다. 억압, 착취, 핍박받는 인도 여성의 고통을 표현하고자 했다는데 전시공간에 들어서면 현란한 불빛과 그림자, 사운드 때문에 마치 축전에 온 것과도 같은 인상을 받는다.
기존 전시장 외에 도시 곳곳에서도 전시를 감상할 수 있다고 했는데 그 중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작품 중 하나는 1970년대부터 버려진 위그노 교도의 집 내부를 재구성한 시카고 출신 설치미술가 티아스터 게이츠(Theaster Gates)의 작품이다. 오프닝 6주 전부터 위그노 교도 집에 동료와 들어와 살면서 미국 고향의 버려진 집에서 공수해 온 재료로 다른 공간을 만들었다고 한다. 오프닝 때는 마치 늘 그랬던 듯이 친구, 동료와 음악회를 열고 음식도 만들어 먹었다. 게이츠는 한 인터뷰에서 “보통 사람들과 흘려버리기 쉬운 실생활 사물들이 빛을 발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고 싶었다”고 했다.

세계적인 스타 배우 브래드 피트가 오프닝 직후 예고도 없이 도쿠멘타를 관람하고 갔다고 전해졌다. 이 배우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에서 카셀로 성지수행이 아닌 미술 성지수행의 길이 이어지고 있다. 1987년 백남준, 1992년 육근병에 이어 2012년에는 작가 양혜규, 문경원, 전준호의 흥미로운 작품들이 카셀에서 기다리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한국예술종합학교 김선정 미술이론과 교수가 한국인 최초로 큐레이터로 초대된 쾌거도 있다. 도핑 없는 미술계의 올림픽이 9월 16일까지 100일간 열린다. 와서 느끼고, 사고하고, 감동하자.
독일 중서부 헤센주에 있는 카셀은 제2차 세계대전 중에 완전히 파괴된 후 문화, 정치, 사회적으로 이렇다 할 특징이 없는 도시로 전락됐다. 이러한 점을 잘 알고 있던 크리스토프-바카르기에프는 행사를 준비하는 과정에 카셀시 곳곳을 방문하였으며 어느 도쿠멘타보다도 행사와 도시를 연결하고자 했다고 한다. 주 전시장인 프리데리치아눔, 오랑제리, 칼자우에 공원, 도쿠멘타홀, 중앙역 외에 백화점, 벙커, 호텔 연회장, 정신병원 또는 빈 사무실 등 도시 곳곳에 작품을 설치했다. 콘셉트가 없다는 것과는 달리 13회 도쿠멘타는 ‘붕괴와 재건’이라는 주제를 제시하고 ‘정치, 환경, 페미니즘, 고고학’ 등의 개념을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다. 또한, 고전적 감상 방법 외에 개와 동행해야만 작품을 접할 수 있는 등 독특한 관람 방법도 소개했다.
허브 정원, 사과나무, 개를 위한 보디페인팅, 나비 정원 등 자연을 주제로 한 작품이 많아서인지 도쿠멘타에 친환경멘타(Ökomenta)라던가 Documenta의 ‘C’를 변형한 도그멘타(Dogmenta)라는 별명이 붙여지기도 했다. 크리스토프-바카르기에프는 개념으로 무장된 전시 이해보다 인간의 모든 감각기관을 통해 작품을 접하기 바란다고 했다. 이 같은 취지 아래 순수예술작가뿐만 아니라 철학자, 생물학자, 인문학자, 큐레이터 등 총 297명이 초청됐다.
| 이종(Heterogeneity)의 집중지역 프리데리치아눔(Fridericianum)
생물학과 개신교 신학을 전공한 크리스티나 부흐(Kristina Buch)의 <나비 프로젝트>는 오프닝 전부터 총감독의 인터뷰 때문에 관심을 끌었던 설치작업이다. 프리데리치아눔 밖 광장 앞에 나비들이 살 수 있도록 수십 종의 식물이 자라는 공간을 마련했다. 간담회 후 부흐는 나비들을 열심히 풀어 주고 있었다. 프리데리치아눔 안 1층은 볼 수 있는 작업 대신 라이언 갠더(Ryan Gander)의 바람과 사운드가 관람객을 맞는다. 일단 숨 쉬고, 사고하며 시작하자는 것일까. 이 묘한 바람을 지나면 1966년에 작고한 코르비니안 아이그너(Korbinian Aigner)의 사과 드로잉으로 가득 찬 커다란 방에 들어서게 된다. ‘사과 사제’로 알려진 아이그너는 나치 정권을 공격하고 저항한 죄로 강제수용소에 수감되었다. 수용 기간 중 오늘날 코르비니안 사과로 알려진 KZ1~KZ4(KZ은Konzentrationslager 강제수용소의 약자) 품종을 개발했다. 수용 기간 중 그는 연구목적으로 사과를 그렸다고 한다. 죽음과 탄압의 공간에서 나온 드로잉과 전시장 근처에서 판매되는 코르비니안 생사과 주스는 묘한 데자뷰가 아닐 수 없다. 지난 가을 크리스토프-바카르기에프는 작가 지미 더햄(Jimmy Durham)과 함께 품종 KZ3 사과나무를 심기도 하였다.

| 친환경멘타와 치유의 칼자우에 공원(Karlsaue Park)
바로크 양식의 오랑제리 궁전에서 나오면 잘 정리된 칼자우에 공원이 펼쳐지는데 크고 작은 언덕들이 공원 중앙에 자리하고 있다. 언덕 같은 작품은 중국출신 송동의 <Do nothing garden>이며 그 위에 아이들이 뛰어노는 모습이 보이기도 했다. 자못 평화스러워 보이는 이 언덕 아래는 쓰레기와 유기 폐기물이 숨겨졌으며 그 위에 잔디를 비롯한 식물들이 자라고 있다. 송동의 언덕 좌우 정면으로 다른 작품들로 통하는 길들이 나오는데 자전거로 돌아보는 관람객들이 꽤 보였다. 공원에는 설치작업과 더불어 24여 개의 나무오두막 같은 조형물이 드문드문 설치되어 있다. 정치적인 색채가 강하고, 작품인 줄 모르고 지나칠 수도 있으며, 주위환경과 구분이 잘 안 되는 등 다양한 콘셉트의 작품이 많은데, 피에르 위그(Pierre Huyghe)의 분홍색 앞다리를 가진 하얀 그레이하운드와 입장을 하여야 하는 작품과 조각에 벌통이 달린 머리는 매스컴의 많은 주목을 받기도 했다.

| 문화 중앙역(Hauptbahnhof)
도쿠멘타 단골작가 윌리엄 켄트리지(William Kentridge)의 <The Refusal of Time> 외에 양혜규의 블라인드 작업 <진입: 탈-과거시제의 공학적 안무>를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 북쪽 화물역사에서 감상할 수 있다. 블라인드들이 서로 다른 각도와 높이로 설치되어 있으며 케이블의 설치 위치도 범상하지 않다. 표현하기 어려운 블라인드의 움직임 소리, 역사 천장을 통해 들어 오는 빛, 열림과 닫음 등이 어우러져 묘한 퍼포먼스가 펼쳐졌다.

| 파고드는 도쿠멘타홀(documenta-Halle)
문경원, 전준호의 공동 설치작은 크게 영상작 <El fin del mundo>와 설치작 <Voice of Metanoia> 그리고 <News from Nowhere>라는 단행본 세 부분으로 나뉜다. 두 작가가 공동으로 집필, 감독을 한 <El fin del mundo>는 재앙 이후 두 생존자의 대화와 질문을 담고 있다. 한국 의상디자이너 정구호, 네덜란드 건축 그룹 MVRDV, 일본 디자인 엔지니어링 그룹 타크람(TAKRAM) 등 타 분야의 전문가와 협업했는데 타크람의 카즈 요네다(Kaz Yoneda)는 설치된 수분 공급 인공기와 배경에 대하여 설명을 자세히 해 주기도 하였다.
토마스 바이을레(Thomas Bayrle)의 <포르셰 911, 묵주 2011(Porsche 911, Rosenkranz 2011)>는 높이 8미터, 폭 13미터의 수많은 작은 비행기의 흑백 이미지와 재구성되고 조립된 자동차엔진들로 구성되어 있다. 모토 구찌, 포르셰 등 여러 종류의 엔진을 자르고 재조립하여 마치 기계의 종교적인 부활장처럼 보였다.

날리니 말라니(Nalini Malani)의 <The dance was very frenetic, lively, rattling, clanging, rolling, contorted and lasted for a long time>이라는 미디어 설치작업은 제목에서도 짐작할 수 있듯이 그림자, 조명, 색상, 배너, 실린더, 회전 등 많은 요소로 이루어져 있다. 억압, 착취, 핍박받는 인도 여성의 고통을 표현하고자 했다는데 전시공간에 들어서면 현란한 불빛과 그림자, 사운드 때문에 마치 축전에 온 것과도 같은 인상을 받는다.
기존 전시장 외에 도시 곳곳에서도 전시를 감상할 수 있다고 했는데 그 중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작품 중 하나는 1970년대부터 버려진 위그노 교도의 집 내부를 재구성한 시카고 출신 설치미술가 티아스터 게이츠(Theaster Gates)의 작품이다. 오프닝 6주 전부터 위그노 교도 집에 동료와 들어와 살면서 미국 고향의 버려진 집에서 공수해 온 재료로 다른 공간을 만들었다고 한다. 오프닝 때는 마치 늘 그랬던 듯이 친구, 동료와 음악회를 열고 음식도 만들어 먹었다. 게이츠는 한 인터뷰에서 “보통 사람들과 흘려버리기 쉬운 실생활 사물들이 빛을 발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고 싶었다”고 했다.

세계적인 스타 배우 브래드 피트가 오프닝 직후 예고도 없이 도쿠멘타를 관람하고 갔다고 전해졌다. 이 배우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에서 카셀로 성지수행이 아닌 미술 성지수행의 길이 이어지고 있다. 1987년 백남준, 1992년 육근병에 이어 2012년에는 작가 양혜규, 문경원, 전준호의 흥미로운 작품들이 카셀에서 기다리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한국예술종합학교 김선정 미술이론과 교수가 한국인 최초로 큐레이터로 초대된 쾌거도 있다. 도핑 없는 미술계의 올림픽이 9월 16일까지 100일간 열린다. 와서 느끼고, 사고하고, 감동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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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CUMENTA (13) 큐레이터 김선정 인터뷰>
인터뷰에 들어가기 전 우선 에이전트라는 명칭에 대하여 간략하게 정리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총감독 캐롤린 크리스토프 바카기예프(Carolyn Christov-Bakargiev)는 이번 행사에 총 11명의 어드바이저와 미술계 컨텍스트로는 다소 생소한 에이전트를 초대했다. 여기서 에이전트라 함은 큐레이터를 뜻한다. 많은 인터뷰에서 총감독은 큐레이터라는 역할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정의했다. “큐레이터는 전시라는 틀에 한정되어 있다. 하지만 에이전트는 한 작은 시스템 안에서 모든 현상에 반응할 수 있으며 여러 방면에서 그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역할을 한다. 전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에이전트는 유연한 구조를 형성하고 다양한 방법으로 이바지할 수 있다.” 라고 요약했다. 행사 준비 외에 도쿠멘타에 초청될 만큼 국제미술계에 자리매김한 큐레이터/에이전트 김선정을 집중 조명하고자 한다.
인터뷰 시간보다 약간 일찍 약속장소에 나갔는데 기다릴 틈도 없이 건강하게 그을린 듯해 보이는 김선정 큐레이터를 만날 수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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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도쿠멘타를 준비하는 과정이 어땠는가?
- 1992년에 처음 도쿠멘타를 찾았다. 지인들과 이야기를 할 때 20년 전 도쿠멘타를 방문한 이야기를 하면 상당히 늙은 것 같다. 어찌 되었든 3년 반 전 캐롤린이 관장으로 있는 이탈리아, 카스텔로디리볼리시토리노현대미술관(Museo di Arte Contemporanea di Torino)에 초대되었다. 그때는 이 일이 비밀이었고 우리는 리볼리에서 기차를 타고 카셀까지 갔다. 함께 전시장과 예정장소를 둘러 보았다. 캐롤린은 전시장 외 공간에 대하여 관심이 많았으며 행사에 사용하고 싶어 했다. 캐롤린은 행사에 관련해 확고한 비전이 있었으며 에이전트는 이 콘셉트에 인풋을 넣고 진행하는 행위자 형식이었다. 보통 큐레이터가 작가를 추천하며 기획 전반에 참여하는 것이 아니어서 쉬운 일은 아니었다. 이래저래 각별한 프로세스였던 것 같다. Q. 당신이 기획한 전시 중에도 기존 전시장 외에 그 틀을 벗어난 공간이 많다.
- 버려져 있거나 과도기적인 공간에 대하여 항상 관심이 많았다. 2009년 기무사에서 열린 플랫폼 전시가 잘 알려진 예이다. 플랫폼은 5년 동안 운영을 했다. 주차장 전시도 이에 들어간다. 올해에는 DMZ에서 프로젝트를 할 것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철원인데 이곳은 위도 및 경도상 한반도의 중앙에 자리 잡고 있으며 일제강점기에는 번성한 도시였다. 6·25전쟁 당시는 북한 땅이었으며 전쟁 후 남한 땅이 되었다. 여러 가지 의미에서 볼 때 철원은 과도기(transit)적인 공간이다. 올해는 적게 시작하고 점차 다방면에서 규모를 확장할 예정이다. 이 DMZ 프로젝트를 한 10년간 하고 싶다. Q. 통일되면 어떻게 할 것인가?
- 통일될 것 같아 전시를 시작했다. Q. 도쿠멘타를 준비하는 과정이 어땠는가. 한국과 일하는 방법이 다른가?
- 노동법이 강한 미국과는 달리 한국과 별 차이는 없었다. 그리고 한국작가뿐만 아니라 오타케 신로 등 외국작가들과도 같이 일했다. 국제무대에서는 작가, 큐레이터 일하는 양식이 비슷한 것 같다. Q. 한국은 국제무대에서 왕성히 활동할 수 있는 큐레이터 층이 아직도 얇은데, 이를 위한 양성 방법은 무엇이겠는가? 그리고 진정한 의미의 큐레이터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 요즘은 과거와 비교해 적지 않은 큐레이터들이 국외에서 활동하고 있다. 내가 전시기획을 시작할 때는 현재 서울시립미술관 김홍희 관장 등 극히 소수였다. 한국에 큐레이터 선배가 딱히 있는 것이 아니어서 쉽지 않았다. 일단 큐레이터를 양성하는 것은 여러 요소에 좌우되며 과정도 복잡한 것 같다. 굳이 미술사학을 전공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사회학, 영문학 등 다른 분야를 전공해도 된다. 중요한 것은 일에 대한 열정이 있어야 한다. 또한, 새로운 것을 좋아하는 그리고 무엇보다도 미술을 좋아하는 사람이어야 할 것이다. 언어, 외국어 실력 또한 중요한데 영어가 모국어가 아니어서 나 또한 어려웠다. 그리고 끊임없이 전시를 보러 다니고 작업실도 꾸준히 방문하고 작가들과 작업 관련 대화도 나누어야 할 것이다. 작가랑 이야기하는 것을 무서워해서는 안 된다. 일정 시간 근무하고 퇴근하는 ‘일’이 아닌 일종의 ‘과업’이라고 여겨야 한다. 그러면 시간을 내서 하는 일이 아닐 것이다. Q. 네트워크도 중요하지 않은가?
- 미술계는 수년간 축적된 신의를 바탕으로 연계가 이루어진다. 케주얼 톡도 중요한 것 같다. 현재 쿤스트할레비엔나(Kunsthalle Wien) 관장으로 있는 니콜라스 샤프하우젠(Nicolaus Schafhausen)과는 2000년에 알게 되었다. 이후 전시를 서로 지켜봐 왔으며 언젠가는 같이 일을 하자고 하였다. 2005년 양혜규 작가의 전시도 그렇게 이루어졌다. Q. 외국에서 전시한다면 어떠한 전시를 하고 싶은가?
- 참가자의 국적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한국에서 좋다고 하여 우리 것을 반 강요하는 일방적인 전시가 아닌 현지 미술관과 동등한 관계에서 현지인이 관심 있어 하고 좋아하는 전시를 해야 할 것이다. 한 번은 모 관공서에서 주최하는 행사에서 일하다 쫓겨난 적이 있다. 이유는 현지사정과 맞지 않는 행사의 강요였으며 나는 그렇게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 일을 계기로 일을 어떻게 해야 되는지에 대하여 많이 생각했다. -------------------------------------------------------------------------------------------------------- 필자는 굵직한 국제 미술행사에서 한국인 큐레이터와 작가의 이름을 찾아보는 버릇이 있는데 이번에는 도쿠멘타 참가자 리스트에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겸 큐레이터 Sunjung Kim이 감격스럽게도 올라가 있었다. 이와 함께 1990년대 이후 국제미술과 한국 현대미술을 연결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약력 및 간단한 안내도 있었다. 앞으로도 더 자주 많은 김.선.정.이 나오길 바란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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