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일본 공연계에 지각변동 일으킨 두 편의 만화 - <베르사이유의 장미>와 <테니스의 왕자> > 이색도시 문화탐방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이색도시 문화탐방


 

[일본] 일본 공연계에 지각변동 일으킨 두 편의 만화 - <베르사이유의 장미>와 <테니스의 왕자>

페이지 정보

작성자 angelica 댓글 0건 조회 2,331회 작성일 14-02-15 11:48

본문

글 : 장지영(국민일보 기자)

일본을 묘사하는 수식어 가운데 하나는 ‘만화왕국’이다. 실제로 매일 발행되는 신작 만화의 수와 소재에 구애받지 않는 다양한 내용을 보면 일본 만화의 위력을 실감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일본 만화는 애니메이션은 물론이고 TV 드라마, 영화, 연극, 뮤지컬 등 다양한 장르로 활용되고 있다.
특히 뮤지컬로 만들어진 만화 <베르사이유의 장미>와 <테니스의 왕자>는 일본 공연계에 지각변동을 일으킨 작품으로 꼽힌다. 올 가을 일본 도쿄에서 이 두 편의 만화를 원작으로 한 공연과 전시 등이 잇따라 열려 관심을 모으고 있다.
올해 연재 개시 40주년을 맞이한 <베르사이유의 장미>는 9월 13~24일 도쿄 긴자에서 원화(原畵)와 원고, 동명의 다카라즈카(寶塚) 가극에 사용된 의상을 비롯해 배우들의 사진들을 전시해 관객들을 불러 모았다. 또 연재 개시 25주년이 된 <테니스의 왕자>는 2003년부터 2010년에 걸쳐 뮤지컬 시리즈가 막을 내린 뒤 지난해부터 동명 뮤지컬 시즌 2가 시작돼 화제를 모은데 이어 올해 TV에서 속편인 <신(新) 테니스의 왕자>가 애니메이션으로 방송되면서 다시 한 번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 다카라즈카를 부활시킨 <베르사이유의 장미>
다카라즈카는 일본의 전통예능인 가부키가 남성만 출연하는 것과 반대로 미혼 여성만 출연하는 독특한 공연예술 장르이자 단체의 이름이다. 다양한 장르의 공연을 올리지만 대체로 가극(歌劇), 즉 뮤지컬이 주를 이룬다. 아름다운 무대를 배경으로 화려한 의상을 입고 짙은 분장을 한 여성들이 사랑 이야기를 연기하는 것이 특징이다. 그리고 본 공연과 함께 화려한 쇼를 보여주는 레뷰가 더해진다. 꽃, 달, 눈, 별, 하늘 등 5개의 조로 구성된 다카라즈카는 오토코야쿠(남자 역) 주역을 중심으로 드라마나 쇼가 전개되는데, 여성들이 원하는 이상적인 남성상을 잘 표현하기 때문에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다카라즈카가극단은 1913년 일본의 민영철도회사인 한큐 전철의 창시자인 고바야시 이치조가 창설한 ‘다카라즈카창가대’를 시초로 하고 있으면 1940년 현재의 명칭으로 바뀌었다. 다카라즈카를 모방한 한국의 여성 국극이 1950~60년대 선풍적인 인기를 끈 뒤 TV가 보급된 1960년대 말부터 급격히 쇠퇴한 것과 달리 다카라즈카는 지금도 일본의 대표적 문화상품으로 꼽힌다. 또한 다카라즈카가극단은 일본에서 여배우의 등용문으로 꼽히기 때문에 2년제의 다카라즈카 음악학교는 매년 수 십 대 일의 입학 경쟁률을 기록하고 있다.
그런데, 다카라즈카가극단도 여성 국극과 마찬가지로 TV의 보급으로 인기가 떨어지면서 극장 가동률이 떨어지고 적자가 쌓이는 등 위기에 빠진 적이 있었다. 당시 언론으로부터 ‘다카라즈카는 한큐의 짐’이라는 비판을 받았을 정도다. 이때 다카라즈카를 구원한 것이 바로 만화 <베르사이유의 장미>를 원작으로 한 동명 뮤지컬이다.

▲ 만화 <베르사이유의 장미>(왼쪽)와 다카라즈카의 공연 장면(오른쪽)

당시 가극단의 전속 작가였던 우에다 신지(植田紳爾)가 공연 대본을 쓰고, 배우 겸 연출가였던 하세가와 가즈오(長谷川一夫)가 연출한 뮤지컬 <베르사이유의 장미>는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며 다카라즈카를 대표하는 레퍼토리가 됐다. 사실 초연 전엔 다카라즈카 팬으로부터도 만화 팬으로부터도 거센 반감을 사기도 했지만 막상 무대화된 이후엔 양쪽으로부터 절대적인 지지를 받게 됐다. 무엇보다 이 작품은 쇠락세에 있던 가극단에 다시 한 번 인기를 몰아오며 지금의 가극단을 존재하도록 하는 발판이 됐다.
한국에서도 순정만화의 고전으로 꼽히는 만화 <베르사이유의 장미>는 이케다 리에코(池田 理代子)가 1972년부터 1973년에 걸쳐 만화 잡지인 <주간 마가렛>에 연재한 것으로 프랑스의 루이15세 말기부터 프랑스 혁명 직후 마리 앙투아네트 처형까지를 배경으로 남장 여자 오스칼의 삶을 그리고 있다. 귀족이지만 나중에 혁명대의 편에 섰다가 목숨을 잃는 오스칼은 중성적인 매력으로 수많은 소녀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이후 여러 외전이 그려지는가 하면 TV와 극장 판 애니메이션이 만들어지는 등 이 작품은 지금까지도 일본에서 소녀만화(한국의 순정만화에 해당)의 최고봉으로 꼽힌다.
다카라즈카가극단은 1974년 뮤지컬 <베르사이유의 장미>를 초연한 이후 재공연을 반복했다. 초기에는 오스칼을 중심으로 한 버전만 있었으나 점차 마리 앙투아네트와 그녀의 연인인 페르젠을 주인공으로 한 버전, 오스칼과 그녀를 사랑한 앙드레를 중심으로 한 버전 등 여러 버전이 만들어졌다. 지금까지 통산 관객은 마지막 공연이 있었던 2009년까지 420만 명을 기록했다.
내년에 창립 100주년을 맞는 다카라즈카가극단은 기념비적인 이 작품을 두 차례에 걸쳐 공연할 예정이다. 먼저 다카라즈카의 5개 조 가운데 달(月)조가 1~3월 <오스칼과 페르젠> 편을 공연하며 눈(雪)조는 4~7월 <페르젠> 편을 공연할 예정이다.
기념비적인 해를 앞두고 다카라즈카가극단은 만화의 원작자인 이케다 리에코와 함께 <베르사이유의 장미> 연재 개시 40주년을 기념해 도쿄 긴자에서 전시회를 열었다. 만화 원화를 비롯해 애니메이션의 셀화 등 3백여 점, 동명 다카라즈카 가극의 의상과 사진 등도 전시돼 성황을 이뤘다. 여기에 이 만화를 좋아하는 다른 만화가들 40여 명이 그린 오스칼의 일러스트를 비롯해 이케다 리에코 인터뷰 등 다양한 읽을거리를 담은 책이 발간돼 화제를 모았다.
다카라즈카가극단은 이번 전시회를 통해 내년 100주년을 앞두고 ‘베르사이유의 장미 붐’을 일으킨다는 계획인데, 일본의 매체들이 앞다퉈 취재를 하는가 하면 발 디딜 틈도 없이 관객들이 몰리는 등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성과를 거뒀다.

▲ <베르사이유의 장미> 전시회

| 강력한 마니아 팬을 만들어 낸 <테니스의 왕자>
일본에서 만화를 원작으로 한 뮤지컬 가운데 <베르사이유의 장미>와 함께 충성도 높은 관객층 수위를 다투는 것은 <테니스의 왕자>다. 아마도 마니아 관객만을 놓고 본다면 <테니스의 왕자>가 우위가 아닐까 싶다.
고노미 다케시(許斐剛)가 쓴 동명 만화는 미국의 테니스 주니어 대회에서 4연속 우승한 천재 소년 에치젠 료마가 일본의 테니스 명문학교인 세이슌중학교에 입학해 팀을 일본 전국 대회 우승으로 이끄는 내용이다. 1998년 처음 연재를 시작해 2008년 연재가 끝났지만 이야기는 중학교의 테니스부에 들어간 4월부터 전국 대회 결승전을 펼친 8월까지를 다루고 있다. 주인공을 비롯해 등장인물이 중학생인데도 불구하고 구사하는 기술이 세계 최고 선수 이상이라 황당하다는 지적도 있고, 등장인물 대다수가 천재여서 노력으로 결실을 맺는 일반적인 스포츠 만화와 다르다는 비판도 있다. 하지만 바로 이런 판타지 때문에 폭발적인 인기를 얻어 애니메이션, 뮤지컬, 드라마 등으로 다시 제작됐다.

▲ <테니스의 왕자> 만화(왼쪽)와 뮤지컬(오른쪽)

뮤지컬은 2003년 4월 유명 안무가인 우에시마 유키오(上島雪夫)의 연출 겸 안무, 사하시 도시히코(佐橋俊彦)의 음악, 미쓰야 유지(三ツ矢雄二)의 대본으로 처음 만들어졌다. 제작사인 네르케 플래닝은 당시 연극 제작도 했지만 애니메이션 제작에 좀 더 포커스를 두고 있었는데, 이 작품의 폭발적인 인기 이후 공연 제작으로 무게 추를 옮기게 됐다. 또한 이 작품은 네르케 플래닝을 현재 일본에서 손꼽히는 메이저 제작사로 발돋움시키는 계기를 만들어 줬다.
그런데, 만화를 처음 뮤지컬로 만들 때 네르케 플래닝은 이런 성공을 예상하진 못했다. 스포츠를 소재로 한 만화를 무대로 옮긴다는 것이 수월하지 않았기 때문에 일종의 테스트용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뮤지컬 <테니스의 왕자>는 테니스공의 움직임을 조명과 음향 그리고 배우들의 동작을 통해 구현하는 것이 매우 인상적이다. 대신 노래나 대사는 그리 많지 않은 편이다. 중요한 장면에서는 슬로모션이 활용되는 등 얼핏 유치하게 보일 수도 있지만 전반적으로 속도감이 있어서 묘한 매력을 준다. 특히 일본 관객들은 뮤지컬의 내용이 아니라 출연 배우가 만화 캐릭터와 얼마나 닮았으며 만화 속에서 묘사된 특징을 잘 표현하는지에 관심을 둔다. 이 때문에 일본에서 뮤지컬 <테니스의 왕자>는 ‘보는’ 것이 아니라 ‘체험하는’ 것이란 말이 있다.
그런데, 뮤지컬 <테니스의 왕자>는 한 편이 아니다. 주인공 료마가 테니스부원들과 함께 시합에 나가서 라이벌 학교와 싸우는 에피소드가 여럿인 만큼 전국대회에서 우승할 때까지 총 16편으로 이뤄져 있다. 그리고 각 뮤지컬에는 ‘더 파이널 매치’ 등 에피소드와 관련된 부제가 붙어 있다. 16편의 뮤지컬은 초연 때와 마찬가지로 우에시마 유키오의 연출 겸 안무, 사하시 도시히코의 음악, 미쓰야 유지의 대본으로 만들어졌다. 뮤지컬 외에 콘서트가 7회 열렸는데, 이 전체를 포함한 것이 뮤지컬 <테니스의 왕자> 시즌 1에 해당한다.
▲ <테니스의 왕자> 콘서트 포스터시즌 1이 2003년 4월 처음 시작돼 2010년 5월에 막을 내린 뒤엔 2011년 1월부터 주인공 료마가 세이슌중학교에 입학해 성장해 가는 과정이 반복되는 시즌 2가 진행 중이다. 시즌 2는 현재까지 5번의 뮤지컬과 2번의 콘서트가 열렸고, 10월에 콘서트를 연 후 12월에 뮤지컬이 또다시 무대에 올라갈 예정이다. 일종의 앙코르 공연인 만큼 시즌 1에 비해 전개가 매우 빠른 편이다. 시즌 1과 시즌 2를 포함해 지금까지 누적 관객은 130만 명을 돌파했다.
그런데, 이 작품의 매력 가운데 하나는 10대 후반부터 20대에 걸친 꽃미남들만 출연한다는 것이다. 특히 고정 출연진인 세이슌중학교 테니스부원들은 평균적으로 1년 반을 주기로 ‘졸업’이라는 형태로 교체된다. 뮤지컬 <테니스의 왕자>는 워낙 두터운 팬덤을 자랑하는 만큼 젊은 남자 배우들에겐 자신의 이름과 얼굴을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로 인식된다. 비록 제작사인 네르케 플래닝이 일본극단협의회나 일본연예매니지먼트사업자협회 등의 공연 관련 조합에 전혀 가입하지 않았기 때문에 배우를 캐스팅할 때 등급에 따른 개런티 조항을 지키지 않는다는 비판도 나오지만 연예계에 갓 입문한 남자 배우들에겐 <테니스의 왕자>를 거절하기란 쉽지 않은 것 같다.
한편 만화 <테니스의 왕자>의 속편인 <신(新) 테니스의 왕자>가 2009년부터 연재되고 있다. 전국대회 결승 직후 갑자기 자취를 감춘 료마가 다시 일본에 돌아와 U-17 선발 대회에 특별 참가가 허락된 세이슌중학교 동료들, 정규 참가자인 고교생들과 서로 경쟁하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아직 연재가 끝나지 않은 가운데 올해 속편이 TV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져 팬들의 열렬한 지지 속에 방영됐다. 덕분에 뮤지컬 <테니스의 왕자>에 대한 관심도 매우 뜨겁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