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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 거목, 바다거북 그리고 별똥별-일본 야쿠시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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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yale 댓글 0건 조회 1,815회 작성일 11-01-18 2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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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쿠시마는 일본의 남단 가고시마 현에서 배로 남쪽으로 배를 타고 3시간을 가야 나오는 섬이다. 화산섬으로 이뤄졌고 제주도처럼 산이 많다. 섬 전체가 숲으로 이뤄졌다고 보면 맞다. ‘조몽스기’라는 이름의 7천 년 된 고목이 있다는 말을 듣고 신비의 섬으로 발을 내딛었다.

미지의 섬, 야쿠시마
여름 휴가지를 야쿠시마로 정한 것은 한 장의 사진 때문이었다. 안개 낀 나무 숲의 환상적인 풍경 사진이었다. 저 뒤편에 유니콘 한 마리가 찍혔다고 한들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신비로워 보였다. 사진의 설명에는 ‘야쿠시마’라고 써 있었고 ‘일주일 후엔 이곳에 가 있으리라’ 마음먹었다. 여행 준비를 하기 위해 국내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서 검색을 해봐도 야쿠시마에 대한 이렇다 할 정보가 나오지 않았다. 그만큼 한국인이 많이 찾는 관광지는 아니었다. 희소성의 가치를 느껴 ‘꼭 가야겠다’는 열망은 점점 커져갔다.

어설픈 일본어 실력으로 현지 사이트를 뒤지기 시작했다. 야쿠시마에 가기 위해서는 우선 가고시마에 가야 하는데 그곳까지는 인천공항에서 출발하는 직항편이 있다. 문제는 가고시마 항구에서 야쿠시마로 들어가는 페리를 타는 것. 평일은 상관없으나 주말에는 예약을 하지 않으면 자리가 없는 경우가 많다. 일본에 있는 지인을 통해 우여곡절 끝에 예약을 마쳤다. 숙소 예약에도 만전을 기했다. 그러나 나중에 알고 보니 야쿠시마에는 하룻밤에 1,500엔 정도의 값싼 민박집이 널려 있었다. 굳이 비싼 호텔을 예약하지 않고 현지에서 구해도 충분하다. 민박집이야말로 섬사람들의 생활을 엿볼 수 있고 현지인이 들려주는 정보가 아주 유용하다는 이점이 있다.

수집한 정보에 따르면 야쿠시마는 규슈 남쪽에 위치해 있는데도 1년 내내 서늘한 기후다. 비가 자주 오기 때문이다. 카디건과 레인코트는 필수품. 그리고 대부분의 섬 여행이 그렇지만 대중교통이 발달되지 않아 렌터카를 빌리면 여행이 더욱 여유로워진다. 국제면허증을 가져가면 누구나 렌터카를 이용할 수 있다. 일본 차는 운전대가 반대쪽에 있지만 섬에 차가 별로 없어 운전이 어렵지는 않았다.

야쿠시마의 대표적인 볼거리는 ‘천년 고목’과 ‘바다거북의 산란’이란다. 바다거북이라…, 대형 아쿠아리움에서만 볼 수 있는 그 녀석을 실제로 야생에서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게다가 산란 장면까지 구경할 수 있다니 뜻밖의 수확이다. 기자의 5일간의 야쿠시마 여행 일정은 이렇다.

나무는 생물이고 죽음과 탄생은 하나다
야쿠시마 여행기를 읽을 때 본 누군가의 말이 기억에 남는다. ‘야쿠시마에 다녀오면 당신의 인생관이 달라질 것이다.’ 그저 숲과 나무를 감상하는 ‘피톤치드’ 웰빙 여행이라고 생각했다. ‘뭐, 인생관을 들먹일 만큼 감회가 남다를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3시간 동안 페리를 타고 야쿠시마에 도착해 무사히 짐을 풀었다(기자는 그 숙소를 방문한 첫 한국인이란다. 숙소 주인이 기념사진 촬영을 청하기도 했다). 여독을 풀고 다음날 아침 일찍 일어나 산을 등반하기 위해 운동화, 수건 그리고 주먹밥을 챙겼다. 산 속에는 먹을거리를 파는 곳이 없어 입산하기 전에 미리 준비해두어야 한다. 날씨는 맑음과 흐림을 반복했다. 숙소 주인이 야쿠시마의 숲은 살짝 비가 내려 안개가 껴야 더 신비롭다며 출발하는 기자를 위로했다. 기자는 렌터카를 이용했다. 차창을 반쯤 열고 상쾌한 공기를 마시며 산 중턱까지 운전하는 게 여간 기쁘지 않았다.

그러나 이것이 상상도 못할 비극의 시작이 될 줄이야…. 산 길가에는 야생 일본원숭이 한 무리가 한가로이 노닐고 있었다. ‘와~ 야생 원숭이다!’ 하고 신기한 마음에 구경하며 달리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그 중 덩치 큰 원숭이가 운전하는 차 앞으로 성큼성큼 망설임 없이 달려왔다. 깜짝 놀라 차의 속력을 줄였더니 그 ‘덩치’는 순식간에 차 보닛 위에 올라 반쯤 열린 창문을 통해 차 안으로 들어와 뒷좌석을 점령했다. 빛의 속도였다. 이 상황이 도무지 믿어지지가 않았고 마침 오래전에 ‘동물의 왕국’에서 봤던 내레이션이 생각났다.

‘원숭이가 이빨로 무는 힘은 인간의 30배’라는….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차에서 뛰어내렸다. 가만히 보니 뒷좌석에 놓은 주먹밥이 ‘덩치’의 침입 목적이었던 것이다. 양쪽 차문을 열고 한쪽 문을 꽝 닫아 ‘침입자’에게 경고의 메시지를 보냈더니 ‘덩치’는 주먹밥 두 덩이를 양손에 쥔 채 유유히 숲 속으로 달아났다. 그 능숙함에 혀를 내두를 지경이다. 나중에 알고 보니 원숭이는 등산객들의 차에는 으레 먹을 것이 있는 줄 알고 접근한 것이며, 그것도 대부분 뒷좌석에 놓여 있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징그럽도록 영악한 것들이다. 게다가 달리는 차를 향해서도 그런 식으로 침입을 강행한단다. 만약 먹을거리가 배낭 안에 있었다면 배낭째 갖고 도망갔을 거라는 산 관리인의 말에 다른 소지품이 무사한 것을 생각하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우여곡절 끝에 입산해 등반을 시작했다. 천년의 세월을 그대로 간직한 거목들이 빼곡히 숲을 메우고 있다. 비가 내리고 개기를 반복했다. 희미하게 깔린 안개는 숙소 주인의 말처럼 숲을 더욱 신비롭게 했다. 사진에서 보던 그대로 아니, 그 이상의 풍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카메라를 허공에 대고 셔터만 누르면 모두 작품 사진이 된다.

야쿠시마 나무들의 특징은 표면에 풍성한 이끼가 살고 있다는 것이다. 습한 숲 속 자연환경 덕분이다. 나무가 빼곡한 산은 누가 일부러 불을 지르지 않아도 나무끼리 부딪혀 자연발생적으로 산불이 나게 마련인데 야쿠시마는 한 번도 산불이 나지 않았다. 표면에 덮인 이끼 덕분이다. 그래서 천년을 넘는 세월 동안 고스란히 숲이 유지되고 있다. 이끼의 감촉은 강아지를 쓰다듬을 때처럼 푹신하다. 거목들이 우거지면 빛을 가려 새싹이 트지 않는다. 그러나 거목이 생명을 다해 쓰러지면서 햇빛을 고스란히 받은 대지에는 또 다른 생명이 싹을 틔운다. 그것이 나무의 생과 사다.

드디어 ‘조몽스기’라는 나무에 다다랐다. 높이 25.3m, 둘레 16.4m. 현재 확인된 야쿠시마의 나무 중 최대 규모이며 추정 나이는 2천 년에서 7천 년 사이. 추정 나이의 간격이 너무 크다. 이유는 7천 년이라는 나이는 나무를 처음 발견한 후 둘레를 재어 계산한 것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이 나이에 대한 이의가 제기됐다. 두 그루의 나무가 합쳐져 하나의 나무가 되는 경우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야쿠시마의 나무들 중 서로 엉겨 붙어 한 그루가 된 모습을 목격할 수 있었다. 이 근거는 고목의 군데군데를 탄소측정기로 측량한 결과 모두 다른 연대가 산출됐기 때문이다. 나무를 잘라 나이테를 보고 측정하기도 했지만 나무 속 부분은 이미 썩어 식별할 수 없었다. 그래서 표기된 나이가 2천 년에서 7천 년 사이다.

어쨌든 그 웅장한 모습에 나무 앞에 모인 사람들은 저절로 두 손을 모으고 소원을 빌기 시작했다. 나무는 영혼불사의 도인처럼 그저 묵묵히 사람들의 모습을 내려다볼 뿐이다. 매년 방문하는 등산인들에게 뿌리를 밟혀 약해지는 바람에, 지금은 전망대가 설치돼 있다.

멀리서 보면 나무들은 마치 죽은 듯 조용하다. 그러나 그 안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삶과 죽음을 통한 나무들의 장렬한 싸움의 기운이 느껴진다. 야쿠시마에는 천년의 나무가 뿜어내는 강한 기가 분명 있다.

바다거북의 산란과 부화
야쿠시마에서 바다거북의 산란을 볼 수 있는 해안은 나가타(永田), 잇소(一湊), 쿠리오(栗生) 세 곳이다. 바다거북이 산란하기 위해 가장 많이 찾는 곳은 나가타다. 그러나 산란하는 것을 생생하게 보기를 원한다면 쿠리오 해안을 추천한다. 나가타 해변은 명소인 만큼 제약이 많아 사진촬영도 안 되고 바다거북에게 가까이 다가가서 볼 수도 없다. 자연 그대로를 보호하는 입장에서 바다거북에게 다가가는 것은 좋지 않은 일이긴 하다. 그렇다고 거북이에게 큰 해를 끼치는 행위는 하지 않으니 먼 길을 온 만큼 아쉬움이 남지 않도록 욕심 한 번 내는 것도 이해해주리라 믿는다.

바다거북이 산란을 하기 위해 상륙하는 시기는 6월 중순부터 7월 중순까지다. 밤이 되면 산란을 하기 위해 모래 해변으로 올라와 자리를 잡고 모래를 파낸다. 산란 시간은 1시간이며 보통 100~140개의 알을 낳는다. 알은 태양열과 지면의 열로 60일 후에 부화한다.

보통 저녁 8시쯤 바다거북을 기다리기 위해 사람들이 해변으로 모인다. 사실 바다거북이 매일 와서 알을 낳는 것은 아니다. 올지 안 올지, 온다면 언제 올지 온전히 ‘바다거북 마음’이다. 밤을 꼬박 새우고 새벽에 오는 경우도 많단다. 그날의 운에 맡겨야 한다. 기자는 해변에 돗자리를 깔고 누웠다. 하늘엔 별천지다. 쏟아져 내릴 듯 반짝였다. 별똥별도 수차례 떨어졌다. 그것도 아주 천천히. ‘별똥별에 소원을 빌면 이뤄진다’는 말이 사실이라면 나의 다섯 가지 소원은 모두 이뤄질 것인가. 바다 위에 뜬 독야청청 보름달, 달빛을 받아 반짝거리는 바다. 현실인지 꿈인지 분간할 수 없었다.

그렇게 2시간이 흘러 밤 10시가 됐다. 아름다운 밤바다 풍경에 취해 ‘만약 오늘밤 바다거북이 오지 않아도 난 널 미워하지 않으리’란 여유를 부리는데 가이드가 사람들을 조용히 불렀다. 두 달 전에 낳은 알들이 지금 부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깜짝 놀라 뛰어가 보니 작은 홈이 파여 있는 곳에서 새끼 바다거북 두 마리가 나오고 있었다. 새끼들은 본능적으로 달빛을 따라 바다로 향해 간다고 했다. 그래서 가끔 근처 민박집 불빛을 달빛으로 착각하고 찾아오는 새끼 바다거북들도 있단다. 바다거북의 생존율은 8% 정도뿐이다. 바다로 가는 도중에 고양이와 게의 먹잇감이 되기 일쑤이기 때문.

이날 사람들은 새끼들을 안전하게 바다까지 인도했다. 어린아이들이 손전등을 비추니 새끼들은 그 빛을 따라 아장아장 잘도 따라갔다. 그리고 연이어 50~60마리가 넘는 새끼들이 오글오글 흙을 파고 올라왔다. 다들 무사히 바다로 향했다. 건너편에서는 어미 바다거북이 산란을 하러 상륙했다는 소리가 들렸다. 행운도 이런 행운이 없다. 달려가니 이미 직경 1m가 넘는 어미 바다거북이 산란할 자리를 잡고 있었다. 자리를 잡을 때까지는 인기척을 내선 안 된다. 바다거북이 산란을 포기하고 바다로 돌아가버리기 때문이다. 자리를 잡고 알을 낳기 시작하면 바다거북은 온 신경을 산란에 집중하고 외부 감각이 둔해져 사람이 다가와도 알아채지 못한다고 한다. 방해되지 않도록 멀리 떨어져서 알을 낳는 모습을 숨죽여 구경했다. 어미는 산란의 고통에 눈물을 흘리며 탁구공 크기의 알 1백여 개를 낳았다. 산란이 끝난 후에는 모래로 파묻고 바다로 돌아갔다.

모험의 연속이었던 5일간의 섬 여행 동안 원 없이 나무를 감상하고 별똥별을 세고 바다거북을 만났다. 야쿠시마는 거칠게 살아 숨쉬는 짐승 같은 섬이다. 순간순간 접하는 모든 것에 가슴이 두근거렸다. 마치 연애를 하듯 말이다. 여행을 마치고 돌아올 때는 밀애를 즐기고 떠나는 아쉬움까지 느껴졌다. 아마도 나는 야쿠시마를 잊지 못하고 내년 여름에 다시 찾아갈 것이다. 또 만나자. 나무여, 별이여, 바다거북이여….

Tip 야쿠시마 여행
*가고시마 공항에 도착하면 2번 승강장에서 ‘金生町(긴세이츠)’로 가는 버스를 타고 항구로 간다. 항구까지 도보로 l0분 정도 소요된다. 가고시마 시내 구경 후에 야쿠시마로 들어갈 경우 가고시마 중앙역에서 항구로 가는 버스를 타면 된다.
*국내에서는 페리를 예약하기 어렵다. 왕복 티켓 값 1만 엔을 일본으로 선입금해야 하기 때문이다.
*숲에 들어갈 때는 바닥이 미끄럽기 때문에 등산화를 추천한다.
*야쿠시마의 산에는 작은 거머리가 산다. 물리지 않도록 긴바지를 입고 가자. 한번 물리면 여간해서는 출혈이 멈추지 않는다.
*바다거북 관람을 신청(나가타 해변, 090-8768-4281)하면 1인당 700엔을 내고 다양한 설명을 들을 수 있다. 그러나 굳이 신청하지 않아도 사람들이 모인 곳에 가면 자연스럽게 관람할 수 있다.
*동네마다 있는 온천을 이용해보자. 유황 냄새가 나지만 그만큼 미네랄이 풍부하다. 이용료는 보통 200엔이다.
*동네를 지나다 보면 직접 수확한 과일이나 채소들을 내놓은 무인판매대를 많이 볼 수 있다. 200엔에 구입한 수박이 달고 맛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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