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불로 밝히는 대륙의 새해 맞이, 대대로 이어지는 전통 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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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레몬 댓글 0건 조회 1,794회 작성일 11-08-23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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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나 우리나 똑같다. 음력 정월 초하루가 되면 흩어졌던 가족이 모이고, 흥겨운 잔치를 벌이며 정을 나눈다. ‘춘제(春節)’와 ‘설날’로 이름만 다를 뿐이다.
중국의 춘제 연휴는 길다. 일찌감치 귀성 전쟁이 시작된다. 넓은 대륙의 대도시에 나가 있던 농민공(農民工)들이 저마다 고향을 찾는다. 올해는 1월30일부터 3월10일까지를 춘윈(春運) 기간으로 잡았다. 이 때 중국 대륙에서 이동하는 인구가 무려 25억4000여만명이 될 것이란다.
중국 대륙에서 고향 가는 길은 24시간이면 보통이다. 길게는 48시간, 그 이상도 더 걸린다. 그래도 기쁜 마음으로 고향을 찾는다. 고향에 남아 있는 세시 풍속을 들여다본다.

옛날 노나라 땅이었던 산둥(山東)성의 취부(曲阜)는 공자의 고향이다. 해마다 정월이면 ‘고루문회(鼓樓門會)’가 열린다. 관광객에게도 인기있는 명절 놀이 중 하나다.
고루문회가 열리면 ‘화고(花鼓)’나 맹인이 후금을 연주하며 부르는 노래로 알려진 ‘할강(瞎腔,)’, 곡예 등 각 지역의 전통 공연이 펼쳐진다. 볼거리가 있으면 놀거리도 따라오기 마련이다. 각종 놀이기구는 물론 화약, 꽃과 찹쌀떡 등을 파는 노점상이 장사진을 이룬다.
취부의 전통 놀이는 설날, 가장 성대하게 열린다. 수많은 사람들이 성안으로 몰려 들어와 취부의 고루문회는 ‘간광회(赶逛會)’라고도 부른다.

중원의 전통 문화를 볼 수 있는 곳은 산시성의 핑야오(平遙) 고성이다.
당나라 때부터 시작된 산시성 핑야오의 송구영신 풍속은 음력 12월8일부터 시작된다. 고성의 가가호호 민가들은 새해를 맞이 하면 고기를 삶고, 죽을 끓이고, 조상에게 올린 제사 음식을 만들고, 종이를 잘라 창에 붙이고, 춘련을 쓰고, 국수와 만두를 빚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이런 풍속은 서서히 중원 각지의 고성으로 전파됐고, 현재 중국의 세시 풍속으로 자리 잡았다.
호랑이 해를 맞아 핑야오 고성은 ‘백가사화료평요(百家社火鬧平遙)’ 란 대형 행사를 열고 있다. 고성 사람들과 관광객이 함께 어울려 만두를 빚고, ‘황하의 노래’인 앙가(秧歌)를 부르고, 춘련을 쓰고, 민속놀이를 한다.
핑야오 고성의 ‘현태랑(縣太爺)’은 많은 관원들과 함께 모든 사람들에게 새해 인사를 하고, ‘재물신’에게 정중하게 보물을 바친다. 앙가를 부르고, 용등(龍燈)이 춤을 추고, 색종이를 밟는 등 민간에 전해지는 각종 풍속을 체험할 수 있다. 마치 진(晋)나라의 저잣거리로 돌아간 듯 하다.
한달여 동안 진행되는 새해 맞이 경축 활동이 최고조에 이르는 것은 섣달 그믐날과 정월 초하루부터 보름까지. 고성 인근 10km까지의 주요 도로에 화려한 등을 내걸고, 성문의 회랑에도 2000여개의 칠색등을 걸어 놓는다. 성곽 사면에는 800여개의 등을 세우고, 1000여개의 사등(射燈)을 설치해 핑야오 고성을 등불 속 도시로 변화시킨다. 환한 도시는 누구나 뜬 눈으로 새해를 맞이하게 만든다.

1996년 대형 드라마세트장으로 변신한 저장(浙江)성의 헝디엔(橫店)에 가면 5개 왕조의 세시 풍속을 체험할 수 있다.
‘진왕궁(秦王宮)’에선 ‘선진홍복년(先秦洪福年)’, ‘시황제(始皇帝)’ 등 중국 대륙에서 최초로 천하통일을 달성했던 진나라의 옛 풍속을 재현한다. 정오에 궁을 나선 어가 행렬은 풍우제를 지내고, 백성들의 안녕을 기원한다. 영화 ‘무극(無極)’, 영웅(英雄)‘에 등장했던 수많은 영웅호걸과 미녀, TV드라마 ’한무대제(漢武大帝)‘의 문신과 장수들을 만날 수 있다.
송나라의 번성함을 그대로 그려놓은 ‘청명상하도(淸明上河圖)’처럼 ‘대송풍정년(大宋風情年)’도 열린다. 저잣거리에선 송나라 때 옷을 입은 사람들이 온갖 상점을 열고, 달콤한 전통 엿을 뽑고, 요지경을 상연하고, 꽃떡을 찧고, 포청천 저울로 시비를 없애고, 직접 반짝이는 수정을 깎는다. ‘빙당후루(冰糖葫蘆)’이나 ‘롱수당(龍須糖)’등 전통 먹거리도 빠지지 않는다.
‘명청궁원(明淸宮苑)’에선 ‘길상궁정년(吉祥宮廷年)’이 성대하게 거행된다. 만주족의 전통 의상을 입고, 손에는 화려한 비단 깃발을 들고, 태평고를 두드리고, 사자춤을 춘다. 황제는 황후와 비, 문무대신을 거느리고 새해의 축복을 기원한다. 궁정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자 궁중에서 새해를 시작하는 또 다른 기분을 만끽하게 된다.
이 밖에 광조우가와 홍콩 거리의 ‘환소오항년(歡笑奧港年)’, 몽환곡의 ‘온정수향년(溫情水鄕年)’ 등도 시공을 뛰어넘는 새해 체험을 제공한다.

저장성의 수향 우전(烏鎭)의 서책에선 정월 초하루부터 7일까지 ‘오진장가연(烏鎭長街宴)’이란 전통 행사가 열린다. 거리를 따라 길게 식탁을 마련해 놓고 양고기 요리를 즐긴다.
장가연은 윈난성의 소수민족인 하니족 등도 전통으로 이어가고 있다. 긴 식탁을 놓고 마을 사람들이 모여 서로 정을 나누고, 덕담을 주고 받는 풍습인 것이다.
올해의 정월 초하루는 발렌타인데이와 겹치자 우전 사람들은 새로운 이벤트를 준비하고 있다. 젊은 연인들이 ‘전통 민속과 현대 유행’을 동시에 만끽할 수 있도록 행사의 동참을 유도하고 있다. 30위안을 내면 마을 사람들과 함께 어울리면서 잊지 못할 추억 만들기를 하라는 것이다. 장가연에서 맛있는 식사를 하고 호사스럽게 스파까지 즐길 수 있다고 홍보하고 있다.
먹는 즐거움과 함께 더욱 흥을 돋우려면 이곳의 사자무용단과 함께 춤을 추면 분위기가 최고다.

후난(湖南)성의 서쪽은 ‘묘족활화석(苗族活化石)’이라 불리는 상시(湘西) 묘족자치구다.
이 곳의 묘족들은 순박한 전통 관습을 그대로 이어간다. 깊은 계곡 속에 자리잡고 있는 묘족 마을로 들어가려면 먼저 ‘산카(三卡)’라는 세가지 의례를 거쳐야 한다. 노래하기(卡歌), 술마시기(卡酒), 북치기(卡鼓)가 바로 그것이다.
아름다운 은 장식을 한 묘족 아가씨들은 노래 부르고, 북을 치면서 손님을 환영한다. 방문객도 똑같이 화답하고, 묘족 아가씨가 건네주는 향기로운 전통주를 마셔야만 마을 출입을 허락한다.

새해가 오면 시안(西安)의 장안성에선 신춘등회(新春燈會)가 열린다. 2월9일부터 3월15일까지 한달여 동안 600년 역사를 지닌 서안고성에 붉은 등을 내걸고 각종 민속 행사를 갖는다. ‘당나라 도읍에는 원단의 달밤이 없고, 불나무와 은빛 꽃이 서안성에 가득하다’는 시구를 입증하듯 화려한 그림을 연출한다.
시안성 신년회의 주제는 ‘당풍진운(唐風秦韻)’ 중 ‘마작검보(馬勺瞼譜)’. 대형 국자인 ‘마작’에 얼굴을 그리는 것은 섬서성의 독특한 민속 행사 중 하나다. 중국 민간의 민속놀이로 자리잡은 검보가 여기에서 유래한 것이다.
신화나 고사 속의 인물을 형상화해 국자 위에 그리고 이름을 붙였다. 국자는 나무로 만들어 제작이 간편해 누구나 손쉽게 만들었다. 청당(廳堂)에 부정거사(扶正祛邪) 진요강괴(鎭妖降怪)의 의미로 국자를 내걸고, 기복납상(祈福納祥) 초재진보(招財進寶)를 염원한다.
국자의 얼굴은 인간의 기쁨과 사랑, 존귀함의 의미를 담고 있다. 국자은 우리네 복조리와 유사하다.

저장(浙江)성의 샤오싱(紹興)은 중국 근대의 위대한 작가 루신(魯迅)의 고향이다. 루신은 아름다운 고향을 붉은 등불 속의 환한 무대로 기억하고 있다. 어린 시절 명절 때면 공연되면 공연을 평생 잊지 못했다. 그에겐 고향의 경극이 늘 가장 훌륭한 공연이었다.
겨울날, 샤오싱 농가의 대문에는 한해의 보내는 아쉬움이 남아 있는 붉은 종이에 쓴 대련과 함께 장압석어(醬鴨腊魚)가 걸려 있다. 오래된 돌다리 위에 서면 푸른 기와를 얻어놓은 하얀 집들이 눈에 들어온다. 루신의 쓴 ‘사희(社戱)’의 무대가 바로 이곳이다.
원래 제사나 묘회 때 상연되는 극을 샤오싱에선 예로부터 ‘사희’라 불렀다. 천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난탄(亂彈), 월극(越劇), 연화낙(蓮花落) 등을 모두 아우르는 용어로 자리 잡았다. 그 중 가장 환영받는 것은 역시 월극이다.
세상 모든 사람에겐 고향이 있다. 고향은 늘 그리운 곳이고, 잊지 못할 기억이 남아 있는 곳이다. 그 곳엔 예나 지금이나 한결같은 놀이가 있기에 더욱 정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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