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분홍 복사꽃 향기에 취해, 봄 바람에 취해 선경에 들다
페이지 정보
작성자 레몬 댓글 0건 조회 1,492회 작성일 11-08-23 16:12
본문
‘봄이 오면 산에 들에 진달래 피고~’
절로 노래를 흥얼거리고픈 계절이다. 시나브로 햇볕 잘 드는 강둑에는 파란 싹이 돋아났다. 지구촌 곳곳에 봄이 오고 있다. 꽃바람이 불고 있다. 나비가 날고 있다.
꽃 세상에서 상춘(賞春)을 하고픈 마음은 누구나 똑같으리라.
일본의 봄이 벚꽃으로 화사하다면, 대륙의 봄은 복사꽃밭에서 풍요롭다. 꽃 피는 날에 따라 다소 시간적 차이는 있지만 중원을 중심으로 사방에서 봄을 만끽하는 ‘도화(桃花) 잔치’가 이어진다.

복숭아나무는 이른 봄 가장 먼저 태양의 기운을 받아 싹을 튀운다. 3월의 청두(成都)는 아름답다. 복사꽃이 있어 더욱 아름답다.
이때를 맞춰 해마다 롱촨이(龍泉驛)에선 국제도화절(桃花節)이 시작된다. 물물 교역전까지 곁들인 축제는 벌써 20년 이상 진행되고 있다. 축제를 즐기는 이들에게 색다른 체험과 감흥을 주고 있다. 날마다 새롭게 태어나는 창의적인 인재들은 새로운 상품을 선보여 모두를 즐겁게 하고, 보는 이로 하여금 새로운 아이디어가 샘솟게 한다.
복사꽃은 봄의 상징이다. 그 열매는 신선들이 천상에서 먹는 과일이요, 불로장생의 과일이고 인류를 탄생시키는 마고 할미의 과일로 여겨진다.
청두에서 가장 가까운 전원 마을인 룽촨이에는 1만2000여묘의 복숭아밭이 있고, 약 1700여만 그루의 복숭아나무가 자라고 있다.

3월 중순부터 꽃망울을 터뜨리기 시작하면 드넓은 대지 위로 분홍 꽃, 하얀 꽃, 빨간 꽃이 흐드러지고 벌과 나비가 날아든다. 상춘객들도 구름처럼 몰려온다. 꽃물결은 낮은 구릉을 따라 출렁이고, 꽃길은 굽이굽이 사람 길과 함께 한다.
복숭아나무 밑 대나무 의자에 앉아 따사로운 햇살을 즐기고, 맑은 향의 녹차를 마시며 활짝 핀 복사꽃을 보노라면 이곳이 그대로 ‘도화원’이다. 꽃은 타오르는 불길 같고, 붉은 기운은 하늘마저 녹일 듯하다.
롱촨이에는 복숭아나무가 있고, 꽃이 있고, 열매가 있고, 정원이 있기에 사시사철 시심이 일고, 아름다움이 가득하다.

롱촨이의 복숭아 농가는 대부분 쓰촨성의 토착민들이 아닌 ‘꺼자(客家)족’들이다. 이곳 농부들의 이야기는 명말 청초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당시 광둥(廣東), 푸젠(福建), 장시(江西)성의 변경에 살던 한족의 후예 꺼자인들이 쓰촨으로 이주하기 시작해 청두 동쪽에 정착했다. 지금도 꺼자족 특유의 방언과 풍습, 취락구조가 그대로 남아 전해지고 있다. 이것이 내륙에선 보기 드문 ‘파촉(巴蜀) 문화’의 일부인 것이다.
롱촨이의 꺼자족들은 전세계에서 꺼자 문화를 연구하는 학자들도 깜짝 놀란 만큼 전통을 잘 보존하고 있다.
축제가 시작되면 롱촨이의 거리에선 꺼자 방언을 쉽게 접할 수 있다. 외지에서 온 꺼자족들은 마치 광둥의 고향이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광둥의 꺼자 문화가 담장 속에서 꽃을 피워 그 향을 밖으로 널리 널리 퍼져 나간 셈이다.
롱촨이의 꺼자족들은 더 이상 볍씨를 심지 않는다. 이미 천년 이상 내려온 논농사를 버렸다. 대신 이곳의 드넓은 산과 들에 복숭아나무를 심어 새로운 관광 농업을 개발했다.
언덕 길 옆으로 ‘롱자러(農家樂)’이나 ‘꺼자쥐(客家居)’란 토속 민박을 열고 시골 밥상으로 손님을 맞는다. 꽃이 필 때는 청춘남녀, 복숭아가 익어갈 때는 노인이나 어린이들이 즐겨 찾는다.
롱탄샹(龍潭鄕)에는 새롭게 꺼자 상가를 만들었고, 옛 거리도 정비했다. 꺼자 회관도 복원하면서 ‘회관 문화’을 다시 꽃 피우는데 힘을 쏟고 있다.

‘꺼자화롱제(客家火龍節)’ 의 성대함은 잊혀지지 않는 추억으로 남기 마련이다. 전통 축제는 그 민족의 문화를 대대로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다. ‘꺼자화롱제’도 꺼자족의 온화하고 선량한 심성 뿐 아니라 건장한 사내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꺼자화롱’은 격정적이고, 야성적으로 춤을 춘다. 꺼자족이 한민족 중에서 고난이 심했던 부류였기에 피맺힌 가슴 속 응어리를 춤 속에 담아낸 것이리라.
꺼자 문화는 청두의 동쪽 마을에서 물과 불처럼 남아 있다. 소리 없이 피어나는 복사꽃과 활활 타오르는 불꽃의 모습을 동시에 지니고 있다.
청두의 복사꽃 축제는 1942년 이곳에 처음으로 복숭아나무를 심었던 전시티엔(晋希天) 등 10여명이 봄마다 한자리에 모여 상춘하던 것이 이어지다가 1987년 공식 축제로 자리 잡았다. 그리고 1994년 ‘중국성도도화회(中國成都桃花會)’를 거쳐 2001년부터 중국국가여유국이 비준한 국제도화절로 규모를 확대했다.

상하이에선 2008년부터 난후이(南匯) 복사꽃 축제가, 산둥(山東)성 페이청(肥城), 후난(湖南)성 타오위엔(桃源), 허베이(河北) 순핑(順平), 장수(江蘇)성 우시(無錫)의 양산(陽山) 등에서도 해마다 대규모 복사꽃 축제가 열린다.
중국인들에게 복사꽃은 어떤 의미일까. 복숭아나무가 백성들에게 부를 준다고 믿는다. 그래서 도화절을 ‘치부절(致富節)’이라 여긴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