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 속 행성을 닮은 섬 - 마다가스카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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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진저 댓글 0건 조회 1,613회 작성일 12-02-22 2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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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영화 <마다가스카>를 보았다. 주인공은 인간이 아닌 사자ㆍ얼룩말ㆍ기린ㆍ하마 등이다. 뉴욕 센트럴파크 동물원이 자랑하는 최고의 인기 스타인 이들은 하루하루 반복되는 삶에 회의를 느낀 나머지 동물원을 탈출하게 된다. 그리고 환상의 섬 ‘마다가스카르’로 가게 된다는 내용이었다. 영화를 보고 난 후 나는 마다가스카르라는 섬나라가 궁금해져서 알아보았다.
마다가스카르는 아프리카 남쪽 인도양에 위치. 그린란드, 파푸아뉴기니, 보르네오에 이어 세계에서 네 번째로 큰 섬. 한반도의 6배나 되는 크기에 육지와도 멀리 떨어져 있는 지리적인 환경으로 인해 이 지구상 어디에도 없는 종(種)들이 많다. 그리고 이 섬에 살고 있는 대부분의 종(種)들은 마다가스카르에서 진화했으며 식물 중 80%, 파충류는 90% 이상이 마다가스카르 고유종이다. 그중에서도 바오밥나무와 여우원숭이는 특히 유명하다.
“어린왕자가 사는 별 B612 혹성에는 무서운 씨앗들이 있다. 바오밥나무의 씨앗이다. 그런데 바오밥나무는 자칫 늦게 손을 쓰면 그땐 정말 처치할 수 없게 된다. 별이 너무 작은데 바오밥나무가 너무 많으면 그 뿌리로 인해 별이 산산조각이 나버리고 마는 것이다.” 생텍쥐페리의 소설 《어린왕자》에 등장하는 바오밥나무에 대한 묘사 중 일부분이다. 바오밥나무 군락지가 있다는 마다가스카르가 마치 내게는 ‘어린왕자’가 사는 별나라쯤으로 다가왔다. 나무뿌리가 얼마나 크게 자라면 별에 구멍이 나버리는 걸까? 실제로 그런 나무가 있다면 한 번 보고 싶어졌다. 어릴 적 읽었던 동화 속 풍경과 영화 <마다가스카>의 환상을 쫓아 마다가스카르라는 섬을 향해 길을 떠났다. 여행이란 이런 사소한 호기심으로부터 시작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방콕에서 에어 마다가스카르를 타고 9시간쯤 비행을 하자 바오밥나무의 고향 마다가스카르에 도착하였다.
마다가스카르의 수도 ‘안타나나리보’는 해발 1200m의 고원에 위치하고 있다. 아프리카 기후라 무더울 줄 알았는데 내가 찾은 7월은 겨울에 해당되는 건기에 속해 있어 우리의 가을 날씨처럼 아주 쾌적하였다. 안타나나리보는 오랜 프랑스 식민지의 영향으로 도시의 건물들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고풍스러워 마치 유럽 어느 도시에 와 있는 듯하였다. 거리에서 만나는 사람들 대부분이 우리와 비슷한 외모의 아시아계이다. 마다가스카르 국민은 대략 18개의 종족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그중 가장 많은 부족이 메리나족으로 이들의 조상들은 먼 옛날 인도네시아 부근에서 해류를 따라 이곳까지 흘러들어 왔다고 한다. 마다가스카르의 언어는 ‘말라가시(Malagasy)인데, 인류학자들은 말라가시라는 말의 어원도 인도네시아의 언어인 말레이(Malay)어에서 유래한 것으로 보고 있다. 대부분의 이곳 사람들은 쌀농사를 지으며 살아간다. 아프리카 속의 또 다른 아시아이다. 생태계의 보고인 마다가스카르에는 국립공원이 많다. ‘안다시베’는 수도 안타나나리보에서 가장 가까운 국립공원으로 여행자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안다시베를 향해 길을 잡았다. 도심을 벗어나자 마다가스카르의 농촌 풍경이 펼쳐졌다. 황톳길 너머로 띄엄띄엄 나타나는 토담집에는 우리의 초가집처럼 건초로 지붕을 이었고 토담집 울타리에 피어 있는 붉은 복사꽃은 어릴 적 보아왔던 고향집 풍경 그대로이다. 길 위에서 만나는 아이들의 등에는 어린 동생들이 하나같이 업혀 있고, 어린 동생을 업은 채 마다가스카르 인사말인 “살로마”를 외쳐대며 달려오는 아이들의 눈망울은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아름다운 풍경이 되었다. 안다시베 국립공원에서는 여러 여우원숭이들을 볼 수가 있다. 여우처럼 생긴 긴 주둥이와 밍크처럼 고운 털로 인해 마치 애완견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우원숭이 중에서 몸집이 가장 큰 인드리여우원숭이를 보기 위해 숲 속을 한참이나 헤매고 다녔다. 높은 나무에 웅크리고 앉아 있는 인드리여우원숭이는 마치 판다처럼 보였다. 인간들의 출현에 화가 났는지 옆 나무로 건너뛰었다. 팔과 다리가 유난히 길고 꼬리가 없어서인지 마치 타잔 같다는 느낌도 들었다. 이 원숭이를 이곳 사람들은 ‘바바코토’라 부르며 아주 신성시한다. 바바코토란 마다가스카르 말로 조상이라는 뜻이다.
인드리여우원숭이가 큰 소리로 울기 시작하였다. 그 소리가 어찌나 큰지 숲이 쩌렁쩌렁 울렸다. 이 소리는 4km 밖까지 들린다고 한다. 영장류 중 가장 큰 소리로 우는 동물이라는 말이 실감이 났다. 이 숲에 남아 있는 저 몇 십 마리가 지구상의 마지막 인드리여우원숭이라니 안쓰럽기까지 하다. 낯선 방문자들을 피해 인드리여우원숭이는 나무를 건너뛰며 숲 너머로 사라져갔다. 거꾸로 나무, 마법의 나무 다음 행선지는 마다가스카르 서쪽 바닷가에 위치한 모른다바(Morondava). 이곳은 모잠비크 해협을 사이에 두고 아프리카 대륙과 마주 보고 있는 곳이다. 바닷가에 위치한 ‘바오밥 카페’라는 곳에 여장을 풀었다. 대부분의 여행자는 바오밥나무를 보기 위해 이곳에 오지만, 바오밥나무 못지않게 여행자들의 가슴속에 강한 인상을 남기는 것이 이곳 바닷가 풍경이다. 모른다바의 해변은 순수한 원시 그대로의 바다이다. ‘차르르 차르르’ 고기잡이배의 닻을 올리는 쇠사슬 소리에 마다가스카르 어촌은 깨어나고 있었다. 맹그로브나무 숲 너머로 붉은 태양이 솟아오르고, 물때에 맞추어 돛단배들이 아침 태양에 붉게 물든 돛을 펄럭이며 고기잡이에 나선다. 채 잠이 덜 깬 아이들과 아낙들이 하품을 하며 떠나는 배를 향해 손을 흔든다. 바다는 어느새 돛단배들로 수놓아지고 빛을 잃은 보름달은 태양에 밀려 바다 속으로 숨어들고 있었다. 작은 카누를 빌려 타고 수로를 따라 어촌을 둘러보았다. 수로 곁으로 맹그로브숲이 싱그럽다.
바닷물을 먹고도 잘 자라는 맹그로브나무 뿌리가 문어발처럼 갯벌을 향해 뻗어 있다. 썰물로 인해 작은 수로로 변해버린 갯벌에는 사람들이 통나무배를 타고 그물을 던지며 고기를 잡는다. 저들의 고단한 일상이 여행자에게는 아름다운 이국 풍경으로 비쳐져 카메라를 유혹한다. 그물질을 하던 아저씨가 ‘살로마’ 하며 손을 흔들며 렌즈 속으로 금방 들어온다. 해질 녘 빠져나갔던 바닷물이 수로를 따라 마을로 밀려들고, 고기잡이 나갔던 배들이 속속 들어오기 시작한다. 눈 비비며 새벽에 배웅 나왔던 아이들과 아낙들이 광주리를 이고 해안가에서 배가 오기를 기다린다. 이곳 바다에는 여기 사람들의 일상만이 존재한다. 드디어 고기잡이 나간 배가 돌아왔다. 잡은 것은 비록 생선 몇 마리가 전부라 광주리 반도 채우지 못했지만 아낙의 얼굴에는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는 표정이다. 온 식구들이 합세해 배를 끌어 올리고, 집으로 향하는 저들의 뒷모습을 보며 여행자는 아련한 향수를 느낀다. 모른다바 시내에서 15km 정도 떨어진 바오밥나무 군락지를 찾았다. 도심을 빠져나가자 시골 마을에도 논에도 바오밥나무들이 우뚝우뚝 솟아 있다. 아프리카 본토에서 보았던 바오밥나무와는 다른 종이다. 황톳길 양쪽으로 높이가 20m도 넘는 바오밥나무들이 하늘을 받치듯 그렇게 서 있었다. 이곳이 그 유명한 바오밥 가로수길이란다. 나는 목이 아프도록 한동안 바오밥나무들을 올려다보았다. 보면 볼수록 정말 신기하게 생긴 나무이다. 이곳에 자라고 있는 수종은 바오밥나무 중 키가 가장 크게 자라는 종이라고 한다. 바오밥나무는 전 세계에 여덟 종이 있는데, 아프리카 본토에 한 종, 호주에 한 종이 있고 나머지 여섯 종은 이곳 마다가스카르에 서식한다고 한다. ‘어느 날 악마가 바오밥나무 가지에 걸려 넘어졌다. 악마는 화가 나 이 나무를 거꾸로 세워 버렸다. ’ 1년에 9개월간이나 잎을 떨어뜨리는 나무의 특성으로 인해 이런 전설이 생겼다고 한다. 이곳 사람들은 바오밥나무를 “거꾸로 나무, 마법의 나무”라고 부른다. 바오밥나무는 마다가스카르 사람들에게는 매우 소중한 자원이다.
열매는 약용효과가 뛰어나 열병ㆍ설사ㆍ말라리아 등의 풍토병을 치유하는 데, 나무껍질은 훌륭한 섬유로서 밧줄ㆍ바구니ㆍ그물 등을 만드는 데 사용되기도 한다. 아프리카 칼라하리 사막 원주민들은 바오밥 씨앗을 독화살 해독제로 사용했다고 한다. 석양으로 붉게 물든 바오밥나무 가로수길을 걸었다. ‘한 떼의 코끼리를 데려간다 해도 바오밥나무 한 그루도 다 먹어치우지 못할 것’이라던《어린왕자》의 한 대목이 생각나 나는 피식 웃음이 나왔다. 한 떼의 코끼리 대신 농부들이 마차를 끌고 집으로 돌아가고 있다. 바오밥나무 사이로 둥근 보름달이 솟아올랐다. 푸르스름한 달빛을 받은 바오밥나무들이 신비한 풍경을 연출하고 있었다. 신비한 풍경이 마치 동화 속 행성에 와 있는 듯하였다. 마다가스카르는 동화 속으로의 여행이 가능한 곳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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