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건축, 도시가 어우러진 Mo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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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harvard 댓글 0건 조회 1,666회 작성일 10-10-10 2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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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노베이션 후 건물 자체가 주인공
‘미술관에 뭘 보러 가나?’이제 이런 질문도 필요하게 되었다. 미술관 자 체, 다시 말해 건축 그 자체가 예술의 한 분야로 인식되면서 미술관의 건축물이 그 안에 소장된 작품들까지 더욱 주목받게 만들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지난 11월 20일 재개관한 뉴욕현대미술관(The Museum of Modern Art·이하 MoMA)이다. 2002년 5월 리노베이션을 위해 퀸즈(Queens) 롱아일랜드로 임시 이전했던 MoMA가 지난 11월 20일 맨해튼 53가에 재개관됐다. 1929년 개관이래 3번째로 이루어진 이번 리노베이션은 MoMA의 75년 역사상 가장 큰 변화로 세간의 주목을 받아 왔다. 이를 반영하듯 재개관 당일, 5000여명이나 되는 관람객이 이곳을 찾았다.MoMA는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사랑받는 작품들이 소장된 곳으로 예술 애호가들의 끊임없는 관심을 받고 있는 곳이지만, 재개관한 이곳을 찾아 줄을 잇는 관람객들이 기대하는 것은 지금까지 그들이 보아온 MoMA의 상설전시 작품들만 아니고, 특별한 기획전시만도 아니다. 바로 새로 지어진 MoMA 건물, 그 자체가 주인공이다. 리노베이션한 MoMA의 새 건축물을 위해 몰 려 드는 관람객들은 건축 자체를 한 장르의 예술로 받아들이고 있는 이들의 인식을 방증한다. 이곳을 찾는 관람객들은 마치 MoMA에 새롭고 거대한 예술 작품 하나가 처음으로 전시돼 그것을 보게 된다는 사실에 설레어 하고 있는 듯한 모습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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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해튼 53가, MoMA 속으로… 이 거대한 작품을 완성한 것은 일본의 저명한 건축가 요시오 다니구찌(Yoshio Taniguchi). 15명의 직원을 둔 작은 건축회사를 운영하는 그는 일본 내에서는 꽤나 알려진 건축가이지만, 미국 내에서는 이번 MoMA 리노베이션 이전에는 거의 알려진 바가 없다. 특히 해외에서 미술관을 건축한 경험도 전무했다.당시 뉴욕을 대표하는 미술관의 건축을 이름도 들어보지 못한 해외 건축가에게 맡긴다는 사실은 미국 내에서 큰 가십거리가 되고도 남았다.그러나 새로운 MoMA의 건축을 위해 세계 전역의 내로라하는 건축가들이 한데 모인 컴피티션에서 다니구찌는 기존 MoMA가 가지고 있는 역사적·문화적·사회적 배경들을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또 다른 완전히 새로운 MoMA를 건축하겠다는 당찬 계획을 발표했다. 이로써 8억 5800만 달러, 약 1조 원에 이르는 예산이 투입된 MoMA의 재건축을 맡게 되었다. “돈을 많이 주면 멋진 미술관을 짓겠고, 돈을 정말 많이 주면 아예 건물이 없어지게 하겠다.” “If you raise a lot of money, I will give you great, great architecture. But if you raise really a lot of money, I will make the ar- chitecture disappear.” 이는 새로운 MoMA를 기획하면서 다니구찌가 한 말이다.1조 원이라는 예산이 투입되었으니 MoMA의 건물은 사라졌어야 하지 않을까? 사실상 새로운 MoMA가 재개관 이래 수천 명의 관람객을 끌며 세계 언론에 오르내리고 있는 것은 MoMA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튀는 건물로 눈길을 사로잡는 것이 아니라 독특한 내부 구조로 관람객과 작품의 교류를 넓히고, MoMA가 위치한 맨해튼 53가를 그대로 미술관 내부와 이어 놓은 듯한 그의 건축은 도시에 스며들어 있다.6층으로 이루어진 MoMA는 로비를 비롯한 전시관 곳곳에서 맨해튼 53가와 54가의 거리 풍경이 그대로 내려다 보이도록 설계되어 있다.1층의 야외조각공원(The Abby Aldrich Rock- efeller Sculpture Garden)에서는 53가의 거리 한가운데 서 있는 듯한 느낌으로 야외에 설치된 조각들을 감상할 수 있다. 건물 내부에 위치한 레스토랑이 야외조각공원과 경계는 분명하지만 마치 하나의 공간인 듯 이어져 있다. 건축과 도시가 하나로 이어져 그 경계가 분명치 않으니 ‘사라지게 하겠다’고 말한 다니구찌의 표현이 무슨 의도로 쓰였는지 짐작할 수 있는 부분으로 MoMA가 받고 있는 호평 가운데 핵심이 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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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oMA에서는 현대 예술 작품을 마음껏 누릴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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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형 내부 구조와 연대순의 전시 1층 야외조각공원과 레스토랑을 지나 2층으로 올라 가면 특별전시를 위한 갤러리와 예술 관련 서적들을 관람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고, 3층에는 앤디워홀을 비롯한 다양한 작가들 의 사진작품을 위한 특별전시관, 건축 디자인 전시관으로 꾸며졌다. 현재 건축 디자인 전시관에는 MoMA의 주인공 ‘요시오 다니구찌 9개 미술관(Yoshio Tanigu- chi: Nine Museums)’이라는 제목으로, 다니구찌의 첫 작품인 독립미술관에서부터 1978년 완공된 시세이도 미술관(Shiseido Museum of Art), 그리고 오는 2007년 완공 예정인 교토국 립박물관(the Kyoto National Museum)까지 그의 건축물 9개를 소개하는 기획전시가 열리고 있다. 4층과 5층은 상설 전시관으로 이곳을 찾으면 언제든지 만날 수 있는 현대 예술의 대작들, 바로 고흐·마티스·피카소·세잔느·몬드리안·칸딘스키를 비롯해 클림트 등 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현대 예술 작품을 소장한 MoMA를 마음껏 즐길 수 있다. 6층은 특별전시 가운데에서도 대규모 작품들을 위한 넓은 공간을 마련하고 있고, 지하에는 2개의 극장(Titus Theaters)이 위치하고 있어 예술 관련 영화나 다큐멘터리 등을 상영한다.특징적인 것은 이러한 전시관들이 위치한 내부 인테리어가 H형 구조로 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이는 수장 공간을 넓히는 것과 함께 이번 MoMA 재건축의 중요한 의도가 되었던 ‘효과적 전시’를 위해 도입된 것으로 관람객들의 위치 파악을 용이하게 한다. 많은 미술관이나 박물관 등 전시를 위한 공간들이 복잡하고 막힌 구조로, 작품에 신경을 쓰며 전시관을 옮겨 다니는 관람객들은 쉽게 위치 감각을 상실하게 된다. 그러나 이 같은 H형 구조는 동선을 단순화시키는 동시에 각 전시관들을 이은 듯하면서도 분리시키고 있어 전시를 관람하기에 적합한 구도로 평가되고 있다.이와 함께 효과적 전시가 다니구찌와 큐레이터들과의 밀착된 작업으로 완성되었다. 4층과 5층 상설전시관에서는 주옥같은 작품들을 연대순으로 전시해 각각의 작품들을 감상하는 것과 동시에 1800년대에서 1900년대로 이어지는 작품들의 시대적 특징과 변천사를 감상할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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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특한 내부 구조로 관람객과 작품의 교류를 넓혔으며, 맨해튼 거리 풍경이 내려다 보이도록 설계돼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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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외조각공원에 서면 마치 맨해트 53가의 거리에 있는 듯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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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달러라는 세계 초유의 입장료 이와 같이 재개관 이후 세계 경제와 예술의 중심지인 맨해튼의 생동감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미술관에서 현대예술의 걸작들을 더욱 효과적이고 넓은 공간에서 만끽할 수 있게 된 MoMA의 관람객들은 터져 나오는 찬사를 아끼지 않으며, 새로운 MoMA에 후한 호감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단 한 가지. 예전의 MoMA를 그리워 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것은 10달러였던 이전 입장료 때문이다. 재개관 전부터 MoMA는 20달러라는 세계 초유의 입장료를 받겠다는 발표로 《New York Times》를 비롯한 현지 언론들의 주목을 끌었다. 1조 원에 이르는 예산이 일부 개인의 소장품이 아닌 예술의 대중화를 위해 쓰였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일임에 틀림이 없는데, 아이러니 하게도 이곳을 찾는 관람객들은 한 걸음 MoMA의 작품들과 거리가 멀어지게 된 것이다. 현재 MoMA는 매주 금요일 4시부터 무료 관람을 제공하고 있기는 하다. 그나마 입장료가 부담이 되는 관람객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이지만 점심시간이나 지나가는 길에 언제든지 들러 피카소나 마티즈의 작품을 감상하던 뉴요커들에게 MoMA는 한 걸음 더 멀어진 곳이 되었다는 것이 현지 언론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재개관한 지 한 달이 지난 지금도 매주 금요일 무료 관람을 위해 입장 1시간 전부터 긴 줄이 건물 밖에 이어지고 있어 이 같은 지적에 힘을 더해 주고 있다. 이러한 사실은 건축을 새로운 예술의 한 장르로 재인식시키며 세계적 주목을 받고 있는 MoMA를 바라 보는 세계 각국의 예술 애호가들에게 유일한 아쉬움으로 남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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