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말라야 속의 작은 영국, 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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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진저 댓글 0건 조회 1,264회 작성일 12-02-22 2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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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그러한 역사적 사실이 인도인들에게 영광이었는지, 아니면 굴욕의 역사였는지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내가 느끼기에는 이곳의 인도인들은 그런 역사의 흔적들을 부끄러워하거나 감추려고 하기보다는 오히려 정성들여 가꾸고 보존하려는 모습이었다.
지금은 인도의 부유층들과 세계 각국의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나는 이번 여행길에 인도의 다른 지역들은 모두 제쳐두고 북인도 히말라야 지역의 3개 도시만을 둘러보기로 하고 길을 떠났다. 별다른 이유는 없었고 그저 바라나시나 뭄바이 같은 도시들은 이미 여러 매체들을 통해서 낯이 익었던 곳이었고, 더구나 8월이면 그런 지역들은 몬순이 한창이어서 여행하기에는 적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델리에서 곧바로 국내선 비행기로 라다크 지방의 중심도시 레로 간 다음 육로를 통해서 이동하는 방법을 택했다. 레에서 마날리로 가는 길은 그야말로 웬만한 강심장이가 아니고는 견디기 힘들만큼 곡예를 하듯 험준한 산들을 끝없이 넘고 또 넘는 꼬박 이틀이 걸리는 험로였지만 마날리에서 쉼라로 이동하는 길은 그에 비하면 훨씬 평탄하고 위험한 구간도 거의 없었다. 물론 그런 고행을 원치 않는다면 델리에서 기차로 곧장 쉼라로 갈 수도 있다.


세계 각국의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휴양지
긴 여행 끝에 내가 쉼라에 내린 것은 오후 다섯시가 가까운 시간이었다. 마날리에서 지프 택시를 타고 출발한 지 약 아홉 시간여 만이다. 꼬불꼬불한 산길을 돌아 쉼라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나도 모르게 탄성을
질렀다. 깎아지른 듯한 산등성이와 계곡을 타고 빽빽하게 들어선 현대적인 주택가는 우선 인도의 다른 도시들과는 그 분위기가 확연히 달랐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산중에 이토록 아름다운 현대 도시가 있었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았다. 마치 스위스나 북유럽의 어느 산간 도시에 와있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였다.
아침이 밝아오면서 밤사이에 자욱하게 내렸던 안개가 서서히 걷혀 올라가고 아침 햇살이 군데군데 비추면서 도시 전체에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해발 2130미터에 위치한 곳이어서 쉼라의 날씨는 하루에도 수없는 변화를 반복한다. 먹구름이 몰려오는가 싶으면 어느새 햇살이 비쳐들고, 더없이 맑고 화창한 듯 싶으면 새하얀 안개가 계곡 사이로 밀려들어 오곤 한다. 마치 옛날 이야기 속의 신선이 사는 마을처럼 신비롭다.
쉼라는 우선 가파른 산등성이를 따라서 형성된 주택가와 재래시장, 그리고 관광객들을 위한 숙소나 쇼핑가가 형성되어 있는 몰 지역, 그리고 도시의 맨 위쪽에 자리 잡은 크라이스트 교회와 광장, 고급 상가지역인 스캔들 포인트가 포인트다. 그리고 스캔들 포인트에서 다시 조금 더 높은 곳에 하누만 사원이, 서쪽으로 내려오면 히마찰 주 박물관과 총독 별장이 자리잡고 있다. 모두 걸어서 다닐 수 있는 거리여서 천천히 산책삼아 둘러보기에도 부담없다.


발 아래 멀리 겹겹이 줄지어 펼쳐지는 히말라야 산맥들
인도 서민들의 정겨운 일상을 느낄 수 있는 램 만디로 로어 바자르로 불리는 재래 시장을 구경하며 언덕의 맨 꼭대기까지 계단을 오르자 널찍한 광장이 나타나고 주변의 건물들이나 오가는 사람들의 옷차림 등 분위기가 사뭇 달라진다. 지금까지 걸어 올라오던 시장 골목들과는 확연히 달라서 갑자기 유럽의 어느 도시에 서 있는 듯한 착각이 든다.
말끔하게 정돈된 거리와 세련된 현대식 상점들, 그리고 영국 전통의 튜더 양식의 건물들이 늘어서 있다. 이곳이 바로 쉼라의 중심이라 할 수 있는 몰 지역이다.
몰 지역에는 쉼라의 상징물이자 150여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크라이스트 교회와 가톨릭 성당이 자리잡고 있다. 크라이스트 교회의 예배는 인도가 영국으로부터 독립할 당시에 인도로 귀화한 2천여 명의 영국인들을 중심으로 지금도 매주 일요일마다 행해지고 있다. 크라이스트 교회 앞의 간디 동상이 서 있는 넓은 광장에는 늘 외국인 여행객들과 인도의 다른 지방에서 온 여행객들로 붐빈다. 이 광장 주변은 유럽풍의 분위기도 그렇지만 이 광장에서 내려다보이는 히말라야의 풍경들이 또한 일품이다. 발 아래로 장쾌하게 펼쳐지는 구름에 둘러싸인 산맥들을 바라보고 있으려니 절로 심호흡을 하게 된다.
몰 지역 안에서도 중심부인 스캔들 포인트 주변의 레스토랑이나 커피숍들은 바로 십여 미터 아래의 시장이나 주택가에 비해서 물가가 몇 배는 비싸다. 물론 서비스나 음식의 질은 확실히 다르지만 갑작스러운 물가의 변화는 놀라울 정도다. 하지만 다른 지역에서 제대로 맛볼 수 없었던 헤이즐넛 커피와 버터를 바른 토스트를 먹으며 오랜만에 즐겁고 여유로운 점심시간을 즐길 수 있었다.
몰 지역의 광장에서 크라이스트 교회 뒤쪽으로 난 길을 따라서 오르면 원숭이 신을 섬기는 하누만 사원이 있다. 그런 사연 때문에 쉼라에는 원숭이가 무리를 지어 거리를 활보하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몰 지역을 벗어나서 서쪽으로 난 길을 따라 산책 삼아 천천히 숲길을 걸었다. 때마침 쏟아지는 햇빛이 나뭇잎 사이로 새어 들어오고 발아래 멀리 히말라야의 산맥들이 겹겹이 줄을 지어 펼쳐진다. 간간이 오가는 사람들의 조용한 발자국 소리 외에는 내 숨소리만 또렷하게 들린다. 히마찰 주 박물관과 총독 별장을 둘러보고 난 뒤에도 다시 몰 광장의 난간에 기대앉아 짙은 안개와 붉은 저녁노을이 복잡하게 뒤섞이는 모습과
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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