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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크 미술의 특징들이 한자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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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진저 댓글 0건 조회 1,889회 작성일 12-02-22 2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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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3대 미술관으로 꼽히는 비엔나미술사박물관 소장품 64점이
서울 나들이에 나섰다. 바로크 미술의 웅장함과 극명한 명암대비의 미학을 느껴보자.


글_박일호(이화여대 교수ㆍ미술평론가)
사진제공_덕수궁 국립현대미술관
 
1. 룰란트 사베리, 새가 있는 풍경, 동판, 57x72.5x5.5cm
2. 발타자르 데너, 늙은 여인, 캔버스, 54x48x7cm
3. 바르톨로메우스 슈프랑거, 불칸의 대장간에 있는 비너스, 캔버스, 152x108.5x4.5cm
4. 한스 폰 아헨, 바쿠스·케레스·아모르, 캔버스, 163x113cm
 
루브르박물관, 프라도미술관과 함께 유럽 3대 미술관으로 꼽히는 비엔나미술사박물관의 소장 작품 64점이 덕수궁미술관에서 전시 되고 있다. 특히 이 전시는 중세에서 근ㆍ현대에 이르는 유럽의 격변기에 그
한가운데 서 있던 합스부르크 왕가 사람들의 소장 작품으로 구성되어 있다. 합스부르크 왕가는 1273년 루돌프 1세에서부터 황제 카를 1세가 1918년 그 임기를 마치기까지 근 650년이라는 세월을 유럽의 권력이동과 변화의 중심에 서 있던 왕조였다.

오스트리아에서 시작하여 정략결혼을 통해 멀리 스페인에까지 그 영향력을 미쳤던 왕조였으며, 영국의
스튜어트나 튜더 왕조, 프랑스의 부르봉 왕조와 함께 유럽 역사를 지배해왔다. 이렇듯 정치적인 성향이
강한 합스부르크 왕가 안에서도 예술에 관한 관심과 사랑을 함께 펼쳐 보였던 몇몇 사람의 소장 작품을
중심으로 전개하고 있다는 점이 특별한 관심을 끈다. 예술을 정치나 경제의 더부살이 식구쯤으로 생각하는 우리네 풍조에 대한 자극이라 할까?

전시장의 구성은 15, 16세기 르네상스 미술과 대비를 이루는 17세기 바로크 미술이 주를 이루고 있다.
원근법ㆍ해부학의 규칙과 같은 수학적ㆍ과학적인 규칙을 통한 그림을 이상으로 생각했던 르네상스 시대는 인간의 이성에 주목했던 시기라 할 수 있다. 중세의 신 중심의 인간관에서 인간 중심의 시대로 이행되면서 인간의 능력 중 이성을 탁월한 능력으로 인식했다. 과학이 발달했고, 예술도 과학 못지 않은 이성적 작업임을 강조하면서 그림을 이루는 규범의 마련과 실천에 힘을 쏟던 시기였다.

기하학의 원리를 바탕으로 하는 원근법적 방식은 하나의 시점으로 그림의 구성요소들을 정돈함으로써
그림 전체에 통일성을 주고, 중심요소를 초점으로 한 닫힌 공간을 만들어 냈으며, 정적이고 안정된 느낌을 주고 있다. 비례와 좌우균형 및 정삼각형 구도를 통한 안정감과 조화된 그림을 이루어 내기도 하고, 우리의 감성에 호소하는 색보다는 지적인 이해를 바탕으로 하는 선이나 형태가 강조되기도 한다.
또한 전반적인 색조 톤의 구사에서도 선과 형태를 통해 구현된 조화와 균형에 어긋나지 않게 은은하면서도 고요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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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마티아 프레티, 의심하는 도마, 캔버스, 210.3x169x10cm
2. 바르톨로메우스 슈프랑거, 메르쿠어에게 경고받는 비너스와 마르스, 캔버스, 126x95.5x9cm
3. 바르톨로메우스 슈프랑거, 주피터와 안티오페, 캔버스, 133.5x103x6cm
 
이에 비해 바로크 미술은 그림을 이루는 방법에 있어서 이성보다는 감성적인 측면에 호소했던 경향의
시작이라 할 수 있다. 예술이 과연 과학과 마찬가지로 이성적인 작업이어야 한다는 생각이 지속될 수 있을까? 인간이 갖고 있는 능력이 이성만으로 전부 설명될 수 있을까? 이러한 생각들이 규칙과 규범에 지나치게 구속되었던 예술가들에게 반발을 불러 일으켰고, 미술에 있어 새로운 방법인 감성적인 방법이 체계화되기 시작했다. 이번에 전시된 작품들 속에서 이러한 바로크 미술의 몇 가지 특징을 살펴볼 수 있다.

먼저 시점의 이동이나 다시점을 통해 나타낸 변화와 역동성이다. 르네상스 시대의 원근법적인 시점이
화면의 정중앙에 위치하고 있다면, 한 쪽으로 치우친 시점을 구사함으로써 변화를 주기도 하고, 다시점을 통해 시각의 분산을 꾀하고 열려진 공간을 연출하기도 한다. 또한 흐트러진 자세나 역동적인 포즈를
통해 정적인 느낌보다는 동적인 느낌을 실현하기도 한다.

일례로 한스 프레데만 드 프리스의 <산책하는 사람들이 있는 궁전 건축화>에서는 원근법적인 시점을
정중앙에서 약간 비껴 설정함으로써 좌우의 기계적인 균형보다는 왼쪽의 건물들이 강조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건축물들의 장식적인 표현과 분수의 묘사를 통해서 바로크 미술이 추구했던 궁정 장식의 화려함을 확인할 수 있다. 공작ㆍ칠면조ㆍ재두루미의 묘사와 전경의 궁정건물 뒤로 멀리 보이는 성과 숲의 풍경들이 단순한 조화나 균형보다는 그림 안에 작은 변화들을 담아내기 위한 시도라 할 수 있다.

슈프랑거의 <메르쿠리우스에게 경고받는 비너스와 마르스> <불카누스의 대장간에 있는 비너스> <주피터와 안티오페>, 그리고 한스 폰아헨의 <바쿠스·케레스·아모르> 등의 작품에서는 인물 배치와 자세에서 바로크적 특징을 볼 수 있다. 한 인물은 몸을 뒤틀어 상대방을 바라보고 있고 다른 한 인물은 상대방을 감싸면서 뒤엉켜 있다. 자세나 선의 흐름에서 역동적이며 비너스나 케레스의 몸은 완벽한 비례를 갖추기보다는 둔부가 강조되고 있고 어딘지 모르게 불균형적인 자태인 것도 볼 수 있다.

그렇지만 그 모두가 둘 사이의 일체감을 이루는 모습에서 강렬한 느낌을 주고 있다는 것 또한 알 수 있다.
그 어느 한 인물이 중심을 차지하고 그 인물을 중심으로 다른 인물들이 배치되는 방식이 아니라, 각각의 인물 혹은 다른 요소에도 시선이 향하도록 하는 다시점적인 구성방식을 통해서 시각의 분산을 꾀하고 열려진 느낌과 역동적인 효과를 잘 표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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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크 미술에서 볼 수 있는 또 다른 특징은 명암의 극렬한 대비를 통한 극적인 분위기의 연출이다.
이런 경향의 작품들은 특히 빛의 묘사를 통해서 나타나고 있으며, 정적인 균형과 비례를 통한 조화보다는 극적인 효과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 예로 카라치올리의 <성안나와 함께 있는 성모자>에서는 창백하고 희미하지만 밝은 빛이 성모자를 비추고 그 빛의 강도를 안나에게서 조금씩 줄여 나가면서 배경의 어두운 부분으로 전개시키고 있다. 이러한 명암 대비나 강도 조절을 통해서 성모자를 부각시키고 있으며, 은은한 빛의 명도를 통해서 성스럽고 부드러운 분위기를 만들고 있다.

이러한 방식은 마티아 프레티의 <의심하는 도마>에서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스승인 예수의 부활을
의심하는 도마에게 예수가 자신의 옆구리 상처를 만지게 하고 있다. 의심하면서도 놀라는 표정의 도마를
묘사한 것이 이채롭고, 예수의 평온한 모습이 대조를 이룬다. 명암 구사는 앞의 작품처럼 예수의 몸에 밝은 빛의 효과를 줌으로써 창백하면서도 신성한 예수의 자태를 돋보이게 한다. 이러한 빛의 효과의 절정은 작자 미상으로 소개된 <벨사살 왕의 연회>에서 볼 수 있다. 이탈리아 바로크 미술의 거장인 틴토레토의
<최후의 만찬>을 연상시키는 구도로 작품이 이루어져 있고 빛의 묘사 또한 마찬가지이다.

바빌로니아의 왕 벨사살(벨사자르)이 그의 외할아버지 느부갓네살(네부카드 네자르 2세)이 이스라엘을 정복하고 가져온 성스러운 잔에 술을 따라 우상을 숭배할 때, 그가 페르시아의 통치권을 뺏기고 죽을 것이라는 예언이 나타나는 장면을 그리고 있다. 그림 전체는 어두움에 둘러싸여 있고 벨사살 왕의 자리에 마치 연극의 스포트라이트처럼 빛이 집중되어 있어 극적인 분위기를 나타내고 있다. 그리고 대각선 구도로 이루어져 있어 그림의 전면에서 후면으로 향하는 깊이감이 묘사되면서 한층 극적인 효과를 고조시키고 있음도 볼 수 있다.

주목할 세 번째 바로크 미술의 특징은 선이나 형태를 통한 완벽성의 추구보다는 색이나 대기의 밝은 느낌을 강조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르네상스 시대의 선이나 형태의 묘사가 지적인 이해를 전제로 한다는 점과 대비되는 것으로 우리의 감각에 호소하는 색을 강조하는 감성적 경향이라 할 수 있다. 룰란트 사베리의 <새가 있는 풍경>, 얀 브뤼겔의 <산중에서 시험당하는 예수> 등의 작품에서 그런 특색을 확인할 수 있다.
 
샤베리의 작품은 그가 루돌프 2세의 궁정화가로 있을 때
황제의 동물원에서 연구한 자료를 바탕으로 했다고 전해진다. 거위ㆍ백조ㆍ재두루미ㆍ앵무새ㆍ타조ㆍ펠리칸 등 다양한 새가 목가적인 전원풍경을 배경으로 노닐고 있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다채로운 색으로 묘사된 새들의 모습과 다양한 자태가 평온한 배경에 활력을 더해주고 있다. 멀리 보이는 하늘의
푸른색과 구름의 묘사는 맑고 밝은 대기의 효과를 만듦으로써 마치 그 시대의 평온함을 나타내려 한 듯하다.

브뤼겔의 작품에서는 푸르고 밝은 대기를 배경으로 멀리 전방을 향해 탁 트인 공간감을 연출하고 있다. 그리고 그러한 공간감과 깊이감을 강조하기 위해서 무리지은 나무들을 겹겹이 중첩시켜 나가고 있다.

나뭇잎들의 선명한 녹색이 그 장소의 신선함과 신비감을 자아내게 하고 있으며, 전경의 뿌리가 뽑힌 나무는 유혹받는 예수의 모습을 상징적으로 암시한다. 바로크 미술의 거장인 루벤스의 <시몬과 에피게니아>에서는 바로크 미술의 여러 가지 특징을 한 번에 살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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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하기 싫어하는 키프러스 대농장주의 아들 시몬이 농장으로 보내진다. 그곳에서 시몬은 시종들과 함께 잠들어 있는 에피게니아를 보고 사랑에 빠지며, 그녀에게 어울리는 사람이 되기 위해 공부를 하게 된다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나무 그늘 아래에 하얀 살색의 에피게니아와 시종들의 흐트러지고 다양한 자태가 뒤엉켜 있음이 우선 눈에 들어온다.

에피게니아의 몸은 인위적인 완벽함보다는 울퉁불퉁한 여체를 자연스럽게 나타내려한 듯하다. 주변의
푸른 하늘을 제외한 배경과 시몬은 여인들의 모습과는 대조를 이루게 하기 위해 어둡게 처리되어 명암대비를 잘 나타내고 있다. 이러한 전반적인 분위기 속에 전경에 주전자, 새끼 원숭이, 다양한 과일을 다채로운 색으로 묘사해서 그림 전체에 시각적인 재미도 덧붙이고 있다.

이상의 바로크 미술이 갖는 특징들 외에 이번 전시에서 주목할 만한 또 다른 하나의 특징이 있다면, 르네상스 미술의 거장인 얀 반 아이크나 알브레히트 뒤러 등이 보인 북유럽 미술 전통 중 하나인 세부적인 정밀묘사라는 점이다. 특히 인물들의 옷장식이나 무늬에 관한 묘사에서 두드러지고 있고, 수염이나 강아지의 터럭 하나하나를 세밀하게 묘사하고 있는 점이 흥미롭다.

특히 발타자르 데너의 <늙은 여인>은 이런 세밀 묘사의 진수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수많은 주름을 깊이가 서로 다르게 묘사하여 마치 실제의 피부를 보는 것처럼 표현했다. 머리의 부드러운 흰 천 사이로 삐져나온 흰 머리카락들에 관한 묘사나 외투의 모피 털에 관한 묘사는 거의 숨이 막힐 정도의 정밀함을 담고 있다.

지금까지 필자가 거론한 것은 바로크 미술의 조형적인 특징으로 흔히 언급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림에 다가가기 위해서 먼저 궁금하게 생각하는 것이 그림의 내용이지만, 그 내용을 담고 있는 형식인
조형적 방법들에 주목하는 것도 그림 감상의 새로운 묘미를 가져다 줄 것이라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이상의 몇 가지 특징이 이번에 전시된 64점의 작품 감상에 작은 안내역할을 할 것이며, 그 이상의 의미나 느낌들은 감상자들의 몫으로 남겨두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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