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베트의 순례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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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진저 댓글 0건 조회 1,238회 작성일 12-02-22 2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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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일라스산순례에나선할아버지의얼굴에서는 마주치는 이 누구에게라도 환하게 웃어주는 무애심을 본다. 티베트에서도순례자들이 가장 많이 찾는 카일라스산은신이 상주하고 있는 성스러운 산으로 알려져 있다. 사원을 찾은 할머니가 기도를하는 모습. 카일라스 순례를 마친 여자가 기쁨의 미소를 짓고 있다. 티베트 순례자들이 성도(聖都)인 라사(拉薩)에 오는 목적은 조캉사원(大昭寺)과 포탈라궁을 참배하기 위해서이다. 라사의 하루는 순례자들의 기도로 시작된다. 이른 새벽 조캉사원을 찾았다. 순례자들은 어떤 주술에 이끌리듯 사원을 축으로 왼쪽으로 돌고 돌았다. 조캉사원은 움직이는 사람들의 벽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어둠속에서 달그락 달그락 ‘마니차’ 돌아가는 소리만이 정적을 깬다. ‘마니차’는 불경이 들어 있는 원통이다. 티베트에서는 마니차를 한 번 돌리면 그 안에 들어있는 경전을 한 번 외운 것과 마찬가지로 여긴다. 그래서 사람들은 휴대용 마니차까지 들고 다니며 돌리기를 한다. 저들의 행렬을 계속 바라보고 있으면 그 주술의 힘에 나도 같이 사원 주위를 돌아야 할 것 같았다. 그것은 거대한 윤회의 시계였다. 낮게 읊조리는 기도소리, 온 몸을 땅에 엎드리며 오체투지로 기도하는 순례자들의 옷자락 쓸리는 소리가 시계 음처럼 들렸다. 이곳에서는 또 다른 시간들이 돌아간다. 사람들은 이 순례를 통해 그 시간 속으로 들어가려 하는 것 같았다. 이렇게 사원을 도는 것을 ‘바코르’라고 한다. 그래서 이곳을 바코르 광장이라고 부른다. 이곳 사람들은 신성한 공간이라 생각하면 태양을 중심으로 천체가 돌아가듯 그렇게 돌면서 기도를 한다. 카일라스산을 돌고, 포탈라궁을 돌고, 이렇게 조캉사원도 돌고 돌았다. 아마도 이 순례자들은 사원 돌기가 끝나면 이 성스러운 도시 전체를 도는 순례 길에 나설 것이다. 도시 전체를 크게 도는 것을 ‘링코르’라고 한다. 날이 채 밝지 않은 사원 입구는 향을 태우는 연기로 인해 신비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두 개의 당간지주 같은 큰 기둥이 서 있고 정문의 지붕 위에는 팔정도를 상징하는 둥근 바퀴를 염소 두 마리가 양쪽에서 바라보고 있다. 정문 앞에는 순례자들이 온 몸을 땅에 엎드리는 ‘오체투지’의 기도로 닫혀진 대문을 향해 끊임없이 몸을 던진다. 어린아이에서부터 할머니까지 연령층도 다양하다. 저들의 절절한 기원으로 인해 이곳은 성스러운 기운이 감돌고 있었다. 조캉사원을 방문할 때에는 입구에 세워진 큰 기도바퀴를 세 번 돌리는 게 관습이라고 한다. 나도 ‘오체투지’하는 사람들을 지나 그 기도바퀴 앞에 이르렀다. 바퀴의 손잡이는 버터기름으로 끈적끈적 거렸다. 기원을 실은 기도바퀴가 내 전생의 업장처럼 무겁게 돌아간다. 한 바퀴쯤 돌았을 때 순례 온 한 할머니가 바퀴를 같이 돌려주었다. ‘옴 마니 파드메 훔’. 금방 오체투지를 끝냈는지 이마에 뽀얀 먼지가 묻어 있었다. 드디어 대문이 열리고 순례자들은 밀물처럼 사원 안으로 들어간다. 이 문은 이른 새벽 예불 때만 열린다고 한다. 수많은 버터램프가 켜진 회랑을 지나고 안쪽으로 난 문을 들어가자 그곳에는 넓은 마당이 나왔다. 회랑을 따라 내부로 들어서자 여러 불당들이 보였다. ‘조워(Jowo)’라 불리는 불상이 모셔져 있는 곳은 맨 안쪽이었다. 이 불상은 당나라 문성공주가 티베트의 송첸캄포왕에게 시집오면서 가져온 것이란다. ![]() 타쉬룽포사원의 새벽 풍경. 달라이라마다음의 서열인 판첸라마를 모시는 타쉬룽포사원의 거대한 조형물은 놀라움 그 자체이다. 조캉사원을 찾은 순례자가 화덕앞에서 향을 태우며 기도하는 모습. 카일라스 가는 길. 카일라스산을 도는 순례의 길을 코라라고 하는데, 코라를 한 바퀴 돌면 한 생에 지은 죄가 소멸되고 108번 돌게되면 해탈의 경지에 이를 수 있다고 전한다. 불상입구 창살문이 열리고 사람들은 줄을 서서 불상주위를 돈다. 나와 같이 기도바퀴를 돌리던 할머니는 불상의 발에 머리를 대고 환희의 눈물을 흘리고 있다. 티베트는 순례자들의 땅이다. 카일라스 순례자는 바람이다 티베트에서도 순례자들이 가장 많이 찾는 곳은 카일라스산(Kailas, 6714미터)이다. 카일라스산(Kailas, 6714미터)은 티베트 서북지방 황량한 고원 지대에 우뚝 솟아 있다. 누구는 그 산을 전설 속의 산 메루라고 하고, 누구는 수미산이라고도 한다. 불교와 힌두교와 자이나교, 그리고 티베트의 전통 종교 뵌교, 이 네 종교를 믿는 사람들에게는 신이 상주하고 있는 성스러운 산으로 알려져 있다. 티베트 사람들은 카일라스를 캉 티세, 혹은 캉 림보체라 부른다. 즉 눈의 보석이라는 뜻이다. 그 산을 도는 순례의 길을 코라라고 한다. 코라를 한 바퀴 돌면 한 생에 지은 죄가 소멸되고 108번 돌게 되면 해탈의 경지에 이를 수 있다고 전한다. 많은 순례자들이 저마다의 신을 찾아 코라를 돈다. 한 바퀴 도는 거리는 52킬로미터로, 4,600미터~5700미터의 높은 고갯길을 넘어야 하는 고행길이다. 카일라스 순례자는 바람이다. 나도 바람이 되어 카일라스에 간다. 고갯마루에 걸린 수많은 기도 깃발을 흔들고, 얄룽창포강을 건너서 카일라스에 간다. 어쩌면 그것은 전생으로부터 이어져 내려온 나의 오랜 기원인지도 모른다. 카일라스가 바라보이는 호숫가에 여장을 푼다. 카일라스는 당신의 신전인 이곳까지 오는 걸 쉽게 허락하지 않았다. 천둥번개를 동반한 눈비를 뿌리고 강물을 불어나게 해 순례자들의 발목을 묶으며 신심을 시험한 게 한두 번이 아니었다. 오늘이 며칠인지 이곳이 어디쯤인지 아득해질 때가 종종 있었다. 길이 열리면 가고 날이 저물면 아무 곳에서나 무거운 몸을 눕혔다. 일상의 자잘한 근심들도 이곳까지는 미치지 못했다. 문명의 이기인 자동차를 이용해 이곳까지 오는데도 이렇게 힘이 드는데, 아직까지도 몇몇 이곳 순례자들은 이 길을 걷고 또 걸어서 가고 있었다. 적막 고원을 걸어가는 바람 같은 순례자들, 그들의 봇짐 위에 펄럭이던 하얀 깃발들, 마주치기라도 하면 환하게 웃어주던 그 무애심의 얼굴들, 언제부터인가 막연히 꿈꾸어 왔던 풍경들이 이곳에 있었다. 그런 풍경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영혼은 한없이 투명해지고 내 안의 시간들은 무한대로 확장되어짐을 느꼈다. 종교적인 인간은 현재의 시간 속에 국한되어 있지 않고 영원으로 통하는 성스러운 시간들 속에서 살기를 원한다고 한다. 저들의 단순해 보이는 것 같은 믿음이 한없이 부러웠다. 저들의 종교가 무엇이든 그것은 중요치 않았다. 저들의 간절한 기도가 성스러운 공간을 만들어내고 있었던 것이다. 이곳에서는 돌멩이 하나, 풀 한 포기도 신성을 획득하게 되고 그들이 모여 하나의 성스러운 풍경이 되었다. ![]() 참, 신성한 땅에 와 있다 카일라스산 남쪽 자락에 성스러운 하늘 호수 ‘마나사로바’가 있다. 티베트 사람들은 이 호수를 ‘마팡융초’라 부른다. 초는 호수라는 뜻이고, 마팡은 누구에게도 정복당하지 않는 존엄한 존재라는 뜻이다. 티베트의 전통종교인 뵌교에서는 카일라스산를 아버지로 마나사로바 호수를 어머니로 여긴다. 이곳을 찾은 순례자들은 호수의 물을 마시고 그 물에 몸을 씻고 호수 주위를 돈다. 호수의 둘레는 100킬로미터 정도이며, 한 번 도는 데 사흘 정도가 걸린다고 한다. 이 호수를 한 바퀴 도는 것도 카일라스산을 한 바퀴 도는 것과 같은 공덕이 쌓인다고 한다. 그들은 순례를 함으로써 그들의 죄와 잘못의 짐에서 벗어나 탄생의 순간과 마찬가지로 손상되지 않은 생명력을 얻는 것이다. 호숫가에 있는 추쿠 사원 옥상에 올라 호수를 바라본다. 호수 남쪽으로 해발 7,000미터가 넘는 ‘구를라 만하타’ 산이 그 자락을 호수에 담그고 있고 북으로는 호수에 솟은 시바의 남근이 옮겨 가 성산이 되었다는 카일라스 봉우리가 호수를 내려다보고 있다. 두 산에서 흘러내린 물이 거대한 하늘 호수 ‘마나사로바’(수면 해발4588미터)에 흘러든다. 이 호수에서 네 개의 큰 강이 발원한다. 티베트의 동맥인 ‘얄루창포’강은 티베트를 적시고 네팔로 넘어가서는 ‘브라마푸트라’ 강으로 이름이 바뀌고 네팔을 지나 벵갈만으로 들어가 갠지스와 합쳐진다. 인더스강은 이곳에서 발원해 라다크를 지나 아라비아 해로 흘러간다. 또 이곳에서 발원한 카르날리강은 인도로 넘어가 갠지스강이 된다. 말을 타고 호숫가를 순례하던 인도 사람들이 얼음처럼 차가운 강물에 몸을 적신다. 힌두교도들은 이 호수에서 몸을 씻으면 모든 죄를 씻을 수 있으며, 죽은 자의 뼈를 강에다 뿌리면 극락왕생한다고 믿는다. 이곳은 간디의 화장한 유해가 뿌려진 곳으로도 유명하다. 인도인들에게 이 호수는 최고의 성지로 꼽힌다. 시바신이 살고 있는 카일라스산에서 흘러나온 이 강을 성스럽게 여기는 것은 그들에게는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갠지스의 어머니인 호수에 손을 담그며 카일라스로 발길을 돌린다. 카일라스는 자연이 만들어 낸 완벽한 하나의 신전이자 장엄한 만다라이다. 피라미드를 닮은 산 주위로 거대한 돌산들이 성벽처럼 둘러싸고 있고, 산 동쪽과 서쪽 계곡으로는 해자처럼 강이 흐른다. 자연은 이 티베트 고원에 거대한 신전을 만들었다. 순례자들은 저마다의 신을 찾아 이곳까지 순례 여행을 온다. 그리고 장엄하고 거대한 만다라 주위를 돌고 또 돌았다. 사흘이 걸린 카일라스 코라는 내 머릿속을 하얗게 비워버렸다. 정신이 혼미해져 온다. 해발 5000미터가 넘는 산길을 너무 오래 걸은 듯하다. 나는 땅바닥에 드러눕는다. 몸이 땅속으로 가라앉는 느낌이다. 땅으로부터 올라 온 서늘한 기운이 정수리를 향해 뻗어가고 있다. 하늘에서 처음으로 와 닿는 바람은 내 얼굴의 열기를 식힌다. 맑은 기운이 온 몸으로 번져간다. 참 신성한 땅에 와 있다. 얼마를 그렇게 누워있었는지 모른다. 카일라스산 자락을 배경으로 검은 점 몇 개가 다가오고 있었다. 등짐에 하얀 깃발을 꽂은 채 거대한 공간 속으로부터 묵묵히 걸어 나오는 사람들… 카일라스 순례를 마치고 돌아오는 순례자의 모습이다. 이들은 무엇 때문에 이 고행의 길을 택했을까. 신을 향한 순례의 길인가? 티베트 고원의 바람이 되어 간절히 찾아 헤매던 내 안의 신은 어디에 있는 걸까?… 얌드록초호수의 겨울 풍경. 라사에서 캉바라산을 넘어서면 신성한 호수인 얌드록초호수가 나타난다. 앞으로 보이는 히말리아의 설산과 어우러진 모습은 감히 말로 표현하기 조차 어렵다. 카일라스 순례자들. 카일라스는 자연이 만들어낸 완벽한 하나의 신전이자 장엄한 만다라이다. 순례자들은 저마다의 신을 찾아 이곳까지순례 여행을 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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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채 밝지 않은 사원 입구는 향을 태우는 연기로 인해 신비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두 개의 당간지주 같은 큰 기둥이 서 있고 정문의 지붕 위에는 팔정도를 상징하는 둥근 바퀴를 염소 두 마리가 양쪽에서 바라보고 있다. 

두 산에서 흘러내린 물이 거대한 하늘 호수 ‘마나사로바’(수면 해발4588미터)에 흘러든다. 이 호수에서 네 개의 큰 강이 발원한다. 티베트의 동맥인 ‘얄루창포’강은 티베트를 적시고 네팔로 넘어가서는 ‘브라마푸트라’ 강으로 이름이 바뀌고 네팔을 지나 벵갈만으로 들어가 갠지스와 합쳐진다. 인더스강은 이곳에서 발원해 라다크를 지나 아라비아 해로 흘러간다. 또 이곳에서 발원한 카르날리강은 인도로 넘어가 갠지스강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