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문명의 흔적, 인도 라자스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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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진저 댓글 0건 조회 1,394회 작성일 12-02-22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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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도 ‘라자스탄’주는 파키스탄과 국경을 사이에 두고 타르 사막이 있는 곳이다. 라자스탄이라는 지명은 라지푸트들이 사는 땅이란 뜻에서 나왔다. 왕가의 자손들이라 불리는 라지푸트는 5세기경 중앙아시아에서 인도에 건너왔다고 전해진다. 왕가의 자손들이라고는 하나 실제로 이들은 평민이거나 신분이 낮은 사람들이었다, 페르시아로 이어지는 동서 교역로에 위치한 라자스탄 지방은 잦은 전쟁으로 인해 무사들을 필요로 했다. 지배자들은 무술능력이 뛰어난 라지푸트들을 뽑아 불의 정화의식을 거쳐 무사계급으로 만들었다. 이렇게 라지푸트는 태어났다. 라지푸트들은 전쟁터에서 물러나는 것을 수치로 여겼다. 이들은 12세기경부터 델리를 중심으로 한 회교도들과 끊임없는 전쟁을 치렀다. 델리의 술탄이 쳐들어 왔을 때 라지푸트 전사들 부인들은 결혼식 때 입었던 화려한 의상을 입고 불타는 장작더미 속으로 뛰어들었다. 이들의 죽음을 지켜본 라지푸트들은 부인들의 재를 이마에 바르고 장렬히 싸우다 전사했다. 사람들은 이 죽음의 의식을 조하르(Johar)라 불렀다. 라자스탄의 슬픈 역사 ‘조하르’는 이제 라자스탄의 신화가 되어 노래로, 극으로, 후세 사람들에게 전해져 오고 있다. 용맹스런 라지푸트들은 점점 세력을 키워가며 라자스탄의 주인이 되어갔다. 그들은 수많은 성채들과 하벨리(귀족들의 대 저택)를 건축하며 그들만의 화려한 문명의 꽃을 피웠다. 화려한 문명의 흔적을 찾아 라자스탄으로 길을 떠났다. ![]() 만다와(Mandawa) 수도 델리에서 파키스탄으로 이어지는 교통의 길목에 위치한 만다와는 100년 전까지만 해도 인도에서 가장 부유한 지역 중 하나였다. 수많은 무역상들의 거점으로, 또는 경유지로서 번성을 누리던 곳이었다. 무굴제국의 세력이 약해지고 무역상의 루트가 경제발전과 더불어 바뀌게 됨으로써 점차 쇠퇴해지기 시작했다. 한동안 잊혀진 도시로 있던 이곳이 점차 여행자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하면 라자스탄의 여행명소로 다시 알려지기 시작했다. 시내 곳곳에 있는 하벨리(Haveli; 부호들의 저택)들은 이제 호텔로 개조해 여행자들을 맞고 있다. 거실에 걸린 왕족들의 사진들, 그리고 그 당시의 복장을 한 종업원들, 이곳에서는 여행자도 라지푸트가 되는 곳이다. 만다와에서 보존상태가 가장 양호한 셰카바티(Shekhvati)가문의 하벨리를 방문했다. 저택의 섬세한 조각과 아름다운 벽화들이 시간에 밀려 희미하게 빛바래가고 있었다. 만다와, 골목길에서는 라지푸트의 신화가 들려오는 것 같았다. 자이살메르(Jaisalmer) 인도 최 서쪽 타르사막 한 가운데 위치한 성곽도시인 자이살메르, 한때는 동서교역로의 오아시스로 번성했던 곳이다. 특히 향료와 비단, 아편 등의 무역 통로로서 18세기까지 전성기를 이루다가 이후 뭄바이 항로가 활발해지면서 다른 사막의 도시들과 함께 차츰 쇠퇴하여 지금은 사막 변방도시로 전락하고 말았다. 자이살메르를 찾아가는 길은 사막의 바다를 건너야 한다. 비카네르를 출발한 지 두 시간이 지났지만 버스는 아직도 황량한 사막 길을 달리고 있었다. 사막이라고 해도 완전 모래만 있는 것이 아니고 중간 중간 가시덤불과 나무들이 자라고 있어 그나마 눈도 코도 견딜 만하다. 타르사막은 세계 5위 안에 들어가는 광활한 사막이지만 사하라 사막처럼 풀 한포기 없는 대규모의 사구는 없고 대부분이 덤불과 나무들이 있는 모래언덕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한다. 점심을 먹기 위해 들른 ‘팔로디’라는 마을은 채식주의자들만 모여 사는 곳이었다. 그래서인지 마을사람들의 얼굴이 맑아 보였다. 소박한 채식밥상은 담백해서 우리 입맛에도 잘 맞았다. 늦은 오후가 다 되어서야 자이살메르에 도착할 수 있었다. 브라만의 장례터가 있는 언덕이 해질녘 자이살메르 성을 가장 아름답게 조망할 수 있는 장소라고 했다. 내가 도착했을 때는 벌써 자이살메르 성이 석양에 붉게 물들어가고 있었다. 아마도 자이살메르를 찾은 대부분의 관광객들이 이곳 언덕에 올라 석양을 감상하고 있는 듯 발 디딜 틈없이 사람이 많았다. 해가 지고 성이 어둠 속으로 숨어들자 그 많던 사람들도 다들 어디론가 사라지고 이곳에 전해오는 전설들만이 고성을 지키고 있다. 먼 옛날 한때는 자이살메르가 도적들의 소굴이었다고 한다. 사막을 지나는 대상들을 턴 뒤 이곳 사막으로 숨어들어 잠잠해질 때까지 피해 있었다고 한다. 그래도 그 도둑들이 이곳 사람들에게는 인심이 후했는지 우리의 임꺽정 같은 의적 이야기가 많이 전해져 온단다. ![]() 다음날 자이살메르 성으로 들어갔다. 성은 12세기경 라지푸트인 자이살르왕이 세웠다고 한다. 태양의 문이라 불리는 정문을 통해 성 위로 올라가니 성안은 규모가 아주 컸다. 두 사람이 간신히 비켜갈 좁은 골목길에는 관광객들을 상대로 기념품을 파는 가게와 작은 게스트 하우스들이 촘촘히 박혀 있었다. 대부분의 텅 비어 있는 성들과 달리 이곳은 사람들이 살아가는 살아있는 성채였다. 라지푸트들이 살던 하벨리와 왕궁이 잘 보존되어 있고, 석조문양이 아름다운 자이나교 사원도 있었다. 대부분의 여행자들이 이 사막도시를 찾는 것은 낙타를 타고 사막을 체험하기 위해서이다. 자이살메르에서 40km 떨어진 곳에 있는 샴(SAM) 사구를 찾았다. 고즈넉한 사막풍경을 기대했는데 수많은 낙타 몰이꾼과 호객꾼, 그리고 관광객들로 인해 환상이 깨지고 말았다. 그곳은 내가 꿈꾸던 사막이 아니었다. 제대로 된 사막 사파리를 위해 차로 두 세 시간을 달려‘짜꾸’라는 작은 사막마을에 도착했다. ‘엠비씽’이라는 일흔이 넘은 촌장이 낙타몰이꾼들인 마을 사람들을 데리고 마중 나와 있었다. 이곳은 이따금씩 여행팀들이 찾는 한적한 곳이란다. 이제야 제대로 찾아온 것 같았다. 마을 사람들이 몰고 온 낙타를 타고 사막 안으로 들어갔다. 한낮의 태양은 뜨거웠지만 바람은 시원했다. 낙타의 거친 숨소리와 방울소리, 이따금씩 들려오는 몰이꾼의 목소리만 들릴 뿐, 사막은 적막했다. 이따금씩 몇 채의 집들이 나타났다. 우리의 초가집을 연상시키는 움막집에서 아이들이 달려 나왔다. 아이들은 낙타행렬 뒤꽁무니를 계속 따라 왔다. 사막의 무료한 일상 속에 나타난 외지인이 이들에게는 큰 볼 것이리라. 우리는 서로에게 볼 것을 제공하고 있었다. ![]() 보라색 꽃이 피는 나무 같기도 풀 같기도 한 식물들이 사막 곳곳에 자라고 있었다. 꽃이 하도 예뻐서 사진을 찍으려고 낙타에서 내렸다. ‘나투나’라는 독초인데 이 풀은 낙타도 먹지 않는다고 한다. 나는 낙타에서 내린 김에 사막을 걸어 보고 싶었다. 언제부터인가 사막을 걸어서 여행하는 꿈을 꾸곤 했다. 뚜벅뚜벅 사막을 걸어가는 나를 보며 낙타 몰이꾼 소년이 걱정스러운 듯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낙타의 걸음걸이 정도는 따라갈 줄 알았는데 푹푹 빠지는 모랫길은 갈수록 나를 뒤처지게 만들었다. 일행의 대열에서 점점 멀어지자, 묵묵히 내 뒤를 따라 오고 있던 소년이 강제로 나를 낙타에 다시 태웠다. 네 시간 남짓 사막 안으로 들어가자 마침내 캠프사이트가 나타났다. 나무 하나 없는 사구를 기대했지만 사구 곳곳에 점점이 박혀있는 덤불들이 더 운치가 있었다. 부근 어디를 살펴봐도 집 한 채 보이지 않는데 어디선가 아이들 몇 명이 캠프장 주변에 나타났다. 한 소녀가 데리고 온 동생은 외지인들을 보자 울음보를 터뜨렸다. 참 순박한 사막 아이들이다. 저녁이 되자 캠프파이어가 시작되고, 마을 사람들의 춤과 노래가 이어졌다. 그 옛날 낙타를 몰고 사막을 지나던 대상들의 후예들인가? 그들의 노래에서, 춤사위에서 아련한 라자스탄의 향수 같은 걸 느낄 수 있었다. ![]() 블루시티 조드푸르 (Jodhpur) 라자스탄 지방을 여행하다 보면 ‘푸르’라는 지명을 자주 본다. 라자스탄의 주도인 자이푸르, 유서 깊은 호반 도시 우다이푸르, 그리고 푸른색 건축물이 많아 블루시티로 불리는 조드푸르 등이 대표적이다. 푸르는 성(城)이라는 뜻이다. 그만큼 라자스탄 지방에는 많은 성들이 있다. 조드푸르는 라자스탄주(州) 중앙에 있는 오아시스 도시로 타르사막 입구에 위치하고 있다. 구자라트로 이어지는 중요한 교역로에 위치해 있어 번성했던 도시이다. 1458년 ‘라오조다’왕이 성채를 구축한 이후 성곽의 도시로 발전하였다. 이 성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이 많다보니 성을 오르는 엘리베이터가 만들어져 있었다. 성에서 내려다 본 시가지가 온통 푸른색이다. 그야말로 블루시티이다. 푸른색은 시바신을 상징하는 색이다. 성곽도시가 만들어진 초기에 인근 ‘푸쉬카르’로부터 브라만(카스트의 최 상위계급)들이 이곳으로 대거 이주해 왔다. 시바신을 신봉하는 브라만들은 시바의 색인 푸른색으로 칠을 하기 시작하면서 이 도시는 푸른색으로 바뀌어 갔다. 성에서 내려와 구시가지 골목으로 들어가 보았다. 벽도 문도 푸른색이다. 비슷비슷한 골목길, 비슷비슷한 색깔, 나는 개미 쳇바퀴 돌듯 푸른 골목길을 돌고 또 돌았다. 이곳에서는 영혼까지 푸르게 물들 것 같았다. 푸른 영혼이 되어 시바신을 만나고, 나는 그렇게 라자스탄에 푹 빠져들고 있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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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최 서쪽 타르사막 한 가운데 위치한 성곽도시인 자이살메르, 한때는 동서교역로의 오아시스로 번성했던 곳이다. 특히 향료와 비단, 아편 등의 무역 통로로서 18세기까지 전성기를 이루다가 이후 뭄바이 항로가 활발해지면서 다른 사막의 도시들과 함께 차츰 쇠퇴하여 지금은 사막 변방도시로 전락하고 말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