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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까지 푸르게 물들 것만 같은 섬 타히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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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진저 댓글 0건 조회 1,380회 작성일 12-02-22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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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오사카를 출발한 에어 타히티누이 항공기가 남태평양 창공을 11시간 날아 타히티의 수도 파페에테 공항에 도착을 한다. 티아레꽃 머리에 꽂은 고갱의 그림 속 타히티 여인들이 관광객들에게 화환을 걸어주며 낙원의 섬에 온 것을 환영하고 있었다.
공항 부근 산 중턱에 숙소를 잡았다. 작은 게스트 하우스이지만 조망만큼은 어느 특급호텔보다도 뛰어났다. 해저 산맥 같은 산호초 띠들이 방파제처럼 섬을 삥 둘러싸고 있다. 산호초에 부서지는 파도의 흰 포말은 섬의 푸른 치맛단을 장식한 레이스 같았다. 짐을 부리고 선착장 부근에 나가 보았다. 타이티의 수도‘파페에테’는 상상했던 것 보다 훨씬 큰 항구도시였다. 부두에는 여러 섬으로 떠나는 여객선들이 쉴 틈 없이 드나들고, 선착장 부근 도로는 교통체증으로 심한 몸살을 앓고 있었다. 날이 저물자 선착장 옆 ‘바이에테’광장은 자동차 포장마차들로 바뀌고 있었다. 바비큐에서부터 피자, 중국음식까지, 여러 음식들을 팔았다. 섬을 찾은 관광객은 물론 주민들까지 나와 광장은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세계에서 가장 물가가 비싸기로 소문난 섬이라고 들었는데 이곳 포장마차의 음식 값만큼은 가난한 여행자의 지갑도 열만큼 그리 비싸지 않았다. 이곳에 머무는 동안은 종종 애용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두 뒤편으로 높은 산 하나가 하얀 구름을 목에 두르고 섬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제주도 반 크기 정도의 타히티 본섬은 해발 2,241m의‘오로헤나(Orohena)산과 깊은 계곡이 있다’고 이곳 가이드북에 적혀 있다. 열대우림으로 뒤덮인 골짜기에는 강과 폭포 등이 있어 많은 트레커들이 이곳을 찾는다고 하였다. 나도 현지 여행사에 사파리투어 신청을 해 두었다.
사파리투어 지프는 파페에테 시내 곳곳에서 사람들을 태웠다. 대부분이 프랑스 사람들이었다. 오늘 프로그램은 지프를 타고 섬을 가로지르는 산악도로를 따라 섬 내부를 하루 종일 둘러보는 것이다. 차는 섬 북쪽으로 난 해안도로를 달렸다. 섬 북쪽 해안은 산호초 띠들이 없어 파도들이 해변에서 부서지고 있다. 화산도여서인지 모래가 검은 색이다. 이 섬에서 처음으로 가까이서 파도소리를 듣는다. 해안에서 사람들이 파도타기를 하고 있었다.
시내를 벗어나 30여 분 달렸을까? 드디어 해안 도로를 버리고 차가 섬 내부로 들어서고 있다. 왼쪽으로 강이 흐르고 앞쪽으로 깊은 골짜기들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간간이 뿌리던 비는 그쳤지만 산봉우리들은 구름에 숨어서 그 높이를 보여주지 않고 있다. 강을 따라 길은 계속 이어졌다. 다리를 건너기도 하고 물이 흐르는 샛강을 가로지르기도 하였다. 그 흔한 야자수는 보이지 않고 열매가 고구마 맛이 나는 타피오카 나무들이 많이 서식하고 있었다. 깎아지른 벼랑으로는 폭포들이 흘러내렸다. 섬 안쪽에 이런 깊은 계곡이 숨어 있을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구름사이로 봉우리들이 나타나기 시작하였다. 지도를 살펴보았지만 어떤 봉우리인지 잘 모르겠다. 다만 이곳 지형이 하나의 거대한 분화구라는 것만은 알 것 같았다. 섬 깊숙한 곳에 산정호수가 있었다. 호수 아래 계곡에 타히티 원주민들이 섬기던 티키(Tiki)신전 터가 있다. 마레라 불리는 제단 위에는 돌로 만든 신상이 있었다. 오늘 밤 이곳에서 티키신을 기리는 제의가 있다며 몇몇 원주민들이 북을 치고 있었다. 우리의 굿거리장단 같은 북소리가 잠들어 있는 지신을 깨워보려 하지만 쇠잔해 가는 땅의 기운을 되돌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제주 돌하루방 같은 티키 석상 위로 눈물같은 비만 무심히 흘러내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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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섬, 낭만의 섬 모레아(Moorea)

선착장에서 보면 바다 건너편에 도깨비 뿔처럼 기괴한 봉우리들이 솟아있는 섬 하나 떠 있다. 모레아(Moorea)섬이다. 화산폭발로 생겨난 봉우리들 너머로 석양이 지고 있다. 섬 봉우리들 너머로 석양이 지고 있다. 이곳 사람들은 모레아 섬을 사랑의 섬, 낭만의 섬이라 부른다. 섬의 아름다운 풍광으로 인해 많은 영화들의 촬영지가 되기도 하였다. 흑백영화‘남태평양’과 기내에서 보았던‘러브 어페어’의 영화 속 무대이기도 하다.
파페에테 부두에서 페리를 타고 모레아 섬에 간다. 페리는 검푸른 바다를 채 가슴에 담기도 전에 모레아섬 선착장에 도착한다. 선착장에는 섬을 도는 로컬버스가 기다리고 있었다. 트럭의 화물칸을 일자형 좌석으로 개조한 버스인데 섬의 주요 교통수단이다.
트럭 버스를 타고 섬을 한 바퀴 돌아보았다. 해안을 따라 60km의 일주도로가 놓여 있었다. 쿡만(灣)과 오푸노후만(灣)이 깊숙한 곳까지 파고들어 섬은 마치 날개를 펼친 박쥐와 같은 형상을 하고 있다. 모레아 섬은 봉우리들이 많다. 모레아섬 일몰풍경이 고성(固城)같다던 ‘고갱’의 표현에 공감한다. 현지 화폐에 등장하는 ‘모아로아’ 봉우리와 산꼭대기에 바늘귀처럼 작은 구멍이 뚫려있는 ‘모아푸타’ 봉우리는 섬 어디에서나 바라보인다. 모아푸타 봉우리에는 재밌는 전설이 있다. 해가 무서워 밤에만 활동하는 도둑의 신 ‘히로’가 이 산을 훔쳐가려 할 때, 타히티 신 ‘파이’가 창을 던져 구멍을 뚫자 놀란 닭들이 울어 도망갔다고 한다. 쿡만 부근에는 영화 ‘러브 어페어’에서 워렌 비티와 아네트 베닝이 ‘타우투아메아’산을 배경으로 걷던 장소가 있다. 이곳에서 여행자들은 마치 영화 속 주인공이라도 된 듯 그곳을 걸어보기도 한다.
티키 빌리지는 타히티 민속촌이다. 이곳에서는 원주민들의 생활상과 타히티 전통공연을 볼 수 있는 곳이다. 티키 하우스를 운영하는 사람은 타히티 사람이 아닌 프랑스인이다. 발레리노였던 주인은 타히티에 반해 아예 이곳에 살게 되었다고 하였다. 티키 빌리지 마당에서는 타이티 민속춤 타무레(tamure) 연습이 한창이다. 남자들은 양 무릎을 폈다 오므렸다 반복되는 가위춤을 추고 여자들은 엉덩이를 빠르게 회전시키는 춤을 춘다. 일 분에 엉덩이를 약 200회나 흔드는 아주 격렬한 춤이다. 춤의 동작 하나하나에는 꽃과 파도와 태양, 새와 물고기 등을 표현한다고 했다. 춤추는 저들의 얼굴에서 고갱의 그림 속 타히티 사람들을 볼 수 있었다. 공연을 끝낸 청년이 고갱의 그림에 자주 등장하는 티아레꽃(치자꽃의 일종)을 내 머리에 꽂아준다. 나도 고갱의 그림 속 타히티 여인이 된다. 원시의 파라다이스를 동경했던 화가 고갱은 1891년 타히티에 도착했다. 고갱은 이곳에서 열 세 살 난 ‘테후라’라는 원시의 이브를 만나 생활하며 그의 걸작들을 남기게 된다.
외딴섬에서의 이브와의 동거, 한 세기 전 고갱이 꿈꾸었던 꿈을 실현해 보려함인지 이곳에서는 나이든 서양 남자들과 타히티 젊은 여자들 커플이 유난히 눈에 많이 띄었다. 그래서인지 혼혈아들의 출생도 점점 늘어난다고 하였다. 할리우드 스타 말론 브란도는 타히티의 여인에게 반해 ‘테티아로아’ 섬을 통째로 사서 말년을 타히티에서 보내기도 하였다.
티키 빌리지에서 결혼식 하는 모습을 보았다. 서양에서 온 두 사람은 이곳에서 타히티 식으로 결혼식을 올렸다. 그들은 이미 결혼한 사이지만 타히티 낭만의 섬을 추억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떠들썩한 결혼식도, 춤 연습도 끝나자 티키 빌리지는 열대지방 특유의 나른한 오후 속으로 빠져들고 있었다. 야자 잎으로 만든 오두막에서 반나의 모습으로 문신을 새기고 있다. 고갱의 그림에서 느꼈던 원시적 아름다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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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기 전에 꼭 가보고 싶은 곳, 보라보라(Borabora)섬

남태평양의 진주라 불리는 보라보라 섬은 타이티 본섬에서 북서쪽으로 2백 40km 떨어진 곳에 위치하고 있다. 유럽인들이 죽기 전에 꼭 한 번 가보고 싶은 곳으로 보라보라를 꼽을 정도로 세계적인 고급 휴양지이다.
파페에테 공항에서 소형 비행기로 45분 정도, 기내에서 내려다 본 섬은 산호초 띠 안에 섬이 솟아 있는 모습이었다. 화산 봉우리인 오테마누(722m)가 바라보이는 바닷가 원두막에 여장을 풀었다. 집 주인은 한국 사람이 처음이라며 아주 반가워한다. 이곳 고급 리조트의 방값이 하루 천 불 가까이 된다고 하지만, 이렇게 작고 소박한 원두막 숙소도 있기에 배낭 여행자들도 이 섬을 찾을 수가 있다. 야자나무 몇 그루 해변에 서 있고 인적도 뜸해서 조용히 바다를 바라보기에는 안성맞춤인 숙소이다. 외딴 섬에 작은 원두막 하나 생기자 더 이상 부러울 게 없다. 정박해 있는 크루즈에서 승객들이 작은 배를 타고 섬으로 건너오고 있다.
헬기를 타고 섬을 둘러보았다. 산호초 띠들이 담처럼 섬을 삥 둘러싸고 있다. 대양을 지나온 지친 파도들이 섬 모래톱에 몸을 누이려 해 보지만, 산호초들은 어김없이 파도를 붙잡고 늘어진다. 성난 파도들은 허연 포말을 입에 물고 아우성치며 스러지고 있다. 기수를 돌릴 때마다 바다는 또 다른 블루로 바뀌고 있다. 어느 영화 제목처럼 그야말로 그랑블루이다. 타히티는 지구상에서 가장 다양한 색깔의 바다를 가진 곳이다. 산호와 바다의 깊이, 하늘의 빛깔과 구름, 햇빛의 각도에 따라 바다색이 달라진다. 타히티 일대의 공기가 세계에서 가장 깨끗한 것으로 조사되기도 했다.
이제 바다 속으로 들어가 보자. 사람들을 태운 작은 보트가 라군 지역에 내려준다. 산호초의 안쪽 바다는 호수처럼 잔잔하다. 수백만 년 동안 산호가 부서지며 만들어 낸 라군(Lagoon) 위로 반사된 햇살그림자들이 퍼덕거리는 물고기들처럼 수면 위를 유영하고 있다. 이곳에 몸을 담그면 영혼까지도 푸르게 물들 것만 같다. 물속으로 뛰어들자 솥뚜껑만한 가오리 떼들이 애완견처럼 졸졸졸 사람들을 따라 다닌다. 원주민 청년이 던져주는 먹잇감에 상어 떼가 모여들면 여행자들은 혼비백산 도망치기도 한다. 이곳 상어들은 인간을 공격하지 않는다고 한다. 물놀이에 배가 고파질 무렵이면 무인도 백사장에 야자 잎으로 장식된 식탁이 차려진다. 생선회에 코코넛 즙과 레몬즙을 짜 넣고 각종 야채를 넣어 버무린다. 이곳 사람들이 즐겨 먹는‘프와송크루’란 음식이란다. 먹어보니 우리의 회무침 비슷한 맛이 난다. 무인도에서의 식사가 끝나자 여행자들은 하나 둘 바다 속으로 묻혀버린다.
보라보라 섬은 사랑의 섬으로 불리기도 한다. 여행자들 대부분 연인이나 부부들이다. 행여 혼자 갈 기회가 있으면 아예 포기하라던 친구의 말이 절절히 가슴에 닿는다.
무인도 야자나무 아래서 오수 속으로 빠져 들어간다. 이 꿈같은 시간들이 영원히 깨지 않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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