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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과 시장의 상생을 찾아 광주 대인시장 복덕방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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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harvard 댓글 0건 조회 1,361회 작성일 10-10-08 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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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들어 재래시장이 공공미술의 작업장으로 유독 각광받고 있다. 필자가 아는 올해 진행되었거나 진행 중인 재래시장 공공미술 프로젝트를 열거해보면 안양의 석수시장에서부터 서울 석관시장, 수원 못골시장, 화성시 사강시장, 성남시장, 대전 중앙시장, 마산 부림시장, 전주의 남부시장, 광주 대인시장까지 아홉 곳이 넘는다. 올해의 이 같은 선택과 집중 현상이 정책적 판단에 따른 것이든, 미학적 판단에 바탕을 둔 것이든, 재래시장이 공공미술추진위원회의 ‘아트 인 시티(Art in City)프로젝트’로 촉발된 새로운 공공미술의 붐을 이어나가고, 향후 공공미술의 새로운 성장영역으로서 가능성과 문화적·예술적 대안으로서 공공미술의 가치를 증명할 중요한 시험 무대인 것만은 틀림없어 보인다.
이 가운데 광주 대인시장에서 펼쳐지는 공공미술 ‘복덕방 프로젝트’는 제7회 광주비엔날레의 한 부분으로 진행됐다. 이 작업은 현대미술의 흐름에 공공미술이 당당히 자리 잡고 있으며, 재래시장이 문화와 예술 시장으로 발전할 가능성을 제시해 주목받고 있다.

살아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대인시장은 광주광역시 동구 대인동에 있는데, 구도심 중심부 재래시장의 상황이 대부분 그렇듯 시장의 활기를 대부분 잃고 공동화 현상이 속도를 더하고 있었다. 그동안 상인회를 중심으로 중소기업청과 지자체에서 막대한 예산을 지원받아 아케이드를 설치하고, 간판과 주차장, 공중화장실, 냉동 창고 등을 정비하는 등 시설 현대화사업을 추진했다. 상인 교육장 마련, 공동 쿠폰제 도입, 쇼핑몰 구축 같은 경영 현대화사업을 추진하는 등 민·관·학이 힘을 합쳐 재생을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다. 그런데도 시장은 다시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그 사이 인근에는 재래시장 몰락의 주범으로 지목되는 대기업이 운영하는 대형 할인마트가 들어섰다. 한마디로 대인시장은 막장에 다다른 것이나 다름없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상인들 사이에서도 낙관론보다는 비관과 체념이 팽배한 것이 현실이다. 상인들 간 소득 양극화 현상도 심해져 보이지 않는 갈등도 깊어졌다. 최근에는 상인회 운영을 둘러싼 의혹과 불만이 커져 상인들끼리 정치적 충돌을 빚기도 했다. 오랫동안 경제공동체에서 생활공동체로 발전해온 시장 내 작은 커뮤니티들 간의 소통 부재 문제와 구성원의 고령화는 상대적으로 시대 변화에 대응하는 능력과 경쟁력을 떨어뜨린 것도 현실이다.
또 재래시장의 흥망성쇠를 결정짓는 요인으로 내부뿐만 아니라 외부의 요인도 크게 작용하고 있다. 대인시장은 광주라는 도시의 발전과 운명을 같이하는데, 그 이유는 대인시장이 앞서 말했듯이 도심 중심부에 있는 시장이기 때문이다.
거의 모든 상인이 인정하듯 대인시장의 침체는 1992년 광주 공용버스터미널 이전으로 시작된 탈 동구 러시, 도시 재개발과 그에 따른 상대적 구도심 공동화 현상과 연관이 깊다. 이후 2004년에는 시청이, 2005년에는 도청이 자리를 옮기는 등 공공기관이 이전했으며, 시장의 주요 고객이었던 구도심 사람들도 함께 떠나가고 있다. 과거 터미널 자리에는 상징적으로 롯데백화점이 들어섰고 시청 부지에는 대형 할인마트인 홈플러스가 들어섰으며, 도청 부지에는 현재 아시아문화전당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비엔날레 이후에도 지속될 수 있도록
지리적으로 동쪽에 무등산이 버티고 있는 광주의 도시 확장은 필연적으로 과거 드넓은 농지뿐이었던 서쪽과 북쪽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이제 서구와 북구에 새롭게 삶의 터전을 마련한 이들은 무등산을 먼 산 풍경으로 바라볼 뿐, 무등산 아래 비좁고 늙은 동구로 향하는 것을 꺼린다. 그러나 광주 시민으로서 정체성을 가진 사람이라면, 또 광주를 찾는 외지인이라면 이곳을 찾을 이유가 있다. 구도심에는 그 도시의 역사와 정신이 떠나지 않고 남아 있기 때문이다. 건축물은 낡고, 길은 비좁고, 휘황찬란한 불야성은 없지만 이끼 낀 담벼락과 깨져나간 보도블록, 불 꺼진 도심 곳곳을 찬찬히 걷노라면 과거의 아련한 향수와 추억, 상처와 교훈의 흔적이 겹겹이 생긴 주름처럼 말을 걸어오기 때문이다. 마치 도시의 원형인 듯한 어떤 장소가 가진 아우(aura)는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그 흔적과 자취가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 한 말이다. 시간의 주름, 늙은 도시가 가진 주름의 미학이 있는 곳, 모든 구도심이 그렇듯 광주 동구는 주름의 미학을 느낄 수 곳으로, 구도심 중심부 시장인 대인시장 역시 그러한 아름다움이 남아 있는 곳이다.
이러한 대인시장이라는 공간이 가진 긴장감과 그 미학을 발견하고자 했던 이들은 다름 아닌 지역 미술가들과 기획자였다. 특히 이번 ‘복덕방 프로젝트’에서 홍어의 각 부위와 홍어 형상 오브제들로 가득 채운 설치작품 ‘홍어집’을 차린 작가 박문종과 빈 점포 하나를 뻥튀기 설치작품으로 바꾼 작가 윤남웅은 이전에 담양 5일장과 광주 말바우시장의 국밥집을 돌며 <장>展을 연 이력을 가지고 있다. 더불어 대인시장 인근의 허름한 창고 건물을 빌려 비영리공간 ‘매개공간 미나리’를 만들고 ‘아트 인 시티 2006 중흥동 프로젝트’의 예술감독을 맡았던 기획자 박성현은 일군의 지역 미술 작가들과 함께 대인시장을 장차 중요한 예술작업의 현장으로 꼽고 그 실행방법을 모색하던 중이었다. 마침 2008 광주비엔날레 큐레이터로 발탁된 박성현은 대인시장을 무대로 ‘복덕방 프로젝트’를 제안하고 이 프로젝트가 현장과 지역에 기반을 둔 공공미술 프로젝트로 비엔날레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재원과 인재들을 불러 모으고 있다. 그는 한마디로 복덕방 중개인을 자처하고 시장의 빈 점포, 빈 공간, 빈 시간을 찾아내 미술가·기획자·인문학자·문화예술인의 작업실로, 사무실로, 연구소로, 공공서비스 센터 등으로 변신을 유도하는 중이다. 현재 대인시장에는 광주비엔날레 참여 작가 5명의 6개 전시공간 이외에 회화, 공속공예, 북아트 분야 5명의 지역 작가의 시장 입주 작업실이 있고, 한 곳의 복합 공동 공간의 성격 을 띤 ‘○○다방’이 마련되어 있으며, 앞으로도 몇 곳에 작가의 작업실이며 사무실이 들어설 예정이다.



지나친 기대는 삼가라
입주 작가들의 아이디어와 작업들, 생활하는 모습들은 앞으로 대인시장 프로젝트 기획에 풍부한 상상력과 에너지를 보태고 있다. 예를 들어 먹을거리 문제를 시각적인 작업으로 보여주는 작가 백기영의 파프리카 가게, 시장 교육 프로그램을 연구 개발할 수 있는 작가 이호동의 시장 아이들의 놀이터 공간, 재래시장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물건에 관한 정보와 사람들의 이야기를 책으로 담아낼 수 있는 노정숙의 아트북 공방, 공동 창작 스튜디오를 마련해 작업실을 구하기 어려운 지역의 젊은 작가들에게 작업공간을 제공하고, 작가 워크숍과 다문화 이해 프로그램 등을 제공하여 계속적으로 그들의 창작욕을 자극하는 신호윤의 집창촌 프로그램, 상인들과 소통하는 문제와 재래시장의 상품, 풍물, 역사 등을 기록하고 수집해 인문학적 박물관을 구축하는 ‘○○다방’의 아카이빙 프로그램, 재래시장의 일상 풍경과 예술공간을 함께 묶어 투어 프로그램을 개발할 수 있는 구헌주의 시장 구경 프로젝트, 일상의 소외 문제를 상징적으로 표현하고 작업으로써 치유하는 마문호, 박문종의 설치작업 등 ‘복덕방 프로젝트’는 시장의 본래의 기능을 유지하면서 숨은 매력, 일상적 삶의 문화적 코드들을 예술과 인문학적 연구를 통해 찾아내고 그것을 다시 향유할 수 있게 하는 대중적이며 공익적인 프로그램과 솔루션들을 개발할 가능성을 찾아내고 있다.
가능성과 함께 앞으로 복덕방 프로젝트가 넘어야 할 산들은 많다. 우선 가능성과 예술적 아이디어를 현실화할 수 있는 기획과 그에 합당한 재원의 조성이다. 재래시장의 현대화사업을 위한 국가와 지자체의 보조금은 보통 수십억 원에서 100억 원대에 이르지만 문화예술 사업 지원에는 인색하기 그지없다. 전시행정의 관행은 마땅히 지양해야 하고, 문화와 예술을 낡은 인식과 선입견으로 대하지는 않는지 짚어보아야 할 것이다.
둘째는 최근 창의적 행정을 들먹이면서 유행가처럼 퍼진 공공디자인에 대한 지나친 기대감이다. 예술가과 디자이너와 건축가의 접근방식과 사업방식이 다른 것을 깨닫지 못하고, 마치 비빔밥처럼 섞어버리는 사업구상 또한 몹시 위험하다. 공공영역의 다양한 요구에 부응하도록 관련 전문가가 협업하는 것은 바람직하나 현실적으로 우리 사회는 전문가 간의 협업이 매우 취약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하모니를 이루지 못하고 장르 간, 이해집단 간의 제 밥그릇 챙기기로 끝나 사업의 본래 취지를 훼손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결국 비빔밥도 되지 않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이다. 특히 대인시장과 같은 주름의 미학을 많이 가진 장소에 접근할 때는 주름을 펴고 없애는 작업이 아닌, 주름의 골을 살피고 관상을 읽어내는 과정 위주의 섬세한 작업이 필요하다.
셋째의 산은 재래시장 살리기가 상인들의 배를 채우고 지갑을 두둑하게 만들어주는 먹고사는 문제, 즉 경제적인 문제와 그 대안으로 귀결되어서는 곤란하다는 것이다. 우리 사회가 더 성숙하고 선진화해야 한다면 문화나 예술을 단순히 먹고사는 문제의 대안으로서 골몰하는 것이 아니라, 문화 자체, 예술 자체의 의미나 가치들을 일상생활에 전유할 수 있도록 만들어가려는 철학과 태도가 필요하다.



꿈은 욕망이 된다
‘복덕방 프로젝트’는 우리네 삶과 일상에 예술이 섞여 들면서 자연스럽게 문화와 예술의 창의적 발상을 나누는 것이며, 그러한 과정을 거쳐 생활문화의 수준과 환경, 삶의 질이 향상되기를 기대하는 상생의 전략이다. 음과 양의 조화, 어느 극단적인 상태가 아닌 둘, 그 이상의 다양한 개체가 각자의 다양성을 존중받고 개성을 발휘할 수 있는 창조와 중용의 삶, 화엄의 세계, 그 삶의 터전을 대인시장 복덕방은 꿈꾸고 있다. 그 꿈이 욕망이 된다면 아마도 복덕방은 부동산중개소가 되고 말 것이다. 장자의 ‘호접몽’처럼 꿈과 현실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지경. 우리 세계에 몽상가들, 초현실주의자가 귀환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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