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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문화가 살아숨쉬는 공간: 수원역사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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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harvard 댓글 0건 조회 1,345회 작성일 10-10-08 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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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에는 세계문화유산인 화성을 비롯해 수많은 문화재가 존재하고 있다. 청동기 시대의 유물에서부터 근현대에 이르는 수많은 보물과 유산을 간직한 수원은 역사상 오랫동안 중요한 역할을 해왔고 특히 정조와 관련되어 더욱 주목을 받았다. 그런 수원에서 지난 10월 역사박물관이 개관을 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수원시 영통구 이의동에 문을 연 수원역사박물관에는 한국서예박물관, 사운이종학사료관이 함께 있어 수원시민들을 위한 문화공간으로서, 또 수원의 역사를 일목요연하게 알리는 역사적 공간으로 적극 활용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수원시 외곽, 수원외고 앞의 언덕에 위치한 수원역사박물관은 신축건물답게 세련되고 모던한 느낌을 주었다. 1층은 전체적으로 오픈 공간과 중정을 넉넉하게 두고 대나무와 연못을 조성해 답답하지 않은 공간을 연출하고 있었다. 내부와 외부의 공간이 주변의 자연환경과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자연친화적인 형태를 지향하는 듯 보이고, 전면 벽은 유리로 되어있는데 그 위에 옛 그림이 그려져 있어 문화적인 느낌을 강조하면서 동시에 시원한 개방감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장승과 서낭당이 서있어 박물관의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는 야외전시장. 길 옆으로는 송덕비도 늘어서 있다. 훌륭한 정치를 베풀었던 관리의 공덕을 칭송하는 비석으로 수원 지역의 것들을 모아놓은 것이다. 김홍집과 명성황후의 오빠였던 민승호의 선정비를 통해 두 사람 모두 수원에서 유수를 지냈다는 걸 알 수 있었고 또 다른 편에 있는 문인석과 옛날 발명품인 거중기 등도 눈길을 끌었다.
건물 안으로 들어가면 1층에는 기획전시실이 있다. <근대수원 100년 기획전>이 열리고 있어 오래된 사진을 통해 수원의 옛 모습을 확인해 볼 수 있었다. 초가집과 작은 길, 팔달문과 개천 등 옛 수원의 풍경과 수수하고 수더분한 얼굴을 한 수원 사람들의 모습은 정겹기 그지없다. 서민들의 일상생활을 보여주는 재봉틀, 축음기, 신문과 잡지 등도 기억을 더듬게 만든다.
1층 한편에는 현대적인 분위기의 휴게실이 있어 잠시 차를 마시며 휴식을 취하거나 정보 검색을 할 수도 있고, 뮤지엄숍에는 수원과 관련된 작은 소품들이 마련되어 있어 선물용으로 구입해도 좋을 것 같았다. 어린이체험관에는 옛날의 살림살이를 직접 만지고, 서예 쓰기, 탁본 등을 체험해 볼 수 있는 코너가 있어 어린이들에게 인기가 있다.
2층이 본격적인 박물관 공간. 수원역사박물관은 주제별, 장르별로 수원의 선사 시대부터 근현대에 이르기까지의 다양한 모습을 살펴볼 수 있도록 해두었다. 특히 1960년대의 수원을 재현해 둔 공간이 재미를 자아낸다. 극장, 목욕탕, 생선가게, 잡화점, 수원 갈비로 유명했던 화춘옥의 모습을 축소 재현해 놓아 어른들에게는 향수를, 어린이들에게는 신기함을 선사하는 공간으로서 부족함이 없다.
무엇보다도 지방자치단체로서는 국내 최초로 건립되었다는 한국서예박물관을 둘러보는 재미가 색다르다. 2003년 서예가인 근당 양택동 선생이 6,000여 점의 유물을 수원시에 기증한 것이 한국서예박물관 건립의 계기가 되었다. 수원박물관 건립 역시 그 연장선상에서 이루어진 것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듯하다.
기다란 일자형 전시실에는 금석문, 법서, 어필, 조선명필, 사군자, 문방사우 등 다양한 주제로 전시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서예는 현대인에게 다소 낯설고 어려운 분야. 그저 눈으로만 대충 보고 지나치려는 순간, 자원봉사자가 다가와 미소를 건네며 친절하게 말을 건다. 개략적인 설명, 그리고 전시되어 있는 작품 중 특히 눈여겨볼 만한 작품 몇 개를 골라주는 것만으로도 관람이 훨씬 흥미로워진다.
영조가 8세 때 썼다는 작품 앞. 힘이 넘치는 글씨를 지그시 바라보기도 하고, 정조의 반듯하면서도 기개가 느껴지는 글씨도 새삼 다시 한번 쳐다보게 된다. 추사 김정희의 멋스러움과 예술적 재능이 넘치는 글씨 앞에서도 잠시 발걸음을 멈춘다. 자원봉사자의 설명이 없었더라면 미처 주의를 기울이지 못했을 명필들이다. 석봉 한호, 퇴계 이황, 송시열 등 귀에 익은 선비들의 글씨 앞에서도 잠시 숙연해졌다가, 아름다운 모양의 연적과 벼루 앞에서 감탄사를 꺼내게 되는 한국서예박물관.
박물관 내에는 선비들의 생활공간이었던 사랑방을 재현해 놓은 곳도 있다. 시를 짓고 글씨를 쓰던 선비들의 멋을 느껴볼 수 있는 소박하지만 품위가 있는 공간이다.
사운이종학사료관은 수원 지역 출신으로 고서점을 운영하며 우리나라의 고문서를 모은 이종학 선생(1927~2002) 덕분에 만들어졌다. 이종학 선생은 수십 년간 수집한 임진왜란 관련 자료, 동학혁명 관련 자료, 독도 및 일제 강점기의 극비 문서 등을 포함한 희귀 자료를 이미 독립기념관, 현충사, 독도박물관, 북한 사회과학원 등에도 기증한 바가 있다고 한다. 1997년 울릉도에 건립된 독도박물관 역시 이종학 선생이 기증한 자료가 있었기에 개관할 수 있었고, 이종학 선생은 독도박물관의 초대관장을 지내기도 했다는 것. 선생의 뜻을 존중한 유족들이 선생이 생전에 수집한 자료 2만여 점을 수원시에 기증한 것이 바로 사운이종학사료관이다.
사료관을 둘러보면서 사실 자료 그 자체보다는 어렵게 희귀 자료를 모아 선뜻 기증한 사운 이종학 선생과 유족들에게 느끼는 경외감이 더 컸다. 아마도 사료관을 찾아 우리 역사를 제대로 알고, 올바른 미래를 만들어갈 힘을 갖는 것이 존경과 감사를 표하는 일이 될 것이다.
박물관이 개관한 지 얼마 안 되어서인지 아직 찾는 사람들이 많지는 않았다. 현대적인 최첨단 건물, 기꺼이 유물을 기증한 기증자, 우리의 문화재를 찾아 보존하는 전문가, 전시된 유물을 다시 바라볼 수 있도록 흥미와 관심을 일깨워주는 자원봉사자들이 그곳에서 역사의 맥을 이어가고 있었다. 살아있는 생생한 공간, 활기 넘치는 공간으로 박물관을 변모시키는 것은 이제 시민들의 몫이라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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