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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도시 보덴제 그리고 탄소배출 '0'에 도전하는 징겐에서의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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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harvard 댓글 0건 조회 1,357회 작성일 10-10-07 2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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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년 전 독일인들을 대상으로 가장 가고 싶은 하계 휴양지를 묻는 설문조사를 실시한 적이 있다. 그 결과 국내 휴양지로는 ‘보덴제(Bodensee)’ 주변이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보덴제는 독일과 오스트리아, 스위스 3개국이 만나는 지점에 있는 거대한 호수로, 독일 최남단에 위치하고 있다.
이 호수는 알프스 쪽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과 만년설이 녹아 모이는 구슬처럼 맑은 물, 여기에 높은 산과 깊은 계곡이 어우러져 보는 이로 하여금 감탄사가 절로 나오게 하는 곳이다. 독일 쪽 주변 도시에는 노인들을 위한 실버타운이 마련돼 있고, 아기자기한 호텔과 모텔 등 숙박시설이 잘 갖추어져 있다. 여기에 수백 년의 전통을 자랑하는 작은 레스토랑들도 줄지어 서 있다. 호수에 다가가면 멀리 머리에 흰 눈을 이고 있는 알프스가 바라다보이고 방파제에는 독일과 스위스, 오스트리아 국기가 펄럭인다. 그리고 유럽연합의 깃발이 중간에서 나부껴 묘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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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 속 알프스산맥 주인공 되다
호숫가에 앉아 잔잔한 보덴제를 보고 있노라면 어디가 독일이고 어디가 오스트리아인지, 그리고 어디쯤이 스위스인지 분간하기 어렵다. 물론 여기서 국경을 나누고 인종을 가르는 것조차 아무런 의미가 없어 보인다. 다만 넓은 호수이고 높은 산이고 들판일 뿐이다. 이 호수는 면적이 541km2로 여의도의 53배에 달한다. 가장 넓은 너비만도 65km. 옛 빙하 분지로 알려진 이 호수는 평균 수심이 90m이고 호수를 한 바퀴 도는 데만 200km나 된다. 보덴제 안에는 세 개의 큰 섬이 있는데, 오버제(Obersee), 운터제(Untersee)와 위버링거제(Uberlingersee)가 그것이다.
이 호수 주변의 가장 크고 중심 되는 도시가 독일의 콘스탄츠. 이곳은 독일과 오스트리아, 스위스는 물론 인근에 이탈리아까지 접하고 있어 ‘정치적 섬’이라는 닉네임으로 통한다. 콘스탄츠는 보덴제 남서부에 있는 유일한 독일령이고, 이 도시를 둘러싸는 곳은 모두 스위스와 오스트리아 영토에 해당한다.
보덴제 주변에는 아름답기로 유명한 섬 안의 도시 린다우가 있다. 린다우는 국경을 접하고 있는 탓에 검문소와 세관 등이 있다. 아무런 거리낌 없이 국경을 넘나드는 곳이지만 엄연히 검문이 있고 여권에 비자 스탬프도 찍어준다. 이곳 관공서 건물은 여느 곳과 달리 딱딱함이 느껴지지 않는다. 어린 시절 읽었던 알프스를 주제로 한 동화 속에 나오는 마을같은 곳이다. 자전거를 빌려 타면 도시를 보다 쉽게 볼 수가 있다.
도심을 조금만 벗어나면 한적한 농가들이 모여 있는 마을 어귀에 다다른다. 길가에서는 군데군데 소박한 가게를 만날 수 있다. 상점이라 하기엔 너무도 초라하지만 독일인들에게 쉽게 느낄 수 없는 인정이 묻어난다. 이 지역에서 제일 유명한 것이 풍부한 햇볕에서 자란 포도와 호박, 딸기 등이다. 사람의 배꼽 형상을 한 큰 호박은 보기만 해도 재미가 있다. 이곳에서 만난 주민들의 억양은 마치 프랑스어를 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독일어를 이처럼 부드럽고 리듬감 있게 할 수 있다는 사실에 놀라게 된다. 독일어에서 느끼는 예의 무뚝뚝한 발음과 음악에서의 스타카토 같은 목소리가 전혀 아니라는 뜻이다. 아마도 스위스나 오스트리아에 인접하고 있어서일 것이다.

1904.jpg 수상 오페라 공연장과 태양전지 유람선
육지 속의 섬 린다우는 영토 분쟁을 겪었던 접경 지역이다. 로마 시대 때 군영이 자리 잡았던 곳으로 이탈리아와 독일의 교역중심지가 됐던 곳이다. 9세기에는 베네딕토 수도원(Benedictine abbey)이, 12세기 때는 성벽이 구축됐다. 1804년에는 오스트리아의 지배 아래 들어갔다가 1년 만에 독일 바이에른령이 되기도 했다. 역사의 우여곡절을 겪어서인지 도시 안에는 중세의 분위기가 아직도 남아 있다. 장크트슈테판 성당과 수도원 등 여러 종교시설이 곳곳에 있다. 이곳의 상징은 19세기에 만들어진 선착장 입구에 있는 사자상(像)이다.
유람선을 타고 호수를 건너가면 오스트리아 쪽에 있는 도시가 브레겐츠이다. 20m가 넘는 수상 오페라 무대가 설치된 곳으로 유명하며, 이곳은 1946년부터 브레겐츠 축제가 이어지고 있다. 1995년부터는 2년마다 새로운 오페라가 시연돼 음악 애호가들을 불러들인다. 베르디의 <가면무도회>, <일트로바토레>, 푸치니의 <라 보엠>, <토스카> 등이 이 무대에서 선보였다. 여름밤 아름다운 호숫가에 앉아 웅장하고 아름다운 오페라 감 상을 생각하면 절로 빨라지는 심장의 박동소리가 느껴진다. 수상 오페라 공연장의 무대 배경이 커다란 눈의 모형이라는 것도 특이한 점이다. 눈동자 부분의 홍채가 움직이면서 눈이 깜박거리고, 색과 모양이 변하도록 설계돼 있어서 무대는 더욱더 생동감이 느껴졌다. 그리고 호수와 접한 스위스의 도시는 크로이츨링겐이다. 이 도시 또한 휴양소나 요양원이 많은 곳으로 잘 알려져 있다.
필자에게 보덴제를 더욱더 빛나게 하는 것은 이 같은 오페라 공연이나 요양원, 아름다운 경치가 아니다. 물론 개인적인 관심 때문이겠지만 호수를 가로지르는 유람선이 가장 오래 기억에 남았다. 수많은 유람선과 요트 가운데 관광객을 나르는 헬리오(Helio)라는 선박은 멀리서 온 여행자의 주목을 받기에 충분했다. 그도 그럴 것이 헬리오는 움직이는 데 필요한 모든 동력을 태양전지로 충당하고 있다. 지붕에 설치된 태양전지로 4.2kW 용량의 전력을 생산하고, 최대 시속 12km의 속도를 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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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6.jpg 징겐에 가면 누구나 환경보호론자가 된다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관심이 날로 높아지고 탄소배출을 줄이자는 운동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보덴제는 또 다른 관심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인근 인구 20만의 작은 도시 징겐(Singen, 징엔이라 부르기도 하지만 외래어표기법상 징겐이 맞다)은 단순한 관광객이 아닌 특별한 목적을 가진 사람들로 붐비고 있다. 환경보호에 관심이 있거나 신재생에너지를 연구하려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징겐을 한번쯤 방문하는 것만으로도 자연환경을 깊게 생각하는 계기를 갖게 한다.
이 작은 도시에서 주민 20명이 2000년에 자본금 6000만원으로 ‘졸라콤플렉스(Solar Complex GmbH)’라는 유한회사를 설립했다. 지금은 주주 가 200명으로 늘고 순자산 가치도 애초보다 20배 이상 증가했지만 여전히 세계에 하나밖에 없는 독특한 회사라 할 수 있다. 이 작은 회사가 모태가 돼 징겐 주민들은 아주 저렴한 가격에 에너지를 사용하고 있다.
징겐에서는 모든 자연이 발전기로 변모할 수 있고, 전력을 생산할 수 있으며, 천연가스를 만들 수 있음을 보여주는 좋은 학습 장소로 변모했다. 실제로 골짜기에는 물레방아가 만들어져 작은 수력발전기가 됐다. 산꼭대기에 강한 바람과 마주하는 거대한 풍차는 풍력발전기가 되어 전력을 생산한다. 공공기관과 높은 건물 옥상에는 예외 없이 태양집열판이 설치돼 있는데, 리드리히뵐러 고등학교 건물에는 18kW 용량의 태양열발전기가 돌고 있다.

징겐의 졸라 콤플렉스 임원들은 저에너지 주택이나 자연형 주택에서 살고 있다. 집은 최소 에너지만을 사용하도록 건축하고, 빗물을 생활용수 로 이용하도록 설계돼 있다. 심지어 부들이나 갈대밭을 만들어 하수를 정화시키기도 한다. 자연형 주택에는 하수 정화 역할을 하는 습지가 1인당 2m2규모로 배분되어 설치돼 있다. 필자가 가장 눈여겨본 것은 가정과 가게에서 발생하는 채소와 과일, 음식물 찌꺼기를 한데 모아 에탄올을 생산하는 시설이었다. 여기서 생산된 가스는 지역주민들이 이용하는 수영장의 물을 데우는 데 이용되고 있었다. 2030년이면 징겐은 시 전체가 사용하는 에너지를 자급자족하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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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징겐을 관광하기 위해 방문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이곳을 방문하면 누구나 환경보호론자가 되고 신재생에너지를 알고 실천하려는 사람이 된다”는 이곳 주민들의 설명은 결코 거짓이 아님을 알게 된다. 징겐에 가면 경제와 문화를 지배하는 에너지를 전혀 다른 각도에서 바라볼 수가 있다. 모두가 회사의 지주가 된 마을주민들, 에너지를 자급자족하고 탄소배출을 제로로 만들려는 그들이 우리에게 동경의 대상이 된다. 우리가 장차 가야 할 길이 이런 모습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징겐에서 더 오랫동안 머물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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