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 이상을 허하노라!_자유 한자도시 함부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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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harvard 댓글 0건 조회 1,717회 작성일 10-10-08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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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 항구도시
독일 함부르크에 가면 세 가지를 경험해야 한다는 말이 있다. 그 세 가지는 다름 아니라, 교향곡의 거두 요하네스 브람스의 선율에 빠져봐야 하고, 햄버거의 원조인 함부르크 스테이크를 맛봐야 하고, 어시장에서 펄펄 뛰는 생선을 거래하는 상인들의 활기찬 목소리를 들어봐야 한다는 것이다.
함부르크의 정식 명칭은 ‘자유 한자도시 함부르크(Freie und Hansestadt Hamburg)’이다. 한자(Hansa)란 원래 집단을 뜻하지만 상인조합을 의미하는 낱말로 변했다. 이름에서 함부르크 사람들이 중세 상인들이 만든 한자동맹에 속하는 도시였음을 지금도 자랑스럽게 여기는 것을 알 수 있다. 인구 180만 명으로 베를린에 이어 독일 제2의 도시인 함부르크는 16개 연방주 가운데 하나인 동시에 거대 도시다. 면적은 755km2로, 서울의 1.3배이고 프랑스 파리의 일곱 배에 달한다. 811년 프랑크 왕국 카를대제가 알스터 강과 엘베 강이 합류하는 지점에 ‘하마부르크’를 세운 것이 이 도시의 기원이다. 항구도시인 함부르크는 아이러니하게도 바다와 직접 접하지 않고 110km나 떨어져 있다. 엘베 강과 그 지류인 알스터 강이 도심까지 운하로 연결돼 배가 드나드는 데 무리가 없다. 함부르크의가장 큰 자랑인 알스터 호는 넓이가 184ha에 이른다. 이 호수는 함부르크의 상징으로 시민들은 스스로 알스터라 지칭한다
알스터 호는 1190년경부터 제분소 방아를 작동하게 할 요량으로 물을 가두기 시작한 데서 비롯했다고 한다. 알스터 호는 내외 두 개로 나뉘어 아우센알스터, 빈넨알스터라 불린다. 물의 도시이자 운하의 도시인 함부르크에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무려 2,302개의 다리가 놓여 있다. 해상무역이 성행한 이곳은 오래전부터 외국인에게 개방된 탓에 100여 개의 외국 영사관이 있다. 뉴욕에 이어 둘째로 많은 수치다. 함부르크의 또 다른 별칭은 ‘녹색 도시’이다. 도시 면적의 14%를 녹지와 공원이 차지하고 있고, 1인당 주거 면적이 30m2로 세계 대도시 가운데 최대이기 때문일 것이다. 항구에서 유람선을 타고 시내를 둘러보면 녹음으로 둘러싸인 시가지와 높은 교회 첨탑, 고층 현대식 건물만 군데군데 보일 정도로 나무가 많다.
브람스에서 햄버거, 어시장까지
함부르크를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교향악의 거장 브람스와 전통음식인 햄버거라 할 수 있다. 낭만주의 작곡가로 교향곡과 협주곡 등 200여 곡의 주옥같은 가곡을 남긴 브람스가 이곳 출신이다. 함부르크가 낳은 ‘위대한 아들’ 브람스는 1833년 5월 7일 도시 외곽 후미진 골목 슈펙 거리(Speck Str.)에서 태어났다. 공교롭게도 이날은 1189년 함부르크가 자유무역항으로 인정된 것을 기념하는 ‘함부르크 시의 날’이다.
가난한 콘트라베이스 주자였던 야코프 브람스의 아들로 태어난 브람스는 어린 시절 바이올린, 첼로 등 음악의 기초를 아버지에게 배웠다. 학교를 중퇴하고 사교장과 술집을 전전하며 연주를 해야 했던 브람스는 청년 시절을 피터 거리(Peter Str.)에 있는 집에서 보냈다. 브람스가 태어난 생가는 세계대전으로 파괴돼 지금은 조그만 공원으로 탈바꿈했으며, 음악가들이 가끔 찾아오는 생가에는 퇴색한 브람스의 석조 흉상이 세워져 있을 뿐이다. 다만 청년 시절을 보낸 피터 거리에는 1971년 브람스 기념관(Brahms Gedenkraum)이 설립됐다. 브람스 자필 악보와 사인, 편지 등이 전시되어 있는데, 이곳에서는 1983년부터 격년제로 브람스 경연대회가 열리고 있다.
함부르크에서 태어나 유명해진 것은 브람스만이 아니다. 패스트푸드의 제왕으로 자리매김한 햄버거의 고향도 이곳이다. 햄버거(Hamburger)의 어원은 독일어의 ‘함부르크’다. 햄버거의 탄생과 관련해서는 여러 가지 주장이 있는데, ‘타르타르 스테이크(Tartar Steak)’에서 시작됐다는 데는 큰 이견이 없다. 햄버거의 시조인 타르타르 스테이크는 몽골족이 동유럽을 정복하면서 생긴 풍습이다.
13세기 영국의 헨리 3세가 런던에서 활동하던 독일과 플랑드르 상인들에게 연합체를 형성해도 좋다는 교서를 내렸다. 이것이 바로 한자동맹 결성을 불러왔고, 이때부터 함부르크가 북해 주변 상인들의 중심체 기능을 하게 된다. 타르타르 스테이크는 상인들이 자연스럽게 한자동맹의 거점인 함부르크로 전해 ‘함부르크 스테이크’를 탄생시켰다.
그 뒤 이주민들을 따라 미국으로 건너가 햄버거가 된다. 지금도 함부르크에 가면 잘게 다진 고기를 화덕에 구워 빵과 함께 내는 ‘햄버거의 원조’인 스테이크를 어렵지 않게 맛볼 수 있다.
함부르크에서 놓치지 말고 꼭 해야 할 마지막 한 가지는 생생한 삶의 현장인 피슈마르크트(Fischmarkt)를 방문하는 것이다. 1703년부터 300년 이상 어김없이 열리고 있는 피슈마르크트는 이름만 어시장이지 종합재래시장이다. 신선한 채소와 과일, 생선을 포함해 의류 등을 판매한다. 알토나 역 동쪽 1.3km 지점인 엘베 강 연안 장크트 파울리 지역에 있다. 매주 일요일 오전 5시(동절기는 오전 7시)에 개장한다. 이곳에선 팔딱거리는 생선을 경매하는 모습을 볼 수 있고, 생선 요리도 맛볼 수 있다. 일요일 아침의 고요와 적막에 싸인 다른 지역과 달리 활기 넘치고 시끌벅적한 어시장의 모습은 함부르크만의 독특함을 맛보기에 충분하다.
녹음을 기억하다, 비틀스를 떠올리다
함부르크 관광은 두 개의 알스터 호가 이어지는 곳, 케네디브뤼케(Kennedybruecke)에서 시작된다. 알스터 호 안쪽의 융페른슈티크(Jungfernstieg) 거리는 비즈니스와 쇼핑의 중심지로, 바깥은 짙푸른 녹음으로 뒤덮인 공원으로 보행자들의 천국이다. 도심 남쪽 시가지에 위치한 시청사는 중앙역에서 쇼핑가인 슈피탈러 가(Spitaler Straße) 상점 밀집 지역을 10분쯤 걸어가면 만날 수 있다. 특별한 설명 없이도 웅장한 네오르네상스 양식의 건물이 시청사임을 쉽게 알게 된다. 이 시청사는 독일 내에서도 가장 웅장하고 높은 것으로 첨탑 높이만 112m에 달한다.
한자동맹 도시의 청사로 쓰이기도 한 이 시청사 앞 광장에서는 여름만 되면 각종 무료 공연이 펼쳐진다. 인근에 있는 성 미카엘 교회(St. Michael Kirche)는 132m나 되는 첨탑들이 현대적인 건물과 조화를 이루면서 아름다움을 더한다. 18세기에 세워진 바로크 양식의 건물로 엷은 청록색의 첨탑 82m 지점에 전망대가 있는데, 엘리베이터를 타거나 450개의 계단을 걸어서 올라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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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부르크 시립미술관(Hamburger Kunsthalle)은 여러모로 큰 의미가 있다. 해상무역으로 큰 부를 축적한 상인들이 모은 비싼 예술품이 모태가 돼 설립된 것으로, 400개 전시실에 3,000여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본관에는 올드 마스터, 19세기, 근대미술로 나뉘어 전시돼 있고 별관에는 현대미술 작품이 걸려 있다. 그리고 통로 옆에는 20세기 독일 화단을 대표하는 리베르만의 이름을 딴 카페가 있다. 이 미술관에는 빈센트 반 고흐, 클로드 모네, 에드바드 뭉크 등 해외 유명 화가의 작품과 19세기 독일 낭만주의를 낳은 필리프 오토 룽게, 카스퍼 다비드 프리드리히의 작품도 있다. 별관에서는 팝 아티스트의 거장 앤디 워홀과 데이비드 호크니의 작품도 만날 수 있다.
하겐베크 동물원(Hagenbecks Tierpark)은 함부르크의 자랑이자 전 세계 동물원의 벤치마킹 대상이다. 철책을 만들지 않고 사육장 주변을 깊게 파고 암벽을 설치해 관람객이 자연스럽게 동물을 관찰하도록 했다. 유럽에서 가장 훌륭한 동물원으로 평가받는 이곳은 같은 지역에서 옮겨온 동물들이 함께 지내도록 설계한 동물지리학적 전시로도 유명하다.
함부르크에는 드러내놓고 자랑하기 곤란한 레퍼반(Reeperbahn)이라는 홍등가도 있다. 성 파울리(St. Pauli)의 중심지에서 600여m 거리에는 바와 클럽, 극장, 카지노 등이 들어서 있다.
함부르크를 떠난 관광객은 오래도록 짙은 녹음에 둘러싸인 도시나 유람선에서 본 야경, 활기찬 시장 풍경, 과거와 현대가 조화를 이룬 건물, 거대한 선박 등을 기억할 것이다. 드물지만 오래된 극장과 뮤지컬, 그리고 1960년대 함부르크에서 활동했던 비틀스를 떠올리는 사람들도 있다. 함부르크에서는 이처럼 생각했던 것 이상의 모든 것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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