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 냄새 가득한 보물창고_스위스 제네바 쁠랑 빨레 벼룩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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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harvard 댓글 0건 조회 1,459회 작성일 10-10-08 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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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에게 스위스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는 깨끗하고 아름다운 자연이다. 해마다 많은 사람이 멋진 자연 풍광을 보고자 이 나라를 찾는다. 또 자연만큼이나 깨끗한 도시경관도 여행객을 불러 모으는 데 한몫하는 것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리라. 그래서인지 최근의 어느 조사에서는 스위스 제네바가 당당히 ‘세계에서 살기 좋은 도시’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그 외에도 스위스의 취리히가 꽤 높은 순위에 오른 것으로 기억한다. 스위스의 거의 모든 도시들이 깨끗하고 도시의 인프라 시설이 잘 갖추어져 있으니 일면 수긍이 가는 결과다. 특히 제네바의 전체적인 도시 분위기는 매우 고급스러운 품위까지 갖추고 있다. 그런데 이런 제네바의 장점은 한편으로는 상당히 비싼 물가를 감내해야 하는 고통을 여행자에게 안겨주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제네바의 아주 고급스러운 도시 분위기에 조금이나마 서민적인 냄새를 더하는 곳이 있으니 바로 쁠랑 빨레 벼룩시장이다.
자전거 여행객 위한 지도까지 갖춰 제네바 역에 내려 먼저 근처의 관광안내 센터를 찾았다. 공사 중인지 작은 컨테이너 안에 있던 두 직원은 재래시장 위치를 물어보자 아주 친절하게 잘 안내해준다.
‘세계적인 선진 관광 대국이라 역시 다르구나’ 하는 생각마저 든다. 지도를 청하자 엄청나게 큰 지도까지 챙겨주는데, 알고 보니 자전거로 제네바를 돌아볼 수 있는 지도였다. 그러니 그렇게 크고 자세할 수밖에 없었던 거다. 아마 내가 재래시장을 물어보는 바람에 제네바를 아주 자세하게 관광하려는 사람으로 생각한 모양이다.
자전거로 도시를 여행할 수 있을 만큼 자전거도로를 비롯한 관광 인프라가 잘 갖추어졌다고 생각하니 참으로 부러웠다. 또 도시의 환경을 염려하는 그들의 생각 역시 남다르게 보였다.
들여다볼수록 커지는 원형 시장
드디어 목적지인 쁠랑 빨레(Plain Palais)에 도착했다. 플랑 팔레는 시민광장으로 불리기도 하는데, 특별히 눈에 띄는 것이 없는 평범한 곳이다. 그런데 일주일에 두 번씩 이 광장에 시장이 열리면 생기가 넘친다. 처음 광장의 한쪽에서만 보았을 때는 이게 뭐 그리 큰 광장인가 싶을 정도로 작아 보이고, 시장이라고 하기에 무색할 정도로 사람들도 얼마 없어 보였다. 그런데 막상 안으로 점점 들어가자 원형의 광장은 무척 넓었고, 상인들이 펼쳐놓은 좌판들도 아주 많았다. 이 정도면 유럽의 수많은 벼룩시장 중에서도 상당히 대규모의 시장이 틀림없다.
상인들이 가지고 나온 물건들은 참 다양했는데, 특히 옛날 물건들이 대다수를 차지했다. 우선 눈에 많이 띄는 것이 옛날 책들. 문학작품뿐 아니라 여행 책자도 있고, 회화집이 있는가 하면, 사진집에 음악 악보까지 있어서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정말 보물창고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책을 구경하고 고르는 사람들의 얼굴은 사뭇 진지하다. 또 우편엽서나 옛날 LP판, 전축 등도 많이 보인다. 그러다 어느 아주머니의 좌판 앞에 멈추니, 아주머니가 자기 가게에서 가장 오래된 그림이라며 물건을 실은 차 안에서 그림 하나를 꺼내서 보여준다. 신사복을 차려입은 여러 나라 사람들이 서로 치고 받고 싸우는 모습을 그린 것인데, 바로 초기 국제연합에서 각국 대표들이 회의장에서 싸움을 벌이던 장면이라고 한다. 그림은 난장판이 된 평화회의 장면을 꽤 우습게 그려놓아서 아주 재미있다. 지금이야 간단히 사진으로 찍으면 그만일 것을 그림으로 그려놓았구나, 싶은 것이 새삼스레 세월의 흐름이 느껴졌다.
한가지가 없다! 음식
그런가 하면 작은 도자기 인형이나 접시나 수저, 병 같은 주방용품들도 많은데 도자기 인형들은 대부분 옛 귀족들의 모습을 한 예쁘장한 것들이다. 그리고 주방용품들 역시 분명 어느 집에서 오래도록 대를 이어오면서 썼을 게 분명한 것들로 요즘의 공장에서 찍어낸 제품들하고는 다른 격이 느껴지기도 한다. 삭막한 현대를 사는 사람들은 이런 작고 하찮아 보이는 옛날 물건들에서 어떤 정 같은 것을 느끼는지도 모른다. 색이 바래고 녹이 슬고 때가 묻은 물건들에서 차츰 잃어가는 온기와 향수를 채우려는 것이 아닐까.
시장에는 이런 옛 물건들 외에도 이국적인 것들도 꽤 있는데 인도풍의 옷을 파는 곳이나 아프리카의 토속품을 주로 파는 곳, 일본 그림을 비롯한 일본풍 물품을 다루는가게들이 그러하다. 또 갖가지 진귀한 돌이나 조개들도 있고 목걸이며 귀고리 같은 장신구를 파는 가게도 있어서 정말이지 다양한 물품이 진을 치고 있다.
그런데 한 가지 없는 것이 있으니 바로 음식을 파는 곳이다. 시장을 찾아온 사람들을 위해서 만들어놓을 만도 하련만, 하고 아쉬운 맘을 품으려다, 어쩌면 보기에 좋지 않고 음식 냄새를 풍겨 불쾌하게 하지 않으려는 배려가 아닐까 하는 데 생각이 미친다. 생각해보면 시장을 조금만 벗어나면 간단히 배를 채울 만한 곳들이 있으니 그렇게 불편한 것도 아니다.
재래시장에서 열리는 벼룩시장은 어떨까?
쁠랑 빨레 시장을 둘러보다가 우리의 모습을 떠올리고 조금 답답한 마음이 들었다. 우리에게도 이런 물건들이 많지 않은가. 물론 급격한 산업화의 물결 속에서 옛날을 돌아보는 여유가 부족했던 게 사실이지만, 찾아보면 분명히 이런 멋진 벼룩시장을 만들 수 있는 물건들이 있을 것이다. 특히 외국인이 한국 전통 물건들에 관심을 가질 것은 너무나 당연한 얘기다. 그리고 이런 물건들을 도시 한쪽의 골목에 몰아넣기보다는 재래시장이라는 더 생생한 삶의 현장에 그것들을 위한 자리를 마련하는 것이 더 흥미롭지 않을까.
어느덧 폐장 시간이 다 되었나 보다. 늘어놓은 물건들을 챙기는 상인들의 손길이 분주하다.
Tip
플랑 팔레 시장은 매주 수요일과 토요일 이틀만 열린다.
시장이 열리는 시간은 아침부터 오후 5시경까지니 시간을 잘 맞추어 가야 낭패를 보지 않는다.
시장은 전차로도 쉽게 갈 수 있다. 근처 제네바 구시가와 유명한 레만 호수도 둘러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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