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르도 포도주의 고부가 문화가치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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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harvard 댓글 0건 조회 1,634회 작성일 10-10-08 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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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의 친구 포도주
세계적인 추세이기도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도 포도주 소비량이 급증하고 있다는 이야기는 이제 뉴스거리가 못 된다. 포도주는 알코올 이상의 의미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포도주가 ‘무언가 특별한’ 술로 여겨지는 것은 포도주의 생물학적 특성 때문이라기보다는 오히려 포도주가 내포하는 문화적 특성의 영향이 더 크다.
프랑스 사람들은 포도주를 곁들이지 않은 식사를 ‘태양이 없는 하루’에 비유하거나 식사 도중에 물을 마시는 사람은 ‘개구리가 아니면 미국 사람이다’ 하며 놀릴 정도로 포도주에 자부심이 높다. 그러나 최근에는 프랑스 포도주의 명성이 예전 같지 않다. 호주나 미국이나 칠레에서 생산한 포도주 등 질이나 맛 등에서 프랑스 포도주를 뛰어넘는 제품들이 일반 대중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어, 프랑스 포도주 생산자들이 상당한 위기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이 글에서는 프랑스에서 포도주가 가지는 사회·문화적 의미와 축제라는 문화적 코드로 표현되는 포도주의 문화 상징성 등을 살펴볼 것이다. 그럼으로써 우리는 지역의 대표적인 특산물이 축제 소재로 활용되면서 얻는 문화적인 부가가치의 중요성과 그 의미를 다시 한 번 되새기고자 한다.
포도주의 문화 상징성포도주가 품은 긍정적 차원의 문화 상징적 의미는 다양하다. 예수의 피, 기적, 생명수, 건강, 장수, 아름다움, 품위와 우아함, 격조와 교양, 로맨스 등 지구상에 존재하는 어떤 알코올보다도 다양하고 복합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포도주는 다양한 계층의 삶과 구체적으로 이어져 있어 사회 계층적 특성을 설명하는 중요한 소재로 활용되기도 했다.
기원전 3000년 이집트에서 이미 와인 양조기술이 정착했으며, 제1 왕조기의 무덤에서는 시신이 포도나무 가지 위에 누워 있는 것이 발견되었다. 이집트인은 시신을 포도주로 깨끗이 씻고 내장을 꺼낸 뒤, 신체의 내부도 포도주로 정결히 닦았을 정도로 포도주를 신성시했다고 한다. 그리스인은 포도주의 가치를 배가시켰다. 제우스의 아들인 디오니소스는 포도주의 신이며, 포도나무를 기르는 법과 열매에서 과즙을 짜내는 법을 가르쳤다. 플라톤은 포도주가 영혼을 맑게 하고 심신을 강건하게 하는 약이 될 수 있다고 했다. 로마인은 포도주를 대단히 좋아한 까닭에 포도 재배에 치중하여 곡물 재배 면적이 부족해 문제가 되기도 했다. 로마인은 포도주 보급을 위해 군인들이 출정할 때 포도나무를 가지고 가서 그들의 야영지에 심기도 했다. 정복당한 사람들이 포도밭 일에 매여 로마제국에 반기를 들거나 무기를 손에 들 마음이 줄어 좀 더 평화적으로 바뀌었다고도 한다.
로마제국이 멸망한 뒤 교회가 나라를 통치하던 시절에는 포도밭 또한 수도원의 관리 대상이 되었다. 포도원을 관리하게 된 수도사들은 포도주 제조기술을 발달시켰으며, 이를 독점하여 무려 1천 년 동안 전매했다. 중세의 포도 재배는 교회의 제반 의식에 필요한 포도주를 생산하려는 의도로 기독교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으며 발전했다.
기독교에서 포도주는 성찬식에 사용되고 영성을 촉진하며 그 알코올 성분이 인간을 평안하게 한다고 믿었다. 고대사회에서 포도주는 찬미의 대상이며, 신성한 제례용 술이었을 뿐만 아니라, 질 좋은 최상급의 포도주를 마신다는 것은 곧 소수의 엘리트 계급의 특권을 향유함을 의미했다.유럽 문명이 각지로 뻗어나가면서 새로운 식민지를 개척 때마다 포도 경작지는 늘어갔다. 신대륙에는 야생 포도나무가 있었으나 포도주 제조에는 적합하지 않아서 유럽의 품종을 아메리카 대륙에 가져다 심었다. 특히 가톨릭 사제들에게 신대륙에서 기독교를 전파하고 미사를 집전하기 위해서 포도주가 반드시 필요했다. 즉 포도주는 단지 인류가 가장 최초로 발견한 알코올성 음료라는 물리적 특성뿐만 아니라 인간의 문화와 가치 형성을 돕고, 그것을 전파하는 매개체 구실을 하면서 지금까지 전해 내려왔다. 이 과정에서 프랑스가 포도주에 부여하는 절대적 가치는 불가침의 영역으로 간주되었으나 최근에는 상황이 상당히 달라져가고 있다.
보르도 포도 생산자들의 위기감과 포도주 축제의 탄생
오늘날 아메리카, 오세아니아, 아프리카에서 포도주의 생산량이 급증하면서 과거의 유럽이 가졌던 포도주의 위상이 상당한 위협을 받는 상황이다. 보르도의 포도주축제는 2002년 이러한 사회적 변화상을 토대로 해서 생겨난 것이다. 프랑스혁명 당시까지만 해도 많은 귀족들이 “물을 마시느니, 차라리 죽어버리겠다”라고 푸념했을 정도로 포도주 소비는 계급적인 특권을 의미하는 것이었으며, 소시민층이나 노동계급이 포도주를 마신다는 것은 일종의 신분 상승을 의미했다.
양조용 포도주는 주로 석회질 토양의 비탈진 토지에서 재배하며, 그래서 포도주 주산지는 농촌 지역 중에서도 지형이 평탄하지 않아 포도를 대신할 마땅한 대체 작목을 찾거나 농업 이외의 산업활동을 펼치기도 쉽지 않은 이른바 ‘조건불리지역’이 대부분이다. 따라서 공급 과잉으로 포도를 재배하지 못할 경우, 상당수 포도주 주산지의 경제·사회적 기초가 위협받을 수밖에 없어 프랑스뿐만 아니라 유럽 전체의 고민거리가 되었다.
그러나 프랑스에서는 역설적으로 이러한 포도밭이 멋진 경관을 이루며 관광자원으로서 독특한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이 때문에 보르도 지방은 오히려 포도주를 맛보는 등 체험관광 명소로 확고한 자리를 잡아가는 상황이다. 여기에서 세계적으로 보르도 포도주 소비량이 줄고 과거 포도주 생산지로서 보르도가 누리던 명성이 신대륙에 뒤지기 시작한 시점에 보르도 포도주 축제가 시작된 것이, 결코 우연이 아니라는 점을 눈여겨봐야 할 것이다.
역사와 축제로 보르도 와인 가치 극대화
보르도 와인의 위상은 유구한 역사적 배경과 자연의 혜택으로 만들어졌다. 보르도 와인의 역사는 기원전 1세기에 보르도에 정착한 로마인들 때문에 시작되었지만 본격적인 포도 재배와 와인 생산은 12세기에 시작되었다. 아키텐(보르도 지방의 옛 지명) 공국의 공주가 영국 국왕과 결혼하면서 아키텐은 영국 왕실 소유가 된다. 이때부터 영국에 보르도 와인을 수출하게 되고 보르도 와인산업이 활기를 띠게 되었다. 프랑스 영토인 아키텐이 영국의 소유인 현실과 나날이 발전하는 보르도 와인산업을 보며 프랑스 왕은 끊임없이 이곳을 되찾기 위해 노력했다. 결국 아키텐을 두고 1337년에 백년전쟁이 일어나고 오를레앙의 잔 다르크와 프랑스인은 아키텐을 되찾았다. 그러나 약 300년간 아키텐을 지배했던 영국인에게 보르도 와인은 그냥 잊어버릴 수 있는 음료가 아니었다.
이후에도 영국은 보르도 와인의 주요 소비국이 되었고, 상류층을 중심으로 고품질 와인을 찾게 되었다.
보르도 포도주 축제는 보르도의 중심에 있는 유럽 최대의 광장과 가론 강 주위의 12만㎡에 이르는 대회장에서 와인 시음을 중심으로 치르는 축제다. 보르도 포도주 축제는 와인과 와인 애호가를 모으고 지역 특산물과 축제를 결합한 행사로 프랑스 와인의 홍보뿐만 아니라 보르도 시가 가지는 포도와 포도주의 대표 생산지라는 명성을 더욱 널리 알리는 것이 목적이다.
보르도 포도주 축제의 프로그램은 포도주 시음, 포도밭 체험, 와인 테라피, 체류 프로그램 등으로 구성된다. 포도주 시음과 더불어 진행되는 ‘포도밭 패스 파빌리온’은 보르도 주변 지역의 경관과 포도밭을 둘러보는 여행상품이다. 단시간에 깊이 있는 체험의 기회를 제공하는 ‘와인과 와인 테라피 패키지’ 프로그램은 미용 케어를 포함한 포도밭 견학과 포도주 시음, 고급 와인 저장소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탐방 등 보르도 시에 대한 정보를 얻고, 페스티벌에서 제공하는 다양한 이벤트를 고루 즐길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보르도 포도주 축제에서 강조하고자 하는 포도주의 문화적 가치는 결코 과거의 문화적 자원에 한정되지 않는다. 현대인의 여가와 관광 욕구에 부응하여 다채로운 체험 프로그램과 문화 이해 프로그램으로 구성하고, 여기에 음악과 미술 등 다양한 예술적 장르를 포도주와 결합한다. 즉 보르도 지역이 본래 가지고 있던 지역의 역사적 사실에 현대적 문화 콘텐츠가 더해지면서 보르도 포도주가 내포하는 의미가 확대, 재생산된다.
다시 말해 과거의 보르도 포도주가 가지는 종교적이고 차별적이고 위계적인 의미는 현대적인 취향과 예술 그리고 여가와 관광 코드와 접목하면서 더욱 수평적으로 확대되고, 다양한 문화 콘텐츠를 포함하게 된 것이다. 포도주 축제의 최종적인 목적은 프랑스의 포도주의 판매량 증대와 프랑스 포도주가 고급 포도주로서 누린 과거의 영광을 되찾고자 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을 달성하고자 하는 과정에서 사용하는 전략은 보르도, 나아가 넓게는 프랑스가 가진 다양한 지역자원의 문화적 활용과 재창조임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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